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네 편 내 편, 여야 없이 수사"…중립성 보장이 먼저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네 편 내 편, 여야 가릴 것 없이" 사회 지도층의 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력에 수사와 공소 기능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마땅한 주문이다. 그러나 엄정한 수사는 대통령의 말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권력도 주저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이날 국무회의에는 중수청장과 공소청장 직무대행이 나란히 참석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이어져 온 검찰·경찰 책임자의 국무회의 참석이 새 형사사법체계에서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기관 간 협력과 정책 조율은 필요하며 참석 자체를 수사 통제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고 기소해야 할 기관 책임자가 대통령 앞에서 정례적으로 보고하고 지시받는 모습은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다. 행정적 협조가 수사·공소 판단에 대한 영향력 행사로 번지지 않도록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중수청장 인선을 둘러싼 여권의 논쟁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후보자의 과거 수사와 처신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과 책임보다 '친윤이냐 아니냐'를 앞세우면 검증은 편 가르기로 흐른다. 우리 편인지부터 따지는 정부나 정치권이 '네 편 내 편 없는 수사'를 요구해서야 설득력이 있겠는가.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공수처 개편은 더욱 신중히 따져야 한다. 민주당은 7일 토론회를 열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사법·수사기관 종사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중수청이 맡도록 하는 방안이다. 수사기관 간 중복을 줄이고 공수처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권력 수사의 관할 변경은 단순한 업무 조정이 아니라 견제 구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장관의 지휘를 받는다. 그 자체로 공정한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과 여권을 수사할 때 지휘·감독 체계나 인사권이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가 이번 구상을 두고 "견제 구조의 퇴보"라고 우려한 대목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공수처의 성과와 역량에 대한 비판은 별도로 따지되 권력기관을 누가, 어떤 독립적 장치 아래 수사할지부터 답해야 한다.정부와 여당은 권한을 재배분하기에 앞서 중립성 보장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수사·공소기관 책임자의 국무회의 정례 참석을 재검토하고,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해 개별 사건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막아야 한다. 인사상 불이익으로 수사 방향을 흔들 수 없게 하고, 외압을 신고하는 절차와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인사청문회 역시 진영 논쟁을 걷어내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권력 앞에서도 같은 법과 원칙이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네 편 내 편 없는 수사"는 권력이 수사기관과 거리를 두는 데서 시작된다.
[사설]北도발에도 "북핵 112개" 유화 손짓…냉철한 인식 절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과 요구와 대화 제의를 거부한 북한이 최근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를 이어갔다. 올해만 벌써 15번째 도발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사일은 1000㎞를 비행해 목표를 타격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불규칙한 비행 궤적으로 지상 레이더 탐지와 종말 단계 요격이 어렵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대미 긴장을 높여 더 큰 보상을 받아내려는 전형적인 몸값 올리기 수법으로 보인다.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아주 잘 지낸다"며 "누군가가 핵미사일 112개를 갖고 있을 때는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부연 설명이나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지난 8월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으로 언급한 '57개'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에도 김정은을 '내 친구'라고 부르며 "그에게는 핵 능력이 있다"고 했다. 북한이 상당한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연거푸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억제력을 강화할 방안은 언급조차 않고 있다.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은 갈수록 난감한 국면을 맞고 있다. 페이스메이커를 표방하고 있지만 운신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 의지를 넘어서는 북미간 움직임, 예측불허의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지뢰폭발을 '불의의 사고'라 하고 대응 방안을 놓고 정부 내에 동맹파와 자주파가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도 영 미덥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국이 북한에는 호의적 손짓을 보내면서 우리에게는 과도한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도발 바로 전날, 백악관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과 관련해 한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더 청구하겠다"'두배로 올릴 것"이라며 거친 압박을 가했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해도 이런 식의 태도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누구 편인지 헷갈릴 정도다.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위협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미 안보 공조는 겉돌고 미국 측의 일방적인 경제적 요구만 계속된다면 동맹의 신뢰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향후 미·북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급작스럽게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되더라도, 지뢰 도발 등 우리의 안보 현안이 도외시되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된다. 한국의 이해가 배제되지 않도록 한·미 공조의 균열을 막는 동시에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응할 능동적인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막연한 낙관 보다는 냉철한 현실감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사설]금융권에 한전까지…'AI 해킹 사태' 국가시스템 위기다
지난달 28일 은행권에서 보고되기 시작한 해킹 공격이 제2금융권으로 번진 데 이어 한국전력에서도 직원의 일부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등 피해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아직은 공격자가 누군지, 어디까지가 동일 해커의 소행인지조차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시스템 취약점을 찾아내는 등 비슷한 방법으로 다수 기업을 동시다발로 공격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차원의 해킹 사태로 보인다. 확인된 공격 대상은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예가람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금융권이 다수로, 약 7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여기에 한전이 중국산 AI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 공격을 받아 직원 2만4000여 명의 이름, 소속, 전화번호 등이 노출된 사실을 4일 밝히면서 다른 분야로 사태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융 당국은 해킹의 도구로 중국산 AI인 아르텍스(ARTEX)가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 모델 중 하나다. 지금까진 기업 등의 보안 상황을 점검하는 데 많이 사용됐는데, 이번엔 역으로 해커의 침투 수단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킹 방식도 특정 회사 서버에 악성코드를 심어 정보를 빼가던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해킹한 AI는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핵심 금융망이 아니라 대출모집인, 직원 업무지원 시스템 등 외부와 연결된 약점을 찾아 개인정보를 빼냈다고 한다. 비밀번호를 5번 틀리게 입력할 경우 계정이 잠기는 걸 피하기 위해 4번까지만 시도하는 등 '지능적'인 행태가 확인됐다. 24시간 반복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여서 가능한 방식이다.금융회사들이 보안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지만, 개별 대응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안 인력과 투자가 많은 시중은행이 쉽게 뚫린 상황에서 방어능력에 한계가 있는 기관,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하길 기대하기 어렵다. 자칫 전력망을 운영하는 한전을 비롯한 기간산업 부문으로 피해가 크게 번질 경우,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의 전반을 위협하는 '국가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해킹 피해를 본 금융회사, 기업에 무거운 제재를 가하는 건 이런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보안망이 뚫린 금융회사들이 처벌에 대한 염려 때문에 피해를 신속히 보고하는 걸 꺼릴 수 있어서다. 