사설
[사설]대법관 임명 때마다 이렇게 충돌할 건가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의 충돌이 정면 대치로 번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관 후보로 서면 제청했다. 사전 조율 뒤 대통령을 만나 대면 제청하던 관례를 깬 것이다.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1일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지 않은 일방적 통보"라며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견이 있는 손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제청을 반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충돌하는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정치권은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조 대법원장이 정권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이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세 차례 직접 만나 대법관 후보를 제청했으나, 이재명 대통령과는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장 권한을 줄이는 내용의 법원행정처 폐지 논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이 사법부 길들이기 차원이라며 오히려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우선 규명해야 할 것은 엇갈린 사실관계다. 대법원은 청와대와 막판까지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대통령 면담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면 제청 방식 역시 민정수석실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와대는 일반적인 인사 논의만 있었을 뿐 서면 제청 등 구체적인 방식은 협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진실 공방에 국민 혼란만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대법원은 접촉 일시와 협의 내용, 면담 요청 경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공방을 끝내야 한다.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현 정부와 조 대법원장 사이에 쌓인 불신이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여권의 사퇴·탄핵 압박이 이어졌다. 대법관 임명 절차를 놓고도 양측의 해석은 엇갈린다. 청와대는 관례와 대통령의 임명권을 강조하지만, 대법원은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최근 국회에서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리가 있고, 대통령과 국회는 각각 임명권과 동의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협의가 필수라면 국회와도 협의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는 지적이다.문제는 이런 충돌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 법원조직법에 따라 2028년부터 대법관 12명이 단계적으로 증원된다. 기존 대법관의 임기 만료까지 고려하면 이 대통령은 임기 중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대법관 인선 때마다 소모적인 기싸움과 정치 공세가 반복된다면 재판 지연과 사법 공백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어느 한 기관도 사법부 인사를 독점하지 못하게 한 장치다. 청와대는 "전례 없는 헌정사 초유의 일"이라면서도 특정 후보는 안되고 특정 후보가 돼야 한다는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제청권을 존중하고, 대법원도 책임 있게 소통해야 한다. 삼권분립은 권한 다툼의 무기가 아니라 상호 견제와 존중의 원리다. 모두가 헌법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설]'하나의 중국' 존중하듯 한국 국회도 존중해야
특정 여야 국회의원들을 중국 방문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주한 중국대사관이 국회에 요구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의원 15명은 지난 19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베이징 방문을 추진했다고 한다. 월드로봇컨퍼런스를 참관하고, 중국 정부 인사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중국대사관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곽상언 민주당 의원을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회는 구체적인 사유를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국회의원 방중 일정은 최소됐다. 공교롭게도 두 의원은 올해 대만을 방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의원은 1월 초 국회 아시아인권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2박3일간 대만을 찾아 린자룽 외교부장과 만나 양국 관계 현황 등을 논의했다. 곽의원은 6월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등과 대만을 방문해 차관급 정무차장과 지정학적 공동 대응, 반도체 산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곽의원 방문 직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바로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라'며 항의했다.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발표한 공동성명에 이같은 원칙이 담겼다는 것이다.그러나 우리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누누이 강조해오고 있다.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가장 큰 현안인 대만 문제에 있어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국회의원의 활동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의정 활동은 별개로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곽의원 방문 당시에도 외교부는 국회의원의 개별 활동에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는 외교의 영역일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 공식 방중단에서 의원들을 배제하고, 그 이유가 특정한 사안과 맞물려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중국이 평가하고, 필요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우려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한중 관계 복원에 속도를 내려 하는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양국 관계의 전면 복원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계 복원은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할 때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듯, 한국 국회의 자율적인 의정 활동도 존중해야 한다.
