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고물가에 소비자 신음하는데… 불편한 스타마케팅
"치킨 버거계의 대세로 떠오를 이번 신메뉴와 대세 그룹 뉴진스의 트렌디한 무드가 잘 맞아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맥도날드는 이달 신메뉴를 출시하고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발탁했다. 뉴진스의 마케팅 효과는 이미 LG전자 그램에서 입증됐다. 뉴진스가 모델로 선 그램 신모델은 나오는 족족 완판 행렬을 기록했다.최근 식품·유통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제품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눈치보기다. 관련 업체 대부분은 가격인상 요인으로 치솟는 원재룟값과 물류비 등 원가와 비용 증가를 꼽는다. 가격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거세고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도 강하지만 적자를 낼 수는 없기에 가격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맥도날드는 지난달 일부 메뉴의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지난해 8월 가격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6개월만에 또 올렸다. 그러면서 모델비가 비싸다고 알려진 뉴진스를 신제품 광고모델로 썼다.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울상이라면서도 스타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셈이다.맥도날드의 뉴진스 발탁 외에 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사례는 많다. 지난 8일 가격을 평균 2% 인상한 버거킹은 올해 1월 신제품 모델로 악뮤 이찬혁을 선정했다. 오뚜기는 비빔면 시장을 겨냥해 걸그룹 마마무의 화사를 진비빔면 새 모델로 선정했다. 삼양사는 큐원 상쾌환 신규 모델로 배우 이선빈과 가수 겸 배우인 한선화, 정은지를 발탁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새로의 새 앰버서더로 배우 이도현을, 처음처럼 신규 모델로 배우 한소희를 각각 선택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는 국내는 배우 송중기, 해외는 아이돌 샤이니와 함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투 트랙 모델 전략을 편다.스타마케팅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대중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전략이다. 스타를 광고모델로 발탁함으로써 제품 판매 증진을 유도하고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이려는 전략이다. 스타의 이미지와 제품의 이미지를 동질화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높은 광고효과를 올릴 수 있다. 스타의 인기 상승과 함께 제품 판매량도 늘어난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일각에선 이런 스타마케팅이 지나치게 높은 스타 몸값으로 제품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억원대의 광고모델을 썼으니 소비자들에게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톱스타를 간판 모델로 선정하면서도 원부자잿값 인상 등 비용 상승 부담으로 제품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품의 가격 경쟁력 없이 톱스타를 내세운 광고에만 치중한다면 소비자들을 눈속임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 입장에선 연예인 모델이 광고에 나오는지 아닌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대내외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수억, 수십억원에 달하는 스타 모델 비용을 아끼면서 제품 가격을 고민하는 것이 고물가로 신음하는 소비자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기자수첩] 해묵은 인뱅의 메기 효과 논란
"저희가 금융소비자들에게 금리 인하 등 더 많은 혜택을 드리도록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시중은행 대비 경쟁력 있는 금융 상품도 많이 내놓겠습니다."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고금리 이자장사 행태를 지적한 기자의 기사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인터넷은행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최근 고신용자에 이어 중·저신용자까지 시중은행보다 최대 약 2%포인트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실제 인터넷은행 중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1조2939억원으로 전년 대비 64.6% 늘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3852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94.54% 급증했다. 대규모 이자수익을 기록하면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난해 영업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0.6%, 95%에 달한다.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상승세도 가파르다. 카카오뱅크의 NIM은 지난해 말 기준 2.83%로 1년만에 0.70%포인트 치솟았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51%로 1년새 0.95%포인트나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NIM은 1.59~1.75%로 1년 만에 0.15~0.22%포인트씩 오른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NIM은 예금과 대출 업무는 물론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얻은 이자 수익과 비용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수익성지표다. 총이자 수익에서 총이자비용을 차감한 금액을 이자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이다.상황이 이러니 인터넷은행의 행태가 기존 전통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 속 과점지위를 남용해 대규모 이자이익을 거둬들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을 내세운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처럼 예대(예금과 대출) 마진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면서 메기효과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플랫폼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 플랫폼에 기반한 비이자이익보다 예대마진 중심의 성장을 지속하면 혁신 없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 자본의 분리) 완화라는 특혜만 받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인터넷은행이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디지털금융 혁신을 꾀하는 정통 은행권과 차별점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최근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형성된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제4 인터넷은행 인·허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기존 은행권엔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크게 위기감을 느끼진 않는 모습이다. 이미 2017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부터 2021년 토스뱅크까지 인터넷은행 3사가 등장했지만 기대했던 메기효과를 제대로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인·허가 당시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고착화 된 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국내 은행업에 메기 효과를 불어넣겠다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메기 효과를 위해 35년만에 1982년 탄생한 은행법 은산분리 규정의 예외까지 인정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투자를 허용했다. 그만큼 이제 기대에 걸맞는 파격적인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인터넷은행이 기대 만큼 '메기' 역할을 했는지 되레 물만 흐리는 '미꾸라지'에 그쳤는지에 대한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때다.
