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성 접대'로 나라 망신 축구협회, 뿌리부터 뜯어고쳐야
대한축구협회가 조중연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 사이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올림픽 예선 및 A매치 평가전 등 7경기 때 외국인 심판진과 경기 감독관 10여 명을 상대로 성 접대를 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미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에서 이런 정황이 드러났지만, 오랫동안 묻혔다가 지난 6일 언론 보도로 뒤늦게 공개됐다. 당시 축구협회가 법인카드로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 등의 비용을 결제하고 '심판 마사지' 등으로 항목을 위장해 부회장 등의 결재를 받아 정산한 사실이 문건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은 성 접대를 받은 외국인 심판이 관장한 경기에서 쿠웨이트 등을 상대로 5승 2무의 무패 행진을 계속했다. 특히 주요 대회 본선 진출이 걸린 예선 경기에선 2승 1무의 성적을 거뒀다.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 오만전을 2-0으로, 카타르전을 0-0으로 각각 마치면서 최종 전적 3승 3무로 본선에 오른 당시 홍명보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은 런던에서 동메달을 땄다. 물론 이런 성적 자체를 성접대와 연결해 단정할 수는 없다. 당시 대표팀의 객관적 전력과 선수들의 기량, 팀워크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거둘수 있는 성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축구는 이변이 속출하는 스포츠이고, 심판의 공정성은 경기 결과에 대한 신뢰를 떠받치는 절대적 전제다. 그 심판에게 경기를 전후로 부적절한 향응을 제공했다면 실제 판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와 별개로 경기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성 접대 의혹은 이미 전 세계에 보도돼 스포츠의 근간인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한 사건으로 비난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공들여 쌓아온 소중한 성과가 폄훼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자칫 2012년 런던올림픽의 동메달은 물론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의 4강 신화도 구설에 오를 수 있다. 행여나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이미지 관리가 필요하다. 이제 축구협회는 경기장 안팎의 행정 논란에 이어 대내외적인 신뢰 회복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해체 수준의 과감한 자정과 개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국내외에서 설 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오래전의 일이다''몰랐다'는 말로 변명하기엔 사안이 너무도 심각하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색출 및 인적 쇄신, 그리고 뼈를 깎는 자정과 개혁이다. 아울러 2016년 문광부 감사에서 드러난 성 접대 정황이 그동안 묻힌 경위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설]그린벨트 해제-재건축·재개발, 양자택일할 문제인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법론을 놓고 공공주도 개발을 강조하는 정부·여당과 재건축·재개발에 무게를 둔 서울시가 충돌하고 있다. 개발제한지역(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택지를 확보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로 임대·분양 주택을 짓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집 지을 땅을 확보하기 힘든 만큼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을 대폭 늘리자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회의'를 주재하며 국토교통부 등이 준비 중인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보고받았다.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이 대책에는 공공 주도로 수도권 핵심 유휴부지에 주택 6만 채를 짓기로 한 '1·29 대책'에 더해 서울과 수도권에 5만 채의 주택을 추가로 짓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경기 과천경마장 등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이날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촉진을 주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대통령실에 전달한 '정비사업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최근 3년간 서울 주택 공급의 90% 이상을 민간사업이 담당했다는 점, 3년간 준공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주택 수가 사업 전보다 36.4% 늘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난달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이 재건축·재개발의 공급 확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오 시장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문제는 정부과 서울시 등의 엇박자 때문에 주택공급 논의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다시 꺼내든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과거 지역주민 등의 반발에 부딪쳐 실패한 적이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의 동의와 협조가 없다면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 서울시가 중시하는 정비사업도 건축비 등이 크게 올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속도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자연환경을 지키고, 미래세대가 활용할 땅을 남겨두기 위한 그린벨트 보전 노력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녹지로서 보전가치를 상실한 그린벨트의 일부를 해제해 청년·서민을 위한 주택을 짓는다는 데에는 공감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공급의 발목을 잡아온 것도 사실이다.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자기 주장만 고집하느라 수도권 주택공급을 늘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설]'엇박자' 당연시하는 노동부 장관…부처 논리 넘어서야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6일 관훈토론회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주주와 투자자가 배제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주와 투자자의 기여를 통해 기업이 성장했는데, 이들을 제외하고 성과급 배분을 논하는 것은 '주주 자본주의'의 근본을 훼손한다는 취지다. 이를 막기 위해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개정해 주총 통과를 성과급 배분의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겠다는 것이다.영업이익의 분배 요구가 갈수록 확산되고 논란도 커지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 지급을 제도화하라"고 요구하면서 논쟁이 촉발됐다. 영업이익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경영상 판단의 영역인 만큼, 이를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런 요구가 쟁의 대상인지 여부를 명확히 가리는 대신 조정과 중재 등에 적극 나섰고, 협상 타결로 N% 성과급 지급의 선례가 남게 됐다.영업이익 성과급 지급에 대한 주총 의결 추진을 계기로 산업부와 노동부 간의 잇단 엇박자 문제를 새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부는 "기업 이익은 미래의 성장 동력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반도체 이익을 초과 이익으로 규정하고 '사회연대임금' 도입을 주장하며 하청업체와 성과를 나누자고 강조해왔다. 최근엔 '주 52시간제 예외'를 놓고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산업부 장관은 6일 토론회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메가 특구에서 52시간제 적용의 예외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 장관은 같은 날 유튜브 방송에서 "52시간 예외가 없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엄청난 이익을 낸다"며 반대 취지의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메가 특구 등과 관련해 부처 간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에 대해 "엇박자가 안 나오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그러나 노동부 장관의 이런 태도는 국무위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 장관이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장관이 된 이상 역할은 달라진다. 노동계 이해를 대변하는 데 그쳐선 안 되고, 국무위원이자 국정의 공동 책임자로서 산업 경쟁력과 근로자 보호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이 이익을 낸다는 사실만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기술 경쟁과 업황 변화가 극심한 산업에서는 오늘의 이익이 내일의 경쟁력을 보장하진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영업이익 배분 문제가 과연 쟁의의 대상인가. 아닌 쪽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는 등 반도체 영업이익 배분을 둘러싼 논란이나 초과 세수 활용 문제, 호남 반도체 신속 추진 등에 대해 국정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부처 장관은 그 틀 안에서 정책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보완해야 한다. 엇박자를 당연시할 수 없는 일이다.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목소리를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국민 전체의 이익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당장의 부처 논리나 이해관계에 갇힌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근로자이고 국민이다.
