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기준부터 흔들리는 닥사… 가상자산 공적기구 할 수 있나
국내 원화마켓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닥사·DAXA)가 헤매고 있다. 규제가 완비되지 않은 암호화폐 시장의 준 공적기구 역할을 맡았지만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위상이 흔들린다. 지난해 위메이드 가상화폐 '위믹스'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 결정 이후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최근 보완한 가이드라인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닥사는 지난 3월22일 거래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의 주요 항목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부터 5개 회원사 공동으로 도입한 가이드라인을 보완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가상자산 거래지원 재개 관련 기준이다. 공동대응으로 상장 폐지한 암호화폐를 재상장하기 위해선 ▲종료된 날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났는지 ▲일정 기간이 지났다면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됐는지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닥사 핵심 멤버 코인원이 지난 2월 위믹스를 단독으로 재상장하자 나온 조치다. 아직 위믹스 거래지원을 재개하지 않은 업비트, 빗썸, 코빗, 고팍스에 대한 기강잡기라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코인원처럼 단독 행동으로 닥사의 단일 대오를 깨지 말라는 신호로 보인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재상장 기준에 '일정 기간'이라고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기한을 밝히지 않았다. 코인원이 두 달 만에 위믹스를 재상장한 점을 감안 했을 때 위믹스는 이 기준에 소급 적용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렇듯 애매한 입장은 가상자산 업계의 혼란만 부추긴다. 닥사는 코인원의 위믹스 재상장을 두고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코인원의 단독 행동으로 지난해 위믹스를 상폐할 때 공동 대응을 강조한 일이 무색하게 됐음에도 묵묵부답이다. 위믹스를 상장 폐지할 때도 기준을 두고 말이 많았는데 여전히 수동적인 태도로 권위가 더 훼손되는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지난 3월31일에는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던 페이코인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이 실명계좌 미확보로 가상자산 사업자(VASP) 신고를 마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번에도 상장 폐지와 관련한 지침을 밝히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이해당사자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업계의 규율 기구로 나서는 데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암호화폐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상자산법 제정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닥사는 지난 4월3일 자금세탁방지 분과 신설과 올해 자율규제 이행 현황 및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닥사는 현재 자신들의 권한이 법제화 과정에서 담기길 원한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자율규제 강화 조치가 법적 자율규제 기구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에 준 공적기구로서 존재 의미를 부각시켜 거래소의 자율규제 권한을 법제화해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다.닥사가 명실상부한 가상자산 자율기구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분명한 입장이 먼저다. 코인업계 자체가 불황인데 닥사가 확실한 규칙을 제시하지 못하면 업계 혼란만 커진다. 비판이 무서워 애매한 입장을 내는 것보다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최근 "자율규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공백이 있다면 5개 회원사가 합심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환골탈태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보톡스 간접수출 발목 잡는 식약처·검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간접수출'에 대한 정부기관의 오락가락 행보에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메디톡스, 휴젤, 파마바이오리서치,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 6곳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국내 판매를 정지하고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것. 국가출하승인이란 백신·항독소·혈장분획제제 등 국가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국내 사용을 위해 품질의 균일성, 안전성 등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제도다.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업체들은 곧바로 법원에 식약처의 허가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시에 식약처의 처분 취소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들 업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본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들 업체 제품의 국내 판매에는 영향이 없다.식약처는 올해 3월12일 브리핑을 통해 수출 목적으로 생산·판매된 수출용 제품이어도 국내 수출업체(도매상)에 대금을 받고 공급한 것은 국내에 판매한 것이므로 6개 업체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재차 강조했다.검찰도 식약처의 입장과 같다. 사흘 뒤인 3월15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해당 6곳의 기업과 임직원 12명을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국내 판매했다는 이유로 약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간접수출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수출이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한다. 도매상에 명백히 수출용 제품으로 공급했고 수출용 가격이 내수용 가격보다 비싸 도매상이 손해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국내에 유통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간접수출을 국내 판매로 보고 규제를 가한다는 것이다.약사법의 개정 역사를 살펴도 식약처가 약사법의 국가출하승인제도를 내세워 간접수출을 제한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1991년 당시 대외무역법에 의한 무역업 허가와 약사법에 의한 수출입업의 허가를 이중으로 받도록 돼 있었는데 약사법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등의 수출입업허가제는 폐지됐다.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대외무역법 등을 통해 매년 '수출의 탑' 포상 기준에 간접수출 실적을 인정하며 간접수출을 장려하고 있는데 의약품 규제기관인 식약처는 간접수출에 도리어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대법원은 2003년 판시를 통해 옛 약사법 제35조의 '판매'를 국내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어 '판매'에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약 20년 전 판례이지만 아직 판례변경으로 해석을 변경하지 않은 만큼 대법원의 이 해석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식약처의 행보도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식약처는 2022년 8월 국내 식의약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제 통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선진 외국의 제도를 비교 분석해 수출을 지원하는 등 국제정책업무를 수행하는 '글로벌 식의약 정책 전략 추진단'을 구성·운영하고 있다.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침익적 제재를 다루는 형사법상의 원칙 중 '의심스러운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것이 있다.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에 품목허가 취소라는 침익적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업계의 수출여건을 눈여겨볼 수는 없었을까.
