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비대면진료의 중심은 '환자'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에 먹구름이 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에 따라 6월1일부로 비대면진료는 법 밖으로 밀려나게 되면서다. 정부는 2020년 2월 코로나19 유행에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다가 3년 3개월 만에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시범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5월17일 발표한 시범사업 계획안을 보면 재진과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가 이뤄져야 한다. 의료기관에 처음 방문한 것을 의미하는 초진은 요양기관까지의 거리가 먼 벽지 환자,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처방 약 배송도 역시 불법이다. 당정이 제시한 계도기간인 8월30일까지 비대면진료는 합법과 불법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에 놓인다.당정의 시범사업안에 대해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주체인 비대면진료 업계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비대면진료를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 의약계는 시범사업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비대면진료 업계 또한 '사형선고'로 규정했다.쟁점은 초진과 재진 항목이다. 의약계의 주장은 과거 원격진료 논의 때와 비슷하다. 비대면진료를 활용한 초진 자체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병명을 모르는 채로 비대면진료를 진행할 경우 전통적인 대면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비대면진료 업계는 시범사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환자가 동일한 질환으로 30일 이내에 비대면진료를 받아야 '재진'으로 인정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환자가 재진인지 초진인지 판별할 수 있는 의료정보는 병원에만 있다면서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비대면진료를 통해 재진을 인정받으려면 환자가 플랫폼에 입증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편익성 차원에서 플랫폼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월24일 대통령실 앞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 전면 재검토 요청'을 외친 이유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월24일 이후 지난해까지 3661만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다. 2925만건(79.8%)이 코로나19 재택치료를 통해 이뤄진 비대면진료였다. 나머지 736만건은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자 329만명이 활용한 비대면진료였다. 감염병이라는 특이한 상황을 제외한 실질적인 비대면진료 수요다. 이들 중 40%는 병원에 갈 수 없어 지팡이 대신 핸드폰을 든 60세 이상 어르신이다. 비대면진료 업계는 비대면진료를 팬데믹 기간처럼 한시적 허용 수준으로 유지해 달라고 외친다. 이들의 주장은 의약계의 벽 앞에서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올 뿐이다.특히 초고령사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노인들의 의료 접근성과 편익은 보장돼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 봐도 운동장은 이미 의약계로 기울어졌다. 정부는 기계적인 양비양시(兩非兩是)론을 벗고 환자를 중심에 둔 한국판 비대면진료를 고민해야 한다.
[기자수첩] 연체율에 고민 깊어지는 은행장
"올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연체율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문제는 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한 시중은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은 우려를 표했다. 올 9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책의 일환인 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됨에 따라 금융권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당초 코로나 대출 종료 시점은 2020년 9월까지 6개월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면서 6개월씩 5차례 더 연장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코로나 대출의 만기연장을 3년, 상환유예를 1년씩 추가 연장키로 했다.소상공인은 금융사와 협의해 대출 만기연장을 2025년 9월까지 할 수 있지만 상환유예를 해왔던 대출은 올 9월 말 지원이 종료되기 때문에 10월부터는 빚을 정상적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거듭 상환이 미뤄진 대출은 사실상 잠재 부실 대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공통적이다. 은행권에선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에는 잠재부실이 곳곳에서 터져 그동안 코로나 대출 지원으로 나타났던 연체율 착시효과가 조만간 걷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은행권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하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0.16~0.27%에서 올 3월 말 0.20~0.34%로 올랐다.연체율은 은행이 취급한 대출금 대비 1개월 이상 연체 금액의 비율을 보여 주는 수치다. 이들의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3월 말 기준 3조824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571억원) 대비 13.9%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의 순이익(3조6257억원)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특히 5대 은행 중 농협은행의 NPL 잔액은 866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2% 급증했다.5대 은행의 코로나 대출 규모는 약 38조원에 이른다. 연체율 상승 등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코로나 대출 지원까지 종료되면 부실폭탄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소상공인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은 점도 부실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영업자 총대출 1020조원 가운데 70.6%에 달하는 720조3000억원이 다중채무자다.고금리로 이자부담이 커지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대출이 여전히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4월 말 5대 은행이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12조3106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237조4060억원)보다 31.6%(74조9046억원) 급증했다.물론 은행들은 지난해의 2~3배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으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유동성 비율과 자본비율 등이 양호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도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환유예를 신청한 차주는 3만8000명(16조7000억원)이다. 3만8000명 중 연체 없이 성실하게 상환할 수 있는 차주는 몇이나 될까.
[기자수첩] '코로나청구서' 밀려오는데 카드사·저축은행, 대책 있나
"연체율 상승은 하나의 신호죠. 지금 당장 위험하진 않더라도 절대 무시하지 못해요. 앞으로 관리가 진짜예요."최근 만난 한 카드사 직원은 기자에게 이같이 토로했다. 1분기 업계 성적표가 공개된 가운데 대부분 카드사의 연체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누가 잘했나를 따지기에 앞서 업계 전체적으로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가 시급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카드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카드사의 연체율은 일제히 1%대로 올랐고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5%대로 치솟았다. 2금융권은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많고 저신용자들의 이용이 많은 만큼 자칫 금융권 전반의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5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카드)의 평균 연체율은 1.23%로 전년 동기(0.83%)보다 약 0.40%포인트 올랐다. 신한카드 연체율이 1.37%, 삼성카드 1.1%, KB국민카드 1.19%, 하나카드 1.14%, 우리카드 1.35% 등 연체율이 모두 1%를 넘어섰다.저축은행도 비상등이 커졌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지난 1분기 평균 연체율은 5.1%로 지난해 같은 기간(3.5%)과 비교해 1.6%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말(3.4%)과 비교하면 1.7%포인트 오른 수치다. 평균 연체율은 2016년말 5.8%에서 2018년 말 4.3%, 2020년 말 3.3%, 지난해 말에는 3.4%였지만 1분기 만에 0.8%포인트나 올랐다.문제는 나아지기는커녕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금리 수준이 지속되는 한 이자 상환 부담이 여전한 데다 '코로나 조치'가 종료될 예정이라 그동안 미뤄뒀던 리스크가 한 번에 몰려올 것이란 지적이다.금융당국은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결정했다. 대출 만기는 최대 3년, 원리금 상환은 최대 1년 미룰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총 5번 조치가 연장됐고 그 마침표는 오는 9월 뒤에 찍힐 예정이다.몇몇 전문가들은 이미 연체율 상승이 가시화된 상황인 만큼 9월 이후를 대비하기 보단 지금 당장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정부도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소상공인을 위해 30조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운용 중이다.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원금감면 등 채무를 조정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말 기준 기금 채무조정 신청자는 2만3067명, 채무금액은 3조4805억원으로 집계됐다.각 금융사들도 부랴부랴 대손충당금 쌓기에 나섰다. 당분간 영업전략도 외형성장에서 내실 다지기 등 리스크 관리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애써 외면한 코로나청구서의 시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예고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선 정부, 각 금융사. 차주 모두의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는 조치 종료 후 위기에 놓인 이들을 위한 촘촘한 대책 마련을, 금융사는 선제적 충당금 쌓기로 리스크 흡수 능력을 더욱 길러야 할 때다.