[기자수첩] 경제 안전판, 은행권의 이자장사 뭇매
금리 인상기에 약 50조원의 이자수익을 낸 은행권이 뭇매를 맞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대출자의 신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은행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50조원에 달한다. 지주별 이자이익은 ▲KB 11조3814억원 ▲신한 10조6757억원 ▲농협 9조5559억원 ▲하나 8조9198억원 ▲우리 8조6966억원 순이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18조원을 돌파했다. 지주별 순이익은 ▲신한 4조6423억원 ▲KB 4조4133억원 ▲하나 3조6257억원 ▲우리 3조1693억원 ▲농협 2조2309억원이다. 5대 은행이 지급한 성과급은 지난해 1조3823억원에 이른다. 각 은행 별로 300~400%의 성과급에 6억~7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금융당국에 5대 은행의 과점체계 해소를 주문했다. 1995년 도입한 금산분리 제도를 손질하고 은행 인가를 용도나 목적에 따라 소상공인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을 배출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케이뱅크에 은행권 진입을 열어준 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에 이어 4번째 인터넷은행의 출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은행권이 이자 수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과점체제 개혁에 나선 것이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30여개로 난립했던 은행권은 부실은행 구조조정과 은행 간 인수·합병을 거치며 지난 1월말 기준 23개로 줄었다. 금융당국이 1991년 이후 약 30년간 신규 은행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의 원전 수주 시 글로벌 50위권의 인지도를 갖춘 국내 은행이 없어 스탠다드차타드에 보증을 맡겨야 했던 당시엔 '메가뱅크' 육성에 팔을 걷었다. 그 결과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2016년 80위에서 2020년 1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이던 금융산업은 미국(1위), 홍콩(2위)과 경쟁하며 선진금융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은행권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 위기 속에 경제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는 9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유동성 공급과 133조원에 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취약 대출자 연착륙을 지원했다. 정부의 관치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두 가지 경제이론이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 시장자유방임 이론과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주장한 '정부의 개입' 보완책(공공지출)이다. 두 가지 이론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정부와 시장 플레이어가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은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 올해 연간 무역적자까지 겹쳐 경제성장률이 1%대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경제발전 속도가 늦춰지지 않도록 규제와 자율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때다.
[기자수첩] 속도 붙은 미래모빌리티, 정부·국회는 또 느리다
세계 완성차업계가 전기·수소자동차를 앞세운 미래모빌리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계도 다양한 전동화 라인업을 선보이며 내연기관차시대 종말을 대비하는 등 새 먹거리 준비에 한창이다.완성차업계가 미래모빌리티 전환에 사활을 걸었지만 정부와 국회는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미래 모빌리티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늑장을 부리던 국회는 이제야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미래 자동차 전환촉진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 공청회'를 진행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로 전환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공청회 참석자들은 미래모빌리티 산업 전환이 시급한 만큼 신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미래모빌리티 관련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세제지원, 보조금 한도 상향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현재 국회에는 여당 1건·야당 3건 등 총 4건의 미래모빌리티 관련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정부도 엇박자 행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끼리 의견조율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관련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다. 관련법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모빌리티 혁신 포럼 출범식'에서 "모빌리티 혁신은 국가·국력의 총력 대응 전 같다"며 "국가 또는 국가끼리 협력을 통해 앞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를 포함한 공공이 밀어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정부가 늦어 민간이 늦어지지 않도록 더욱 속도를 내야한다"고 덧붙였다.원 장관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민·관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관이 민간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국내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업체의 뒤를 쫓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세계시장을 앞장서서 주름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아이오닉5·6, EV6 등 전동화 라인업이 안전성과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세계무대 시상대 맨 위에 자리하고 있어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세계시장에 각인되며 현대차그룹 전체 매출 증대에 큰 축을 담당한다.현대차·기아는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과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북미에서 인정받으며 세계 판매량 1위인 일본 토요타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화의 엇박자는 미래모빌리티 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미래모빌리티는 속도전이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린 민간의 행보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지원을 쏟아야 할 때다.
[기자수첩] '센타븐' 논란 뭐길래… 고심 깊어진 세븐일레븐
편의점 업계의 와인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븐일레븐이 일부 가맹점주들이 만든 '센타븐' 사태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 정한 가격보다 더 싸게 와인을 판매하면서 일반 가맹점주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센타븐이 사라질 경우 세븐일레븐 불매운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이번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와인 마니아가 늘어나면서 세븐일레븐 일부 가맹점주들이 조직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정가보다 더 싸게 판매하면서 불거졌다. 고객이 센타븐 소속 점포에 방문해 카카오페이머니로 '이달의 와인'을 정가에 결제하면 점주가 현금을 페이백으로 이체해주는 방식이다.예를 들어 일반 세븐일레븐 가맹점에서는 5만원짜리 와인 한 병을 카카오페이머니 할인을 적용하면 4만원에 판매하는데 센타븐의 경우 고객한테 5000원을 현금으로 이체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 가맹점보다 10%가량 할인된 가격에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센타븐은 지난해 5월 6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 17개까지 늘어나면서 일반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센타븐이 편법을 사용해 다른 가맹점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국세청의 고시를 근거로 불법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세청 제2022-16호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3조에 따르면 주류의 거래와 관련해 장려금, 할인, 외상매출금 또는 수수료 경감 등 그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금품(대여금 제외) 또는 주류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위반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일반 가맹점주들의 입장에서는 본사에서 책정한 정상 가격으로 와인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센타븐으로 인해 마진을 많이 남겨서 파는 악덕 점주가 되는 다소 억울한 상황이다. 일부 점주들은 세븐일레븐과 재계약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세타븐의 등장으 프랜차이즈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본사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센타븐을 옹호하는 입장을 들어보면 센타븐 점주들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사비를 들여서까지 페이백을 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새로운 판매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세븐일레븐 점주들의 반발로 센타븐이 없어질 수도 있는 말이 나오자 센타븐을 통해 와인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은 세븐일레븐에 대한 불매운동 목소리까지 낸다.본사에서는 대응책 마련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정상적인 유통 판매 범위를 벗어난 사실은 인정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머니로 선결제를 하고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은 자칫하면 소비자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오로지 센타븐의 말만 믿고 '임의적 결제'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위험한 건 소비자를 위한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븐일레븐 본사와 센타븐, 일반 가맹점주들이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올바른 판매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이유다.