[사설]"김정은 핵무기 57개, 연내 만날 것"…'나쁜 합의'는 경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안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당시 북한을 '핵보유 세력(Nuclear Power)'으로 부르는 등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지만, 핵무기 수량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이 6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다른 백악관 행사에서 '김 위원장과 관계를 재개하려는 목표가 여전히 비핵화인가. 이번에는 왜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십 년간 미국 대북정책의 핵심 기조였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김정은과의 '거래'를 위해 기존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연내 회동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핵 수량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목표를 '비핵화'에서 '거래'로 선회할 경우 북한 핵 보유의 사실상 인정과 그 상태에서 확장만 억제하는 핵 동결,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그렇게 될 경우 그 파장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북핵을 관리 대상으로만 삼으려 한다면 김정은 정권이 그토록 바라던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미국 정부가 사실상 용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김정은 카드'를 활용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적 성과를 위해 '나쁜 합의'를 서두른다면 한미 동맹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근간으로 유지돼 온 국제 비확산 체제가 동아시아에서부터 흔들릴 위험도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신과 자체 핵무장론이 확산되면 동북아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핵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북한군의 파병을 받은 러시아와 최근 북한에 더욱 밀착한 중국은 이미 북핵을 사실상 묵인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5년 만에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북한 '비핵화'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마저 김정은의 요구대로 북핵을 인정한다면 그 충격과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의 몫이 된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재개를 반대할 일은 아니지만, 정부는 어떤 합의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점을 미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트럼프와 김정은의 거래에 맡겨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
[사설]현대차 10년만의 전면 파업…中 전기차·美 자율차 공세 거센데
현대차 노조가 21일 8시간 전면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 회사 생산라인이 완전히 멈추는 건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0∼21일 산하 자동차 부품회사, 현대차 계열사에도 공동파업을 주문했다.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갖춘 미국차의 거센 도전 앞에서 한국 대표 기간산업의 중추가 마비되는 것이다.이번 현대차의 파업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에서 시작된 이른바 'N% 성과급' 논란이 다른 대형 사업장 파업으로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파업에 나선 현대차 노조의 핵심 요구는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이다. 시장의 상황,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규모, 경영상 판단 등을 고려해 경영진이 주주의 동의를 받아 결정해야 할 성과급 수준을 노조가 쟁의의 목표로 내건 것이다.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줄 정도로 국내외 시장에서 현대차가 처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6% 감소했다. 현대차·기아의 내수판매 비중은 처음으로 70% 아래로 떨어졌다. 호주, 브라질, 동남아에선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격화한 데다, 한국보다 한두 수 위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테슬라 등 외국산 자율주행차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1400원 아래로 떨어진 달러 당 원화 환율도, 일본 엔화가 원화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차의 수출 경쟁력에는 부정적이다. 이미 부분파업으로 약 4만 대의 생산 차질, 1조7000억 원의 매출 차질이 생겼는데, 전면 파업까지 벌어지면 2만2000대, 9000억 원의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금속노조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부품·협력사의 임금·고용·안전에 현대차가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공동파업을 벌인다. 금속노조 계획대로 파업이 진행된다면 전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올해 들어서만 현대차 노사가 16차례 임금 교섭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진전된 협상안을 제시했는데도 노조는 '30% 성과급'과 정년 65세 연장 등 무리한 요구들을 고수하고 있다.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었지만, 전기차·자율주행 전환에 뒤처져 대규모 구조조정에 직면한 독일 자동차의 현실이 한국 노동계의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것일까. 현대차 노조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닥쳐오는 위기들을 직시하고 전면 파업을 재고해야 한다.
[사설]대법관 '서면 제청'도 '막말 겁박'도 온당치 않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새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면서 관례로 이어져 온 대면 제청 대신 서면 통보를 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이뤄졌지만 손 부장판사를 놓고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제청이 강행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누적돼 온 조 대법원장과 여권의 갈등이 이른바 '서면 제청'을 계기로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까지 나왔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9일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퇴학시켜 달라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의 태도"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조희대씨"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당 차원의 대대적인 '사법 개혁'도 예고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역시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차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청와대에 만남을) 요구했는데 안됐다"고 해명했지만, 사태 진화에는 역부족이었다.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와 손봉기 부장판사 등 4명을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청와대는 김 판사를 선호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김 판사의 배우자가 현직 헌법재판관이라는 점 등을 들어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노 전 대법관이 3월 퇴임했지만 양 측은 이후 몇개월째 의견 조율에 실패했고, 그 여파로 대법관 공석 사태가 장기화했다. 그러다 조 대법원장이 9월 퇴임하는 이 대법관의 후임과 노 전 대법관 후임을 동시에 서면 제청한 것이다.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국회의 동의권이 서로 견제하고 보완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사전 조율이 관례로 자리잡은 것도 원활한 인선을 위한 현실적 필요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심히 유감이다. 대법관 인선은 특정 후보를 관철하거나 배제하는 정치적 승부가 아니다. 어느 한쪽도 자신의 권한만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거나 인선을 힘겨루기의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인물을 대법관으로 세울 것인가다. 법률적 역량과 경륜, 청렴성은 기본이고 국민의 다양한 삶과 가치관을 재판에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다양성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왜 제청을 장기간 미뤘는지, 서면 제청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법부 독립을 앞세워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한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여당 대표가 듣기에도 민망한 언어로 사법부 수장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탄핵까지 거론하는 것도 도를 넘었다. 사법 개혁을 대법원장 압박이나 보복의 수단처럼 몰아가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뿐이다. 조 대법원장과 여권 모두 힘겨루기를 거두고 헌법이 부여한 각자의 권한을 절제 있게 행사해야 한다. 최고법원의 공백으로 생기는 피해는 결국 재판을 기다리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사설]"김정은 응답" "국방 역량 차고 넘쳐"…동맹 원칙은 지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한 데 이어 17일에는 북미 대화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 제의에 응답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 어떤 경로로, 무슨 내용의 답변이 왔다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 북미 간 물밑 접촉이 깊숙이 진행 중인지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다시 시동을 걸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설정한 60일간의 협상 시한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데다, 11월 3일 중간선거도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장기화하는 이란전으로 미국 내 피로감과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을 물었지만 사양했다"며 '이란 비핵화 비협조' 문제를 지목한 것도 이런 포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와 통상, 투자 등 성격이 다른 현안들을 한데 묶어 상대를 압박하는 '이슈 연계' 전술을 자주 구사해 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미국 유권자에게 내세울 만한 성과를 얻기 위해 관세와 대미 투자, 쿠팡 문제는 물론 이란전에 필요한 탄약·방공무기·소해정 지원이나 비용 분담까지 압박 카드로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으로 볼 때 8월 말이나 9월 초로 예상되는 1차 대미 투자 사업이 미국 측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의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한미 동맹의 현주소는 뭔가 '찜찜한' 형국이다. 그럴수록 정부는 한미·북미·남북 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대북 억지력과 연합 방위 태세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국 측과 훈련 규모와 방식, 보완책을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18일 "전시작전권의 임기 내 환수를 당초 정부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원자력추진잠수함 사업에도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우리 스스로를 지킬 역량이 차고 넘친다"며 한국이 세계 5위권 군사력과 글로벌 4강 수준의 방산 역량을 갖췄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주국방 역량을 키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합훈련 축소에 별 이견이 없으며, 대비 태세 변경을 용인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뜻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고 미사일과 탄약을 제공하며 현대전 경험까지 축적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대화 분위기 조성만을 앞세운 일방적 유화책이나 북한의 상응 조치 없는 훈련 축소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적 협의 틀을 확보함은 물론이다.