특히 해킹 방어에 성공한 금융회사, 기업의 노하우는 더 빠르게 다른 기업에 전파돼야 한다. 미국 AI 기업들이 첨단제품 출시를 주저할 정도로 해킹 수단으로서 AI의 위험성은 현실이 됐다. 북한 등 적대세력이 중국산 AI 등을 무기로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 시스템을 노릴 가능성은 이미 우리 눈앞에 닥친 실존적 위협이다. 금융당국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군 정보사령부 등 책임과 역량을 갖춘 정부 기관들이 힘을 모아 철저하고 정교한 AI 해킹공격 방어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사설]신임 정책실장, 연속성 고려하되 바꿀 건 확실히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으로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을 임명했다. 김용범 초대 실장이 레버리지 ETF와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책임론 속에서 하차한 지 한 달만이다. 하 실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명확하다. 국정 지지율 하락 속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할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제 성과도 내야 한다.대통령의 경제 책사로도 불리던 하 실장은 물러난 김용범 실장과 함께 증시·부동산·산업 정책을 설계하고 조율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책임을 같이 묻는 대신 하 실장을 경제 사령탑으로 승진 임명했다. 경제 라인의 전면 쇄신보다 연속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읽힌다. 성기홍 홍보수석도 "기존 정책 기조를 가져간다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미 통상 협상,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등 굵직한 경제 현안의 안정적 관리를 감안할 때, 내부 인사를 발탁한 것은 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하 실장이 무엇보다 성과를 내야 할 정책은 '민생'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증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내놓은 레버리지 ETF는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년 일자리 사정도 녹록지 않다. 수출과 성장률 등 거시지표가 좋아져도 부동산과 일자리에서 국민이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성공한 경제정책으로 볼 수 없다.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청와대도 이번 인사에서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책의 연속성을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성장의 온기가 서민들에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하 실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거·일자리·서민금융을 3대 핵심 사회정책으로 제시하면서 양극화 완화를 천명했는데, 새 경제 라인을 통해 국민이 이를 체감토록 하겠다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구호나 약속이 아닌 성과다. 정책 연속성을 고려하다 비슷한 정책을 답습해선 안 된다. 정부 출범 이후의 집값과 일자리, 자본시장 정책이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필요에 따라 정책 방향과 수단을 바꾸는 결기도 보여야 한다. 하 실장이 먼저 대통령에게 정확한 현장 정보와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쓴소리도 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지층이나 정치적 이해를 의식해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을 계속 고집한다면 전임 경제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뿐이다.특히 하 실장은 대통령의 '공정 성장' 담론을 설계한 인사다. 성장 과실을 고루 나눈다는 이유로 분배 확대에 치우쳐서도 안 된다. 민생을 개선하려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북돋우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은 하 실장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이기도 하다. 부동산과 일자리 등 민생 정책에서는 이념이나 명분보다 시장에서 나타나는 실제 효과를 따져야 한다. 정책이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으면 주저 없이 수정하는 실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하 실장에게는 자신이 설계하고 추진한 정책까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가 있다. 내부 승진 인사가 정책 답습으로 끝날지, 과감한 보완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그의 선택에 달렸다. 국민은 달라진 삶으로 새 정책실장을 평가할 것이다.
[사설]수사 공백 우려 커지는데…'친윤' 공방만 할 때인가
검찰청이 78년 만에 문을 닫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과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 중수청이 2일 출범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준비는 제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수청은 정원의 66%만 채웠고, 경찰 전산망과 외부 유치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불안한 '개문발차'지만 국민의 수사 요청은 이미 시작됐다. 첫 날 오전에만 30건 넘는 고소·고발이 접수됐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다.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한 데 이어 이날 "청문회를 거친 후에 최종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사건의 재수사를 명령했다가 좌천된 이력 등을 들어 "최소한 친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의 공방은 여전하다. 김 후보자를 밀정과 나치 전범에 빗댔던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추천받은 맛집의 위생과 음식이 부실했다는 비유의 글을 다시 올렸다. 당내 다른 쪽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중수청장의 적격성은 엄정히 따져야 한다. 권력과 거리를 두고 중대범죄 수사를 이끌 능력이 있는지, 과거 부적절한 처신은 없었는지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판단 기준은 구체적 사실과 근거여야 한다. 친윤·반윤 분류나 자극적인 비유만으로는 자질을 가리기 어렵다. 검증 기준은 새로 내정된 지휘부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이들 중에는 범여권 인사의 변호인이나 특검보를 지낸 인사가 여럿 포함돼 있다.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중수청은 출발부터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다.지금은 정치적 공방에 힘을 쏟을 만큼 사정이 한가하지 않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물론 법무부와 경찰청까지 정식 수장이 없다. 기존 사건을 이관하고 새로운 업무 절차를 정착시켜야 할 시기에 지휘부 공백까지 겹친 것이다. 기관 간 관할 다툼이나 기록 이송 지연으로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준비 부족을 현장 실무자들의 노력만으로 메우려 해서도 안 된다.예정된 출범일까지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수장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국회는 인사청문 절차를 서둘러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 역시 검증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실과 문제점을 최종 판단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인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현장의 혼선을 줄이는 일은 미룰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사건 이첩과 관할 조정 기준을 명확히 해 수사 지연과 책임 떠넘기기를 막아야 한다. 인력 충원과 전산망 정비 일정도 제시하고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제도적 허점이 드러나면 보완입법에도 나서야 한다. 개혁의 성패는 간판 교체가 아니라 국민이 더 공정하고 신속한 형사사법 서비스를 받는지에 달려 있다. 정치권은 선명성 경쟁을 접고 새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사설]"韓, 알래스카 LNG 투자" 대못…원리금 지킬 장치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한국이 투자할 계획이라고 30일 발표했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우리 정부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3500억 달러 가운데 500억 달러(약 68조 원) 이상이 해당 사업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알래스카 LNG 개발은 불투명한 경제성 등의 이유로 한국 정부가 투자의사를 확정하지 않은 사업이란 점이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내의 정치적 필요성만을 고려해 한국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과 맺은 협정 덕분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발표하게 돼서 기쁘다"라고 했다. 미국 측이 밝힌 투자 대상 및 투자액은 8개 신규 원자력 발전소에 1200억 달러, 6GW(기가와트) 규모 텍사스 가스발전 시설에 200억 달러, 알래스카 LNG에 500억 달러 이상 등이다. 조선업 관련 대미투자 1500억 달러를 제외한 한국 대미 투자액의 대부분이 미국의 에너지 부문 사업에 집중되는 것이다.우리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 발표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양국이 사전에 협의한 것과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북단에서 남단까지 1300km의 파이프라인을 깔고, 이를 통해 북부 가스전에서 채굴된 천연가스를 한국, 일본 등지로 수출하는 이 프로젝트는 원리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은 고위험 사업이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워킹(working·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란 메시지를 올렸다. 