[기자수첩] 전동화 드라이브, 코로나가 급가속 막았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자동차 '전기동력화'다. 세부 계획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모든 모델에 전동화 라인업을 추가하고 장기적으로는 전동화 차만 팔겠다는 메시지는 똑같다.전기동력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발암물질로 불리는 질소산화물(Nox)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감축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21차 당사국총회, COP21)에 따라 모든 국가가 참여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자동차회사들은 판매하는 제품인 '자동차'는 물론 생산 공장과 공정은 물론 소재를 가공하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탄소발생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 같은 이유로 5년여 전부터 내연기관차에서 순수전기차(BEV)로 관심이 빠르게 옮겨가기 시작했다. 토요타 등 하이브리드를 고집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한 자동차회사들이 BEV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내연기관차 시장 후발주자들은 BEV로의 전환에 적극적이었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치열한 경쟁 결과로 2020년쯤부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전용 설계와 생산방식을 담은 새로운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때만 해도 내연기관차의 종식이 머지않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그런데 새로운 전기차들이 본격 출시될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 공급망이 마비됐다. 자동차의 신경망으로 불리는 전선뭉치 '와이어링하네스'는 물론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생산을 멈췄고 소비자는 차를 주문해도 1년 넘게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 됐다.갑자기 관심이 폭증한 전기차는 완성차업체 입장에선 새로운 목표면서도 '계륵' 같은 존재로 평가받았다. 100여년 동안의 노하우가 쌓인 내연기관차는 전통적인 완성차업체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반면 전기차는 핵심부품인 배터리·모터 등을 만드는 주요 부품사의 목소리가 커서 완성차업체의 눈엣가시였다. 이런 이유로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고 전기차만 바라보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코로나19 상황은 전동화 전환 과정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중요한 찬스가 됐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전동화만 바라볼 수 없는 합당한 이유가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동화를 선언한 회사들이 내연기관차를 차질 없이 잘 만들어야 생존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소비자들도 여러 단점을 노출한 전기차보다는 전기를 사용하면서도 연료를 주입해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에 관심을 쏟았다. 최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실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서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신차 구매 시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포함)를 선택하겠다는 한국 소비자 비율은 40%에 달한 반면 BEV는 17%밖에 되지 않았다.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려는 자동차회사와 친환경 가치소비를 하되 불편함은 싫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이다. 제2의 테슬라를 꿈꾸던 여러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존재감이 사라진 점, 무리한 경쟁의 잔재라는 평을 받는 전기차 화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덕분에 시간을 번 만큼 보다 현실적인 전동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전보다 한층 완성도 높은 전동화 제품도 내놔야 한다. 사상 최대 실적에만 눈이 멀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기자수첩] '깜깜이' 온라인 보험 비교 플랫폼… 혼란만 키운다
"2월 중 금융위원회가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보험 비교 플랫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와 관련해 저희한테 전달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계에 하라는 대로 해야겠지만 여간 답답한 게 아닙니다." 최근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비교 플랫폼 가이드라인 발표가 4개월 넘게 미뤄지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위원회의 '불통행정'으로 보험사와 보험대리점, 빅테크업계가 사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보험 비교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이후 11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명확한 설명도 없이 일정을 미루면서 당사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보험사와 카카오·토스 등 빅테크들은 가이드라인의 세부 내용과 공개시점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보험 비교 플랫폼은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자동차·실손·저축·단기보험 등 상품범위와 판매수수료율이 담긴다. 현재 보험업 라이선스가 없는 빅테크는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없다. 금융위는 보험 비교 플랫폼의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을 통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빅테크의 보험 비교 플랫폼 진출은 보험대리점 입장에서는 생계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빅테크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중개 판매하면 설계사들의 영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중장기적으로 빅테크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미래 수익원 확보를 위해 보험 비교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 비교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위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보험업계·빅테크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우선 당사자인 보험사·대리점, 빅테크와 논의가 부족했다. 금융위원회가 업계 목소리를 들은 건 지난해 11월, 올해 1월 각 업계 관계자들과 진행한 두 차례의 릴레이 간담회가 전부다. 이마저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첫 번째 간담회에서는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통보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번째 간담회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미 답을 다 정해둔 상황에서 왔기 때문에 보험업계 관계자들 의견은 사실상 묵살되는 분위기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월 마지막으로 열린 릴레이 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1개월여가 지난 현시점에서도 아무런 진척이 없다. 각 업계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가이드라인 마련은 진통과 잡음이 따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사자들과의 논의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보험 비교 플랫폼 가이드라인이 진정한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지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자수첩]제4통신사를 향한 과기정통부의 위험한 도박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4통신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규 사업자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가 눈에 띄지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에 진입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4통신사 유치가 난항에 빠진다면 미래 먹거리를 위한 28㎓ 대역 개발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어 과기정통부의 성급한 결정이 아쉽다.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31일 5세대 이동통신(5G) 28㎓ 대역 신규 사업자를 유치하겠다며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빠진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수한 28㎓ 대역 사업권 2개 중 1개를 제4통신사업자에게 할당해 사실상 3년간 독점 사업권을 제공한다. 통신 3사처럼 전국망을 구축할 필요도 없다. 수도권·강원권처럼 특정 권역을 선택하고 해당 권역 역시 전체를 커버하는 망을 깔지 않고 인구가 밀집한 장소(핫스팟) 위주로 기지국을 설치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핫스팟을 300곳 구축한다고 가정하면 투자금이 약 3000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과거 제4통신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신규 투자액만 수 조원대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망 투자비를 대폭 낮춘 셈이다. 