[기자수첩] '신명품 열풍'에 씁쓸한 K-패션
명품 전성시대가 저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정통 명품에 이어 '신(新)명품'까지 등장하며 기성세대부터 젊은 세대까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나타난 보복 소비가 명품에 몰리면서 정통 명품 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패션을 통해 나타내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들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통 명품은 아니지만 명품만큼 인기가 많은 신명품은 그렇게 탄생했다.신명품 브랜드들은 정통 명품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이 특징이다. 아미,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등이 대표적으로 대부분 수입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에게 사랑받으면서 국내 패션 대기업은 수입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국내 대표 패션 대기업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LF 등은 최근 수입 브랜드 라인 확장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톰브라운 등의 수입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등까지 합세하면서 신명품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업계에서 해외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업체다. 메종마르지엘라, 브루넬로 쿠치넬리, 알렉산더왕, 크롬하츠, 클로에 등 다수 유명 해외 브랜드를 선보이며 호실적을 냈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인 한섬과 LF도 수입 브랜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섬은 아워레가시, 가브리엘라 허스트, 토템 등과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LF는 세계적인 명품그룹 LVMH의 '슈퍼 루키'로 불리는 빠투를 론칭하며 수입 브랜드 강화를 선언했다.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인기 있는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다만 국내 패션기업들의 수입 브랜드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은 우려스럽다. 글로벌 본사가 국내에 직진출하면서 계약을 종료할 시 매출 타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례도 없지 않다. 셀린느는 2012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국내 수입·유통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본사가 국내 시장에 직진출했다. 직진출 시 실적 악화 문제가 아니더라도 국내 패션 대기업의 대표 브랜드가 대부분 해외 브랜드라는 점은 아쉽다. 자체 브랜드 육성을 통한 성장 필요성이 대두된다.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K-컬쳐, K-팝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K-패션은 발걸음이 더디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내 브랜드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유수의 패션쇼에 소개되는 사례는 있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다.패션업계에서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 품질이나 감각은 수준급이지만 역사와 브랜드 지속성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희망적인 점은 최근 디자이너 및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K-패션 활성화 조짐이 보인다는 것. 우영미는 까다로운 원단 선정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등으로 K-패션 대표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프랑스 봉 마르셰 백화점에서 남성관 매출 1위를 달성한 적도 있다. 일본에서는 널디와 마르디 메크르디 등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약진하는 산업은 있다. 품질과 트렌드에서 뒤지지 않는 K-패션이 K-컬쳐, K-팝 인기를 이어받을 타자가 되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노조 마음 돌린 이순호 예탁원 사장, 이제는 능력 증명할 때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이 지난 3월20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3일 임기 시작 후 첫 출근까지 2주 이상이 걸렸다. 예탁원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이 사장의 출근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금융위원회 평가위원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행연구실장)을 역임하며 증권시장의 경험이 전무하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캠프에서 당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와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을 지냈다. 이후 금융위 규제입증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정책연구심의위원, 산업조직학회 감사 등 직책을 맡았다. 노조는 이 사장에 대해 자본시장 비전문가인 점과 지휘·감독 등 행정 경험이 없는 점, 김소영 부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 및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것을 근거로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꼬집으며 임기 첫날부터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은행법 연구전문가는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인 예탁원 업무와 다르고 행정 경험도 전혀 없어 1000여명의 직원을 지휘 통솔하는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며 "예탁원의 특성 등에 상관없이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마구잡이 낙하산 기관장을 내려보내는 정권과 당국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신의 직장' 예탁원의 낙하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탁원은 1974년 한국증권대체결제 주식회사로 설립한 이후 약 50년간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오른 적이 없다. 금피아(금융 마피아)와 관피아(관료 마피아), 정피아(정치권 출신 인사) 등 '낙하산 인사'의 산실이라는 오명을 받는 이유다. 지난 20년간 임명된 역대 사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제18대 이수화 사장과 제19대 김경동 사장 2명을 제외한 ▲15대 노훈건 사장(재무부)▲16대 정의동 사장(개정경제부)▲17대 조성익 사장(재정경제원) ▲20대 유제훈 사장(기획재정부)▲21대 이병래 사장(금융위원회) ▲22대 이명호(더불어민주당) 등 6명이 정치·관표 출신이다. 예탁원 사장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은 지난 15일 이 사장이 노조 및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며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신임 찬반투표에서 총투표수 425표 가운데 찬성이 314표(73.9%)로 집계되면서 노조는 투쟁 중단을 결정했다.이 사장은 노조의 마음을 돌렸지만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플랫폼 구축, 투자계약증권 전자등록 등 굵직한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곧 출범을 앞둔 다자간매매체결회사(대체거래소·ATS)와 관련한 적절한 예탁원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반면 예탁원은 지난해 1월 기준 정부지원액이 전체 예산의 50% 미만으로 공공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공기관에서 지정해제됐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예탁원이 공공기관에서 제외되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경계감도 자연스레 커졌다. 그만큼 사업 경쟁력 제고와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가 발등의 불이다.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이 신임 사장은 산적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낙하산 인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시키고 공공기관 지정해제에 맞춰 수익성도 끌어올려야 한다. 낙하산 딱지를 떼기 위해 능력을 보여 줄 때다.