[기자수첩] 머리카락 뒤에서 숨바꼭질, 소비자 기만하는 식품업체들
'머리카락 뒤에서 숨바꼭질한다'는 속담이 있다. 얕은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식품업계에서 이 속담이 어울리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 '착한 기업'으로 보이지만 제품량을 줄여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양을 줄이는 것을 두고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 인상 대신 양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때 가격 인상과 저가의 원재료 확보, 제품 용량 축소 등을 검토할 수 있는데 슈링크플레이션이 이중 가장 위험부담이 적은 선택지로 알려졌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주로 식품업계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 인상의 대안으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어려워진 영업 환경 속에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이윤을 남기겠다는 전략이다.오비맥주는 지난달 초부터 카스 묶음팩 중 375㎖ 번들 제품 용량을 5㎖ 줄여 370㎖로 출시했다. 6개입 기준 30㎖가 줄었다. 반면 가격은 기존 375㎖ 제품과 동일하다. 오리온은 지난해 10월 핫브레이크 제품 중량을 기존 50g에서 45g으로 낮추는 대신 가격은 1000원으로 동결했다. 농심 역시 지난해 9월 양파링 중량을 기존 84g에서 80g으로 조정하는 대신 가격은 유지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지난해 9월 요구르트 비요뜨의 중량을 기존 143g에서 138g으로 5g 줄였다.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신 중량을 줄이는 선택을 한 이유는 뻔하다. 고물가에 신음하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서다. 이를 의식한 정부도 업계의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소비자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치킨업체들이 최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분노를 사는 것이 대표적 예다. 가격은 유지하면서 중량만 줄이면 소비자들은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쉽게 인지할 수 없다.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이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량 축소를 알리지 않고 슬그머니 올리는 곳이 많다 보니 공분은 커질 수밖에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슈링크플레이션이 논란이 됐다. 당시 일부 제과업체들이 봉지에 담아야 할 과자 양은 줄이고 과자가 부서지지 않도록 한다는 이유로 질소를 풍성하게 넣은 이른바 '질소 과자'를 내놨다. 질소 과자로 한강도 건널 수 있다는 영상물이 나왔을 정도로 조롱거리가 됐다.식품업체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소비자들은 눈속임이 통하질 않을 정도로 현명해졌다는 점이다. 원가가 올랐다며 당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은 적어도 비겁하진 않다. 가격은 안 올린 척 하면서 중량을 줄이는 일은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고 이는 심각한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기자수첩] '정무위 불참' 이복현 K-금융 세일즈, 임종룡 바통 받을까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외 투자설명회(IR)를 떠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조작논란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이를 감독할 금융당국 수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지적이다. 백혜련 정무위 위원장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SG발 주가조작 사태가 심각한데 금감원장이 해외IR 참석 이유로 불참한 것은 유감"이라며 "금감원장이 이런 (민감한) 시기에 꼭 나갔어야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이 원장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태국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 3개국에서 해외 투자설명회(IR)를 열고 금융감독기구 수장을 만나 금융회사의 현지 진출을 논의했다. 금융권 수장들은 글로벌 이익 비중을 확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화상태인 국내 금융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비은행·비이자·글로벌·영업이익경비율(CIR)을 모두 40% 이상으로 맞추는 '40 이니셔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 수준인 글로벌 이익 비중을 장기적으로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금감원장이 해외IR 행사에 직접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금감원 산하 금융중심지 지원센터가 부원장 주관으로 해외IR 행사를 가졌으나 이번엔 금융권 회장들의 요청으로 이 원장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착하려면 무엇보다 정부→금융당국→기관투자→산업으로 이어지는 인프라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앞서 2015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의 해외법인 설립 시 사전승인제에서 사후신고제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해외진출 확대에 팔을 걷었던 시점이다. 임 전 위원장은 금융사가 '기관주의' 3번을 받으면 해외 진출, 신규사업 진출을 제한했던 '삼진아웃제'도 폐지했다. 금융위원회를 찾은 해외 금융당국 대표단과 금융회사 CEO와의 만남도 주선했다. 국내 금융사가 해외당국의 규제나 관행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금융외교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후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졌고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점포 수는 489개로 2010년 333개에서 156개(31%) 증가했다. 빠르게 커진 성장성 대비 수익성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해외법인 실적을 보면 순이익은 총 1642억4900만원으로 전년(4880억470만원)과 비교해 약 3200억원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부코핀은행이 80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3배 증가했고 하나은행의 중국법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가 전년(1073억원) 대비 1002억원(93.3%) 줄어든 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 시 국내 산업과 연기금 등 동반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기금이 해외 투자 시 국내 운용사를 위탁운용사(GP)로 활용하고 대기업이 해외 투자 시 국내 투자은행(IB)의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임 전 위원장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문턱을 낮췄다면 이제는 국내 산업과 자본시장의 인프라를 활용한 해외 진출 협업이 필요한 때다. 직접 해외IR 스킨십에 나선 이 원장의 'K-금융' 세일즈가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기자수첩] 'K-푸드' 견제하는 타이완의 전략적 노이즈