[사설]합수본 '수사 공백', 중수청 '인력난'…두 달 앞인데 첩첩산중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 시행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곳곳에서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기된 '합동수사본부' 운영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마약·금융증권 등 9개 중대 범죄에 대해 합수본을 가동하고 있다. 검사의 지휘 아래 피의자 검거와 신병 처리 등을 유기적으로 공조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현행 방식의 합수본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이날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두 부처 장관에게 합수본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일체의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며 현행 합수본 운영이 어렵다고 답했다. 반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을 묶는 새로운 합수본 구성이 가능하다며 "검사가 직접 수사를 못 하더라도 의견은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제도 시행 전까지 합수본 운영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형사사법 체계의 허점을 인정하고 보완책 마련을 지시한 셈이다.합수본 운영은 중대 범죄 대응과 국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새로운 제도 시행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존폐 여부부터 고민하는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질의 과정에서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읽어보지 않았다"고도 했다. 여당 강경파 주도로 처리된 개정안에 우회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면 법안 통과 이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어야 했다.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에도 마약·금융범죄 등 5개 분야의 합동수사과가 설치된다. 그러나 공조 방식이 애매하고 비효율적이다. 중수청 수사관은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이 없어 공소청 검사와 협업해야 한다. 반면 공소청 검사는 직접 수사권이 없어 사건의 실체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고 법리 검토와 의견 제시 등만 가능하다. 수사 공백 우려는 중수청 출범 과정에서도 감지된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5일부터 전국 검찰청을 돌며 임용 설명회를 열고 있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수사관이고 검사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근무 여건과 처우 등에 대해 시큰둥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수사를 하더라도 공소청 검사의 허락을 받아야 영장을 청구하는 구조 등도 불만이라고 한다. 중수청은 2800명 규모의 조직이다. 검찰과 경찰에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전직 검사와 경찰관 등 외부에서 충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출범도 하기 전에 인력난을 걱정하는 조직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경찰 역시 하반기 수사 인력을 880명 늘리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신규 채용이 아니라 기동대 인력 등을 전환 배치하는 방식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면 다른 치안 분야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동대 인력의 수사 전문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도 숙제로 남는다. 72년 만의 형사사법 체계 개편은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좌우할 중대한 변화다. 졸속 개편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당장의 수사 공백과 인력 공백부터 해소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국민의 불안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사설]군 기강 세우려면 군 사기부터 꺾지 말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무려 세 번이나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며 "특정 군종이 군대를 장악하고 나라를 절단 내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나.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했다.5·16과 12·12, 그리고 2024년 12·3 비상계엄을 거론하며 3군 사관학교 통합의 배경을 직접 설명한 것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통합의 명분으로 '합동성 강화'와 '융합형 인재 양성'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사관학교 통합의 본질적 이유는 사실상 육사 중심의 군 구조와 문화 해체에 있음을 군 통수권자가 밝힌 셈이 됐다.그간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놓고 '바다 없는 해사' '활주로 없는 공사'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쿠데타 발언으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 지적대로 5·16과 12·12는 각각 김종필 등 육사 8기와 전두환 등 11기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군사 쿠데타였다. 그러나 12·3 계엄은 성격이 다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망상에 가까운 오판이 촉발한 '위로부터의' 초법적 사태였으며,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소수 핵심 인사를 제외하고는 당일까지 계엄 시행 여부를 알지도 못했다. 과거 전두환 세력의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사라진 지 오래인데도, 군 통수권자가 군의 핵심 자산을 향해 이처럼 불신감을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계엄 연루는 극소수의 일탈인데 육사 전체를 '쿠데타 잠재 세력'처럼 낙인 찍으면 일선 장교들의 자긍심과 사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이런 우려는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첫걸음으로 주적 등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며 제기한 '주적' 개념 삭제와 북한의 '조선' 호칭 공론화 제안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정쟁에 휘말리면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하긴 했지만, 외교·안보 라인의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군 내부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의 정체성과 안보 의식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이 대통령은 최근 '빈총 경계'를 언급하며 군 기강 해이를 강하게 질책했다. "군기 문제에서 하나씩 후퇴하다 보면 화살 창고에 화살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작은 틈새도 없으면 좋겠다"는 말은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군의 기강은 명령만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군의 기강과 사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장병들이 자긍심을 갖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내고, 군의 정체성과 안보 의식을 분명히 세워줄 때 비로소 강한 군대도, 흔들리지 않는 군 기강도 가능하다.