[기자수첩] 연 15.9%에 우루루… 벼랑 끝 서민의 봄날은
딱 66일만이다. 1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다시 대출문을 열었다. 지난해 겨울 12월26일 대출문을 닫은 후 올해 봄 신규대출을 재개했다.지난해 러시앤캐시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8%까지 치솟자 수익성 악화, 연체율 리스크 등을 관리하기 위해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했는데 올해는 비교적 시장환경이 개선되자 영업을 재개했다는 설명이다.업계 4위권 바로크레디트대부(바로바로론), 7위권 앤알캐피탈대부도 이달 신규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한푼이 급한 서민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언제든 대출문은 닫힐 수 있다. 대부업계가 여전히 조달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데다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된 까닭에 마진을 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오르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제한돼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줄수록 결국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으로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에 더욱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서민들의 돈줄이 하루가 다르게 바짝 말라붙자 정부도 팔을 걷어 붙였다. 저신용자도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이날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은행권 기부금 등 1000억원 규모로 마련된 정책상품이다.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이 취급하며 취약계층의 대출수요를 정책서민금융으로 흡수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지원 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 한도는 기본 50만원으로 최초 50만원 대출 후 6개월 이상 성실 납부할 경우 추가로 50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도가 적은 데다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의 금리는 연 15.9%로 연체 없이 대출을 성실히 상환하면 최저 9.4%까지 낮아진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땐 연 15.9%의 금리가 적용되고 성실 상환할 경우 6개월 주기로 연 3%포인트씩 낮아지는 식이다.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달 1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100만원이 긴급히 필요한 국민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정책 상품에 15.9%라는 고금리를 붙이는 것은 과도하다"고 쓴소리를 낸 바 있다.논란이야 어쨌든 대출 사전예약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9시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는 신청자들이 몰리며 서버가 마비됐다. 대기순번만 1000번이 훌쩍 넘었다. 연 15.9%의 높은 이자가 무색하게 신청자가 몰린 건 그만큼 지금 당장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뜻일 테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불법추심 관련 피해상담' 자료에 따르면 돈이 빌릴 곳이 없던 한 여성은 불법 사채업자에게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고서야 3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의 존엄성은 고작 지폐 몇 장 앞에 휘청거리고 만다. 저신용자들이 설 자리는 올해 역시 비좁아 보이기만 한다. 서민을 위한 금융당국의 촘촘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기고] 물 부족 위기 극복, 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
매년 3월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세계 물의 날'의 주제는 '가속화되는 변화'다.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물 위기 극복을 위해 개인과 기업, 국가, 글로벌 차원의 변화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한국 남부지역은 지난해부터 기후변화가 불러온 극심한 가뭄으로 심각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해있다. 산업단지에 입주해있는 기업들은 공업용수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환경전망 205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는 2025년 물 기근 국가를 거쳐 2050년 OECD 소속 국가 중 물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이처럼 물이 고갈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이 물을 절약하고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공장의 세척, 냉각, 가열 등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에선 매우 많은 양의 물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이콜랩은 기업의 물 관리 및 수처리 분야에서 100년의 역사를 쌓아온 전문 기업이다. 기업의 효율적인 물 관리는 물 관리의 전문성과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솔루션을 필요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물 현황을 파악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실행한 후 결과를 추적하는 단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먼저 물 사용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물 관련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콜랩은 마이크로소프트, S&P 글로벌 트루코스트와 협력해 기업을 위한 물 관리 프로그램인 '스마트 워터 내비게이터'로 기업들이 물 관련 목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실행 단계에서는 물 사용을 최적화하는 데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와 협력하고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콜랩 '3D 트라사'는 세계적 수준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물 관련 기업 시스템의 변동성과 운영상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적절한 대응을 제시하고 있다. 물 문제에 무관심과 낙관으로만 대처한다면 기업은 물론 인류의 생존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기업은 물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바탕으로 하루 빨리 가속화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제약바이오 6대 강국, 전문인력 확보가 먼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온라인 채용설명회가 지난 8일 유튜브를 통해 열렸다.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새롭게 추가된 모집요강과 취업 팁을 제공한 이 자리에는 실시간으로 5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그동안 생물·화학·화공·전산·컴퓨터 등 이공계 전공 인력을 주로 채용했다면 이번 공채에선 영업·마케팅 직군을 추가하면서 비전공자도 모집한다.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임직원 수는 2022년 기준 4532명이다. 전년(3959명) 대비 14.5% 증가한 수치다. 2017년(2119명)과 비교하면 5년 새 2배 이상 불어났다. 3·4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회사가 성장했고 관련 산업도 크게 커졌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잦은 인력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사의 인력들을 빼가는 곳으로 신생 바이오 기업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꼽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지속적인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는 세번째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 자체가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공방으로 번질 경우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사실상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더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전직 직원을 대상으로 인천지법에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력 유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보안 문제와 직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제약사와 맺은 대다수의 계약 사항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의약품 생산 공장 내부 설계도 역시 영업기밀로 꼽혀 인력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영업기밀이 다른 업체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 전문인력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인력 유출을 상쇄할 충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이 같은 인력 쟁탈전은 인력난으로 신생 바이오 벤처들에는 더 크게 다가온다. 석·박사 학력에 5년 이상의 경력자를 모집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바이오 전문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계획에 따르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바이오헬스 마이스터대를 도입하고 바이오헬스 계약학과(맞춤식 직업교육체제)를 5개에서 8개로 늘릴 예정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전문인력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인력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업계에선 계약학과만이 아닌 기존 대학의 해당학과 정원을 늘려 더 많은 전공인력을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각국은 이미 정부와 지역 주도로 바이오 인력 육성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지역과 대학마다 다양한 바이오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 바젤대는 유럽 최고권위의 제약과학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5년 내 제약바이오 6대 강국 도전이라는 공언에 앞서 산업의 기본인 전문인력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기자수첩] 올해 주총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