신규 사업자의 자금 조달을 위해 약 4000억원 수준의 정책자금도 융자나 대출 형식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진입장벽을 확 낮춘 만큼 7차례나 무산된 제4통신사 추진이 이번엔 성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현실은 다르다. 사업 성패는 '자본력'과 '사업성'에 달렸다. 정부는 3000억원을 강조했지만 업계에선 이를 '계약금' 정도로 본다. 통신 사업 특성상 인프라 구축과 유지는 물론 마케팅비 등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것은 뻔하다. 대출 형식의 자금 지원도 결국엔 빚이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 통신사도 버거워하던 일을 맡으려면 적어도 '현대자동차'급 기업은 돼야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 고민이다. 국내에서 28㎓ 대역은 서비스 단말기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활용성이 낮다. 정부는 여러 사업자들의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오히려 잠잠하다. 최근 디지털 대란 이후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가 중요해진 탓에 규제 사업인 통신에 발을 들이면 과기정통부의 깐깐한 입맛을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통신 3사처럼 눈치를 보며 사업 전략 수립에 애를 먹을 것이 자명하다.제4통신사 유치가 이대로 좌초하면 상황이 악화된다. 통신 3사에게 되돌려줄 수도 있지만 이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니 만큼 장담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국민 편익만 줄어들 것이다. 이미 기존에 있는 알뜰폰을 두고 '굳이 제4통신사를 왜 세우느냐'는 쓴소리도 들린다. 알뜰폰이 통신 3사 턱 밑까지 성장한 상황에서 비용 및 효용성 측면에서 이들 사업자를 지원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홍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과기정통부가 섣불리 행동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제4통신사'라는 가시적 성과에 매몰되지 말고 신규 사업자가 어떤 수익모델로 돈을 벌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 그룹이나 업계 관계자 등 협의를 통해 이를 발굴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등한시하면 제4통신사를 향한 '7전 8기'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기자수첩] 소액주주 눈치 보는 기업 늘어야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의 주주 눈치 보기가 시작됐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부 계획을 수정할 뿐 기업들의 꼼수는 여전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외치는 기업들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 코리아 디스카운드 해소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금융당국은 물적분할로부터 소액주주를 보호하겠다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은 ▲공시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분할 법인에 대한 상장 심사 강화가 적용된다.물적분할이 막힌 기업들은 현물출자와 인적분할로 노선을 전환하고 있다. 현물출자와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자회사를 100% 소유한다는 점에서 같다. 이사회 의결을 마친 후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현물출자 방식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신설 회사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물적분할보다 주주 친화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지분교환을 통해 대주주의 경영권 확대에 이용된다.정량적인 규제도 꼼수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과거 자회사 지분율을 낮춰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공정거래법이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정하자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을 43.39%에서 29.99%로 낮췄다. 이후 정부가 규제 대상을 30%에서 20%로 낮추자 현대자동차는 보유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 그룹에 매각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갔다.같은 시기 삼성그룹도 20%로 낮아진 규제 기준에 맞춰 지분을 매각했다. 2021년 5월 기준 삼성생명보험의 총수 일가 지분은 20.82%였지만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 3.46%의 절반인 1.73%를 처분했다. 이에 삼성생명의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19.09%로 줄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기업들은 규제에 맞춰 법망을 피할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에 법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회사가 소액주주를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고 주주들의 힘도 커져야 한다. 미국은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민사 소송이 활성화돼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눈치를 봐야 한다.최근 한국서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건 다행이다. DB하이텍, 풍산,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이중상장을 막아냈다. 그중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철회는 소액주주들의 압박에 굴복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분 대결에서 이길 수 있었음에도 소액주주 연대의 대화 요청에 IR담당 임원이 직접 나섰다. 한국조선해양과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유지키로 했다. 이상목 기업지배구조 혁신 주주연합 대표는 "연합이 담당하고 있는 회사 11곳 가운데 주주의 대화 요청에 응한 곳은 한국조선해양이 유일하다"며 "결과만 보면 상장을 철회했다는 것은 같지만 한국조선해양의 계획 변경은 대화의 결과물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ESG 경영 유행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작 G(지배구조)를 신경 쓰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ESG를 외치는 기업들도 총수 일가의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 배당을 조절하고,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회사를 분리한 뒤 중복 상장시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 말로만 ESG를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기자수첩] '시대 역행' 네 글자로 정리되는 제10차 전기본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과 전력설비 확충 목표를 다루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관련 논란이 뜨겁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기존 목표보다 축소하면서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와 멀어진 탓이다. 목표 달성 여부 등 현실성을 고려해 이번 전기본을 설정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다른 주요국들이 어려움을 딛고 탄소중립 실현에 힘쓰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30년 전원별 발전 비중을 ▲원자력 32.4% ▲액화천연가스(LNG) 22.9% ▲신재생에너지 21.6% ▲석탄 19.7% 등으로 구성하는 것이 골자인 제10차 전기본을 지난 1월 확정했다. 2021년 확정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 대비 원전 비중(23.9%)은 8.5%포인트 늘고 신재생에너지(30.2%)는 8.6%포인트 줄었다.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보급하는 방향으로 제10차 전기본을 구성했다고 한다. 여기서 산업부가 말한 합리적인 보급은 축소로 읽힌다. 산업부는 제10차 전기본 후속 조치로 기존 2026년 25%였던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을 2030년 25%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입법 예고했다. 2026년 RPS는 기존 25%에서 15%로 감소한다. 대형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줄면서 신재생에너지업계가 축소될 전망이다.산업부의 제10차 전기본과 후속 조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줄였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역행한다. 산업부는 현재 보급여건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추가로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지만 미국 등 주요국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선진국들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이기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밝혔다.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쓰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및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 지원 덕분에 태양광·풍력 업체들이 설비 확충을 늘리고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정책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업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과는 대조적이다.국내 업체인 한화솔루션은 IRA 수혜를 겨냥해 미국에 3조2000억원을 투자, 태양광 연산 능력을 기존 1.7기가와트(GW)에서 8.4GW로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에서 실리콘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중 최대 생산능력으로 약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다. 한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힘을 줘 한화솔루션 투자가 국내에서 진행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구축됐으면 더 좋았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자수첩] 증권가 구조조정의 역설… 핵심인재 유출