[사설]'40도 폭염' 뉴노멀…이젠 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40도 폭염 시대가 현실이 됐다. 경남 양산에서는 지난 2일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22년 만에 가장 높은 42.5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기온이 사흘 연속 경신됐고, 닷새 연속 40도를 웃도는 극한 더위가 이어졌다. 5일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낮 최고기온이 일부 지역에서 39도까지 치솟아 40도에 육박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일까지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2441명, 사망자는 21명에 달했다.더 심각한 것은 이런 폭염이 일시적 이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폭염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강도는 더 세지고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제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일상화된 '기후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때그때 응급대책을 세우는 수준을 넘어 기후 변화에 맞게 국가 정책의 틀 자체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물론 지금까지 정부가 반복해온 폭염특보 발령, 무더위쉼터 운영, 취약계층 보호 같은 기존 대책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일시적이고 반복적인 단기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이던 시대에 설계된 제도와 기준으로는 40도를 넘나드는 초고온 환경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다. 노동과 교육, 에너지와 산업, 보건의료를 동시에 흔드는 복합 재난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물론 에너지 안보와 국가 산업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국가 의제가 됐다. 따라서 연례화하고 있는 폭염에 대한 대응을 '사회적 재난 대책' 수준으로 격상하고 범정부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노동·학사·보건의료·응급대응 등 사회 전반의 제도와 법령을 기후변화에 맞게 촘촘히 재설계하고, 관련 전문 인력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폭염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첨단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공장과 학교, 업무용 건물과 각종 시설의 냉방 기준도 현실에 맞게 다시 짜야 한다. 에어컨 등 냉방설비 설치와 운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고, 폭염 시 야외작업 중단 의무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도 나설 때다. 이제 폭염 대응은 단순한 복지나 재난 관리 차원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사회 안정을 지키는 국가의 핵심 책무다. 마을 방송을 통해 "일 나가지 말라"고 폭염 행동 요령을 전파하는 수준으론 안 된다.
[사설]"근로자 추정제 연내 도입"…노란봉투법 갈등 심각한데
정부가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배달 라이더, 골프장 캐디 등을 폭넓게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로자 추정제'를 연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같이 일하는 보험설계사 등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업자가 증명하지 못하면 일단 근로자로 판단하는 제도다. 개인사업자 신분이던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받게 되면 처우와 업무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인력 운용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사업주들이 일감을 줄이면서 실직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4일 특수고용직·플랫폼 근로자·프리랜서에 '근로자 추정제'를 적용하기 위해 올해 12월까지 근로기준법을 고치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작년 말 여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경제계의 반발에 부딪쳐 진척되지 못한 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특고·플랫폼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으려면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했는데, 제도가 도입되면 일감을 주는 사업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할 책임을 지게 된다.근로자로 인정된 특고·플랫폼 근로자에게 사업자는 4대 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 유급휴가 등을 제공할 의무를 지게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근로시간 규제도 지켜야 한다. 근로자의 직업 안정성과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들에게 일을 맡기는 보험 판매업자, 학습지 회사, 택배 대행업체 등의 사업성이 악화돼 고용을 줄이면,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근로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특고·플랫폼 근로자와 사업자 간의 충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 사이에서 '노-노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본업 외에 추가 소득을 얻기 위해 퇴근 후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N잡러', 짧은 시간 일하면서 고소득을 얻는 프리랜서 등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가 되길 원치 않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 고용형태에서 벗어난 플랫폼 근로자 등 '긱 워커(Gig Worker)'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를 만드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부담을 한꺼번에 기업에 떠넘긴다면 일자리 급감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때문에 원청 기업과 하청 노조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근로자 추정제까지 도입한다면 우리 사회의 노사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지금은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새 노동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때가 아니다.