투자를 위한 실무협의를 막 시작했을 뿐 확정된 게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놓고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발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거센 도전으로부터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지역인 알래스카를 방어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란 해석이 많다. 한국이 투자 의사를 부정할 경우 트럼프 정부는 대미투자를 대가로 25%에서 15%로 낮춘 한국산 제품의 수입 관세를 다시 인상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 관세가 높아진다면 한국은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받게 된다.지금 한국으로선 미국과 추가 협상을 통해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의 투자위험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게 최우선 과제다. 사업 진행 단계별로 경제성을 치밀하게 재점검하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사업성을 뒤집는 결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투자를 멈출 수 있는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우리 건설·에너지·조선·철강 기업의 참여도를 크게 높여 간접적인 이익 창출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양국이 모든 대미 투자사업을 통합해 손익을 계산하기로 한 만큼 알래스카 LNG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다른 사업에서 벌충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미국 정부가 사업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최악의 상황에선 투자계획을 전면 재조정할 길도 터놔야 한다.
[사설]'개문주차' 우려 중수청…간판보다 급한 건 수장 인선
78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대개편이 결국 수장 공백과 인력 부족, 전산 시스템 미비라는 미완성 체제로 2일 첫발을 떼게 됐다. 수사기관 내부에서는 '개문발차'를 넘어, 문은 열었지만 출발조차 못 하는 '개문주차'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법이 통과된 뒤 1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도 이런 상태로 출범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비점을 서둘러 보완하고, 초기 혼선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도 안착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가장 큰 문제는 중대범죄수사청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 중구의 청사는 지난달 30일에도 내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간판은 달았지만 직원 인사와 배치는 물론 내부 통신망, 전산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중수청 사건이 아닌 경우 경찰로 빨리 넘겨야 하지만, 형사사법정보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수작업으로 일일이 사건을 이첩해야 할 상황이다. 중수청 근무가 예정된 검사와 수사관들은 어느 지역, 어떤 부서에서 일할지도 통보받지 못했다.인력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가운데 68%인 1962명을 충원 대상자로 뽑았다. 특히 간부에 해당하는 5급 이상의 수사관 임용 예정자는 정원 30%가량인 212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가뜩이나 새로 출발하는 조직에서 경험있는 간부마저 모자라면 수사팀 지휘와 주요 사건의 의사 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중수청이 미완의 상태로 출발하면서 당장 사건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범죄 피해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중수청·공소청·경찰이 사건 접수와 이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실시간 협의 체계도 가동해야 한다. 그나마 공소청은 기존 지검장을 지방공소청장으로 임명하고,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새 체제 출범 뒤에도 90일까지 처리하도록 담당 간부를 배치하는 등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기존 조직을 이어받는 공소청과 달리 중수청은 조직과 업무 체계를 사실상 처음부터 구축한다는 점에서 출범 초기의 부담이 더 크다. 이를 지휘할 중수청장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그러나 중수청장 인선은 후보자를 뽑아 놓은 상황에서 계속 지연돼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 출신인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해 여권과 지지자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3주 넘게 장고를 거듭했다. 그러다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처음으로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수사기구 책임자에 검사 출신을 쓰지 말라는 것은 중수청을 망치자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반대자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후 청와대가 브리핑을 하고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라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인사청문 요청안을 곧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인사 절차를 다시 밟게 된 것은 다행이다. 국회도 정파적 공방보다는 수사 전문성과 조직관리 능력, 정치적 중립성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중수청장 인선과 조직 정비가 늦어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조직 정비에, 국회는 인사 검증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사설]'자작극'이라는 北, DMZ '요새화'부터 중단시켜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난달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에 대해 북한이 29일 "이 사건은 자작극"이라며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위협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나섰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28일 '폭발 원인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고 발표하자 북한은 바로 다음 날 '도발의 장본인들은 자작광대극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담화를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담화는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에 대한 지뢰매설에 대해서도 "우리 군은 '국경선'을 넘은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합참은 현장 조사를 통해 MDL 이남 남측 지역에서 모두 4발의 북한군 '수지 반보병 지뢰(플라스틱 대인 지뢰)'를 추가로 발견했다. 해당 지뢰는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설돼 있어, 유실된 것이 아니라 북한이 MDL 이남에 의도적으로 매설한 것으로 판단됐다. 유엔군 사령부는 30일 이번 지뢰 폭발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했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김여정이 담화에서 "10여 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며 과거 총정치국장 명의로 유감을 표명했던 사건까지 조작이라고 우긴 점이다. 2015년 사건 당시 우리 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에서 북한의 황병서 총정치국장 및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 만나 나흘간 협상을 벌였고, 결국 북측의 책임 인정과 유감 표명을 받아냈다. 자신들이 유감을 표명했던 사건까지 이제와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이번 지뢰 사고에서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토대로 북측의 책임 인정과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 조치를 지속해서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북측의 'DMZ 요새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도발 중단도 함께 압박해야 한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전쟁 중에 있는 적대적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이래 남북의 군사적 기준선인 MDL을 이른바 '국경선'으로 부르고, DMZ 요새화와 장벽 건설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 MDL 이남 우리측 지역에 다수의 지뢰까지 매설해 우리 군인에게 부상을 입히기에 이르렀다. 이는 이번 지뢰 사고와 북한의 담화가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고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정치 공세의 연장선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그동안 단호한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 대해 군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은 필요한 조치다. 이제 'DMZ 요새화'의 중단을 북측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국제사회 공론화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압박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할 필요가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냉정하되 당당한 원칙을 보여줘야 국가적 자존과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김정은의 추가적인 오판도 막을 수 있다.