올 들어 타이완으로 수출한 국내 과일과 식품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돼 반송·폐기 조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타이완이 수입 식품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기준치를 적용하면서 업계에서는 K-푸드를 견제하는 '전략적 노이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타이완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식약서·TFDA)는 지난 4월 A사의 결명자차 제품에서 잔류 농약 로테논(魚藤精·rotenone) 0.06ppm이 검출됐다며 24박스(2.88㎏)를 반송·폐기 조치했다. 앞서 TFDA는 B영농조합법인이 수출한 국내산 배에서 잔류농약 페노규카브(丁基滅必蝨·fenobucarb) 0.02ppm이 검출됐다며 1만6200㎏을 반송·폐기 조치했다. C영농조합이 수출한 샤인머스캣에서도 잔류농약 테트라닐리프롤(特安勃·tetraniliprole) 0.02ppm이 검출됐다며 4304㎏을 반송 및 폐기 조치했다.올 초 불거진 D사의 타이완 수출 라면 산화에틸렌(EO) 검출 사태는 국내에서도 파급력이 컸다. 해외에서는 잔류농약 기준치를 초과해 폐기되는 제품이 국내에서는 유통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타이완 식약서가 D사 라면 제품에서 검출한 EO는 살균 용도로 쓰이는 성분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성 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해당 제품에서는 EO 0.075㎎/㎏이 검출됐다며 1000상자 1128㎏을 반송·폐기 조치했다. 타이완의 EO 기준치는 0.055㎎이다. 당시 D사는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즉각 해명했다. 타이완에서 검출된 성분이 EO가 아닌 2클로로에탄올(2-CE)인데 타이완이 2-CE 검출량을 EO로 환산해 EO의 수치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D사 관계자는 "EO는 살균제지만 2-CE는 EO의 대사물질로 환경에서도 존재하는 물질로 발암물질이 아니다"며 "타이완 식약서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모두 2-CE는 환경에서 유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라면 제조업체 현장 조사와 수거 검사를 실시 후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가 검사한 모든 제품에서 EO는 검출되지 않았고 제조 공정 과정에서도 EO 가스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2-CE는 일정량 검출됐는데 2-CE의 '인체노출안전기준'(일일 체중 ㎏당 0.824㎎) 대비 '1일추정노출량'은 전 연령에서 0.3%, 3∼6세 영유아는 0.8% 수준에 불과해 안전하다고 결론이 났다. 국내에서는 2-CE가 허용된 물질은 아니지만 자연 중 비의도적으로 오염되거나 발생할 수 있어 식품(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 중 2-EC 잠정기준을 30ppm(㎎/㎏)으로 설정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D사 라면 사태에 대해 K-푸드를 견제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전략적 노이즈'라는 의견을 냈다. 인체 위해성을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될 라면 2-CE 사태에 대해 다른 나라의 전략적 노이즈에 휘둘려 괜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공식 입장이다.양 기관의 발표로 라면에 대한 위해성 우려는 가라앉았다. 다만 타이완에 수출하는 국내 식품기업과 농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 당국이 검증이라는 신뢰를 기반으로 위해성 논란을 불식시킨 만큼 타이완 당국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K-푸드가 해외에 널리 알려지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수첩] 노조 리스크는 결국 고객 불만과 직결
현대자동차그룹 생산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임하면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많이 번 만큼 제대로 성과를 보상받겠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지난해 좌절됐던 '정년연장' 카드를 또 들고 나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 시키려는 억지를 쓸 기세다. 이들의 파업 우려 긴장감에 회사의 글로벌 도약은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다.최근 발표된 현대차의 올 1분기(1~3월) 잠정실적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전년(1조9289억원) 대비 86.3% 뛴 3조59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의 역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다.기아도 같은 기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기아의 영업이익은 전년(1조6065억원)대비 78.9% 뛴 2조8740억원이다.현대차 영업이익(3조5927억원)과 기아 영업이익(2조8740억원)을 더한 합산 영업이익은 6조4667억원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6400억원)의 10배가 넘고, 사상 처음 상장사 실적 1위에도 올랐다.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글로벌 넘버원 도전을 향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략에 힘이 실렸지만 웃을 수 없는 형국이 됐다. 두 회사의 생산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을 쟁취를 위해선 파업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현대차 노조는 최근 400여명의 확대 간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 조사에서 '올해 단체교섭에서 가장 시급하게 제도 개선해야 할 의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6.9%가 '정년연장'이라고 답했다. 이에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는 반드시 실질적 정년연장을 관철시키겠다고 주장한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로 타결됐던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은 올해 극심한 진통이 우려된다.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반도체 공급난을 이겨내고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한 회사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그동안 흘린 노조의 땀도 희석될 수 있다.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 전면 파업이 아닌 부분 파업이라 해도 회사로선 적잖은 타격이다. 고객 차 인도 기간이 길어지고 불만이 쌓이면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하다.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노조의 요구가 커질 수 있지만 과해선 안 된다. 그동안 현대차·기아 노조가 보인 무리한 요구는 늘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다. '귀족노조'라는 말은 괜히 생기지 않았다. 당당한 목소리를 내되 그 과정에서 벌일 파업 여파는 결국 노조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회사 역시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다 위기 대처 능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글로벌 톱 수준에 오른 만큼 노조의 목소리를 더 경청할 필요가 있다. 충돌에 따른 부담은 당사자들의 몫이지만 고객 불만과 신뢰에도 직결된다는 것도 주지해야 한다.