[사설]'용산공원에 청년 임대주택'…'닥공'보다 국민 공감이 먼저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8·13 부동산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용산공원 터에 청년을 위한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300만㎡ 규모인 용산공원 가운데 약 10%인 용산어린이정원 등지에 청년·신혼부부가 거주할 임대주택 단지를 만드는 방안이다. 도심에 가까운 용산공원 이상으로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청년층을 만족시킬 대규모 주택용지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정부 움직임에 발맞춰 수일 내에 공원·녹지 기준을 완화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로선 '8·13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서 추가로 신규택지를 확보한다고 밝히고도 후보지를 확정하지 못한 공급 규모가 7만3000채에 달하는 만큼 용산공원 부지를 일부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 문제는 서울 한복판에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를 고밀도로 개발해 임대주택을 짓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이 1990년 미군기지 이전에 합의한 후 장기간 사회적 논의 끝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특별법을 제정해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지정한 곳이 용산공원이다. 일부라도 주택용지로 쓰려면 법을 고쳐야 한다. 여당이 법을 고치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구계획을 승인하면 개발은 강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심내 주택공급 부지 확보가 절실하다는 이유로 노무현, 문재인 등 민주당 전임 정부들이 견지했던 '한국판 센트럴파크'를 만들겠다는 약속, 녹지보전의 원칙을 하루아침에 허문다면 서울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시, 용산구의 제대로 된 협조가 없으면 지자체 소관인 교통망 확충, 상하수도 건설 등 인프라 조성에도 난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토양오염 정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정부가 기대하는 2028년 착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주택 공급 방향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연일 정치적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양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18일 을지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며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을 요청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문제에 대해 분명히 반대의 뜻을 말씀드렸다"며 '1cm도 양보 못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로선 용산공원 부지 확보를 서두르기보다, 국민과 서울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보전가치를 잃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규제완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 촉진 등 접점을 찾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 중에서 먼저 공급의 돌파구를 여는 것도 방법이다.
[사설]與 새 대표 김민석, 당정일체 넘어 '협력적 견제자' 돼야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17일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친명(친이재명)계 김민석 후보가 선출됐다. 김 후보는 선호투표를 거쳐 당선자로 확정됐다. 선호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3위인 송영길 후보를 1순위로 투표한 유권자의 2순위 투표를 1·2위 후보에게 합산한 것이다. 김 대표는 국민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정 후보에게 뒤졌지만 8·17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수도권 대의원·권리당원 경선에서 크게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당정 일체감이 강한 친명계 후보를 밀어줘 안정적으로 국정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정청래의 바람이 김민석의 조직을 이기게 해달라"며 당원 표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당원 표심 역시 김 의원에게 쏠렸다. 그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판단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의 경우 800조원 규모 메가 프로젝트라는 절호의 기회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위기감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김 대표 체제는 이재명 정부 임기 중반의 국정 안정을 견인하고 여당으로서의 개혁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고 있다. 전임 정청래 대표 시절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적지 않은 불협화음과 노선 갈등이 있었던 만큼, 김 대표는 당정 관계를 안정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날 당선 일성으로 당정 관계를 '창조적 수평관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정 일체감이 집권당을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집권당을 건강한 '협력적 견제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김 대표의 핵심 과제다.이 대표는 또 "민주당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민심의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인 44%로 조사됐다. 부정 평가는 46%에 달해 취임 후 처음으로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집권당의 새 사령탑이라면 이러한 민심 이반의 원인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청와대에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겸손과 유능'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여당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경선 과정에서 극도로 곪아 터진 계파 갈등을 치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번 경선은 친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 간의 원색적인 비난과 '붕어 아이큐'라는 인신공격까지 난무한 진흙탕 싸움이었다. 김 대표는 서둘러 분열된 당을 추스르고 단일 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수석 최고위원을 친청계 최민희 의원이 차지하고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청계 3명, 친명계 2명이 당선된 만큼 김 대표는 각별한 포용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강경일변도의 국회운영으로 반목만 계속해 온 야당과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산적한 국가적 과제를 풀어가는 책임 있는 집권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사설]트럼프의 '북미 대화' 손짓…한국, 구경꾼으로 남아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에게 훈련 축소를 주문했다고 공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북한에 대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위협적이지 않았으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과 북한을 치켜세우면서 적극적으로 유화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연합훈련에 대해 침략 전쟁의 시연이라며 비난해왔고, 최근엔 항의 표시로 탄도 미사일까지 쐈다.