지난 15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했다. 올해 주총은 주주 행동주의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져 관심을 모은다. 소액주주 입김에 CEO(최고경영자) 선임 등 굵직한 안건을 올린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올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과거에 비해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주 권리 행사가 활발해지면서 주주제안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사외이사 선임과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배당 확대 등 요구 사항도 각양각색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10% 안팎으로 낮은 기업 중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겪을 경우 경영권까지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실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30일 주총에서 보통주 1주당 2417원 현금배당 결의를 요청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이달 28일 예정된 알테오젠 주총은 소액주주연대가 제출한 주주가치 제고 대책 마련, 주주들이 원하는 감사 선임 등을 제안한 상태다.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기업은 34곳, 총 안건수는 134건으로 지난해 28개 기업, 76건보다 크게 증가했다.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행동주의 펀드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실질적 변화를 감지한 덕분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행동주의를 실천하는 헤지펀드로 일정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해 기업의 의사결정 참여는 물론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등 단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한다. 1% 남짓한 지분으로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인 SM엔터인먼트를 뒤흔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벌이는 행동주의 펀드는 얼라인을 포함해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약 10곳에 달한다.행동주의 펀드 열풍에 소액주주들의 연대를 지원하는 플랫폼인 액트(αCT)도 출시됐다. 주주들은 이 플랫폼에서 투자 대상 기업의 각종 사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투표로 의견을 모아 주주 행동에 나설 수 있다.증권업계는 이번 주총 시즌이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의 계기가 될지 주목한다. 이른바 'K-주주 행동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기업들도 점차 주주가치 극대화에 힘쓸 것이란 기대다. 경영의 중심을 주주가치 극대화에 두는 '주주자본주의' 문화가 국내에도 정착될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2020년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이제 개인들은 단순 투자를 넘어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의결권을 행사하며 관련 이사들의 책임을 묻고 대표 교체를 요구한다. 올해 주총에선 활발한 주주활동을 계기로 국내 기업과 증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고물가에 소비자 신음하는데… 불편한 스타마케팅
"치킨 버거계의 대세로 떠오를 이번 신메뉴와 대세 그룹 뉴진스의 트렌디한 무드가 잘 맞아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맥도날드는 이달 신메뉴를 출시하고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발탁했다. 뉴진스의 마케팅 효과는 이미 LG전자 그램에서 입증됐다. 뉴진스가 모델로 선 그램 신모델은 나오는 족족 완판 행렬을 기록했다.최근 식품·유통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제품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눈치보기다. 관련 업체 대부분은 가격인상 요인으로 치솟는 원재룟값과 물류비 등 원가와 비용 증가를 꼽는다. 가격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거세고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도 강하지만 적자를 낼 수는 없기에 가격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맥도날드는 지난달 일부 메뉴의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지난해 8월 가격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6개월만에 또 올렸다. 그러면서 모델비가 비싸다고 알려진 뉴진스를 신제품 광고모델로 썼다.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울상이라면서도 스타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셈이다.맥도날드의 뉴진스 발탁 외에 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사례는 많다. 지난 8일 가격을 평균 2% 인상한 버거킹은 올해 1월 신제품 모델로 악뮤 이찬혁을 선정했다. 오뚜기는 비빔면 시장을 겨냥해 걸그룹 마마무의 화사를 진비빔면 새 모델로 선정했다. 삼양사는 큐원 상쾌환 신규 모델로 배우 이선빈과 가수 겸 배우인 한선화, 정은지를 발탁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새로의 새 앰버서더로 배우 이도현을, 처음처럼 신규 모델로 배우 한소희를 각각 선택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는 국내는 배우 송중기, 해외는 아이돌 샤이니와 함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투 트랙 모델 전략을 편다.스타마케팅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대중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전략이다. 스타를 광고모델로 발탁함으로써 제품 판매 증진을 유도하고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이려는 전략이다. 스타의 이미지와 제품의 이미지를 동질화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높은 광고효과를 올릴 수 있다. 스타의 인기 상승과 함께 제품 판매량도 늘어난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일각에선 이런 스타마케팅이 지나치게 높은 스타 몸값으로 제품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억원대의 광고모델을 썼으니 소비자들에게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톱스타를 간판 모델로 선정하면서도 원부자잿값 인상 등 비용 상승 부담으로 제품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품의 가격 경쟁력 없이 톱스타를 내세운 광고에만 치중한다면 소비자들을 눈속임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 입장에선 연예인 모델이 광고에 나오는지 아닌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대내외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수억, 수십억원에 달하는 스타 모델 비용을 아끼면서 제품 가격을 고민하는 것이 고물가로 신음하는 소비자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기자수첩] 해묵은 인뱅의 메기 효과 논란
"저희가 금융소비자들에게 금리 인하 등 더 많은 혜택을 드리도록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시중은행 대비 경쟁력 있는 금융 상품도 많이 내놓겠습니다."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고금리 이자장사 행태를 지적한 기자의 기사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인터넷은행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최근 고신용자에 이어 중·저신용자까지 시중은행보다 최대 약 2%포인트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실제 인터넷은행 중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1조2939억원으로 전년 대비 64.6% 늘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3852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94.54% 급증했다. 대규모 이자수익을 기록하면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난해 영업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0.6%, 95%에 달한다.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상승세도 가파르다. 카카오뱅크의 NIM은 지난해 말 기준 2.83%로 1년만에 0.70%포인트 치솟았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51%로 1년새 0.95%포인트나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NIM은 1.59~1.75%로 1년 만에 0.15~0.22%포인트씩 오른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NIM은 예금과 대출 업무는 물론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얻은 이자 수익과 비용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수익성지표다. 총이자 수익에서 총이자비용을 차감한 금액을 이자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이다.상황이 이러니 인터넷은행의 행태가 기존 전통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 속 과점지위를 남용해 대규모 이자이익을 거둬들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을 내세운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처럼 예대(예금과 대출) 마진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면서 메기효과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플랫폼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 플랫폼에 기반한 비이자이익보다 예대마진 중심의 성장을 지속하면 혁신 없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 자본의 분리) 완화라는 특혜만 받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인터넷은행이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디지털금융 혁신을 꾀하는 정통 은행권과 차별점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최근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형성된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제4 인터넷은행 인·허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기존 은행권엔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크게 위기감을 느끼진 않는 모습이다. 이미 2017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부터 2021년 토스뱅크까지 인터넷은행 3사가 등장했지만 기대했던 메기효과를 제대로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인·허가 당시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고착화 된 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국내 은행업에 메기 효과를 불어넣겠다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메기 효과를 위해 35년만에 1982년 탄생한 은행법 은산분리 규정의 예외까지 인정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투자를 허용했다. 그만큼 이제 기대에 걸맞는 파격적인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인터넷은행이 기대 만큼 '메기' 역할을 했는지 되레 물만 흐리는 '미꾸라지'에 그쳤는지에 대한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때다.
