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전기차 성지 제주, 충전소가 녹슬었다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도는 전기자동차 성지로 불리지만 충전 인프라는 열악하다. 친환경차 도입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고 이용객도 매년 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최근 제주도에서 전기차 폴스타2를 시승하면서 겪었던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관광지 어디든지 충전소가 최소 2곳은 있어 충전 인프라는 빼곡했지만 상태가 엉망이었다. 주유소처럼 상주하는 관리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일부 충전기 손잡이에는 알 수 없는 이물질이 잔뜩 묻어 있어 거부감이 들었고 충전기 곳곳은 녹이 슬었다. 충전 오류는 기본이고 거미줄은 덤이다. 설치한 지 얼마 안된 새 기계가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일 뿐 제주 곳곳의 전기차 충전소 상태는 대부분 나빴다.충전소는 많았지만 지붕이 설치된 곳이 없어 비에 그대로 노출된 것도 아쉬웠다. 전기차에는 침수 등에 대비해 방수·누전 차단 기술 등이 적용되지만 충전소는 그렇지 않았다. 비오는 날 충전 부위가 그대로 비에 노출된 것을 보게 될 때 감전을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내연기관차와 달리 수시로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는 눈·비 등을 대비해 충전소에는 지붕 설치가 필요하다. 전기차 성지 제주도에서는 그러한 충전소를 볼 수 없었다.일부 충전소는 회원제로만 운영되고 있어 불편했다. 서귀포시 관광지 인근 관공서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를 방문했는데 설치된 충전기 4대 모두가 회원제 전용이라 허탈했다. '회원 전용' 안내 문구가 없어 카드 결제를 시도하는 중에야 회원 전용 기계임을 알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제주도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회원제가 필요하더라도 관광지 근처 충전소에 충전기 1대 정도는 비회원도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제주도는 2013년부터 전기차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도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3만696대, 도 전체 운행차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7.3%다. 전국 평균(1.4%)를 크게 상회한다. 전국 전기차의 약 8.5%가 제주도에서 운행 중이고 전국 최고 수준인 2만2000여기에 이르는 충전소 인프라가 보급돼 있다. 전기차의 성지로 불릴만 한다.제주도는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충전인프라 고도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순환자원으로 활용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충전기가 융·복합된 충전스테이션 구축사업 등의 계획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제주도의 이 같은 포부에는 녹슬고 낡은 기존 충전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미래 모빌리티 선봉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용객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최근 출시된 전기차를 충전기가 인식하지 못해 빈번하게 발생한 충전 오류를 개선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전기차 성지'라는 찬사는 제주도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친환경차 도입에 속도가 붙은 만큼 제주도는 찬사에 걸맞은 행보에 스스로 나서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거장'의 손으로 지우는 '포니정'의 흔적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디자인계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함께 '포니 쿠페'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고 발표했을 때 놀라지 않은 이가 없다. 86세 고령임에도 직접 한국을 찾아 해당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만으로도 국내 자동차업계를 발칵 뒤집을 만한 사건이 아닐까 싶다.그가 48년 전 직접 디자인한 이 차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인 '포니'와 함께 처음 선보였다. 1980년대 들어 관련 자료가 사라지면서 역사 속에만 존재해온 비운의 모델로 꼽힌다. 실물을 본 사람이 거의 없는 포니 쿠페 콘셉트는 당시 여러 자동차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강렬한 결과물 중 하나로 꼽힌다. 독특한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은 이 차 디자인의 핵심 요소다.초창기 현대차는 미국 포드와 결별한 뒤 자체 모델 개발을 위해 하체는 미쓰비시의 것을 쓰기로 하면서 디자인은 외주를 결정했고, 이를 이탈리아 주지아로에게 맡겼다. 한국에서 '포니' 개발을 진두지휘한 건 정주영 창업주의 동생인 정세영 회장이다. 미국에서 유학한 덕분에 영어가 능숙한 그는 외국인 파트너들과 직접 발로 뛰며 신차 개발에 몰두했다. 역사적인 '포니'의 탄생과 함께할 수 있었고 '포니 정'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현대차는 현재와 미래가 있을 뿐 과거가 없는 '이상한 상황'을 꽤 오랜 시간 이어왔다. 외국인 디자이너들이 회사에 합류했을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으로 꼽는다. 이는 정주영 회장이 동생이 아닌 아들(정몽구 명예회장)에게 회사를 물려주면서부터 시작됐다.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는 기아를 인수하며 현재의 현대차그룹으로 성장했지만 회사의 토대가 된 '포니'와 관련된 언급은 금기시 됐다.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 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2020년 10월 취임사를 통해 할아버지인 정주영 창업주와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은 물론 고 정세영 회장 등 선대 회장들의 공로를 언급하며 과거를 인정했다. 이후 현대차는 포니를 비롯한 과거 모델을 활용하는 전략을 폈고 최근엔 달리는 연구소(롤링랩)로 불리는 수소하이브리드스포츠카 'N Vision 74 콘셉트'를 통해 '포니 쿠페'를 오마주한 디자인과 그룹의 최신 수소관련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로 찬사를 받았다. 과거에 대한 부분도 일부 언급하면서 '헤리티지'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거장과 함께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오너의 큰 결단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창의책임자(COO)와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이 한국을 찾은 주지아로에게 거듭 질문하며 강조한 건 '엔지니어링' 측면이다. 포니를 만들 때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함께 시도한 능력이 대단하며 이것이 현재의 '현대 스피드'로 발전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찬사가 쏟아지자 주지아로는 "(정주영)창업주는 천재였다"고 화답했다. 종합하면 '포니'는 정주영 창업주와 주지아로의 협업으로 만든 차라는 얘기가 된다.루크 동커볼케 COO는 "과거 50년이 포니로부터 시작됐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아이오닉5로부터 시작된다"고 한술 더 뜬다. 이상엽 센터장도 "레트로는 미래가 아니며 미래가 될 수도 없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지 복원에 의의를 둘 뿐"이라고 했다.'포니 쿠페' 복원은 거장의 손을 통해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살려 정통성을 회복하는 작업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지만 조용히 사라질 이름들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기자수첩]'총파업' 앞둔 KB손해보험 노조, 명분 있나?