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란 전쟁을 6개월째 매듭짓지 못하고, 11월 중간 선거까지 앞둔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또 다른 외교적 성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러시아와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이 있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식 '거래 외교'로도 해석한다. 그가 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공개하면서 '한국이 이란전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불만을 함께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예고 없던 훈련 축소로 한국 안보 부담을 키워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이런 분석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러브콜이자, 한국에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그만큼 정부의 대응도 다면적이고 입체적이어야 한다. 먼저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더욱 긴밀하게 가동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역할, 전작권 전환' 등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우리를 건너뛰고 북미 대화의 협상 카드로 등장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아울러 이번 훈련 축소로 한미 방위 태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기동훈련 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북미 대화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안보 당사자인 한국이 혹시라도 구경꾼 신세로 전락해선 안 된다. 야당에서 '코리아 패싱' 우려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의제와 방향에서 우리 이익이 반영되도록 미국과 선제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가 공개된 직후 입장을 내고, 북미 대화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고 했다. 그 역할이 미국과 북한을 만나게 하는데 그쳐선 안 될 것이다. 북미 대화를 촉진하되,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대북 억지력을 지키고, 북핵 위협도 실질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설]개헌 논의 진척 되려면 李 "연임 없다" 선언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2022년 대선 당시 저의 공식 입장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야당 의원들과의 골프 회동에서 임기 단축을 언급했다는 전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개헌 방향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5·18 정신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감사원 관할권과 국무총리 추천권·인사권 일부의 국회 이관, 지방자치와 기본권 강화, 대통령 4년 중임 또는 연임제 도입 등을 거론했다. 반면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국민 여론에 비추어 가능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 권한 일부를 국회로 넘기는 것을 곧바로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로 보는 것도 "잘못된 이해"라고 했다.이 대통령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직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거론하며 개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개헌 구상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앞서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를 두고 "국민의 선택"이라고 말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만큼 적어도 대통령이 염두에 둔 권력구조의 윤곽은 한층 분명해졌다.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 지 4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한국의 사회와 경제, 민주주의는 크게 달라졌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승자독식 정치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행정부와 국회의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그럴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4년 중임제든 연임제든 새로운 권력구조는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고 다음 대통령과 그다음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개헌의 성패는 결국 국민적 공감대에 달려 있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어느 한 정파의 힘만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대통령 자신도 "구체적 내용은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이 대통령 특보를 지낸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에 대해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고, 그럴 의사도 없다는 대통령의 뜻이 확고하다"고 강조하지만, 진화에는 역부족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기 입으로 "연임은 없다"고 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개헌론 제기가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사설]'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차단, 與는 관련 세제 바꾸자는데…
내년부터 수도권 아파트를 세주고 다른 집에 전세 사는 1주택자는 전세대출을 새로 받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일이 사실상 금지된다. '비거주 1주택자'의 대출조건이 빡빡해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세입자 보증금을 집 사는 데 쓰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1주택자를 거주, 비거주로 나눠 세금에 차등을 둔 '8·3 세제 개편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세제와 금융정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금융위원회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전세대출 제한조치를 수도권 비거주 1주택자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다주택자와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등 규제지역 내의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산 사람은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이 제한돼 신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고, 만기연장도 안 된다. 그런데 내년 1월 1일부터 규제 대상에 '투기적 목적'의 수도권 비거주 1주택자를 추가한 것이다.