[기자수첩] 잘 팔리면 너도나도… 도 넘은 보험상품 베끼기
"잘 팔리면 너도나도 뛰어드니 신상품을 내놓아도 그 효과가 1개월 이상 이어지기 어려운 분위기에요. 특약 하나를 만드는데 6개월 이상 걸리는 데 (경쟁사들이) 너무 똑같이 만들다 보니까 저희 입장에선 도를 넘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 중순 기자와 만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보험사들 사이에 상품 베끼기가 심해도 이렇게 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출시한 상품을 다른 보험사가 이름만 바꿔 출시하는 일이 반복돼 신상품을 내놓는 게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보험상품 선진화는 더뎌지고 더 나아가 보험시장 성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보험상품 베끼기 논란이 재점화 됐다. 보험상품 베끼기는 상품명만 다를 뿐 보장내용이나 가입절차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상품을 내놓는 것에 대한 관용적인 표현이다. 2001년 12월 금융당국은 보험상품 베끼기를 방지하기 위해 배타적사용권(보험소비자를 위한 창의적인 보험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3개월 동안 독점 판매 권한을 부여해주는 제도)을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무색해졌다.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만료되자마자 동일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 의욕을 떨어드리는가 하면 법적으론 문제가 없어도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고 한동안 상품 판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월 DB손해보험이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한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특약(교통사고 시 경찰조사단계부터 변호사 선임비를 지급하는 특약)이다. DB손해보험이 변호사선임비특약에 대해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한 이후 3개월 동안 운전자보험 판매건수를 직전 3개월보다 2배 이상 늘렸다는 소문이 돌자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3개사도 올해 2월 운전자보험에 변호사선임비특약을 모두 탑재했다. DB손해보험 변호사선임비 특약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만료되자마자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이 상품 베끼기에 나선 것이다. 더 나아가 3월부터 변호사선임비특약 보험료 인하, 무분별한 보장 확대로 인한 과당경쟁 조짐이 나타났다. 이에 지난 4월 금융당국은 변호사선임비특약 보장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한편 과당경쟁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어린이보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KB손해보험이 어린이보험 가입 가능연령을 기존 30세에서 35세로 확대한 이후 신규 판매건수가 2배 증가하자 곧바로 4월 초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도 어린이보험 가입 가능연령을 기존 30세에서 35세로 높였다. 불과 5개월 사이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 2개의 상품에서 베끼기 논란이 터진 것이다. 물론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혁신적인 보험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내놓아야 하는 말 못할 사정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 넘은 벤치마킹을 계속 허용해서는 안 된다. 열심히 노력하는 보험사가 '바보'가 되는 베끼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보험업계도 자성해야 한다. 이를 등한시하면 보험업 성장과 선진화를 향한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기자수첩] 제2 에코프로 찾아나선 개미들…이차전지 과열 주의해야
에코프로에서 시작된 이차전지주 광풍이 포스코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제2의 에코프로를 찾아 나선 가운데 주식시장에선 이차전지 관련 주식 과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주주들의 능동적인 정보 획득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이차전지 주식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종목은 에코프로다.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 4월11일 76만9000원을 기록하며 연초(11만원)대비 약 7배 뛰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4월18일 29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올해 초(9만3400원)보다 3.2배 올랐다.빠르게 주가가 오르면서 거래 대금 규모도 커졌다. 한국거래소가 2000년 1월1일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일일 거래 대금 상위 종목을 분석한 결과 지난 4월10일 기준 에코프로비엠 거래 대금은 2조6566억원으로 1위를 달성했다. 에코프로는 3위다.에코프로에 대한 매수세는 또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인 포스코그룹주로 옮겨갔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지난 1월2일 27만2000원에서 4월17일 42만3500원으로 55.7% 상승했다. 지난 4월19일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의 주가는 41만4000원으로 새해 첫날(19만1500원)보다 116.2% 상승했다. 포스코엠텍(325.4%), 포스코DX(175.2%) 등도 이차전지 관련주로 묶이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배터리 사업에 대한 관심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에 무려 5개의 이차전지 기업이 속했다. 지난 4월2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 2위, LG화학 4위, 삼성SDI 6위, 포스코홀딩스 8위, 포스코퓨처엠 10위 등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시총 순위 9위에서 현재 4위로 올랐다. 포스코홀딩스는 11위에서 8위, 포스코퓨처엠은 43위에서 10위로 상승했다.이차전지 관련주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튀어 오르면서 본업과 관련 없는 바이오, 철강 기업 등도 이차전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의료기기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주력인 셀루메드는 올해 주총서 사업 목적에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철강재 가공사인 제이스코홀딩스는 배터리 소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구체적인 사업 추진 계획이 없는데도 주가가 뛴 경우도 나왔다. 성신양회는 보유 중인 시멘트 광산에서 리튬 채굴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지난 4월6일 1만244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며 다음날 주가는 15.92% 떨어졌다.소액주주들은 매수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고점에 물려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수다. 증권가에서도 에코프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주주들의 낙관론은 이어지는 듯 하다.이 같은 우려에 금융당국도 움직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차전지 등 미래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다양한 창구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객관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기자수첩] '한 잔'의 유혹… 음주운전은 중범죄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됐음에도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다 출·퇴근길을 비롯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경찰청 등이 집계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2012년 2만9093건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2021년 1만4894건으로 집계됐다. 윤창호법 시행 직후인 2019년에는 1만5708건으로 감소했지만 2020년도는 1만7247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성상 음주측정 기계에 입김을 불어 측정하는 방식의 한계로 단속이 느슨해진 탓이다. 2021년은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통행량 자체가 줄어 사고가 일시적으로 감소했을 뿐이란 지적이다. 2020년과 2021년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각각 11만7549건, 11만5882건으로 비슷하다.문제는 음주운전이 재범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21년 기준 44.6%다. 