[사설]"한국은 'AI 풀스택' 자산 부국"… 우리의 강점 제대로 살리자
인공지능(AI) 대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고루 갖춘 한국이 'AI 풀스택(Full Stack) 전략' 추진에 최적화된 나라이며 이를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풀스택'이란 반도체 등 하드웨어부터 대규모언어모델(LLM), 최종 소비자가 사용하는 AI에이전트, AI를 돌리는 데이터센터 등 AI의 전 생태계를 통합 계열화하는 것을 뜻한다. 반도체·로봇의 개발 및 생산능력, 전력설비·건설 부문 경쟁력, 풍부한 제조업 현장 데이터 등 우리 경제의 AI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고 충분히 키워낸다면 한국이 AI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의미다.동행미디어시대 주최로 30일 열린 '시대포럼-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에 발표자로 나선 AI 분야 기업인, 전문가들은 "AI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대부분 갖춘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서 앞서있지만 이를 현실에 구현할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미국이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메모리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보다도 한국이 종합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NPU 전문기업 리벨리온의 신성규 부사장은 AI 추론 단계에 필요한 NPU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열려 있다고 소개했다. AI 모델 구축 단계에서 필요한 GPU는 미국 엔비디아가 여전히 압도적 선두이지만, 향후 AI 산업의 수익 대부분을 창출할 'AI 에이전트'용 추론 반도체 산업은 초입 단계에 있다. 이 분야에서 한국과 경쟁할 곳은 미국, 중국의 몇몇 기업에 불과하고, AI 수요 대비 추론 반도체 등 연산자원 공급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병목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게다가 이 분야를 뒷받침할 메모리 반도체 1,2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다.중국이 치고 나가고 있는 피지컬 AI 산업도 한국에 불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피지컬AI 전문기업 리얼월드의 최수환 전무는 글로벌 피지컬AI 산업이 이제 막 출발선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피지컬AI의 성능을 좌우할 제조업 근로자들의 현장 데이터 면에서 한국에 견줄만큼 광범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제조업 현장의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점마저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AI의 도입 속도를 높이기엔 괜찮은 조건이란 분석이다.세계적으로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는 AI 데이터센터(AIDC) 건설에서도 한국의 강점은 두드러진다. 품질 좋은 전력을 대규모로 통합 공급할 수 있는 전력망, AI를 대규모로 활용할 국내 산업 생태계, 중국·일본·아시아 등 서비스 수요처와의 거리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 AIDC 산업의 최적지 중 하나란 게 이영탁 SK텔레콤 AI정책연구원 부사장의 설명이다. 삼성물산 전영순 데이터센터 사업그룹장은 철저한 품질 관리, 공기 준수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인프라 건설 능력이 AIDC 분야를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한국이 AI 대전환 시대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사실과 이를 종합적인 국가 경쟁력으로 실제 키워낼 수 있느냐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될 성 부른 NPU 기업, 피지컬AI 기업에 국가적 연구개발(R&D) 지원을 집중하고, 대형 AIDC를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일구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는 등 'AI 풀스택'을 조성하고, 조율할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설]'부캉이'는 돌아가더라도…달라진 바다, 대응도 달라져야
부산 북항의 친수 공원에서 보름 가까이 머무는 상어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해양 당국은 1차로 부캉이에게 물줄기를 쏘면서 바다로 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후속 작전으로 그물을 특별 제작한 뒤 다음 달 2일께 수로에 설치하고, 그물 반대편으로 부캉이를 유인해 내보낼 계획이다. 당국의 귀환 작전 현장에는 어김없이 많은 시민이 몰려 응원했다. 그동안 60만명이 부캉이를 보기 위해 북항을 찾았다고 한다. 부캉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 언론에도 소개됐고, 부산시는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눈앞에서 대형 상어를 볼 수 있다는 진기함이 전국적인 부캉이 신드롬을 불렀다.그러나 부캉이의 등장과 퇴장을 구경거리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한반도 해양 생태계에 경고를 울리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당장 상어만 해도 언제 또 다른 부캉이가 나타날지 모른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들어 동해안에서 대형 상어의 출현이 46건에 달해 전년보다 3.8배 늘었다. 수산과학원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물놀이에 유의하라는 경고성 자료를 내기도 했다. 전에 없이 상어가 출몰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세계적인 온난화로 한반도 해역의 수온이 높아지고, 따뜻한 물에 사는 고등어와 참다랑어가 북상하면서 이를 먹이원으로 삼는 상어까지 늘었다. 올 2분기 동해의 바다 표면 온도는 16.3℃로 전년보다 1.9℃ 높아졌다. 우리 바다에 아열대성 해파리의 유입까지 늘고 있을 정도다.바다의 생태 지도가 변화하면 우리 생활에도 바로 영향을 미친다. 먼저 어종과 어장이 달라지면서 어업과 양식업 기반이 흔들려 지역 경제에 파장을 줄 수 있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0년대 연간 151만톤에서 현재 92만톤 수준까지 줄었다. 특정 어종에 대한 과도한 포획이나 어업 인력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어종 변화도 빼놓을 수 없는 중대한 요인이라는 것이 수산과학원의 진단이다. 또 이번 부캉이 사례에서 보듯 바닷물 온도 상승은 해안 친수 공간의 관리와 해양 레저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양 당국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청상아리, 청새리상어 등의 출현이 계속 증가한다고 우려한다.우리가 간과하는 사이 바다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가 깊숙이 진행 중이라면 해양 정책도 더욱 치밀해져야 한다. 미래의 수온 상승을 걱정하는 데 그쳐선 안 되고, 어종의 이동을 더욱 정밀하게 관측할 필요가 있다. 변화한 어종에 맞춰 어민들이 조업 방식과 양식법을 전환할 수 있게 지원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아울러 상어나 독성 해파리처럼 해양 레저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의 출현도 새로운 위험 요소로 관리해야 한다. 부캉이가 무사 귀환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일회성 에피소드로 소모해선 안 된다. 바다의 변화가 산업과 안전, 지역 경제와 국민의 일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부캉이는 곧 돌아가겠지만, 바다의 경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설]'공공성' 큰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 노사만의 문제인가