금융당국은 수도권에 부부 합산 기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해 임대 중이고, 본인과 배우자 모두 이 집에 실거주한 적이 없으면 '투기적 목적'으로 보겠다고 한다. 또 비거주가 불가피한 개인들의 예외적 사정은 개별 금융회사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들은 나중에 문제 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을 사실상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문제는 비거주 1주택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정부 세제 개편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선 "국민 누구든 비거주 1주택자가 될 수 있다" "과세의 실효성이 없다"는 여당 의원들의 의견이 쏟아졌다고 한다. 김민석 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14일 "양도세 1주택 비거주자 보유공제 폐지는 웬만한 서울 아파트 1주택 비거주자들에게 사실상 증세인 면이 있다"며 수정·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정기국회에서 세제 개편안이 대폭 수정된다면, 비거주 1주택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로 한 금융정책과의 상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이른바 '갭투자'가 부동산 시장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해온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보유한 집을 놔두고 다른 곳에 세를 얻어 사는 이들을 모두 '투기세력'으로 몰아부치는 건 과도한 일이다. 손주를 돌봐주기 위해 자기 집은 세주고 자녀 집 주변에 셋집을 얻어 사는 조부모들, 자녀가 다니는 학교나 직장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 자기 집을 놔두고 같은 지자체 안 다른 셋집에 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개인들이 처한 특수한 사정들을 도외시하고 비슷해 보이는 사례를 모두 싸잡아서 하는 규제는 세제든, 금융정책이든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사설]"수도권에 23만채 추가 공급"… 공공·민간 다같이 속도내야
정부가 공공택지 개발 기간 단축, 신규 택지 지정 등을 통해 5년 안에 23만 채의 주택을 수도권에 추가로 짓는 내용의 '8·13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9·7 대책', 올해 '1·29 대책'에 이은 이재명 정부의 3번째 주택공급 대책이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23만 채는 1·29 대책의 6만 채를 포함해 확장한 개념으로,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밝힌 135만 채에서 23만 채를 추가로 짓는다는 의미다. 다만 과거 역대 정부의 공급계획에 포함됐는데도 지역주민 반대 등에 부딪혀 무산된 지역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정부의 속도전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날 나온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도심 자투리 땅 등 쓸 수 있는 땅을 총동원해 수도권에 집을 짓는 내용 뿐 아니라, 현 정부가 거리를 두던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지원책까지 포함한 종합 공급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택지 발표부터 착공까지의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조기 착공하는 사업장에는 세제·금융·규제 상 인센티브도 준다. 3기 신도시 사업 속도는 1∼2년 앞당기고, 1·29 대책에 포함된 과천경마장, 태릉골프장 터는 2029년에 착공할 계획이다.이전에 검토된 적 없는 경기 남양주 와부읍 일대 그린벨트는 2만1700채를 지을 신도시급 공공주택지구로 새로 지정한다. 이와 함께 민간개발 무산 후 방치된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터 등도 활용해 총 10만 채 규모의 신규 부지를 확보하기로 했다. 다만 10만 채 부지 중 구체적 후보지가 정해진 물량이 2만9000채에 그친다는 건 한계로 지적된다. 주민 반대 등이 제기될 경우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각각 내년과 내후년 착공하기로 한 용산국제업무지구, 태릉골프장도 여전히 서울시, 지역주민들과 의견차가 크다. 현 정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온 민간 정비사업을 지원하기로 한 건 이번 대책의 제일 큰 변화다. 이주비, 잔금 등 정비사업 관련 대출은 은행 총량관리 목표에서 제외해 문턱을 낮춰주기로 했다. 지난달 대통령실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토론회 등에서 제기된 민원이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재개발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율도 75%에서 70%로 낮춰준다. 정비사업에 대한 전향적 태도 전환은 주목할만한 일이지만, 초과이익환수제 완화같이 사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민간 구분없이 다같이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 대책의 성패는 계획의 빈칸으로 남겨진 부분들을 정부가 얼마나 신속히 메워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부는 공급대책과 함께 청년층을 위한 저리 전세대출 상품 신설, 대출 한도 확대, 결혼 페널티 해소 등 금융대책도 발표했는데 주택의 공급이 늦어진다면 청년층의 주거불안 해소라는 정책 목표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청와대가 그린벨트 해제 등 개별 부처가 풀기 어려운 난제들을 직접 나서서 조율하고, 정부 시간표대로 공급계획이 진행되는지 꼼꼼히 챙겨야 하는 이유다.
[사설]지자체 재정 자립도 6%인데 현금 뿌려서야 …
추석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현금성 민생지원금 지급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 가계에 도움을 주고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이지만, 정작 악화된 지방재정 사정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충남 당진시처럼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곳까지 포함하면 현금 지원에 나선 지자체는 최소 16곳이 넘는다. 상당수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내건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어서 일각에선 "사실상 당선 사례금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전남광주특별시 함평군은 다음 달 7일부터 전체 군민 2만9300여 명에게 1인당 50만 원씩 민생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151억1000만 원을 확보했다.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인 전북 부안군은 200억 원대 군유지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광주 고흥군, 나주시, 장성군과 경남 의령군·하동군, 충북 영동군 등도 30만∼50만 원의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민생지원금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늘리고 지역 상권에 온기를 돌게 하는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원금을 뿌리는 상당수 지자체들의 재정 형편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재정자립도가 고흥군 6.4%, 함평군 8.2%, 의령군 8.3% 등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자체 수입만으론 기본적인 살림조차 꾸리기 어려운 곳들이다. 현금 지원 처방이라도 동원해야 지역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수십억, 수백억 원의 현금을 한꺼번에 풀려면 다른 사업을 줄이거나 지방교부세와 각종 기금 등 가용 재원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 군유지까지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도 단체장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진시 같이 지방의회라도 제동을 걸지 않으면 지자체의 재정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것도 지방정부의 방만한 지출에 경종을 울린다. 