이 중 7회 이상 상습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18년 866명에서 2021년 977명으로 약 13% 늘었다.현행법에선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징역 8년을 넘은 경우가 거의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 음주운전을 가볍게 보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주운전은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에 처해지는 게 일반적이어서 음주운전을 가벼운 범죄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한 예로 살인 사건에 스마트폰이나 PC, 기타 흉기가 범행도구로 인정되면 몰수대상인데 음주운전 사고에 쓰인 자동차를 몰수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개인 재화지만 음주운전에 사용돼 다른 이에게 해를 입힌 '범행도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이에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행위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이에게 최대 30년까지 유기징역이 가능한 법을 만들었다. 이후 동승자는 물론 음주운전자에게 술을 제공한 이도 함께 처벌하는 조항이 추가되면서 음주운전 사망자 수는 10년 새 80% 감소했다.음주운전은 재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술을 마셨을 때는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잠금장치 도입도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해당 내용을 경찰청에 건의했고 헌법재판소도 '윤창호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시동잠금장치의 부착 검토를 제시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과 예산 문제 등으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가장 중요한 건 인식 변화다. '한 잔은 괜찮다'며 음주운전을 방치하는 것은 잠재적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음주운전'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중범죄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기자수첩] 최저임금 논의, 매년 반복되는 파행 끊어야
지난 4월18일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전원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와 내년 최저임금의 대대적인 인상과 함께 공익위원 간사인 권수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자 공익위원들이 회의에 불참으로 응수했다.공익위원들의 행동에 뿔난 근로자위원들은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을 비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경영계는 별다른 발언도 꺼내지 못한 채 사태를 관망해야 했다. 이날 회의는 대화 테이블에 내년도 최저임금 안건을 올리기는커녕 개회사의 운도 떼지 못한 채 그대로 종료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주체인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보여야 할 책임감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비판이 잇따른다. 공익위원들은 최임위 소속이 아닌 노동계가 회의장에서 시위를 벌인 것을 문제 삼는 반면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의 무책임함에 화살을 돌리며 '네 탓' 공방에 골몰하고 있다.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지불 부담을 최대한 덜어내는 동시에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노동계를 대표하는 노동자위원, 이 둘의 이견을 조율해야 할 공익위원들이 서로의 자존심만을 내세워 반목하고 상대를 책잡아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다.남은 회의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올해 협상은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최임위가 90일 내 결론을 도출하면 노동부 장관은 8월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고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최임위에 주어진 실질적인 협의 시간은 6월말까지다. 앞으로 2개월 남짓한 시간밖에 없다.최임위의 전원회의 파행은 매년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매해 심의마다 의견 대립과 다툼이 벌어졌고, 기한 내에 심의를 마친 전례가 총 8번에 불과할 정도로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위원들이 분을 못 이기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며 장외 투쟁을 벌인 일도 비일비재했다.올해도 2차 전원회의에서부터 가까스로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또 다시 파행을 빚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계가 올해보다 24.7% 인상된 시급 1만2000원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동결이나 이에 준하는 수준의 1~2%대 인상률을 고집해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최임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27명은 각 계를 대표해 사용자와 근로자, 나아가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사를 결정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최임위 소속 위원들이 이 같은 책임감을 되새기면서 올해는 파행의 고리를 끊고 진중한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
[기자수첩] IRA 성과 본 정부… 이제는 美 '반도체 과학법' 차례
4월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까다로운 요건으로 점철된 미국 반도체 과학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과학법 요건 완화는 가뭄의 단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규정이 국내 배터리업체들에 유리하게 설정되도록 한국 정부가 힘쓴 것처럼 반도체 과학법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반도체 과학법은 시설 투자 인센티브(390억달러·약 51조5600억원)를 포함해 약 527억달러(약 69조6700억원)의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견제와 미국 반도체산업 부흥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발효됐다. 당시 반도체업계에서는 미·중 갈등에 한국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투자를 계획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내비쳤다.미국 투자를 결정한 한국 업체들이 난감해진 건 지난 3월 반도체 과학법 보조금 신청 조건이 공개되면서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예상 현금흐름 등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도록 엑셀 파일 형태로 수익성 지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조금 수령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거둘 경우 일정 부분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영업기밀이 될 수 있는 반도체 웨이퍼 수율(양품 비율), 연도별 생산량, 연구·개발(R&D) 비용, 생산 첫해 판매 가격, 판매 가격 등락 등의 자료도 요구했다.반도체 과학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사실상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기술이 집약된 반도체산업 특성상 기밀 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최근 "(미국) 패키징 공장 건설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반도체 과학법 보조금 지원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반도체 과학법 요건 완화가 필요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정부에 직접 요청하긴 어렵다. 기업과 정부와의 싸움에서 우위에 있는 건 정부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정부대 정부로 반도체 과학법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도 이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 이상 줄었고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등 불황을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업체들에 힘이 돼줄 필요가 있다.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판은 만들어진 상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명 'IRA 시즌2'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정부는 앞서 IRA 세부규정이 나오기 전 미국 정부에 한국 배터리업계의 의견을 강력히 전달했고 한국 업체들에 유리하게 세부규정이 설정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반도체 과학법을 주요 의제로 설정해 한국 업체들의 우려를 설명해야 한다. 한국 업체들의 투자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점을 감안, 보조금 요건 완화를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자수첩]기준부터 흔들리는 닥사… 가상자산 공적기구 할 수 있나