[사설]대법관 인선, 정치 셈법 아닌 헌법 절차의 문제다
다음달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후보군이 확정됐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김문관 부산지방법원장,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김정중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국회 동의를 거쳐 인선 절차가 마무리된다.새 대법관 선정이 시작됐지만 사법부 안팎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자리가 반년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후보추천위가 현직 판사 4명을 추천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아직 누구도 제청하지 않았다. 먼저 생긴 공석조차 메우지 못한 채 다음 인선에 들어간 것은 정상적인 사법 운영이라고 보기 어렵다.최고법원의 공백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법관이 부족하면 전원합의체 운영과 상고심 사건 처리에 부담을 준다. 노경필 대법관마저 최근 법원행정처장으로 옮겨 재판 업무에서 빠지면서 그가 맡았던 사건부터 차질이 우려된다. 이흥구 대법관 퇴임 전까지 후임을 정하지 못하면 재판 지연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사태의 본질은 헌법이 부여한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데 있다. 양측이 후임 인선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돌릴 문제는 아니다. 대법원장은 왜 제청을 미루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대통령 역시 임명권을 둘러싼 갈등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제청권과 임명권은 상대를 압박하거나 힘겨루기를 위한 권한이 아니라, 상호 견제를 통해 가장 적합한 대법관을 임명하라는 헌법적 장치다.일각에서는 노태악·이흥구 대법관 후임을 함께 제청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 대법원장도 이날 후보추천위와의 면담에서 "앞으로 합쳐서 다 열심히 잘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그 과정이 정치적 안배나 이해관계 절충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대법관 인선은 어느 한쪽의 몫을 나누는 협상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헌법 절차다. 전문성과 독립성은 물론 다양한 경험과 균형 있는 구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대법관 인선은 권력기관 사이의 협상 대상도, 정치적 셈법의 결과물도 될 수 없다. 최고법원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사법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책무다. 제청과 임명 절차가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의 권위를 지키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이다.
[사설]中 전기차 공습에 눈감은 '한국판 인플레 감축법'
정부가 반도체, 이차전지,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핵심소재, 인공지능(AI)·로봇부품 등 6개 품목에 내년부터 10년간 '국내생산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2022년 당시 조 바이든 정부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제품에 보조금을 주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이름을 빌려와 '한국판 IRA'로 불리는 제도다. 그런데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를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정부가 지정한 6개 '전략품목'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한 기업에게 생산량에 비례해 법인세 등을 깎아주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국내 생산을 조건으로 달아 세금감면을 해주는 건 처음이다. 한국이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보니, 국내산 제품을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교역 상대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도입을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가릴 것 없이 주요국들이 반도체 등 전략 제품의 자국 내 생산 경쟁을 벌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문제는 중국산 전기차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데도,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승용차 7만 여 대 중 중국산이 37.5%나 됐다. '중국산' 테슬라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4년 만에 점유율이 8배로 늘었다. 지난해 1월 한국에 진출한 BYD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1000여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이를 지켜본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속속 한국에 매장을 열고 있다.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 품목에서 전기차가 배제된 이유를 "완제품이 아닌 핵심 부품의 생산을 지원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기차는 빠졌지만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가 포함됐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앞서 2024년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한 일본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순수전기차, 수소연료차에 대당 40만 엔의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 내의 생산기반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전기, 수소 '완성차'를 생산하는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한때 일본과 함께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던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에 더해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밀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전기차를 '덤핑'한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이 2024년부터 고율의 상계관세를 물리는데도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시장에서 계속 약진하고 있다. '한국판 IRA'에서 전기차를 제외한 우리 정부의 결정이 시장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단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설]'비거주·초고가 주택' 증세…'절세 매물'로 공급난 풀릴까
초고가 주택·비거주 1주택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부담을 동시에 늘리는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이 나왔다. 지난해 '9·7 대책', 올해 '1·29 대책' 등 여러 차례 내놓은 공급대책에도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결국 '세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초고가 아파트 중 일부 '절세 매물'이 나온다 해도, 청년과 중산층 주거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은 실거주 여부, 주택 가격에 따라 세금부담에 차이를 뒀다. 현재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인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을 '비거주 1주택'의 경우 공시가 9억 원, 시가 약 13억 원 초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시가 25억 원 아파트의 비거주 1주택 보유세는 올해 약 353만 원에서 내년에 686만 원 정도로 오를 전망이다. 반면 '거주용 1주택' 기준은 14억 원 초과로 높아져 시가 20억∼30억 원 아파트의 세금 부담이 준다. 집값이 공시가 28억, 시가 40억 원이 넘으면 거주, 비거주 가릴 것 없이 세금이 크게 오른다. 양도세의 경우 보유기간 40%, 거주기간 40%를 합해 최고 80%까지 적용되던 세액 공제가 2028년에 보유 20%+거주 60%, 2029년부터는 거주만 80%로 바뀐다. 보유기간 공제가 폐지되는 것이다. 1인당 양도소득 공제 한도에도 상한을 둬 2028년에는 20억 원, 2029년 이후에는 10억 원까지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보다 양도차익이 큰 아파트의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초고가 주택, 비거주 1주택에 세금을 더 물리는 건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초부터 예고해온 방향이다. 서울 강남 등지에 집을 보유하고도 들어가 살지 않는 이들 중 다수가 집값 상승을 노리는 '투기세력'이란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공제 한도를 3년 뒤 10억 원으로 축소하는 건 초고가 주택을 사고팔아 큰 이득을 올릴 경우 그에 상응하는 '부유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문제는 집을 사두고, 다른 곳에 거주하는 이들 모두를 투기꾼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경제력이 부족해 입주 시기를 늦춘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교육·부모부양 등 명백한 이유가 있으면 예외를 인정해 준다지만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고령 은퇴자의 경우 실현되지 않은 이익 때문에 높은 보유세를 내는 게 큰 부담이다. 집을 팔고 지방으로 이사하면 세금을 깎아준다지만, 친숙한 환경을 등지고 떠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정부는 이번 개편을 '세제 합리화'이자 '과세의 정상화'라고 한다. 하지만 높아진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들에겐 명분이 무엇이든 결국 증세일 뿐이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던 대선후보 시절 이 대통령의 발언과도 상반된 것이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려면 지나치게 높은 거래세 부담을 줄여 매물 잠김을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는 향후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심의하면서 이런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 효과나 의심되거나 무리한 과세엔 제동을 걸어야 한다.