올 6월 기준 경기도 채무는 7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세입 여건 악화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동안 지역화폐와 청년기본소득, 기회소득 등 각종 지출 사업이 잇따라 늘어나면서 재정의 경직성이 커진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경기도처럼 세수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대형 지자체마저 기존 사업을 줄여야 할 형편이라면 재정자립도가 한 자릿수인 지자체들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방교부세와 기금을 끌어모아 일회성 지원금을 지급하고, 부족해진 재원을 다시 중앙정부 지원으로 메우는 일이 반복된다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은 갈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사설]전투기 교신 도청해놓고 "취미" 운운한 中 스파이
경찰이 한·미 공군기지 주변에 도청시설을 설치해 전투기와 관제탑 간 교신을 엿들은 60대와, 주한미군기지에서 한·미 연합훈련 자료 등을 빼돌린 40대 중국인을 이적활동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조사 결과 두 사람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으로 드러나 조직적인 스파이 활동 가능성이 의심되고 있다. 60대 중국인은 한·미 공군이 주둔한 전북 군산공항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호텔 객실에 수신기와 안테나 등 전문 장비를 설치하고 공군 교신을 도청해왔다. 2024년부터 2년 넘게 한·미 훈련 시점에 맞춰 방한해온 것으로도 조사됐다. 40대 중국인은 평택 미군기지 정문 근처에서 군용물품 가게를 운영하며 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여성에게 접근해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자료와 미군 지휘부 인사자료 등을 입수하고, 기지 내 무기 이동 상황을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군산공항은 평상시 서해안 지역 영공 방어를, 유사시 한반도 증원 공중전력의 전개와 작전을 지원하는 군사요충지다. 이런 곳에서 군 교신을 도청한 것은 명백한 스파이 행위다. 그런데도 60대 중국인은 경찰 조사에서 "항공기 교신을 듣는게 취미" 운운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주한미군·미8군·유엔군 등 한·미 연합전력의 핵심 지휘부가 자리 잡은 평택 미군기지 주변에서 상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한국인을 포섭해 정보를 수집한 것 역시 전형적인 고정간첩의 수법과 닮았다. 경찰은 휴대전화·노트북 포렌식 등을 통해 사건의 배후와 수집한 기밀 데이터의 중국 유출 여부, 공범과 여죄 등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문제는 적국인 북한이 아닌 외국을 위한 군사기밀 유출 등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된 간첩법이 다음 달 13일부터 시행돼 이번에 구속된 용의자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신 간첩죄보다 법정형이 가벼운 일반이적죄나 통신비밀보호법·군사기지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보안 당국은 새로운 간첩법이 시행되는 다음 달 13일부터 외국을 위한 스파이 행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국익을 해치는 외국의 정보활동에 대한 보안·방첩 태세를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군사기밀 탈취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핵심 산업기술을 노리는 산업스파이, 정치·경제·사회계 주요 인사에 대한 포섭과 영향력 공작 등 다양한 비밀활동이 모두 대상이다. 특히 국가보안법·데이터보안법·반간첩법 등을 통해 중국인과 중국계의 국가 정보활동에 대한 협조 의무화하고, 응하지 않으면 처벌까지 하는 중국의 특성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불법적인 스파이 활동만큼은 주권과 국익, 국민 보호 차원에서 철저히 감시하고 근절해야 한다.
[사설]수사권 경찰로 넘긴다니 이젠 '전경예우' 꿈틀
수사권의 무게중심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가면서 이른바 '전경예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5대 로펌의 경우 올들어 영입한 경찰 출신 변호사만 18명으로 지난해의 두배로 늘었다고 한다. 중소 로펌으로 넓히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가 아니지만 고문·전문위원으로 합류한 경찰까지 더하면 전체 영입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로펌들이 경찰 영입에 뛰어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10월부터 검사 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 내부의 수사 실무와 관행에 능통한 인력 확보가 사건 수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인력 영입에 성공한 로펌들은 '경찰 수사 초기의 골든타임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등의 홍보 문구를 내세워 의뢰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직업 선택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고, 경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경예우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거나, 수사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지난 2월 방송인 박나래씨의 '매니저 갑질 의혹' 사건을 수사한 강남경찰서에선 형사과장이 퇴직 직후 박씨 측 로펌에 합류해 이해충돌 논란을 불렀다.경찰 스스로도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대행은 지난주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전경예우 우려를 확실히 끊어내겠다"며 특정 사건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을 금지하고, 사건 관련 청탁이 들어오면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강남경찰서는 최근 "로펌 관계자와 사적으로 접촉하지 말라"며 내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전현직 경찰의 유착이나 수사 공정성 훼손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건 문의 금지만 해도 6년 전 도입된 제도지만, 적발돼도 경고에 그치는 등 실효성이 부족하다.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무원들이 재취업을 할 때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전관예우를 막고, 정부 행정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이 있을 경우에는 예외다. 이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을 소유한 치안감 아래 직급의 경찰은 로펌 취업이 가능하다.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정 이상의 수사 경찰에 대해 심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경찰 권한이 커지는 만큼 퇴직 경찰의 취업과 사건 관여 단속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는 법안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경찰 조직도 국회만 바라보고 있어선 안 된다. 감찰 기구를 확대해 부당한 사건 문의와 압력 등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72년 만의 수사권 대전환을 놓고 이런저런 우려가 큰데 문제 많은 법조계 전관예우를 경찰의 전경예우로 옮겨 놓는 폐단까지 빚어져서야 되겠나.