"젊은 증권맨들이 증시 불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너도나도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분위기입니다. 매년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대형 투자은행(IB) 도약을 외치고 있지만 위기 때마다 인력을 감축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네요.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새해 벽두부터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친 여의도 대형 증권사의 임원이 한 말이다. 증권사의 핵심 인재 유출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최근 증권가는 L(layoff, 해고)의 공포가 드리웠다. 국내 주식시장의 불황과 부동산 시장 악화에 실적 한파가 몰아쳤고 증권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 축소, 구조조정, 인건비 절감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8개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누적)은 4조5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7조7881억원) 41.2% 감소했다. 지난해 말 케이프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를 시작으로 이달초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도 희망퇴직 행렬에 동참했다. 문제는 구조조정 한파에 여의도 증권가를 벗어나는 우수 인재들이다. 증권사들이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하면서 핵심 직원들이 대거 이탈하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증권업계는 자기자본이 9조원이 넘는 증권사가 대거 등장했으나 지난해 KRX증권지수가 29% 하락하는 등 국내 증권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4.89% 내린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하락세다. 1월19일 종가 기준 키움증권은 전일 보다 600원(0.61%) 오른 9만9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8만900원 보다 1만8800원(18.8%) 올랐으나 지난해 3월4일 장중 최고가인 10만6000원 보다 6300원(6.31%) 내린 수치다. 같은 날 기준 미래에셋 주가는 6910원으로 지난해 2월10일 장중 최고가 9050원 보다 2410원(30.9%) 내렸다. 몸값이 떨어진 증권사들의 증시 전망도 현실과 큰 괴리를 보인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예상한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는 1940~2800이다. 1월19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2380.34를 기록했다. 증시 변동성이 여전히 큰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코스피와 예상밴드 저점과 고점 간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증권사들이 격변하는 금융투자시장과 노동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지 않고 비용절감의 극약처방으로 '희망퇴직'만 역설하다 보니 유능한 인재가 유출되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증권업은 증시가 단기 변동성이 큰 분야인 만큼 업황이 개선될 경우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인위적 구조조정 보다 장기적인 경영 성과를 목표로 체질개선에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에도 핵심 인재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기자수첩] 코로나에 몸값 띄웠지만… 주가조작 의혹 멍든 바이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기업인 피에이치씨 임원 3명과 최인환 전 피에이치씨 대표가 검찰에 구속됐다. 허위의 정보를 흘려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아서다.피에이치씨는 2020년 8월18일 관계사인 필로시스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검체채취키트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진단키트 수요는 하루에만 50만건이 이뤄져 진단키트도 50만개가 필요하다"며 "미국 내 다수 계약을 진행 중인데 이번 FDA 허가를 통해 (계약 확정에)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피에이치씨 종가기준 주가는 이 발표가 있기 전인 8월14일 1325원에서 9월9일 9121원까지 급등했다.검찰은 피에이치씨의 발표가 과장됐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 허위·과장 정보를 통해 주가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업계에서는 이처럼 주가조작 혐의로 곤경에 처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관련 주가가 급등한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22년 9월 말 일양약품을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대는 일양약품이 2020년 3~6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했던 자사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0% 감소시킨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발표해 주가를 띄운 것으로 판단했다. 일양약품 주가는 당시 2만원대에서 2020년 7월24일 장중 10만6500원까지 5배가량 치솟았다.김동연 일양약품 대표이사는 2022년 10월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가조작 논란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했다. 김 대표는 "자본이 없는 제약사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기 위한 홍보수단이었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항바이러스제 신약 개발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기업에 대대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던 보건복지부도 이들의 사업 적절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연구개발비를 '먹튀' 했는지와 함께 주가를 띄울 목적으로 백신·치료제를 개발하는 척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업 14곳에 연구비 명목으로 국비 1679억원을 지원했지만 셀트리온(치료제 렉키로나)과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스카이코비원)만 성과를 냈다.코로나19가 유행한 영향으로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큰 관심을 끌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을 종식하기 위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업의 노력을 응원했고 임신진단기 이외에 잘 알지 못했던 진단기기는 수출 효자 품목이 됐다.코로나19를 기회 삼아 주가만 띄울 목적으로 허위의 정보를 흘린 일부 몰염치한 기업 때문에 정보를 충분히 갖지 못한 개미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내실 없이 주가조작으로 급등한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피에이치씨처럼 주식 거래정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갓 빛을 보는가 싶었던 업계에 찬바람이 일었고 신뢰는 바닥을 쳤다. 여전히 제2의 피에이치씨 또는 일양약품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업계는 말로만 '반면교사'를 외쳐선 안 된다.