[사설]72년만의 형사사법 대수술…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검찰 수사권을 72년 만에 완전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목적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다. 국가의 형벌권 남용을 막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 또한 핵심 가치다. 그만큼 국민의 일상과 권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은 3일 국민보고회를 열어 개정된 형소법이 "훨씬 좋아졌다"고 자평했지만, 여러 논란과 쟁점에도 불구하고 '빛의 속도'로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국민적 우려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예상되는 허점을 미리 보완하고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정합성을 갖추는 일이 지금부터의 과제다. 우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경찰의 '암장'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으면 검사는 사건 자체를 인지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개정안은 아동학대와 성범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는 모두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했다. 검사가 필요하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낸 사건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다시 수사할지는 의문시된다. 특히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급증하는 민생범죄 피해자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할 장치도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개정안은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충분한 보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보완수사가 부실할 경우 검사가 해당 경찰관의 직무 배제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사건의 완결성을 최대한 높여 검사에게 송치하겠다"고 밝히고, 경찰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시행 과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찰 스스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피해자 권리 보호 장치도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검사가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고소인을 면담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렇게 확보한 진술과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경우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이를 직접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변호사 선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특히 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별개로 '헌법의 강'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쟁점이 검사의 영장 신청권이다. 헌법 12조3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시 '검사의 신청에 의해'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개정 형소법은 '경찰이 신청해야' 검사가 청구하도록 했다. 검사의 헌법상 영장 신청권을 사실상 경찰의 판단에 종속시킨 것 아니냐는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주체는 여전히 검사인 만큼 문제 없다는 반론도 있다. 어느 쪽이든 헌법재판소의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수사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형사사법 체계의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도 시급하다. 현재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률만 18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성폭력범죄에서 전담 검사가 피해자를 조사하도록 한 규정 등이 대표적이다. 특검 제도와의 관계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검사는 공소청 소속 검사와 달리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특검이 사실상 상설화되는 현실에서 개정 형소법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경찰 조직의 전문성과 책임성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 경찰청은 최근 내부 인력 재배치를 통해 1차로 1900명을 수사 부서에 배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확대된 권한에 걸맞은 수사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고, 이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고 통제할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무엇보다 막판에 추가된 '공소기각' 사유 확대 논란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법원이 유무죄 판단 없이 재판을 종결할 수 있는 사유를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중대한 위법 수사',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 등으로 확대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이슈와 맞물려 불필요한 정치적 의심을 자초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형소법 전반에 대해 "부작용이 생기거나 실상과 맞지 않다면 빨리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는 70여 년간 유지돼 온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수술이다.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법적 혼란을 겪거나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는 일이다. 시행 전이라도 예상 가능한 허점부터 최대한 메우고, 문제가 드러나면 신속히 보완하는 것이 입법의 마지막 책임이다.