국내 원화마켓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닥사·DAXA)가 헤매고 있다. 규제가 완비되지 않은 암호화폐 시장의 준 공적기구 역할을 맡았지만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위상이 흔들린다. 지난해 위메이드 가상화폐 '위믹스'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 결정 이후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최근 보완한 가이드라인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닥사는 지난 3월22일 거래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의 주요 항목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부터 5개 회원사 공동으로 도입한 가이드라인을 보완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가상자산 거래지원 재개 관련 기준이다. 공동대응으로 상장 폐지한 암호화폐를 재상장하기 위해선 ▲종료된 날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났는지 ▲일정 기간이 지났다면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됐는지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닥사 핵심 멤버 코인원이 지난 2월 위믹스를 단독으로 재상장하자 나온 조치다. 아직 위믹스 거래지원을 재개하지 않은 업비트, 빗썸, 코빗, 고팍스에 대한 기강잡기라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코인원처럼 단독 행동으로 닥사의 단일 대오를 깨지 말라는 신호로 보인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재상장 기준에 '일정 기간'이라고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기한을 밝히지 않았다. 코인원이 두 달 만에 위믹스를 재상장한 점을 감안 했을 때 위믹스는 이 기준에 소급 적용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렇듯 애매한 입장은 가상자산 업계의 혼란만 부추긴다. 닥사는 코인원의 위믹스 재상장을 두고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코인원의 단독 행동으로 지난해 위믹스를 상폐할 때 공동 대응을 강조한 일이 무색하게 됐음에도 묵묵부답이다. 위믹스를 상장 폐지할 때도 기준을 두고 말이 많았는데 여전히 수동적인 태도로 권위가 더 훼손되는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지난 3월31일에는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던 페이코인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이 실명계좌 미확보로 가상자산 사업자(VASP) 신고를 마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번에도 상장 폐지와 관련한 지침을 밝히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이해당사자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업계의 규율 기구로 나서는 데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암호화폐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상자산법 제정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닥사는 지난 4월3일 자금세탁방지 분과 신설과 올해 자율규제 이행 현황 및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닥사는 현재 자신들의 권한이 법제화 과정에서 담기길 원한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자율규제 강화 조치가 법적 자율규제 기구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에 준 공적기구로서 존재 의미를 부각시켜 거래소의 자율규제 권한을 법제화해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다.닥사가 명실상부한 가상자산 자율기구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분명한 입장이 먼저다. 코인업계 자체가 불황인데 닥사가 확실한 규칙을 제시하지 못하면 업계 혼란만 커진다. 비판이 무서워 애매한 입장을 내는 것보다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최근 "자율규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공백이 있다면 5개 회원사가 합심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환골탈태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보톡스 간접수출 발목 잡는 식약처·검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간접수출'에 대한 정부기관의 오락가락 행보에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메디톡스, 휴젤, 파마바이오리서치,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 6곳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국내 판매를 정지하고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것. 국가출하승인이란 백신·항독소·혈장분획제제 등 국가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국내 사용을 위해 품질의 균일성, 안전성 등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제도다.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업체들은 곧바로 법원에 식약처의 허가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시에 식약처의 처분 취소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들 업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본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들 업체 제품의 국내 판매에는 영향이 없다.식약처는 올해 3월12일 브리핑을 통해 수출 목적으로 생산·판매된 수출용 제품이어도 국내 수출업체(도매상)에 대금을 받고 공급한 것은 국내에 판매한 것이므로 6개 업체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재차 강조했다.검찰도 식약처의 입장과 같다. 사흘 뒤인 3월15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해당 6곳의 기업과 임직원 12명을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국내 판매했다는 이유로 약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간접수출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수출이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한다. 도매상에 명백히 수출용 제품으로 공급했고 수출용 가격이 내수용 가격보다 비싸 도매상이 손해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국내에 유통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간접수출을 국내 판매로 보고 규제를 가한다는 것이다.약사법의 개정 역사를 살펴도 식약처가 약사법의 국가출하승인제도를 내세워 간접수출을 제한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1991년 당시 대외무역법에 의한 무역업 허가와 약사법에 의한 수출입업의 허가를 이중으로 받도록 돼 있었는데 약사법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등의 수출입업허가제는 폐지됐다.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대외무역법 등을 통해 매년 '수출의 탑' 포상 기준에 간접수출 실적을 인정하며 간접수출을 장려하고 있는데 의약품 규제기관인 식약처는 간접수출에 도리어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대법원은 2003년 판시를 통해 옛 약사법 제35조의 '판매'를 국내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어 '판매'에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약 20년 전 판례이지만 아직 판례변경으로 해석을 변경하지 않은 만큼 대법원의 이 해석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식약처의 행보도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식약처는 2022년 8월 국내 식의약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제 통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선진 외국의 제도를 비교 분석해 수출을 지원하는 등 국제정책업무를 수행하는 '글로벌 식의약 정책 전략 추진단'을 구성·운영하고 있다.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침익적 제재를 다루는 형사법상의 원칙 중 '의심스러운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것이 있다.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에 품목허가 취소라는 침익적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업계의 수출여건을 눈여겨볼 수는 없었을까.