[기자수첩] 경제 안전판, 은행권의 이자장사 뭇매
금리 인상기에 약 50조원의 이자수익을 낸 은행권이 뭇매를 맞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대출자의 신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은행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50조원에 달한다. 지주별 이자이익은 ▲KB 11조3814억원 ▲신한 10조6757억원 ▲농협 9조5559억원 ▲하나 8조9198억원 ▲우리 8조6966억원 순이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18조원을 돌파했다. 지주별 순이익은 ▲신한 4조6423억원 ▲KB 4조4133억원 ▲하나 3조6257억원 ▲우리 3조1693억원 ▲농협 2조2309억원이다. 5대 은행이 지급한 성과급은 지난해 1조3823억원에 이른다. 각 은행 별로 300~400%의 성과급에 6억~7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금융당국에 5대 은행의 과점체계 해소를 주문했다. 1995년 도입한 금산분리 제도를 손질하고 은행 인가를 용도나 목적에 따라 소상공인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을 배출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케이뱅크에 은행권 진입을 열어준 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에 이어 4번째 인터넷은행의 출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은행권이 이자 수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과점체제 개혁에 나선 것이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30여개로 난립했던 은행권은 부실은행 구조조정과 은행 간 인수·합병을 거치며 지난 1월말 기준 23개로 줄었다. 금융당국이 1991년 이후 약 30년간 신규 은행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의 원전 수주 시 글로벌 50위권의 인지도를 갖춘 국내 은행이 없어 스탠다드차타드에 보증을 맡겨야 했던 당시엔 '메가뱅크' 육성에 팔을 걷었다. 그 결과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2016년 80위에서 2020년 1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이던 금융산업은 미국(1위), 홍콩(2위)과 경쟁하며 선진금융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은행권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 위기 속에 경제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는 9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유동성 공급과 133조원에 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취약 대출자 연착륙을 지원했다. 정부의 관치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두 가지 경제이론이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 시장자유방임 이론과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주장한 '정부의 개입' 보완책(공공지출)이다. 두 가지 이론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정부와 시장 플레이어가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은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 올해 연간 무역적자까지 겹쳐 경제성장률이 1%대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경제발전 속도가 늦춰지지 않도록 규제와 자율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때다.
[기자수첩] 속도 붙은 미래모빌리티, 정부·국회는 또 느리다
세계 완성차업계가 전기·수소자동차를 앞세운 미래모빌리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계도 다양한 전동화 라인업을 선보이며 내연기관차시대 종말을 대비하는 등 새 먹거리 준비에 한창이다.완성차업계가 미래모빌리티 전환에 사활을 걸었지만 정부와 국회는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미래 모빌리티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늑장을 부리던 국회는 이제야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미래 자동차 전환촉진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 공청회'를 진행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로 전환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공청회 참석자들은 미래모빌리티 산업 전환이 시급한 만큼 신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미래모빌리티 관련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세제지원, 보조금 한도 상향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현재 국회에는 여당 1건·야당 3건 등 총 4건의 미래모빌리티 관련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정부도 엇박자 행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끼리 의견조율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관련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다. 관련법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모빌리티 혁신 포럼 출범식'에서 "모빌리티 혁신은 국가·국력의 총력 대응 전 같다"며 "국가 또는 국가끼리 협력을 통해 앞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를 포함한 공공이 밀어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정부가 늦어 민간이 늦어지지 않도록 더욱 속도를 내야한다"고 덧붙였다.원 장관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민·관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관이 민간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국내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업체의 뒤를 쫓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세계시장을 앞장서서 주름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아이오닉5·6, EV6 등 전동화 라인업이 안전성과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세계무대 시상대 맨 위에 자리하고 있어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세계시장에 각인되며 현대차그룹 전체 매출 증대에 큰 축을 담당한다.현대차·기아는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과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북미에서 인정받으며 세계 판매량 1위인 일본 토요타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화의 엇박자는 미래모빌리티 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미래모빌리티는 속도전이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린 민간의 행보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지원을 쏟아야 할 때다.
[기자수첩] '센타븐' 논란 뭐길래… 고심 깊어진 세븐일레븐
편의점 업계의 와인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븐일레븐이 일부 가맹점주들이 만든 '센타븐' 사태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 정한 가격보다 더 싸게 와인을 판매하면서 일반 가맹점주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센타븐이 사라질 경우 세븐일레븐 불매운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이번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와인 마니아가 늘어나면서 세븐일레븐 일부 가맹점주들이 조직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정가보다 더 싸게 판매하면서 불거졌다. 고객이 센타븐 소속 점포에 방문해 카카오페이머니로 '이달의 와인'을 정가에 결제하면 점주가 현금을 페이백으로 이체해주는 방식이다.예를 들어 일반 세븐일레븐 가맹점에서는 5만원짜리 와인 한 병을 카카오페이머니 할인을 적용하면 4만원에 판매하는데 센타븐의 경우 고객한테 5000원을 현금으로 이체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 가맹점보다 10%가량 할인된 가격에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센타븐은 지난해 5월 6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 17개까지 늘어나면서 일반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센타븐이 편법을 사용해 다른 가맹점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국세청의 고시를 근거로 불법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세청 제2022-16호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3조에 따르면 주류의 거래와 관련해 장려금, 할인, 외상매출금 또는 수수료 경감 등 그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금품(대여금 제외) 또는 주류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위반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일반 가맹점주들의 입장에서는 본사에서 책정한 정상 가격으로 와인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센타븐으로 인해 마진을 많이 남겨서 파는 악덕 점주가 되는 다소 억울한 상황이다. 일부 점주들은 세븐일레븐과 재계약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세타븐의 등장으 프랜차이즈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본사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센타븐을 옹호하는 입장을 들어보면 센타븐 점주들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사비를 들여서까지 페이백을 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새로운 판매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세븐일레븐 점주들의 반발로 센타븐이 없어질 수도 있는 말이 나오자 센타븐을 통해 와인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은 세븐일레븐에 대한 불매운동 목소리까지 낸다.본사에서는 대응책 마련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정상적인 유통 판매 범위를 벗어난 사실은 인정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머니로 선결제를 하고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은 자칫하면 소비자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오로지 센타븐의 말만 믿고 '임의적 결제'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위험한 건 소비자를 위한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븐일레븐 본사와 센타븐, 일반 가맹점주들이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올바른 판매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이유다.