[사설]서울 전세난 키운 공급 부족…청약제도 개편도 고려해야
서울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지난달 7억458만 원으로 사상 처음 7억 원을 돌파했다. 수천 가구 대단지에도 매물이 없어, 어쩌다 전세 매물이 나오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전세의 공급자였던 다주택자를 집값상승을 초래하는 세력으로, 전세는 '사라져가는 제도'로 보는 현 정부가 전세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KB부동산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105.9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최고였다. 서울의 평균 전세가는 지난해 6월에 비해 9.3% 올라 4.4%인 전국 평균의 2배가 넘었다. 송파구 24평형 아파트, 서대문구 30평형 아파트 전세가 11억5000만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한다. 다른 지역보다 서울 전세난이 유난히 심하고, 서울 안에서도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더 큰 문제는 전세난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많아야 전세매물이 늘어나는데,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은 과거 평균치의 80% 수준인 2만7000여 채다. 내년은 1만7000채로 이보다도 훨씬 적다. 기존 세입자 대다수가 계약갱신권을 사용해 눌러앉으면서 매물은 더 감소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데도 전세 수요자들이 반전세·월세로 갈아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올해 들어 정부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를 통해 주택매물이 늘고, 그 집을 전·월세 세입자들이 사면 임대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신혼부부, 1인 가구의 전세수요는 계속 늘고, 주택담보대출이 축소돼 집을 사는 것도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단 연립·다세대 주택을 사면 '유주택자'가 돼 아파트 청약자격을 잃기 때문에 매입을 꺼리는 것도 전세난 심화의 원인 중 하나다.정부는 택지확보 문제로 서울 아파트 공급 확대가 벽에 부딪치자, 대신 빌라·오피스텔 등 빨리 지을 수 있는 주택의 공급부터 늘리겠다고 한다. 이런 주택들이 전세난 완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전세 사기' 예방책 강화를 전제로, 민간 임대사업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빌라·오피스텔을 사더라도 나중에 아파트 청약 때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 달라는 청년, 서민층 요구를 반영한 청약제도 개편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설]특별감찰관 '10년 유명무실' 이번엔 끝내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특별감찰관 후보로 검사 출신 최길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특별감찰관 임명 의지를 밝힌 지 1년이 넘어서야 여당이 비로소 선임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매우 늦었지만 다행이다. 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 야당이던 바른미래당이 이미 특별감찰관 후보로 추천했던 인물이다. 과거 야당이 낙점한 인물을 다시 선택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하고 청와대의 감찰 수용 의지를 보여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비리를 감찰하는 독립 기구다. 국회가 후보자를 3명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안에 1명을 지명하게 돼 있다. 이번 여당 추천으로 10년간 유명무실했던 특별감찰관 제도가 재가동될 길이 열렸다. 특별감찰관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됐다 1년 만에 물러난 이석수 초대 감찰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는 임명 약속을 했지만 모두 흐지부지됐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해 7월과 12월, 올해 4월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민주당은 그때마다 미온적인 태도로 공백상태를 방치해 왔다. 국민의힘은 올 4월 이 대통령의 재요청 뒤 야당 몫 후보(강지식 변호사)를 추천했다. 여당이 특별감찰관 선임을 미루는 사이, 청와대 비서관이 여당 의원의 부적절한 인사 청탁 문자를 받고 청와대 실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추천하겠다고 답한 문자가 공개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만약 독립적인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당이 특별감찰관 추천을 전격 발표한 시점을 두고는 뒷말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국내를 비우고, 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벌이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발표 타이밍에 아무런 정략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론 반전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추천 시점을 둘러싼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특별감찰관이 정치적 유불리에 상관없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특별감찰관은 권력에 불편한 존재일 수 있지만 대통령 가족과 측근이 비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8월 중 임명 절차를 끝내자고 했다. 국회는 남은 추천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이 대통령은 감찰관을 신속히 임명해야 한다. 특히 이석수 감찰관이 정권 실세(우병우 민정수석) 감찰 문제로 물러난 점을 상기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권한과 재량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사설]'메가 특구' 52시간제 예외, 기간제 연장…반대할 명분 없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 프로젝트' 특구에서 노동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R&D(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가 반대해 온 근로시간과 고용의 유연성을 국가 전략산업에 한해 제한적 범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경쟁국들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기존의 경직된 근로 제도를 고수할 수는 없다.노동부가 여당에 보고한 '메가 특구 특별법'에 따르면 소득 상위 3% 이상 관리자와 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연장·휴일 근무를 할 때 가산 수당을 적용하지 않고, 일반 수당을 주는 이른바 '화이트 칼라 이그젬션(면제)'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 1월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주 52시간 적용 예외는 노동계와 민주당의 반대로 제외됐던 내용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노사 당사자 합의를 전제로 2년 연장하는 방안도 담겼다. 업무에 적응한 인력을 2년마다 내보내고 새로 뽑는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취지다.반도체 산업은 특정한 개발 단계에 업무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획일적인 근로 시간 적용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호소다. 실제로 산업통상부가 지난달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후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수렴한 결과도 그렇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첨단 기업들은 메가 특구 성공의 핵심 과제로 52시간 적용의 예외를 포함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별법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장시간 근로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며 벌써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특정 지역에서 제도를 시행한 뒤 전국 확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시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특별법은 이름처럼 메가 특구에서만 시행되는 것이고, 고소득 전문인력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반대할 명분이 없다.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고용 제도의 도입과 근로자 보호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는 가치다. 근로 시간 단축에만 매몰된다면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노동계 반발에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도체 패권을 내건 여당이라면 주저하거나 눈치 보지 말고, 메가 특구의 근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설]美 무인기 격추할 뻔…또 아찔한 소통 혼선
지난 30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포착되자 군은 북한 무인기 침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공작전 '두루미'를 발령했다. 방공 자산과 헬기가 출동했고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긴급 대피 문자까지 발송됐다. 그러나 1시간 30분 넘는 추적 끝에 해당 비행체는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군 무인기로 확인됐다. 실제 사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자칫 동맹국 군사 자산을 공격하는 초유의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그 점에서 이번 사건은 결코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미군이 한국군 일선 관할 부대에 무인기 비행계획을 사전 통보했지만, 관련 정보가 상급 지휘부까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의 승인 절차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훈련에는 우리 해병대도 참가하고 있었지만 육군과 해병대 간에도 상황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전달과 지휘체계가 동시에 흔들렸다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피아 식별 체계 역시 우려스럽다. 동맹국 무인기를 적성 항적으로 인식했다면 무기체계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거나, 공유됐더라도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어느 경우든 실제 북한 도발 상황에서는 오인 대응이나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평시 훈련에서 드러난 허점은 유사시 더 큰 혼란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이런 혼선은 처음도 아니다. 지난 2월에도 주한미군의 서해상 공중훈련을 둘러싸고 한미 간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한 설명이 엇갈렸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협의 부족을 문제 삼았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연합훈련 때마다 유사한 논란이 반복된다면 한미 간 정보 공유와 우리 군의 지휘·보고 체계에 구조적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정보 전파, 피아 식별, 지휘 판단의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미군이 최종 승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무인기를 운용한 과정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안보는 구호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정확한 정보 공유와 빈틈없는 지휘체계가 작동할 때 비로소 굳건한 연합방위도 가능하다.