내년 4월부터 시중은행 영업점이 오전 9시가 아닌 9시 30분에 문을 열게 될 전망이다. 은행권 노사가 평일 정규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는 걸 골자로 하는 단체교섭안에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루 대면 영업시간이 7시간에서 6시간 반으로 줄면서 은행원의 업무 부담은 덜게 됐다. 하지만 오전 일찍 은행 일을 보고 출근하려는 직장인 등의 불편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은행 개점 시간을 9시 반으로 늦추고, 올해 총액 임금 인상률을 3%로 하는 데 28일 잠정 합의했다. 업무 마감 시간은 오후 4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고객들로선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30분 짧아진다. 금요일에는 은행 노사가 작년 10월 합의한 '1시간 조기 퇴근제'에 따라 고객 응대 마감 시간이 30분 더 앞당겨진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1년 7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영업시간이 한시적으로 준 적이 있지만, 정규 영업시간 7시간 체제가 바뀌는 건 은행권에 토요 휴무가 도입된 2002년 이후 약 25년 만의 변화다.오전 9시 은행 점포 문을 열려면 직원들은 9시 이전에 출근해 준비할 수 밖에 없고, 이런 관행을 바꾸려면 개점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노조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고객 감소를 이유로 은행들이 점포 수를 축소한 탓에 점포당 방문객이 늘고, 대면상담 대기시간은 길어진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줄이는 데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벌써부터 "은행은 반차, 연차라도 내야 갈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란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스마트폰, PC를 이용한 '디지털 뱅킹'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이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불편을 집중적으로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은 민간 기업이지만 공공성이 크다. 정부 인허가를 받는 산업으로서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정부 정책에 따라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는 은행들이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노사 합의만으로 영업시간을 뚝딱 단축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9시에 문을 여는 대다수 정부, 공공기관과 은행 개점시간 사이에 시차가 벌어질 경우 업무 처리과정에서의 효율성 저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증가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노조에 친화적인 현 정부의 기조를 의식해 은행들이 노조 측 요구를 쉽게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 임직원이 올해 상반기에 받은 평균 급여는 전년 동기대비 12.6% 증가한 7150만 원으로, 연봉으로 따지면 1억 원을 크게 넘어선다. 최상급 처우를 누리면서 소비자 편익 감소는 도외시하는 은행 노조의 행태를 보는 국민 눈길이 고울 수 없는 이유다. 영업시간 단축에 최종 합의하기에 앞서 은행 노사는 새벽이나 심야, 주말에도 운영하는 영업시간 탄력점포 확대, 점심시간 창구 직원 충원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대안부터 먼저 제시해야 한다.
[사설]폭발지점 1m 옆 北지뢰 발견…조사·대응 모두 원칙대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폭발 원인을 북한군의 지뢰라고 사실상 공식화했다. 강 장관은 29일 문제가 된 지뢰는 유실된 게 아니라 국경요새화와 관련해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추정된다며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언제 지뢰를 심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도 이날 국회 현안보고에서 "폭발 지점 약 1m 떨어진 곳에서 북한 플라스틱 대인지뢰 1발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합참은 전날엔 부상 장병들의 장구류에서 북한이 주로 쓰는 TNT 성분과 갈색 이물질이 검출됐고, 아군 지뢰에서 나올 법한 철제 파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종 조사에서도 북한 소행으로 결론난다면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군사분계선 일대의 국경선화와 요새화 작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우리 장병의 생명을 위협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전협정과 군사분계선 관리 원칙을 훼손하고 우발적 충돌 위험을 높이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유엔사와 협조해 신속·철저한 조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진상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군은 북한군 지뢰로 확정되면 모든 책임이 북한에 있으며 합당한 상응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연한 원칙이지만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북한이 새 지뢰를 고의로 매설한 것인지, 기존 지뢰가 유실·이동한 것인지와 추가 위험 지역의 존재를 철저히 확인하고 그 결과에 맞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남북관계나 북·미 대화 등 외교적 부담을 의식해 대응이 소극적으로 비친다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뿐이다. 도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추가 도발도 막을 수 있다. 그것이 불필요한 긴장은 피하면서도 평화를 지키는 원칙적 대응이다.일각에서는 사고 엿새 뒤 현장 조사가 이뤄진 배경을 두고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일정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청와대는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군사적 판단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조사 시점의 적절성은 별도 확인할 사안이지만, 중요한 것은 안보 현장에서 정치·외교적 고려가 우선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군은 조사 경과를 투명하게 설명해 불필요한 의혹을 차단해야 한다.더 시급한 과제는 재발 방지다. 북한의 지뢰 매설과 장애물 설치가 상시화하는 상황에서 최전방 수색·경계 작전의 위험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위험 지역 재조사, 정밀 탐지 장비 보강, 안전 수색로 확보, 장병 교육과 보호장비 점검을 서둘러야 한다. 강한 대북 메시지도 현장 장병의 안전이 담보될 때 설득력을 얻는다.정치권 역시 이번 사태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근거 없는 억측과 극단적 언사로 안보 사안을 정략에 이용하는 것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정치권은 군과 유엔사의 최종 조사 결과를 냉정하게 검증하되, 오직 국익과 국민 안전이라는 원칙 아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사설]대법관·인사·내란 특수본…대통령 정치력 주목한다
5박 7일간의 미국·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지난 27일 밤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여러 난제들이 쌓여 있다.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대치,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선과 법무부 장관 등 후속 개각, 그리고 야당이 강력 반발하는 '내란 특수본' 설치 논란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풀 수 있는 게 없다. 여러 현안이 얽히며 정국이 어수선한 만큼 앞으로 대통령이 보여줄 행보에 대해 국민적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충돌 위기는 시급하고 엄중한 현안이다.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 대법원장은 28일에도 "(청와대의) 요청 자체가 '재제청하라'고만 왔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조 대법원장을 국회 법사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는 임명권의 우위를 주장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성과 제청권을 지나치게 흔드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대화로 이견을 좁히는 유연한 정치력이 절실하다.청와대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에 따른 '2실장 공석' 사태와 내각의 공백을 메우는 일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특히 내달 초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법무부 장관 자리를 오래 비워두는 것은 곤란하다. 검찰 출신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은 여권 강경파가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난기류에 휩싸여 있다. 