[사설]대통령 지시에 장관은 어정쩡… 노란봉투법 '예고된 혼선'
논란이 많은 노란봉투법의 노동 쟁의 대상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명확한 쟁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대통령 주문에 따라 기존의 해석 지침에 추가 사례 등을 넣어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침의 경우 시행령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번에는 대통령이 재차 시행령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당초 이 대통령은 호남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 삼성전자 노조가 직원의 전보 가능성을 들어 "노사 협상 대상"이라고 주장한 것을 놓고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끝이 없다"며 노동부에 명확하게 기준을 정하라고 한 것이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으로 보는 노란봉투법의 기준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15%'를 배분하라고 요구하자 경영상 판단에 노조 쟁의권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놓고 거센 논쟁이 벌어졌다.노동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노란봉투법에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으로 정한다'는 위임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법률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같은 문제를 거듭 지적하고 노동부가 그제야 시행령 마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노란봉투법이 초래한 혼란상을 보여준다. 노동부는 앞서 합병·매각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에 따른 정리해고와 재배치 등 근로조건 변화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의 상당수가 근로조건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경영상 판단 자체가 사실상 쟁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비단 쟁의 대상뿐이 아니다. 이른바 '진짜 사장'을 가린다는 사용자성 문제도 비슷하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 사람도 사용자로 본다. 그러나 실질적·구체적이라는 추상적 기준의 모호함이 분쟁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까지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용자 판단 신청만 450여건이라고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 만에 대통령까지 나서 잇따라 보완책을 지시한 것은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 시행령이 마련될 경우 당장의 혼란이 일부 해소될 수는 있겠지만, 법의 빈틈까지 온전히 메울 수는 없을 것이다. 향후 예상되는 모든 노사 갈등을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예고됐던 혼선을 법 시행 뒤에야 수습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나.
[사설]쏟아지는 세제개편 불만…땜질 처방으로 해결될지
지난주 발표된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 가운데 부동산 세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보유한 집을 '다주택'으로 봐서 종합부동산세를 매기기로 한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개인마다 처한 사정이 다른데도 1주택 보유자를 '거주'와 '비거주'로 나눠 세금에 차등을 두겠다는 발상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8·3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부터는 현재 60%인 조정대상지역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단독명의 1주택자는 70%, 공동명의 1주택자는 '다주택자'와 같은 80%로 커져 부부 공동명의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 1인당 9억 원씩 18억 원까지 공제해주던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1주택'의 기본공제액은 4억 원씩 8억 원으로 줄어든다. 단독명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는 12억 원에서 9억 억 원으로 축소된다.지금까지 공동명의 주택에 혜택을 줬던 건 재산형성 과정에서 부부 양쪽의 기여를 동등하게 인정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번 세제개편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가구별 과세'였던 종부세가 '인별 과세'로 바뀐 2008년 이후 20년 만에 공동명의 공제가 단독명의보다 낮아졌다. 정부는 실거주자의 경우 공동명의가 여전히 유리하고, 공동명의 때문에 불이익이 예상되면 부부 중 한쪽을 단독명의자로 지정해 세금을 낼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거주 1주택'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무리수가 괜한 문제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취학·직장 변경과 전근·질병·해외 체류·부모 봉양 등으로 제한한 실거주 예외 요건에 대한 불만도 끊이질 않는다. 물려받은 고향 땅에서 농사를 지으려고 서울 집을 세주고 이사했는데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자기 집은 세주고, 손주를 봐줄 처가 주변 셋집을 얻은 청년들도 걱정이 많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합리적인 범위,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국민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들이 자기 가정의 특수한 사정을 입증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통상 4년인 전세 계약 기간보다 짧은 3년으로 실거주 인정 기간을 정한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정부는 입법 예고가 끝나는 이달 20일까지 접수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9월 초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예외를 만드는 '땜질 처방'으로 정해진 시한 내에 세제 개편안의 총체적 문제를 모두 바로잡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구 부총리에게 "(세제를) 바꿔서 혜택을 보는 쪽은 가만히 있고, 바꿔서 부담이 늘어나는 쪽은 엄청나게 반감을 가지게 돼 있으니, 무조건 기어서 다니라"고 했다.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는 세제 개편안 문제가 정책 당국자가 몸을 낮추는 정도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설]李 "결혼 페널티 없어야"…'내집 마련' 기회 없인 다 공염불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신혼부부의 '결혼 페널티'를 없애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22개 과제를 콕 집어 지목했다. 결혼해 합산소득이 늘면 정책 대출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청약·세제 혜택이 줄어 결혼을 꺼리는 일이 없도록 관련 제도들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신혼부부들이 결혼식을 치르고도 내 집 장만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른바 '위장 미혼' 관행을 극복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8일 "청년들이 국가 정책으로 결혼을 망설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면서 '청년들의 목소리로 찾은 결혼 페널티 22개'라는 글을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올렸다. 대출과 관련해선 결혼 후 부부 양쪽의 소득이 더해지면서 디딤돌, 보금자리론, 버팀목 전세자금 등의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는 문제가 개선과제로 꼽혔다. 집을 소유한 적 있는 배우자와 무주택자가 결혼했을 때 생애 최초 대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청년층의 불만이 큰 사안이었다.아파트에 청약할 때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이 되려면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요건을 맞춰야 하다보니, 아이를 낳을 때까지 최대한 혼인신고를 미루는 문제도 제기됐다. 아파트 공공분양을 받을 때 혼인 기간이 길수록 신혼부부 가점이 낮아지는 것도 청년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12억 원 이하 주택을 생애 처음 살 경우 취득세를 300만 원까지 감면해주는데, 배우자가 집을 소유한 적이 있으면 혜택을 주지 않는 등 세제와 관련해서도 청년들이 불합리하게 느끼는 요소가 여럿이다. 결혼과 혼인신고가 내 집 마련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건 청년층에겐 이미 일반 상식이나 마찬가지다. 결혼 후 1년을 넘겨 혼인신고를 한 신혼부부 비중이 2020년 12.8%에서 지난해 19.6%로 높아진 이유 중 하나로 '결혼 페널티'가 꼽힌다. 반면 청년층의 니즈를 제대로 짚은 주거지원 방안은 결혼 건수,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많은 인구 전문가들이 2023년 0.72명으로 저점을 찍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5명, 2025년 0.8명으로 반등한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2024년 초부터 문턱은 낮추고, 대출액은 늘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거 지원제도 강화를 든다. 내 집 마련 등 주거 문제 해결은 청년층의 가장 큰 관심사일 뿐 아니라,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다. 올해 2월 "(결혼 페널티를) 반드치 찾아내 고쳐야 한다"고 지시했던 이 대통령이 구체적 개선과제를 하나하나 짚어 제시할 때까지 정부 관계 부처들이 효과적인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 답답할 뿐이다. 우리 청년세대가 결혼을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할 힘든 선택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삶의 수준이 한 계단 도약하는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련한 모든 제도를 기초부터 꼼꼼하게 손봐야 한다.