[사설]두번째 한국계 美 대사에 대한 기대
미셀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30일 서울에 공식 부임했다. 그의 부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6개월간 이어졌던 대사 공백 상태가 해소됐다. 성 김에 이은 두 번째 한국계 대사인 그는 1955년 한국에서 태어나 20세에 미국으로 이주해 재선 하원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사이인데다 미 행정부·의회 내 네트워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현안이 산적한 한·미 관계를 풀어낼 가교로서 기대가 크다. 현재 한·미 간에는 대미 투자와 관세, 원자력 추진 잠수함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안보·경제 현안과 쿠팡 같은 갈등 요인이 여럿이다. 그동안 대사 대리 체제의 한계 속에서 양국 관계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왔으나, 이제 한·미 간 상시 대면 소통 채널이 강화되면서 교착된 현안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스틸 대사가 부임 전부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피력해 온 점은 다행스럽다. 그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발표한 성명에서도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라며 "어느 때보다 더욱 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번영하는 동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도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은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비관세 장벽 철폐에 한국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신임 대사의 중재 역할이 절실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우라늄 농축의 길을 터주면서, 70년 혈맹인 한국의 독자적 원자력 연료 주권 요구에는 침묵하는 워싱턴의 문제를 지적하고 풀어내는 역할을 그에게 기대한다. 스틸 대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쿠팡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조차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 쿠팡을 차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신임 대사가 한국 정부의 조치는 자국민의 정보 주권과 공정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일 뿐, 결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조야에 충실히 전달해줬으면 한다. 스틸 대사의 강경 우파적 성향을 들어 한국 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일각의 시선도 존재한다. 진보 진영 일부 인사들은 스틸 대사 지명이 탐탁지 않다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쳐 왔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만큼, 스틸 대사가 보혁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거나 한·미 간 마찰을 증폭시키는 언행은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 현재 한·미 관계는 중대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스틸 대사 부임 후 한·미 간 소통이 진전되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다.
[사설]'공소 기각' 사유 확대…왜 아무 말도 없다가 뒤늦게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런데 앞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당초 없던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하는 조항이 뒤늦게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소기각은 공소 제기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 유무죄를 가리지 않고 재판 자체를 종결하는 예외적 절차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한 경우 등 6가지 사유에 한해 공소기각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기에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검사의)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를 새로 추가했다. 범여권 강경파의 요구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새로 추가된 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수사와 관련해 무엇을 '중대한' 위법으로 볼 것인지, 또 소추 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은 어떻게 인정할지에 따라 법원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반대하고, 대검찰청도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민주당은 법사위 소위에서 개정을 강행했다고 한다.민주당은 "특정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막기 위해 그동안의 판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당초 개정안에도 없던 핵심 조항을 별다른 논의도 없이 끼워 넣은 것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종결하기 위한 우회 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소 취소 특검이 어려워지자 법원에서 공소를 기각하려 포석을 깐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실제 입법 의도가 무엇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사전에 없던 조항이 뒤늦게 삽입된 이상 불필요한 정치적 의심과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형사사법 체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적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특히 공소기각처럼 재판 자체를 끝낼 수 있는 중대한 제도라면 적용 기준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하고, 입법 과정 역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원 판단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소기각 사유까지 확대하는 것이 과연 불가피했는지도 의문이다.통과가 임박한 형소법 개정안은 시행 과정에서 국민의 권리 보호와 법적 안정성 유지를 함께 담보해야만 그간 숱하게 제기됐던 우려를 씻을 수 있다.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이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일은 없는지 거듭 점검해야 할 것이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 역시 특정 사건에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없는지 형사사법의 보편적 원칙과 국민적 신뢰라는 기준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법으로 조직과 권한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민이 공정하다고 믿고 제대로 보호받고 있다고 체감할 수 있는 형사사법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서 판가름 날 것이다.