[기자수첩] 흔들리는 컬리, 다시 생각할 때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유통 시장에서는 일찍 일어났지만 아직 벌레를 잡지 못한 새가 있다.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다.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최근 한국거래소(코스피)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컬리의 상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컬리의 정체성과 경쟁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컬리의 정체성은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다. 새벽배송은 전날 밤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새벽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컬리는 새벽배송의 시초, 시장의 개척자로 불린다. 지금 그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컬리가 개척한 새벽배송 시장은 쿠팡, SSG닷컴 등이 뛰어들며 빠르게 커졌지만 한계가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먼저 시장 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원 ▲2021년 4조1000억원 ▲2022년 9조원 ▲2023년 11조9000억원(예상) 등으로 추산된다. 이커머스 시장 중에서도 새벽배송은 '나눠먹기'가 어려운 곳이다.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계속 새벽배송을 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와 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새벽배송은 아직 '돈'이 안 되는 사업이다. 임차료, 인건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컬리는 지난해 2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쿠팡이나 SSG닷컴도 적자를 내고 있지만 컬리와는 다르다. 쿠팡은 미국 상장에 성공했고 SSG닷컴은 이마트라는 대기업이라는 '기댈 곳'이 있다.컬리의 경쟁력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충성고객이다. 최근 컬리는 뷰티 플랫폼 '뷰티컬리'를 론칭하면서 한 차례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다. 일부 명품 화장품을 병행수입 제품으로 팔면서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선보였기 때문이다.컬리는 뷰티컬리를 론칭하면서 명품 화장품이 입점했다고 홍보했다. 타 채널보다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으로 고객을 불러 모았다. 구찌 뷰티의 립스틱은 2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상세정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식 통관 절차를 통과한 병행수입 정품"이라는 문구가 있다.뷰티컬리는 현재 에르메스와 구찌의 뷰티 상품을 병행수입으로 판매하고 있다. 병행수입은 국내외 판매자가 해당 브랜드와 계약을 맺은 업체를 통해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 물건을 확보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100% 정품인지 확인이 어렵다. 컬리가 병행수입 제품이라는 점을 상세정보에 작은 글씨로 써놓은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이번 상장 연기에 대해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컬리의 경쟁력과 정체성이 흔들리며 한때 4조원으로 평가됐던 기업가치를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입을 모은다.최근 지하철 광고에서 배달의민족 B마트 광고를 봤다.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려"라는 문구로 시선을 끌었다. 배달의민족 외에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이 뛰어든 1시간 이내 즉시배송이라는 시장이 커지고 있다. '분 단위' 배송 전쟁으로 넘어가는 지금, 새벽배송은 꼭 필요할까. 상장을 통해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컬리는 지속가능할까. 컬리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기자수첩] 논란의 금투세, 2년 유예가 끝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찾아오는 주식시장의 상승 흐름인 이른바 '산타 랠리'가 2022년 국내 주식시장에는 찾아오지 않았다. 연말 산타 랠리가 물 건너간 뒤 시장의 시선은 새해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상승하는 '1월 효과'로 쏠리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지난해 연말까지 코스피의 발목을 잡은 건 해묵은 증시 주요 법안들이다. 대표적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과 '주식양도세' 등이 지목된다. 금투세란 주식, 채권 등 금융 투자로 얻은 이익이 1년에 5000만원(기타 금융투자소득 250만원)일 때 20~25%의 세율을 적용하는 세금이다. 주식양도세는 기존 세법상 대주주로 정해지면 이듬해 발생한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율(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이 적용된다. 특히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연말 시장의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힘겨운 진통 끝에 금투세는 시행 시점을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연기하는 유예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주식양도세의 경우 현행대로 1종목당 10억원(또는 지분 1~4%)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세금을 내야 한다. 단 대주주 여부를 판정할 때 가족 지분까지 합산해서 계산하는 기타 주주 합산 규정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주식양도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이 10억원으로 유지되면서 연말 매물 폭탄 현상이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대주주가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대주주 확정일인 12월28일 하루 전 27일까지 주식을 매도해 종목당 보유액을 10억원 미만으로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통상 대주주 양도세 관련 매물 영향은 대주주 판정 기준일(배당락 하루 전) 5거래일 전부터 나타난다.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21일부터 27일까지 닷새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2조5870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는 1조618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양 시장 합산 순매도 규모는 총 3조6488억원이다.유예된 금투세를 놓고도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좋지 못하다. 제도 폐지가 아닌 시행 유예로 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결국에는 조삼모사식 합의라는 이유에서다. 시기만 늦춰졌을 뿐 2년 후에 또 똑같은 논란을 반복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다.가뜩이나 시장 불확실성에 국내 증시가 휘청거렸던 상황에서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침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 예정일을 일주일가량 남기고도 금투세를 둘러싼 합의점을 좀처럼 찾지 못한 탓에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증권사 역시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혼선을 빚었다. 금투세를 시행하기 위해선 각 증권사별로 세금 징수를 위한 전산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데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늦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2년 뒤인 2025년에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본 방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2년이란 시간 동안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의견까지 잘 청취해 면밀히 검토된 완벽한 정책이 시행돼야 할 것이다. 2022년과 같은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2금융권 번지는 '대출한파'… 서민은 새해가 무섭다
"숨이나 제대로 쉬고 살 수 있을까요. 점점 힘들어지네요"최근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저축은행, 대부업체에 이어 할부금융사들이 줄줄이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젠 돈이 필요해도 빌릴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다.지난해 말 몇몇 저축은행, 캐피탈사는 대출비교 플랫폼을 비롯해 각종 채널을 통한 신규대출 신청을 받지 않았다. 여기에 서민금융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부업계도 빗장을 걸었다.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지난해 12월26일부터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했으며 대부업계 2위인 리드코프는 신규대출을 기존의 20% 수준으로 내주고 있다.카드 한도도 줄고 있다.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은 지난해 일부 회원들에게 한도 하향 조정을 안내했다. 업황이 어려운 만큼 연체 예방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물론 새해가 되면 각 금융사가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는 만큼 지난 연말보다는 대출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마냥 낮추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중론이다. 올해도 5%대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이달 13일 한국은행이 또 한 번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카드·캐피탈사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금융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다. 저축은행도 골치가 아프긴 마찬가지다. 시장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금리를 인상하다 보면 대출금리를 올려 마진을 내야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인 20%를 넘길 수 없어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설명이다.여기에 2금융권은 시중은행 대출자와 비교해 연체율 등 신용 리스크가 큰 저신용자가 많아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문제는 서민금융으로 칭해지는 2금융권이 대출문을 닫으면 저신용자나 서민들이 고금리 불법 사금융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입장을 발표했다. 각 금융사의 건전성·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면서도 대출취급 중단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연한 대응'을 하라는 지시다.