KB손해보험 노동조합(노조)이 12월 초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11월 초부터 KB손해보험 노사는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임금 인상률과 근무 시간 등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자 노조는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KB손해보험 노조가 제시한 협상안은 기본급 8% 인상, 성과급(PS) 700% 지급, 현장직에 50만 복지 포인트 지급,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이다. KB손해보험 노조는 지난 2017년 임금인상률은 1%, 2018년은 2%, 2019년은 1.5%, 2020년은 2%, 2021년은 1.5%에 머무는 등 매년 실적 증가에도 1~2%에서 엎치락뒤치락 한다는 점과 2021년 임직원 평균 급여가 7900만원으로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중에서 가장 낮다는 점을 근거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중이다. 성과급 또한 2015~2017년 100%, 2018년 200%, 2019~2021년 100%로 책정하는 등 매년 비슷해 성과급 인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사측은 시장 상황과 경영환경 등을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기본급 3.5% ▲PS 350%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2854억7052만원)이 전년대비 86.2% 증가한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5207억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최대치가 전망되지만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노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노조는 올해 3월 부분파업을 벌인지 8개월 만에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사측 압박에 나섰다. KB손해보험 노조 총파업에 대해서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총파업 결의 소식이 알려지자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당장 "배가 부를 대로 불렀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원들의 임금이 오르고 근무 처우가 개선되더라도 좋은 게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가입자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KB손해보험 노조 총파업이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9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최근 5년여 동안 KB손해보험의 횡령액이 12억300만원으로 보험권에서 가장 많았다. KB손해보험 노조는 이번 파업이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력과 영업지점 축소 기조 속에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세졌다는 게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KB손해보험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는 2021년에 이어 2022년 상반기 최대 실적 랠리를 이어온 KB손해보험이 물가 인상분 등을 현실적으로 반영해 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근로조건에 관한 파업 등 쟁의 행위는 법이 부여한 노동자의 엄연한 권리다. 그렇지만 KB손해보험 노조의 투쟁과 파업 결의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 싸움에서 보험 소비자와 시장을 위한 '가치'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는 KB손해보험의 역대급 실적을 근거로 임금을 무조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업계 시선은 다르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힘입어 이자 이익이 늘어난 것이지 KB손해보험 직원들의 획기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거둔 과실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소비자와 시장의 지지를 잃은 노조가 역사 속에서 숱하게 사라져온 것을 우리는 안다. 회사 안팎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지금이 노조의 방향성을 재점검할 때다. 묵묵히 일선에서 헌신하는 직원들에게 불명예를 안겨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이동권 보장, GTX, 밥줄… 그리고 은마아파트
이동권(移動權)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을 누릴 수 있는 권리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보유, 개인 행복 추구, 평등권 등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권리로도 해석된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비롯한 많은 법령에서 이동권을 비롯해 교통권, 통행권, 보행권 등의 형태로 구현하고 있는 것도 그 중요성 때문이다. 이동이라는 측면만 보면 단순히 어디론가 움직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처럼 여겨진 탓에 그 중요성이 위상에 비해 낮게 인식된 것도 사실이다. 이동권 보장도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충분히 확대돼야 했지만 그러하지 못했다. 올해 내내 화두였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의 본질도 몸이 불편한 이들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시작된 시위다 보니 출근길 불편을 겪은 시민들도 수긍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많은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가격리에 처해진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매일 같이 이 같은 자가격리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공감됐기 때문이다.