[사설]이틀 새 16% 날라간 코스피…과속 상승이 부른 고속 추락
한국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확인된 중국 메모리반도체의 약진, 미국 빅테크들의 현금 흐름 악화로 인한 반도체 수요위축 가능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상 최대인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개미들의 공포심리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98% 하락한 5,663.24로 장을 마쳤다. 전날 10.84%의 하락폭을 포함해 이틀 만에 16.17%나 폭락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선 장중 8% 이상 하락할 때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전날에 이어 발동됐다.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된 건 한국거래소 출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상승해 고점을 찍었던 코스피는 이날 장중 5,262.77까지 밀리며 40일 만에 44%나 하락했다. 계속되는 하락장에서 "원금이라도 챙기자"는 개미투자자들이 2조 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폭락을 주도했다. 뒤늦게 증시에 뛰어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상품에 '베팅'한 개미들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씨티은행은 한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 투자로 개인들이 떠안은 누적 손실이 387억 달러(한화 약 5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모든 것이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증시의 과도한 급등락에는 레버리지 ETF로 인한 효과 외에 개인투자자, 반도체주에 편중된 우리 증시의 '구조적 요인',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5월 말 코스피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한 바로 다음 날 문제의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는 점에서 정부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증시 과열에 제동을 걸어야 할 당국이 오히려 과속을 부추긴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증시는 국가적 경제위기 때나 나타날 법한 위험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안에 휩싸인 개미들이 투자 심리를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레버리지 ETF에 대한 개인별 투자 한도 설정 등 이미 검토한 대책들을 신속히 추진해 시장의 변동성부터 줄여가야 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사설]"현직 대통령 연임 불가능"…더이상 논란 없도록 쐐기를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 연임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가 하루 만에 해명에 나섰다. 앞서 조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이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개헌을 반대한다'는 질문에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답했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은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의 선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원론적 취지였다"고 해명했다.대통령실도 즉각 진화에 나섰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방송에 출연해 "일각에서 대통령실과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훈식 비서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불가 입장이 확고하다며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이로써 조 의장의 느닷없는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6선 의원이자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국회의장으로서는 지나치게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에 공연히 혼란만 키운 만큼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분명한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발언 직후 정치권에서는 "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를 굳이 꺼냈느냐"는 의문이 잇따랐다. 대통령실 설명대로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현행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임기 연장 개헌으로 장기 집권을 도모했던 전례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역사적 합의'이자 우리 헌정 질서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다.극히 일부에서는 이 조항 자체를 개정하거나 부칙을 통해 적용 시점을 달리 정하면 현직 대통령 연임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국민적 동의를 얻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국회의장이 "정치 주체간 합의와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언급했으니 원론적 발언이란 해명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 변론을 맡았던 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적용 여부와 관련해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답했던 사실까지 다시 거론되고,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 형사 재판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연임 개헌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불필요한 정치적 상상력만 키운 셈이다. 청와대가 명확하게 선을 그은 이상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논란은 여기서 종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문제는 정치의 영역도 아니고 여론의 영역도 아닌 헌법의 영역이다. 개헌 논의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만큼은 헌법 질서를 흔드는 논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정치권 모두가 신중해야 한다.
[사설]韓 증시 덮친 中 반도체 굴기, 이젠 턱밑까지…
중국 메모리반도체 회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공적인 상하이 증시 상장에서 비롯된 '반도체 쇼크'가 한국 증시를 강타했다. 2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84% 하락한 6,023.66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전날보다 14.65%, 삼성전자는 13.39% 폭락하면서 반도체발 '검은 화요일'이 연출됐다. 앞서 애플이 반도체 가격 폭등을 이유로 중국산 구입을 허용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상황에서 CXMT의 약진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상하이 증시의 '나스닥' 격인 커촹반 상장 첫날인 27일 CXMT는 공모가의 5.7배 오른 가격에 마감하며 단번에 중국 증시 시총 1위에 올랐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만 14조5000억 원이다. CXMT는 이렇게 마련한 실탄을 생산라인 확충, 기술개발에 투자해 한국과 2∼4년 벌어진 기술 격차를 좁힐 계획이다. 1분기 7.6%였던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올해 안에 10%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정부가 대주주로, 사실상 국영기업인 CXMT가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저렴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경우 1∼3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형성해온 '메모리 삼각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어 전해진 중국 국영 반도체장비 기업의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 개시 뉴스 역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주요 변수다. 액침 DUV는 한국 기업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보다 한 단계 낮은 기술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대중 수출이 금지돼 있는 반도체 노광 장비를 자체 생산한 것만으로도 '중국 반도체 굴기'는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와 탄탄한 자국 내 수요에 올라타 반도체 양산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방위 견제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놀라운 속도의 발전을 거듭하는 데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특유의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차례에 걸쳐 137조 원 규모의 '빅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해 왔다. 반도체 기업의 실질적 주인인 지방정부는 부지 조성, 전력과 용수 공급 등 인프라 구축부터 인재공급까지 전폭적 지원을 책임진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인력들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이른바 '996′ 근무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번 증시 폭락은 중국 반도체 위협이 우리의 턱밑까지 차올랐음을 보여주는 경고나 다름없다. 한때 압도적 우위에 있던 디스플레이, 2차 전지, 전기차, 조선 산업에서 잇따라 중국에 추월당한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의 주력 성장엔진인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마저 중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잠시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기술 초격차 유지의 걸림돌이 되는 연구개발(R&D) 인력 주 52시간제 예외인정 등으로 규제를 남김 없이 걷어내는 한편 토지보상 문제로 계속 지연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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