이런 혼란 상태가 길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휘부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판단도 미룰 일이 아니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넘겨진 사건들을 처리하기 위해 청와대가 검토 중인 '내란 특수본'은 정국의 화약고다. 여권 핵심 지지층의 개혁 요구를 수용하고 결집을 꾀하겠다는 포석이겠으나, 이미 두 차례 특검 수사가 이뤄진 상황에서 특수본을 또 출범시키는 것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수본을 출범시킬 경우 조 대법원장을 표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여기에 DMZ 지뢰 폭발 사고,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논란 등 안보 이슈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국 안정은 필수적이다.부동산 등 민생경제 여건은 더욱 엄중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에 3%대 경제성장률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고물가와 고금리로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이 대통령은 국내 현안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외 순방 성과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퇴색될 수밖에 없다. 임기응변식 돌파나 지지층 결집만을 노린 무리수는 정국을 더 깊은 늪으로 빠뜨릴 뿐이다. 지지율을 회복할 왕도는 없다.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꼬인 현안을 하나씩 풀고 민생에서 성과를 쌓아가는 것, 그것이 국정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사설]농민 불안 남긴 농지법 보완책…'경자유전' 유연성 높여야
지난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농지 전수조사, 개정 농지법 시행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폭증하자 정부 여당은 "투기 목적이 아닌 관행적 위반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지법 위반으로 농지 가액의 4분의 1을 매년 이행 강제금으로 물리는 건 투기 목적이 분명히 입증된 경우로 한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혹시 모르니 땅을 처분하겠다"는 농민들이 많아지면서 농지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지조사 등과 관련한 농촌 사회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연휴 기간 중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방송, 유튜브 채널 등에 잇따라 출연해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한 농민들의 '오해'에 대해 해명했다.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 명의로 부동산업을 영위한 경우 등 투기가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처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농민이 질병 등으로 휴경한 땅, 상속으로 물려받은 1ha(헥타아르), 3000평 이내의 땅은 임차농에게 빌려주더라도 불법이 아니며 처벌 대상이 아니란 점도 강조했다. 해외 순방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도 24일 "농지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며 조사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도 "오해는 말아 달라. 농사를 짓다 고령으로 못 짓는 경우나 상속받는 농지는 대상이 아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경미한 위반혐의에 대해서는 농지 처분조치 등을 유예하는 내용의 '특별조치법'을 연내에 제정해 내년 1분기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문제는 이런 해명으로도 농민들의 놀란 가슴을 달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불안해서 직접 농사 짓겠다"는 땅 주인이 늘면서 계약서를 안 쓰고 수십 년째 빌린 땅을 경작하던 임차농들이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예외 인정을 받지 못하는 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에 맡기거나 팔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예산제약 등으로 인해 농지은행이 농지를 사주는 데까지 3∼4년씩 걸리는 경우가 허다해 농민들 불안을 떨쳐내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번 사태는 농지 소유주와 경작자의 분리가 심화한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만 강조하며 급하게 농지법을 개정해 시행한 데서 비롯됐다. 고령화, 이농, 상속으로 불법 임대의 경계선에 놓인 땅이 많은 상황에서 지난달 시행된 개정 농지법은 이전까지 지방자치단체장 재량에 맡겼던 위법 농지 처분조치를 의무로 바꿨다. 문제를 풀려면 헌법 121조 1항 경자유전 원칙을 시대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121조 2항은 '농업 생산성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기는 차단하면서도 비농민, 민간기업이 농지를 활용할 길을 넓히는 쪽으로 법을 고쳐 거래, 임대를 활성화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사설]우크라 北 포로 송환, 우리 국민도 '알권리'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가 생포된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을 놓고 한·우크라이나 정부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며 외교 마찰로 번지고 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전격 공개하자, 청와대는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측은 "비밀유지 약속을 한 적이 없으며, 포로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청와대는 사안의 민감성과 당사자의 신변 안전, 그리고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비공개 처리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포로의 안전을 위해 보안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단순한 탈북민 귀순과는 궤를 달리한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해 국제 전쟁에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포로가 대한민국의 관할권 안으로 들어오는 전례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측의 공개로 송환 사실 자체가 만천하에 알려진 마당에, 정부가 여전히 "일관된 원칙에 따른 비공개"만 되풀이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북한군 포로의 존재는 이들이 작년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뒤 젤렌스키 대통령이 생포 사실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이들이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신병 처리 문제에 관심이 집중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장고 끝에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결정한 것은 이들의 귀순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도주의 원칙을 우선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동맹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안보 차원의 극비 사항이나 포로 개인의 신변에 직결된 핵심 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되, 대외적인 원칙과 송환의 기본 사실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사전 조율 과정에서 왜 이러한 엇박자가 발생했는지 외교적 소통 과정을 짚어보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추가 북한군 포로 문제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원칙도 제시해야 한다. 설령 이 과정에서 북한의 무리한 요구가 있더라도 당당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정부는 '비공개 약속 위반'이라는 지엽적인 논란에 매몰돼 우크라이나와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가 중심을 잡고, 공개할 것은 당당하게 공개해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투명한 안보 행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국민도 최소한의 '알권리'는 있다.