[기자수첩] 전동화 드라이브, 코로나가 급가속 막았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자동차 '전기동력화'다. 세부 계획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모든 모델에 전동화 라인업을 추가하고 장기적으로는 전동화 차만 팔겠다는 메시지는 똑같다.전기동력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발암물질로 불리는 질소산화물(Nox)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감축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21차 당사국총회, COP21)에 따라 모든 국가가 참여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자동차회사들은 판매하는 제품인 '자동차'는 물론 생산 공장과 공정은 물론 소재를 가공하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탄소발생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 같은 이유로 5년여 전부터 내연기관차에서 순수전기차(BEV)로 관심이 빠르게 옮겨가기 시작했다. 토요타 등 하이브리드를 고집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한 자동차회사들이 BEV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내연기관차 시장 후발주자들은 BEV로의 전환에 적극적이었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치열한 경쟁 결과로 2020년쯤부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전용 설계와 생산방식을 담은 새로운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때만 해도 내연기관차의 종식이 머지않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그런데 새로운 전기차들이 본격 출시될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 공급망이 마비됐다. 자동차의 신경망으로 불리는 전선뭉치 '와이어링하네스'는 물론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생산을 멈췄고 소비자는 차를 주문해도 1년 넘게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 됐다.갑자기 관심이 폭증한 전기차는 완성차업체 입장에선 새로운 목표면서도 '계륵' 같은 존재로 평가받았다. 100여년 동안의 노하우가 쌓인 내연기관차는 전통적인 완성차업체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반면 전기차는 핵심부품인 배터리·모터 등을 만드는 주요 부품사의 목소리가 커서 완성차업체의 눈엣가시였다. 이런 이유로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고 전기차만 바라보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코로나19 상황은 전동화 전환 과정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중요한 찬스가 됐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전동화만 바라볼 수 없는 합당한 이유가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동화를 선언한 회사들이 내연기관차를 차질 없이 잘 만들어야 생존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소비자들도 여러 단점을 노출한 전기차보다는 전기를 사용하면서도 연료를 주입해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에 관심을 쏟았다. 최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실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서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신차 구매 시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포함)를 선택하겠다는 한국 소비자 비율은 40%에 달한 반면 BEV는 17%밖에 되지 않았다.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려는 자동차회사와 친환경 가치소비를 하되 불편함은 싫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이다. 제2의 테슬라를 꿈꾸던 여러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존재감이 사라진 점, 무리한 경쟁의 잔재라는 평을 받는 전기차 화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덕분에 시간을 번 만큼 보다 현실적인 전동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전보다 한층 완성도 높은 전동화 제품도 내놔야 한다. 사상 최대 실적에만 눈이 멀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기자수첩] '깜깜이' 온라인 보험 비교 플랫폼… 혼란만 키운다
"2월 중 금융위원회가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보험 비교 플랫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와 관련해 저희한테 전달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계에 하라는 대로 해야겠지만 여간 답답한 게 아닙니다." 최근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비교 플랫폼 가이드라인 발표가 4개월 넘게 미뤄지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위원회의 '불통행정'으로 보험사와 보험대리점, 빅테크업계가 사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보험 비교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이후 11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명확한 설명도 없이 일정을 미루면서 당사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보험사와 카카오·토스 등 빅테크들은 가이드라인의 세부 내용과 공개시점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보험 비교 플랫폼은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자동차·실손·저축·단기보험 등 상품범위와 판매수수료율이 담긴다. 현재 보험업 라이선스가 없는 빅테크는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없다. 금융위는 보험 비교 플랫폼의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을 통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빅테크의 보험 비교 플랫폼 진출은 보험대리점 입장에서는 생계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빅테크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중개 판매하면 설계사들의 영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중장기적으로 빅테크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미래 수익원 확보를 위해 보험 비교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 비교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위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보험업계·빅테크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우선 당사자인 보험사·대리점, 빅테크와 논의가 부족했다. 금융위원회가 업계 목소리를 들은 건 지난해 11월, 올해 1월 각 업계 관계자들과 진행한 두 차례의 릴레이 간담회가 전부다. 이마저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첫 번째 간담회에서는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통보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번째 간담회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미 답을 다 정해둔 상황에서 왔기 때문에 보험업계 관계자들 의견은 사실상 묵살되는 분위기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월 마지막으로 열린 릴레이 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1개월여가 지난 현시점에서도 아무런 진척이 없다. 각 업계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가이드라인 마련은 진통과 잡음이 따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사자들과의 논의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보험 비교 플랫폼 가이드라인이 진정한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지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자수첩]제4통신사를 향한 과기정통부의 위험한 도박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4통신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규 사업자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가 눈에 띄지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에 진입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4통신사 유치가 난항에 빠진다면 미래 먹거리를 위한 28㎓ 대역 개발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어 과기정통부의 성급한 결정이 아쉽다.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31일 5세대 이동통신(5G) 28㎓ 대역 신규 사업자를 유치하겠다며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빠진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수한 28㎓ 대역 사업권 2개 중 1개를 제4통신사업자에게 할당해 사실상 3년간 독점 사업권을 제공한다. 통신 3사처럼 전국망을 구축할 필요도 없다. 