대출취급을 중단하기 보다 여신정책에 따라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거나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의 은행권 차입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를 요청하는 식이다. 동시에 불법사금융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력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지난 3일 2020년 이후 3년 만에 '범금융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날 경제·금융 수장들은 금융권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이후 금융시장, 경제 위기감이 커진 현재가 그 어느 때보다 서민을 위한 금융권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는 판단에서다. 계묘년, 서민경제를 위한 경제·금융 수장들의 정교한 대책 마련을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서유석 새 금투협회장에 거는 기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새해 임기를 시작한 제6대 서유석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에게 쏠려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이번 서 협회장 취임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서 협회장은 금융투자협회 설립 이후 최초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 회장으로 '협회장=증권사 출신 대표' 공식을 깨뜨린 인물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65%가 넘는 회원사의 지지를 얻어 협회장 자리에 올랐다. 현재 금융투자업계가 서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서 협회장 역시 높은 득표율에 놀라면서도 회원사들이 보내준 지지율의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당선 직후 발표한 소감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높은 지지율이었다"면서도 자본시장의 통합과 화합을 언급하며 회원사와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 금투협의 미흡한 소통 시스템은 지난해 회장 선거를 코앞에 남겨두고 '사모펀드 세금폭탄 논란'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앞서 현 정부는 지난해 7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시행 2년 유예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사모펀드 투자수익에 양도소득세(22%) 대신 배당소득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 경우 사모펀드 고객 대다수는 이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이고 대부분 과표구간 8800만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38.5%에서 최대 49.5%의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 하지만 금투협 측의 소통 실패로 당사자인 사모전문운용사 측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서야 인지했다. 이후 사모운용사 회원사들은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독자적 행동까지 벌이며 금투협의 불통에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팽팽한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서 협회장이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이유는 이번 논란으로 운용사들의 표가 결집한 영향과도 무관치 않다. 서 협회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금투세 개정안 논란과 관련한 운용사들의 우려에 공감하고 취임 즉시 지원 특별팀(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 대안 마련을 강조한 점이 운용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고령화 시대 재테크 전략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자본시장의 위상은 지난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만큼 금융투자업계를 회원사로 거느리고 대변하는 금투협의 역할 또한 커졌다. 그럼에도 금투협을 증권사만을 위한 곳으로 바라보는 일부 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도 업계관계자들은 협회 구색 갖추기로 운용사·신탁사·선물사를 회원사로 끼워 넣었다는 농담 섞인 푸념을 늘어놓곤 한다. 금투협은 증권사 60곳, 운용사 308곳, 신탁사 14곳, 선물사 3곳 등 총 385곳을 정회원으로 두고 있다. 금투협이 증권사 등 특정 회원사만 대변한다는 논란을 막기 위해선 어느 회원사도 소홀히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제6대 협회장 자리의 무게감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받지 못하면 설 수 없다는 뜻처럼 결국 우선해야 할 것은 신뢰 회복이다. 자본시장 대변인으로서 회원사의 상처를 봉합하고 대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며 동분서주할 서 협회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기자수첩] 50억에 경영권 양도, '1호 특례상장' 헬릭스미스의 속내
국내 1호 기술특례상장 기업 헬릭스미스의 경영권이 17년 만에 넘어갔다. 헬릭스미스는 그동안 창업자인 김선영 대표이사가 이끌었으나 최근 김 대표가 돌연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겼다.헬릭스미스는 2022년 12월22일 이사회를 열고 카나리아바이오엠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헬릭스미스가 발행하는 35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신주(297만1137주)를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인수하는 구조다. 신주 상장일은 오는 18일이다. 이 과정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 지분 7.30%를 보유하며 김 대표와 특별관계인의 지분율은 7.27%에서 6.70%로 낮아진다.헬릭스미스의 경영권 매각 방식은 독특하다.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기는 작업에 세종메디칼이라는 연결회사가 느닷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먼저 헬릭스미스는 세종메디칼이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매입한다. 세종메디칼을 통해 300억원을 확보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자기자본 50억원을 들여 헬릭스미스의 유상신주를 사들인다. 경영권을 양도하는 데 회사가 실질적으로 단 50억원만 받은 셈이다.업계에선 갑작스러운 헬릭스미스 경영권 변동에 김 대표와 나한익 카나리아바이오엠 대표의 인연을 석연찮게 보고 있다. 나 대표는 2018년 5월 헬릭스미스 전략총괄 이사로 합류해 김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2019년 최고재무책임자(CFO) 재무경영본부장을 맡았으며 2020년 헬릭스미스 자회사 뉴로마이언과 카텍셀의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다. 2021년 1월4일 헬릭스미스를 그만둔 뒤 같은 해 11월 카나리아바이오(옛 두올물산) 대표로 선임됐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최대주주이다. 김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경영권 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소액주주의 질타도 있었다"며 "이번 새로운 인수인이 찾아와 결실을 맺고 양수인이 건실한 회사라고 판단돼 경영권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김 대표의 해명과는 달리 이번 헬릭스미스의 경영권 매각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회사와 소액주주간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김 대표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시각이 만연하다. 국내 대표 바이오 회사를 믿고 투자했더니 우호지분을 늘리려는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전에 휘말렸다는 지적이다. 유상증자에 따른 가치 희석은 소액주주들의 몫이 됐다.시장 반응 역시 이번 딜에 의문부호를 내놓는다. 경영권 매각 발표일이었던 2022년 12월22일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9.96% 하락한 1만2200원에 마감했다. 다음날인 23일 15.16% 더 떨어진 1만350원에 장을 마쳤다.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 강서구 헬릭스미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이번 경영권 매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들과 장기간 불화가 이어지는 기업이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연합회는 2022년 3월 정기주총에서 박재석 HR자산운용 고문을 사내이사에 앉혔다. 2021년 3월에는 정기 주총을 통해 헬릭스미스 이사회 구성원 8명 중 3명을 소액주주 측 이사진들로 꾸렸다.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헬릭스미스의 이사진 8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소액주주와 사측간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김 대표는 2021년 3월 정기주총에서 "2022년 10월31일까지 엔젠시스의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사 주가도 10만원대로 올려놓겠다"며 "둘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전부 회사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약속 중 지켜진 것은 없다. 김 대표가 경영권 매각이 아닌 소액주주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지 궁금하다.