[사설]DMZ 사고, 엿새 지나서야 현장조사 나선 軍
육군 25사단 관할의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21일 지뢰 추정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 있다. 군 당국은 27일 유엔군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조사에 나서 사고 지점 인근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셌지만 사고 발생 엿새 만에야 현장 주변까지 진입한 것이다. 현장조사 착수와 별개로 정확한 사고 지점과 원인, 북한군 관련 가능성 등 핵심 의문에 대한 규명은 계속 늦어지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논란을 자초한 것은 명쾌하지 않은 군의 설명이었다. 사고 다음 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질문이 쏟아졌지만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사고 지역에서 과거 북한군이 분계선을 넘은 정황이 있었는지 등 이미 파악하고 있어야 할 사안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부상자 수를 3명에서 2명으로 번복하는 혼선도 빚었다. 신속한 증거 확보를 위해 필요한 현장조사가 늦어지면서 정치권에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커졌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유엔사가 사고 직후 현장조사와 자료 제공을 요구했으나, 우리 군이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실이라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군이 설명해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명확한 근거를 들어 반박할 일이다.군은 작전상 보안 필요성과 신중한 현장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현장조사의 경우 사고 지점 주변에 수색로가 확보돼 있지 않아 2차 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입장을 보였다. 군사 보안과 조사단의 안전 때문에 모든 정보를 즉각 공개하거나 당장 사고 지점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그렇더라도 현장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에만 엿새가 걸렸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군이 즉각적인 현장조사 여부에 대한 자율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청와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흑막이 있거나, 감추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여당은 야당이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뢰 사고로 우리 군인이 사고를 당했다면 사실대로 밝혀야 우리 국민이 이해한다"고 했다.정치권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자제해야 하고, 이를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와 군이 신속하게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이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안보 사안이라고 해서 설명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불안과 억측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개 가능한 사실은 빠르게 밝히고, 공개하기 어려운 사안은 그 이유라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러자면 장병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아래서 사고 지점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사설]'친여' 檢 총장 대행의 공소취소 언급, 적절했나
이정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 겸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3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가능성에 대해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를 두고도 절제된 기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발언만으로 공소취소 방침을 예고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 수장의 첫 공개 발언인 데다 민감한 정치 현안과 맞물린 사안이어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6월 검찰 인권침해와 권한 남용 조사를 위해 검찰미래위를 출범시켰다. 미래위 요청에 따라 설치된 진상조사단은 대장동·대북송금 등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8건을 포함해 모두 19건을 조사하고 있다.이 차장의 언급이 원론적 답변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그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현 정부 요직을 거치며 친여 성향으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4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대북송금 수사에 대해 "매우 잘못된 수사 방식"이라고 지적하며 사과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 사흘 만에 원포인트 인사가 이뤄진 점도 검찰 안팎의 의구심을 키운다. 진상조사를 명분으로 공소취소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차장은 초대 공소청장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이런 흐름은 최근 대통령 기자회견과도 맞물려 있다. 이 대통령은 조작기소 특검법의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며 논란과 거리를 두는 듯 했다. 그러나 동시에 "저로서는 알고 있는 진상이 있다"며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낙마하기는 했지만 여당 '공소취소 모임' 대표를 지낸 김승원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공소취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공소취소는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다. 명백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확인됐을 때 예외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특히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이라면 더욱 엄정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결론을 정해 놓은 듯한 인상을 주거나 정치권 요구에 따라 절차를 서두른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형사사법 제도의 신뢰는 크게 흔들린다. 민심의 시선도 냉정하다. 23일 공개된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소취소 논란이 지목됐다. 범여권 내부에서도 특정인을 위한 제도나 절차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이를 단순한 정치 공세로 치부해선 안 될 이유다.이정현 차장은 취임 일성으로 검찰은 "누구의 편도 아닌 국민의 편"이라고 했다. 지금 검찰에 필요한 자세도 바로 그것이다. 그가 추후 공소청을 지휘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진상조사는 사실과 법리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공소 유지 또는 취소 여부도 오직 증거와 절차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권력과 연결된 사건일수록 더 엄격한 절차와 절제가 법치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대통령과 여권 역시 그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사설]"핵동결-제재 맞교환"… 실패의 교훈 되새겨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과 우라늄 농축 재처리, 조선 분야 협력 등 양국 간 현안이 폭넓게 다뤄진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미·북 대화 등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 의지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밝혔고, 양 정상은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했다.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자신의 '북핵 3단계 해법'을 구체화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먼저 '중단(동결)'시킨 후, 단계적 '감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자는 구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일거에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게 만들 뿐"이라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대북 제재와 북한의 추가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거래가 현실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장기간 교착된 북핵 문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실용주의적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 북한이 매년 10~20기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무작정 '선(先) 비핵화'만을 되풀이하며 협상의 문조차 열지 못한다면 그 사이 북핵 위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달리는 차의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차를 세워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비유처럼 추가적인 핵 능력 증강부터 멈춰 세우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구상에는 현실적 측면이 있다.그러나 이러한 단계적 접근법이 지닌 위험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과거 북핵 협상의 실패가 주는 교훈도 무겁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2000년대 6자회담의 역사가 증명하듯, 북한은 동결의 대가로 보상만 챙긴 뒤 검증 과정에서 비협조로 일관하며 합의를 파기해 왔다. 만약 이번에도 북한이 일부 시설의 동결만으로 제재 완화라는 실리를 챙긴 후 최종 비핵화 단계에서 발을 뺀다면, 자칫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만 묵인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이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두고 "어차피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언급한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비록 북한과 중·러와의 밀착으로 제재의 틈새가 커졌지만, 대북 제재는 여전히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당기고 무분별한 핵 질주를 제어할 최소한의 브레이크이자 우리 외교의 핵심 지렛대다. 이를 정부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국제 공조를 약화시키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현재 북한의 태도가 극도로 냉랭하다는 점도 정부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게 한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남북 대화를 원천 차단하고 있으며, 22일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극초음속 미사일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결국 평화를 향한 실용적 해법은 철저히 단단한 안보 현실 위에 발을 붙여야 한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 재개의 여건을 조성하되, '동결'이 결코 최종 목적지가 아닌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중간 정거장이어야 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울러 협상력의 원천은 견고한 한·미 동맹과 빈틈없는 독자적 방위 역량에서 나온다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검증 없는 성급한 양보는 경계하고, 정교하고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이 절실하다.