수도권·강원권처럼 특정 권역을 선택하고 해당 권역 역시 전체를 커버하는 망을 깔지 않고 인구가 밀집한 장소(핫스팟) 위주로 기지국을 설치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핫스팟을 300곳 구축한다고 가정하면 투자금이 약 3000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과거 제4통신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신규 투자액만 수 조원대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망 투자비를 대폭 낮춘 셈이다. 신규 사업자의 자금 조달을 위해 약 4000억원 수준의 정책자금도 융자나 대출 형식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진입장벽을 확 낮춘 만큼 7차례나 무산된 제4통신사 추진이 이번엔 성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현실은 다르다. 사업 성패는 '자본력'과 '사업성'에 달렸다. 정부는 3000억원을 강조했지만 업계에선 이를 '계약금' 정도로 본다. 통신 사업 특성상 인프라 구축과 유지는 물론 마케팅비 등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것은 뻔하다. 대출 형식의 자금 지원도 결국엔 빚이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 통신사도 버거워하던 일을 맡으려면 적어도 '현대자동차'급 기업은 돼야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 고민이다. 국내에서 28㎓ 대역은 서비스 단말기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활용성이 낮다. 정부는 여러 사업자들의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오히려 잠잠하다. 최근 디지털 대란 이후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가 중요해진 탓에 규제 사업인 통신에 발을 들이면 과기정통부의 깐깐한 입맛을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통신 3사처럼 눈치를 보며 사업 전략 수립에 애를 먹을 것이 자명하다.제4통신사 유치가 이대로 좌초하면 상황이 악화된다. 통신 3사에게 되돌려줄 수도 있지만 이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니 만큼 장담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국민 편익만 줄어들 것이다. 이미 기존에 있는 알뜰폰을 두고 '굳이 제4통신사를 왜 세우느냐'는 쓴소리도 들린다. 알뜰폰이 통신 3사 턱 밑까지 성장한 상황에서 비용 및 효용성 측면에서 이들 사업자를 지원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홍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과기정통부가 섣불리 행동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제4통신사'라는 가시적 성과에 매몰되지 말고 신규 사업자가 어떤 수익모델로 돈을 벌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 그룹이나 업계 관계자 등 협의를 통해 이를 발굴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등한시하면 제4통신사를 향한 '7전 8기'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기자수첩] 소액주주 눈치 보는 기업 늘어야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의 주주 눈치 보기가 시작됐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부 계획을 수정할 뿐 기업들의 꼼수는 여전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외치는 기업들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 코리아 디스카운드 해소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금융당국은 물적분할로부터 소액주주를 보호하겠다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은 ▲공시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분할 법인에 대한 상장 심사 강화가 적용된다.물적분할이 막힌 기업들은 현물출자와 인적분할로 노선을 전환하고 있다. 현물출자와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자회사를 100% 소유한다는 점에서 같다. 이사회 의결을 마친 후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현물출자 방식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신설 회사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물적분할보다 주주 친화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지분교환을 통해 대주주의 경영권 확대에 이용된다.정량적인 규제도 꼼수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과거 자회사 지분율을 낮춰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공정거래법이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정하자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을 43.39%에서 29.99%로 낮췄다. 이후 정부가 규제 대상을 30%에서 20%로 낮추자 현대자동차는 보유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 그룹에 매각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갔다.같은 시기 삼성그룹도 20%로 낮아진 규제 기준에 맞춰 지분을 매각했다. 2021년 5월 기준 삼성생명보험의 총수 일가 지분은 20.82%였지만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 3.46%의 절반인 1.73%를 처분했다. 이에 삼성생명의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19.09%로 줄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기업들은 규제에 맞춰 법망을 피할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에 법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회사가 소액주주를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고 주주들의 힘도 커져야 한다. 미국은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민사 소송이 활성화돼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눈치를 봐야 한다.최근 한국서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건 다행이다. DB하이텍, 풍산,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이중상장을 막아냈다. 그중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철회는 소액주주들의 압박에 굴복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분 대결에서 이길 수 있었음에도 소액주주 연대의 대화 요청에 IR담당 임원이 직접 나섰다. 한국조선해양과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유지키로 했다. 이상목 기업지배구조 혁신 주주연합 대표는 "연합이 담당하고 있는 회사 11곳 가운데 주주의 대화 요청에 응한 곳은 한국조선해양이 유일하다"며 "결과만 보면 상장을 철회했다는 것은 같지만 한국조선해양의 계획 변경은 대화의 결과물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ESG 경영 유행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작 G(지배구조)를 신경 쓰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ESG를 외치는 기업들도 총수 일가의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 배당을 조절하고,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회사를 분리한 뒤 중복 상장시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 말로만 ESG를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기자수첩] '시대 역행' 네 글자로 정리되는 제10차 전기본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과 전력설비 확충 목표를 다루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관련 논란이 뜨겁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기존 목표보다 축소하면서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와 멀어진 탓이다. 목표 달성 여부 등 현실성을 고려해 이번 전기본을 설정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다른 주요국들이 어려움을 딛고 탄소중립 실현에 힘쓰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30년 전원별 발전 비중을 ▲원자력 32.4% ▲액화천연가스(LNG) 22.9% ▲신재생에너지 21.6% ▲석탄 19.7% 등으로 구성하는 것이 골자인 제10차 전기본을 지난 1월 확정했다. 2021년 확정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 대비 원전 비중(23.9%)은 8.5%포인트 늘고 신재생에너지(30.2%)는 8.6%포인트 줄었다.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보급하는 방향으로 제10차 전기본을 구성했다고 한다. 여기서 산업부가 말한 합리적인 보급은 축소로 읽힌다. 산업부는 제10차 전기본 후속 조치로 기존 2026년 25%였던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을 2030년 25%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입법 예고했다. 2026년 RPS는 기존 25%에서 15%로 감소한다. 대형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줄면서 신재생에너지업계가 축소될 전망이다.산업부의 제10차 전기본과 후속 조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줄였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역행한다. 