[기자수첩] '신명품 열풍'에 씁쓸한 K-패션
명품 전성시대가 저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정통 명품에 이어 '신(新)명품'까지 등장하며 기성세대부터 젊은 세대까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나타난 보복 소비가 명품에 몰리면서 정통 명품 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패션을 통해 나타내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들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통 명품은 아니지만 명품만큼 인기가 많은 신명품은 그렇게 탄생했다.신명품 브랜드들은 정통 명품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이 특징이다. 아미,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등이 대표적으로 대부분 수입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에게 사랑받으면서 국내 패션 대기업은 수입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국내 대표 패션 대기업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LF 등은 최근 수입 브랜드 라인 확장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톰브라운 등의 수입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등까지 합세하면서 신명품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업계에서 해외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업체다. 메종마르지엘라, 브루넬로 쿠치넬리, 알렉산더왕, 크롬하츠, 클로에 등 다수 유명 해외 브랜드를 선보이며 호실적을 냈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인 한섬과 LF도 수입 브랜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섬은 아워레가시, 가브리엘라 허스트, 토템 등과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LF는 세계적인 명품그룹 LVMH의 '슈퍼 루키'로 불리는 빠투를 론칭하며 수입 브랜드 강화를 선언했다.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인기 있는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다만 국내 패션기업들의 수입 브랜드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은 우려스럽다. 글로벌 본사가 국내에 직진출하면서 계약을 종료할 시 매출 타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례도 없지 않다. 셀린느는 2012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국내 수입·유통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본사가 국내 시장에 직진출했다. 직진출 시 실적 악화 문제가 아니더라도 국내 패션 대기업의 대표 브랜드가 대부분 해외 브랜드라는 점은 아쉽다. 자체 브랜드 육성을 통한 성장 필요성이 대두된다.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K-컬쳐, K-팝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K-패션은 발걸음이 더디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내 브랜드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유수의 패션쇼에 소개되는 사례는 있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다.패션업계에서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 품질이나 감각은 수준급이지만 역사와 브랜드 지속성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희망적인 점은 최근 디자이너 및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K-패션 활성화 조짐이 보인다는 것. 우영미는 까다로운 원단 선정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등으로 K-패션 대표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프랑스 봉 마르셰 백화점에서 남성관 매출 1위를 달성한 적도 있다. 일본에서는 널디와 마르디 메크르디 등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약진하는 산업은 있다. 품질과 트렌드에서 뒤지지 않는 K-패션이 K-컬쳐, K-팝 인기를 이어받을 타자가 되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노조 마음 돌린 이순호 예탁원 사장, 이제는 능력 증명할 때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이 지난 3월20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3일 임기 시작 후 첫 출근까지 2주 이상이 걸렸다. 예탁원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이 사장의 출근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금융위원회 평가위원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행연구실장)을 역임하며 증권시장의 경험이 전무하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캠프에서 당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와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을 지냈다. 이후 금융위 규제입증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정책연구심의위원, 산업조직학회 감사 등 직책을 맡았다. 노조는 이 사장에 대해 자본시장 비전문가인 점과 지휘·감독 등 행정 경험이 없는 점, 김소영 부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 및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것을 근거로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꼬집으며 임기 첫날부터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은행법 연구전문가는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인 예탁원 업무와 다르고 행정 경험도 전혀 없어 1000여명의 직원을 지휘 통솔하는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며 "예탁원의 특성 등에 상관없이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마구잡이 낙하산 기관장을 내려보내는 정권과 당국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신의 직장' 예탁원의 낙하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탁원은 1974년 한국증권대체결제 주식회사로 설립한 이후 약 50년간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오른 적이 없다. 금피아(금융 마피아)와 관피아(관료 마피아), 정피아(정치권 출신 인사) 등 '낙하산 인사'의 산실이라는 오명을 받는 이유다. 지난 20년간 임명된 역대 사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제18대 이수화 사장과 제19대 김경동 사장 2명을 제외한 ▲15대 노훈건 사장(재무부)▲16대 정의동 사장(개정경제부)▲17대 조성익 사장(재정경제원) ▲20대 유제훈 사장(기획재정부)▲21대 이병래 사장(금융위원회) ▲22대 이명호(더불어민주당) 등 6명이 정치·관표 출신이다. 예탁원 사장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은 지난 15일 이 사장이 노조 및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며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신임 찬반투표에서 총투표수 425표 가운데 찬성이 314표(73.9%)로 집계되면서 노조는 투쟁 중단을 결정했다.이 사장은 노조의 마음을 돌렸지만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플랫폼 구축, 투자계약증권 전자등록 등 굵직한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곧 출범을 앞둔 다자간매매체결회사(대체거래소·ATS)와 관련한 적절한 예탁원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반면 예탁원은 지난해 1월 기준 정부지원액이 전체 예산의 50% 미만으로 공공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공기관에서 지정해제됐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예탁원이 공공기관에서 제외되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경계감도 자연스레 커졌다. 그만큼 사업 경쟁력 제고와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가 발등의 불이다.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이 신임 사장은 산적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낙하산 인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시키고 공공기관 지정해제에 맞춰 수익성도 끌어올려야 한다. 낙하산 딱지를 떼기 위해 능력을 보여 줄 때다.
[기자수첩] 연 15.9%에 우루루… 벼랑 끝 서민의 봄날은
딱 66일만이다. 1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다시 대출문을 열었다. 지난해 겨울 12월26일 대출문을 닫은 후 올해 봄 신규대출을 재개했다.지난해 러시앤캐시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8%까지 치솟자 수익성 악화, 연체율 리스크 등을 관리하기 위해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했는데 올해는 비교적 시장환경이 개선되자 영업을 재개했다는 설명이다.업계 4위권 바로크레디트대부(바로바로론), 7위권 앤알캐피탈대부도 이달 신규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한푼이 급한 서민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언제든 대출문은 닫힐 수 있다. 대부업계가 여전히 조달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데다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된 까닭에 마진을 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오르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제한돼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줄수록 결국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으로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에 더욱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서민들의 돈줄이 하루가 다르게 바짝 말라붙자 정부도 팔을 걷어 붙였다. 저신용자도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이날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은행권 기부금 등 1000억원 규모로 마련된 정책상품이다.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이 취급하며 취약계층의 대출수요를 정책서민금융으로 흡수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지원 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 한도는 기본 50만원으로 최초 50만원 대출 후 6개월 이상 성실 납부할 경우 추가로 50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도가 적은 데다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의 금리는 연 15.9%로 연체 없이 대출을 성실히 상환하면 최저 9.4%까지 낮아진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땐 연 15.9%의 금리가 적용되고 성실 상환할 경우 6개월 주기로 연 3%포인트씩 낮아지는 식이다.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달 1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100만원이 긴급히 필요한 국민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정책 상품에 15.9%라는 고금리를 붙이는 것은 과도하다"고 쓴소리를 낸 바 있다.논란이야 어쨌든 대출 사전예약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9시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는 신청자들이 몰리며 서버가 마비됐다. 대기순번만 1000번이 훌쩍 넘었다. 연 15.9%의 높은 이자가 무색하게 신청자가 몰린 건 그만큼 지금 당장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뜻일 테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불법추심 관련 피해상담' 자료에 따르면 돈이 빌릴 곳이 없던 한 여성은 불법 사채업자에게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고서야 3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의 존엄성은 고작 지폐 몇 장 앞에 휘청거리고 만다. 저신용자들이 설 자리는 올해 역시 비좁아 보이기만 한다. 서민을 위한 금융당국의 촘촘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기고] 물 부족 위기 극복, 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