[사설]조희대 재제청 거부, 헌법기관 파국 언제까지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끝내 정면충돌로 번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2일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에 대해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곧바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인식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사법부 수장과 청와대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사태는 국민에게 큰 걱정을 안긴다. 여당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고, 야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치권마저 진영 대결에 가세하고 있다.갈등의 출발점은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가운데 대법원장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하자, 청와대는 실질적 협의가 없었다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대법원장은 후보 제청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이 무력화돼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두 기관의 권한 범위와 재제청 절차를 두고 법률적 견해가 엇갈릴 수는 있다. 그렇다고 헌법적 쟁점을 기싸움과 여론전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무엇보다 양측의 대치 속에 대법관 공석이 200일을 넘겼다. 대법원은 대법관 1인당 연간 수천 건의 사건을 심리하고 처리하는 과중한 구조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상고심 지연과 업무 부담은 커지고, 그 피해는 신속한 재판을 받아야 할 국민에게 돌아간다. 어느 쪽도 자신들의 '원칙'을 내세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뒤로 미룰 명분은 없다.헌법이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부여한 것은 어느 한 기관이 우위에 서라는 뜻이 아니다.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면서도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임명 절차를 작동시키라는 취지다. 권한은 상호 견제를 위한 것이지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제청권이 절대적인지, 대통령에게 반려와 재협의의 권한이 있는지를 섣불리 단정하기보다 헌법의 취지에 맞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권한 충돌을 조정할 절차와 소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선 직후 공개 충돌이 벌어진 것도 유감스럽다. 외교·안보 현안에 집중해야 할 때 국내 최고 헌법기관 간 대치가 또 하나의 국정 부담으로 더해졌다. 그렇다고 대통령 귀국 때까지 대법관 공석 문제를 마냥 방치할 수도 없다. 청와대와 대법원은 비난과 압박을 거두고 실무 협의부터 복원해야 한다.청와대는 재제청 요구의 구체적 사유와 법적 근거를 분명히 밝히고, 대법원은 제청권의 독립성을 지키되 협의의 문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 기존 후보군을 둘러싼 이견이 끝내 해소되지 않는다면,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보다 폭넓은 추천과 검증 절차를 밟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어느 한쪽의 뜻을 관철하는 길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절차를 다시 세우는 길이다. 헌법기관 간 강 대 강 대결에 승자는 없다. 사법 공백을 끝내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청와대와 대법원이 먼저 져야 할 책임이다.
[사설]DMZ 지뢰 참사, 북한 책임 드러나면 엄중 대응해야
서부 전선 비무장지대(DMZ) 남측 지역에서 지난 21일 지뢰로 의심되는 폭발이 발생해 군 간부 3명이 다쳤다. 그중 수색대대 대대장(중령)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DMZ 내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이 발목 절단 수준의 중상을 입은 것은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 이후 약 11년 만이다. 나라를 지키다 날벼락 같은 참사를 당한 장병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군 당국은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후인 2024년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지뢰 지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발생한 육군 1군단 예하 25사단 관할 구역에서는 지난해부터 북한군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 지점이 남북을 가르는 MDL에서 50m 안팎의 가까운 곳이라는 점도 지뢰가 북한제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전문가들은 강력한 파괴력도 우리 측 지뢰가 아닌 북한 목함지뢰(PMD-57)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큰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발목이 절단된 대대장이 폭발 당시 지뢰 덧신을 신고 있었다. 지뢰 덧신을 착용한 상태에서 우리 측 지뢰를 밟았다면 발목 절단 수준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 폭우로 떠내려 온 지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참이 앞서 "지난 7월 폭우로 북한군의 DMZ 매설 지뢰 일부가 유실된 정황이 있다"고 했던 점이 설득력을 더한다.만약 이번 사고가 북한군의 의도적인 지뢰 도발로 밝혀진다면 이는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배한 중대 범죄이자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안보 위협이다. 정부와 군은 조사 결과에 따라 북한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도발에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만 추가적인 대남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 접경 지역의 경계·감시 태세를 전면 재점검하고 장병들의 안전을 확보할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8월 북한군이 몰래 매설한 목함 지뢰로 우리 군 2명이 다리 및 발목 절단 사고를 당했을 때 끝까지 북한에 책임을 물어 유감 표명 및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냈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이번 사태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 관계를 풀어가려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 상당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이나 미·북 대화 재개를 지원하려는 정부의 구상이 자칫 첫걸음도 떼기 전에 큰 악재를 만났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원칙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감정적 맞대응으로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지 않도록 안보 상황을 냉철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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