산업부는 현재 보급여건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추가로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지만 미국 등 주요국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선진국들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이기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밝혔다.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쓰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및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 지원 덕분에 태양광·풍력 업체들이 설비 확충을 늘리고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정책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업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과는 대조적이다.국내 업체인 한화솔루션은 IRA 수혜를 겨냥해 미국에 3조2000억원을 투자, 태양광 연산 능력을 기존 1.7기가와트(GW)에서 8.4GW로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에서 실리콘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중 최대 생산능력으로 약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다. 한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힘을 줘 한화솔루션 투자가 국내에서 진행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구축됐으면 더 좋았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자수첩] 증권가 구조조정의 역설… 핵심인재 유출
"젊은 증권맨들이 증시 불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너도나도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분위기입니다. 매년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대형 투자은행(IB) 도약을 외치고 있지만 위기 때마다 인력을 감축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네요.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새해 벽두부터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친 여의도 대형 증권사의 임원이 한 말이다. 증권사의 핵심 인재 유출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최근 증권가는 L(layoff, 해고)의 공포가 드리웠다. 국내 주식시장의 불황과 부동산 시장 악화에 실적 한파가 몰아쳤고 증권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 축소, 구조조정, 인건비 절감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8개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누적)은 4조5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7조7881억원) 41.2% 감소했다. 지난해 말 케이프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를 시작으로 이달초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도 희망퇴직 행렬에 동참했다. 문제는 구조조정 한파에 여의도 증권가를 벗어나는 우수 인재들이다. 증권사들이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하면서 핵심 직원들이 대거 이탈하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증권업계는 자기자본이 9조원이 넘는 증권사가 대거 등장했으나 지난해 KRX증권지수가 29% 하락하는 등 국내 증권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4.89% 내린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하락세다. 1월19일 종가 기준 키움증권은 전일 보다 600원(0.61%) 오른 9만9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8만900원 보다 1만8800원(18.8%) 올랐으나 지난해 3월4일 장중 최고가인 10만6000원 보다 6300원(6.31%) 내린 수치다. 같은 날 기준 미래에셋 주가는 6910원으로 지난해 2월10일 장중 최고가 9050원 보다 2410원(30.9%) 내렸다. 몸값이 떨어진 증권사들의 증시 전망도 현실과 큰 괴리를 보인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예상한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는 1940~2800이다. 1월19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2380.34를 기록했다. 증시 변동성이 여전히 큰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코스피와 예상밴드 저점과 고점 간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증권사들이 격변하는 금융투자시장과 노동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지 않고 비용절감의 극약처방으로 '희망퇴직'만 역설하다 보니 유능한 인재가 유출되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증권업은 증시가 단기 변동성이 큰 분야인 만큼 업황이 개선될 경우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인위적 구조조정 보다 장기적인 경영 성과를 목표로 체질개선에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에도 핵심 인재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기자수첩] 코로나에 몸값 띄웠지만… 주가조작 의혹 멍든 바이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기업인 피에이치씨 임원 3명과 최인환 전 피에이치씨 대표가 검찰에 구속됐다. 허위의 정보를 흘려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아서다.피에이치씨는 2020년 8월18일 관계사인 필로시스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검체채취키트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진단키트 수요는 하루에만 50만건이 이뤄져 진단키트도 50만개가 필요하다"며 "미국 내 다수 계약을 진행 중인데 이번 FDA 허가를 통해 (계약 확정에)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피에이치씨 종가기준 주가는 이 발표가 있기 전인 8월14일 1325원에서 9월9일 9121원까지 급등했다.검찰은 피에이치씨의 발표가 과장됐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 허위·과장 정보를 통해 주가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업계에서는 이처럼 주가조작 혐의로 곤경에 처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관련 주가가 급등한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22년 9월 말 일양약품을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대는 일양약품이 2020년 3~6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했던 자사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0% 감소시킨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발표해 주가를 띄운 것으로 판단했다. 일양약품 주가는 당시 2만원대에서 2020년 7월24일 장중 10만6500원까지 5배가량 치솟았다.김동연 일양약품 대표이사는 2022년 10월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가조작 논란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했다. 김 대표는 "자본이 없는 제약사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기 위한 홍보수단이었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항바이러스제 신약 개발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기업에 대대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던 보건복지부도 이들의 사업 적절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연구개발비를 '먹튀' 했는지와 함께 주가를 띄울 목적으로 백신·치료제를 개발하는 척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업 14곳에 연구비 명목으로 국비 1679억원을 지원했지만 셀트리온(치료제 렉키로나)과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스카이코비원)만 성과를 냈다.코로나19가 유행한 영향으로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큰 관심을 끌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을 종식하기 위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업의 노력을 응원했고 임신진단기 이외에 잘 알지 못했던 진단기기는 수출 효자 품목이 됐다.코로나19를 기회 삼아 주가만 띄울 목적으로 허위의 정보를 흘린 일부 몰염치한 기업 때문에 정보를 충분히 갖지 못한 개미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내실 없이 주가조작으로 급등한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피에이치씨처럼 주식 거래정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갓 빛을 보는가 싶었던 업계에 찬바람이 일었고 신뢰는 바닥을 쳤다. 여전히 제2의 피에이치씨 또는 일양약품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업계는 말로만 '반면교사'를 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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