매년 3월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세계 물의 날'의 주제는 '가속화되는 변화'다.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물 위기 극복을 위해 개인과 기업, 국가, 글로벌 차원의 변화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한국 남부지역은 지난해부터 기후변화가 불러온 극심한 가뭄으로 심각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해있다. 산업단지에 입주해있는 기업들은 공업용수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환경전망 205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는 2025년 물 기근 국가를 거쳐 2050년 OECD 소속 국가 중 물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이처럼 물이 고갈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이 물을 절약하고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공장의 세척, 냉각, 가열 등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에선 매우 많은 양의 물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이콜랩은 기업의 물 관리 및 수처리 분야에서 100년의 역사를 쌓아온 전문 기업이다. 기업의 효율적인 물 관리는 물 관리의 전문성과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솔루션을 필요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물 현황을 파악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실행한 후 결과를 추적하는 단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먼저 물 사용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물 관련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콜랩은 마이크로소프트, S&P 글로벌 트루코스트와 협력해 기업을 위한 물 관리 프로그램인 '스마트 워터 내비게이터'로 기업들이 물 관련 목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실행 단계에서는 물 사용을 최적화하는 데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와 협력하고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콜랩 '3D 트라사'는 세계적 수준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물 관련 기업 시스템의 변동성과 운영상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적절한 대응을 제시하고 있다. 물 문제에 무관심과 낙관으로만 대처한다면 기업은 물론 인류의 생존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기업은 물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바탕으로 하루 빨리 가속화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제약바이오 6대 강국, 전문인력 확보가 먼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온라인 채용설명회가 지난 8일 유튜브를 통해 열렸다.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새롭게 추가된 모집요강과 취업 팁을 제공한 이 자리에는 실시간으로 5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그동안 생물·화학·화공·전산·컴퓨터 등 이공계 전공 인력을 주로 채용했다면 이번 공채에선 영업·마케팅 직군을 추가하면서 비전공자도 모집한다.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임직원 수는 2022년 기준 4532명이다. 전년(3959명) 대비 14.5% 증가한 수치다. 2017년(2119명)과 비교하면 5년 새 2배 이상 불어났다. 3·4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회사가 성장했고 관련 산업도 크게 커졌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잦은 인력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사의 인력들을 빼가는 곳으로 신생 바이오 기업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꼽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지속적인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는 세번째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 자체가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공방으로 번질 경우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사실상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더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전직 직원을 대상으로 인천지법에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력 유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보안 문제와 직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제약사와 맺은 대다수의 계약 사항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의약품 생산 공장 내부 설계도 역시 영업기밀로 꼽혀 인력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영업기밀이 다른 업체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 전문인력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인력 유출을 상쇄할 충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이 같은 인력 쟁탈전은 인력난으로 신생 바이오 벤처들에는 더 크게 다가온다. 석·박사 학력에 5년 이상의 경력자를 모집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바이오 전문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계획에 따르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바이오헬스 마이스터대를 도입하고 바이오헬스 계약학과(맞춤식 직업교육체제)를 5개에서 8개로 늘릴 예정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전문인력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인력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업계에선 계약학과만이 아닌 기존 대학의 해당학과 정원을 늘려 더 많은 전공인력을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각국은 이미 정부와 지역 주도로 바이오 인력 육성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지역과 대학마다 다양한 바이오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 바젤대는 유럽 최고권위의 제약과학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5년 내 제약바이오 6대 강국 도전이라는 공언에 앞서 산업의 기본인 전문인력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기자수첩] 올해 주총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
지난 15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했다. 올해 주총은 주주 행동주의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져 관심을 모은다. 소액주주 입김에 CEO(최고경영자) 선임 등 굵직한 안건을 올린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올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과거에 비해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주 권리 행사가 활발해지면서 주주제안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사외이사 선임과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배당 확대 등 요구 사항도 각양각색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10% 안팎으로 낮은 기업 중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겪을 경우 경영권까지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실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30일 주총에서 보통주 1주당 2417원 현금배당 결의를 요청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이달 28일 예정된 알테오젠 주총은 소액주주연대가 제출한 주주가치 제고 대책 마련, 주주들이 원하는 감사 선임 등을 제안한 상태다.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기업은 34곳, 총 안건수는 134건으로 지난해 28개 기업, 76건보다 크게 증가했다.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행동주의 펀드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실질적 변화를 감지한 덕분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행동주의를 실천하는 헤지펀드로 일정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해 기업의 의사결정 참여는 물론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등 단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한다. 1% 남짓한 지분으로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인 SM엔터인먼트를 뒤흔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벌이는 행동주의 펀드는 얼라인을 포함해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약 10곳에 달한다.행동주의 펀드 열풍에 소액주주들의 연대를 지원하는 플랫폼인 액트(αCT)도 출시됐다. 주주들은 이 플랫폼에서 투자 대상 기업의 각종 사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투표로 의견을 모아 주주 행동에 나설 수 있다.증권업계는 이번 주총 시즌이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의 계기가 될지 주목한다. 이른바 'K-주주 행동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기업들도 점차 주주가치 극대화에 힘쓸 것이란 기대다. 경영의 중심을 주주가치 극대화에 두는 '주주자본주의' 문화가 국내에도 정착될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2020년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이제 개인들은 단순 투자를 넘어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의결권을 행사하며 관련 이사들의 책임을 묻고 대표 교체를 요구한다. 올해 주총에선 활발한 주주활동을 계기로 국내 기업과 증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시대포럼]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https://i.ytimg.com/vi/VcbpSJtXg6o/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
_%EC%9A%B0%EC%B8%A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