[기자수첩] 계묘년, 취약차주를 대하는 마음은
"고소득자에게 한달 이자가 수십만원 늘어도 사실 큰 타격은 없어요.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차주가 금리 인상기에 매우 취약하죠."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우려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한국은행은 올들어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인상했다. 이 기간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빠르게 올리면서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2000년 이후 기준금리 인상기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실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기준금리가 0.50%에서 3.00%로 뛸 동안 5.34%로 2.36%포인트나 치솟았다. 앞서 2005년 10월~2008년 9월(3.25→5.25%) 기준금리가 2.0%포인트 상승할 당시에는 7.45%로 1.7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2010년 6월~2011년 6월(2.00→3.25%)에도 0.32%포인트, 2017년 10월~2018년 11월(1.25~1.75%)에는 0.12%포인트 올랐다.대출금리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년 전 3~4%대에 그치던 은행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7~8%대로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3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연 3%의 금리로 빌렸을 때 월 이자는 75만원에 그쳤지만 금리가 8%로 오르면 월 이자가 200만원에 달한다. 한달 금융비용만 125만원 늘어나는 셈이다.연 소득이 3080만원인 소득 2분위(하위 20~40%)의 경우 연 이자(2400만원)가 소득의 78%를 차지한다.이번 기준금리 인상기에 가계대출 금리 인상폭이 과거에 비해 유난히 컸던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영향으로 분석된다.은행권은 2021년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5~6%에 맞춰야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나갈 수 있는 총 가계대출 연간 규모가 약 42조원으로 제한되다 보니 은행들은 같은 해 하반기 가계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문턱을 높였다.다만 올해말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는 전년말보다 주춤해진 상태다. 금융당국이 관치 비판에도 은행권에 예금과 대출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결과다.예금과 대출금리 인상을 모두 억눌러서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은행들도 취약 차주 지원책을 잇따라 내놨다.신한금융은 5년간 총 33조3000억원을, 하나금융은 연간 26조원, 우리금융은 3년간 23조원, NH농협금융은 연간 27조원을 취약 차주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KB금융은 취약 차주 지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KB국민은행은 서민금융지원 대출 금리 인하,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택 관련 대출 우대금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내년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어서다.이런 때일수록 취약 차주의 충격을 덜어줄 수 있는 금융권의 정교한 대책이 절실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은 늘 가장 취약한 곳을 파고들기 때문이다.금융부실이 사회 전반에 번지지 않도록 금융권은 취약 차주와 동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계묘년에는 금융권이 이자 장사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 취약 차주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새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기자수첩] 왓챠 매각 안갯속… 토종 OTT, '반면교사' 삼아야
시장에 매물로 나온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수 계획을 밝혔던 LG유플러스마저도 최근 계획을 철회했다. 국내 OTT 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시장 신규 진입은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종업계 업체는 물론 타업계 업체도 손을 내밀기 쉽지 않은 이유다. 자력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왓챠의 뼈아픈 고민이 토종 OTT 업체들에 거울이 되고 있다.왓챠는 2011년 서울과학고·카이스트 출신 박태훈 대표가 원지현 최고운영책임자(COO), 이태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설립한 OTT 기업이다. 영화 평가 및 추천 서비스로 시작해 2016년 OTT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콘텐츠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수익성 악화에 맞닥뜨렸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왓챠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54만명으로 지난 8월(60만명) 대비 10%가량 줄었다.박 대표는 최근 한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매각 진행 상황과 관련해)지금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다방면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여러 기업과 협상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시사했다.앞서 LG유플러스는 왓챠에 프리 투자밸류(투자 전 기업가치) 200억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2021년 말 49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000억원을 인정받았다. 2022년 초 착수한 1000억원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에선 기업가치 5000억원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에 영업적자를 떠안으면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왓챠의 2021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2017억원을 넘었고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2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토종 OTT 업체들은 왓챠의 사례를 남 일처럼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점유율 1위인 글로벌기업 넷플릭스를 따라잡으려 콘텐츠 제작비 등을 쏟아붓고 있지만 적자를 면할 길은 요원하다. 티빙은 2021년 700억원 적자에 이어 2022년은 그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에는 더 암울할 것이란 전망이 회사 내·외부에서 잇따르고 있다.업계 관계자들은 고품질의 다양한 콘텐츠, 낮은 가입비 등을 두루 갖춰야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포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넷플릭스는 2018년 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회당 20억원을 들인 오리지널시리즈 '킹덤'을 발표해 한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2022년 11월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에 기존의 절반 가격인 '광고 요금제'까지 출시, 이용자들의 가입 문턱도 낮췄다. 디즈니+도 미국에서 월 7.99달러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며 추세를 이었다.OTT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 한 개의 훌륭한 콘텐츠, 한 가지 장점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부담 없는 이용료가 뒷받침되면서 매력적인 콘텐츠를 지속해서 론칭해야 이용자 이탈은 막고 신규 유입은 늘릴 수 있다. 토종 OTT 업체들은 안갯속에 놓인 왓챠를 반면교사 삼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기자수첩] 노란봉투법, 기업 피해 보전 논의는 어디로
노동조합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사업주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 이른 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노조의 쟁의행위를 과연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다.여당과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조의 불법파업이 만연해질 것이라며 노란봉투법 입법을 반대하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 시민사회는 노조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안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선다.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노조의 권리 보호'다. 개정안은 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사업주의 손배소를 우려해 노동자에 재갈을 물리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다.기업이 파업으로 인해 입은 손실은 누가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는 논의 대상에서 쏙 빠져있다. 법안이 손배소 대상에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허점이 있다. 노조가 사업장 점거나 불법농성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쳐도 폭력을 가하거나 시설물 등을 부수는 행위만 없었다면 손배소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보전 방안에 대한 합의나 대안 마련도 없이 일방적으로 노란봉투법을 추진하자는 것은 결국 파업으로 발생하는 모든 피해를 기업이 보유한 돈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노조에 비해 사업주가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불법행위까지 감내하라는 것은 재산권 침해 여지가 다분하다.노조의 불법파업이 기업에 미치는 손실은 막대하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22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참여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51일 동안 도크(선박 건조 공간) 점거농성을 벌였다. 하청지회는 파업을 통해 임금 4.5% 인상 등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8000억원의 피해를 입었고 하청노조 간부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손배소를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경제계가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최근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주장하며 보름간 집단운송거부에 나섰다. 전국의 물류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산업계는 총 3조5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영세기업은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보전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한다.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높였던 더불어민주당은 돌연 속도조절에 나섰다.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온 노란봉투법이 사실상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닌 정쟁을 위한 도구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노동자의 권리는 보장돼야 마땅하지만 불법파업의 책임까지 기업에 떠넘겨서는 안된다. 기업의 권리도 법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논의가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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