[사설]美 미사일 부족에 전술핵 카드… 안보 지형 급변 대비해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러시아·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단거리 전술핵의 역할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정밀유도무기와 방공 자산 소모도 심각한 수준이다. 확장억제 전략이 변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미국의 군사적 여력에도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이다. 한국은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동맹의 현실적 한계까지 따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미국의 무기 부족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가 급격히 줄면서 주한미군 등이 보유한 미사일 수백 발이 중동으로 차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공 전력 철수로 주한미군의 대북 대비 태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패트리엇뿐 아니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 미사일도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트리엇 등 주요 무기는 단기간에 재고를 회복하기 어렵다. 미국의 군사력이 여전히 압도적이라 해도 무한하지는 않다.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증원 전력의 규모와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술핵 비중 확대는 중대한 변수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최근 비공개 연설에서 미국에 '합리적인 핵 옵션'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NBC방송도 미 국방부가 전술핵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핵전략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술핵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재배치는 북한의 반발과 중국의 강경 대응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 당시의 외교·경제적 파장을 감안하면 군사적 실익뿐 아니라 외교적 비용, 우발적 충돌 위험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를 찬반 구호로 다룰 것이 아니라 모든 억제 옵션의 비용과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미 핵협의그룹을 실질적 핵억제 협의체로 발전시켜 한국의 안보 이익과 판단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될 경우 한반도 방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 협의 장치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자강 능력을 키우는 일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천궁-Ⅱ 전력화 확대와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개발·배치를 서둘러 독자적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동맹의 힘은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미국의 무기 재고, 전력 이동, 증원 계획, 탄약 운용에 관한 정보를 평시부터 정확히 공유해야 위기 때 같은 그림을 보고 움직일 수 있다. 확장억제의 기반은 핵우산 자체만이 아니라 신뢰와 소통,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자강 능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술핵을 둘러싼 정쟁이 아니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맞춰 한미 공조를 정교화하고, 미국의 전력 공백에도 흔들리지 않을 통합적 안보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사설]'폐버스 청년주택', 정책 빈곤 드러낸 황당 발상
더불어민주당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들의 단기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자"고 제안해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황 의원이 해당 글을 2시간 만에 삭제하고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년들이 마주한 주거 절벽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여당 중진으로서 결코 내놓을 수 없는 극히 황당하고 모욕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3선인 황 의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에 보트하우스가 즐비한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우리도 폐기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들을 위한 임시 주거 시설로 활용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원으로 잡아도 1만 세대를 공급하는 데 총 5000억원 수준"이라며 "청년들이 안정적인 주택을 마련하기 전 단계까지 임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도 했다.그러자 온라인상에서는 "자신은 아파트에 살면서 청년들은 버려진 버스에서 살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의원 재산신고 목록에 따르면 황 의원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를 임차해 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청년이 난민인가", "의원님부터 들어가서 사시라", "세금 말고 의원님 재산으로 만들면 인정해 드리겠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또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버스 하우스' 관련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도 SNS 등을 통해 확산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공세를 퍼부었고, 민주당은 "개인적 의견"이라며 사과하는 등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청년들의 주거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39세 이하 청년 가운데 거주 주택 보유 비율은 지난해 27.7%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7년에는 40.1%였으나 2020년 39.1%로 40% 선이 무너진 데 이어 5년 만에 30% 선마저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 버스 주택' 운운하며 정책 빈곤을 드러냈으니 청년들의 분노를 부를 수밖에 없다.이번 폐버스 논란은 정책 입안자들이 청년들의 현실을 얼마나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청년 주거 정책은 늘 공급 물량 채우기식 실적주의에 갇혀 실패를 반복해 왔다. 민주당은 황 의원 발언에 쏟아진 따끔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임기응변식 아이디어로 청년들의 눈을 가리려 하지 말고 도심 내 유휴 부지 활용, 역세권 공공임대 확대, 실질적인 주거비 지원 등 근본적이고 실행 가능한 주거 대책을 수립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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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언팩] 수도권 23만 가구 공급/부동산세제개편안/오세훈vs박원순 책임공방](https://i.ytimg.com/vi/9SG7xLYbfJs/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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