최근 은마아파트를 둘러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갈등은 '이동권'과 '재산권'이 충돌한 경우다. GTX는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급행열차로 연결함으로써 수도권 거주자들의 이동권을 개선하는 동시에 서울의 인구 집중을 해소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3차) 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은마아파트 조합은 GTX 노선 공사가 진행되면 재산권을 침해당한다는 주장을 펴며 노선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하 60m 이하의 '대심도' 노선을 구축할 계획이어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공염불로 여겨진다.은마아파트 주민 입장에선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수도권 시민들은 그토록 원하는 이동권이 침해된 것으로 생각한다. 공사 지연으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와 추가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가늠조차 안 된다. 이는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특정 집단의 재산권 행사가 다수의 이동권과 재산권, 행복추구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은 물가상승에 수출부진도 겹쳐 경제가 어렵다. GTX 건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밥줄'이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 구절처럼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먼저 생각할 때다. 상생을 먼저 고민하면 나에게 돌아오는 것도 커진다.
[기자수첩] 게임위, 현실 회피만 급급… 역사 속으로 사라질 건가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신작 게임의 사용 연령대를 결정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불명확한 선정 기준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게임 유저들과의 소통은커녕 해명조차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비판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게임위는 최근 불공정 심의 논란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넥슨 서비컬쳐 게임 '블루 아카이브'가 선정적이라는 민원이 제기되자 갑자기 기존 등급(15세 이용가)을 '청소년 이용불가'로 상향 조정한 일이 도화선이 됐다. 게임위는 게임을 제작·배급하기 전에 등급을 매긴다. 선정성, 폭력성·공포, 사행성 등을 확인해 이를 결정한다. 다만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으로 유통되는 모바일 게임은 사후 점검을 통해 등급이 조정된다. 블루 아카이브가 돌연 등급이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게임위의 등급 분류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결정을 두고도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게이머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게임위는 선정성을 이유로 블루 아카이브의 등급을 변경했지만 현재 노출 수위가 비슷한 게임들의 등급은 천차만별이다. 싱가포르 '와이푸-옷을 벗기다'는 유저가 여성 캐릭터와 가위바위보를 진행해 이길 때마다 여성 캐릭터의 옷이 사라지는 게임이다. 해당 게임은 15세 이상 등급으로 출시돼 선정성 논란이 일었지만 게임위는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반면 사행성을 지닌 게임에 대해선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아케이드 게임 바다신2는 과거 사행성 게임의 대명사인 '바다이야기'가 연상되지만 게임위는 전체이용가 등급을 매겼다.상황이 심각해지자 게임위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게임 등급분류 관련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체로 유저와의 소통보단 변명에 급급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밀실에서 등급 분류가 이뤄진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논란이 된 일에 대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규철 위원장(전 동명대 게임공학과 교수)을 제외하면 게임위 위원 9명 중 게임업계 종사자가 없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게임 관련 전공자가 별로 없지만 꼭 게임물을 개발하고 저처럼 20~30년 근무해야만 전문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널뛰기 등급 분류가 이어지면서 게임위를 없애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게임위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심의 기능을 민간 기구로 옮기자는 주장이다. 중국을 빼면 정부 기관이 게임을 심의하는 국가가 드문 만큼 불투명·불공정 심의로 얼룩진 게임위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게임산업은 유저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성장했다. 앞으로 유저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게임산업은 장래를 보장받기 어렵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등 논란에 게임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후 소통을 강화하는 등 환골탈태했다.게임위도 이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 등급 분류는 게임의 이용자층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게임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무게를 다시금 직시해야 한다.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들을 바꿔 나가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기자수첩] '건설 지원' 롯데케미칼, 대규모 유상증자… 주주 배려 어디에
롯데케미칼이 1조원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주주 피해가 우려된다.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기업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영향으로 롯데건설을 지원한 것으로 관측되는데 그룹 지시로 재무 부담을 늘리고 주주들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롯데케미칼은 지난 11월18일 공시를 통해 1조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주 850만주(보통주)를 발행하는데 발행가액은 1주당 13만원으로 예정됐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 운영에 5000억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도 6050억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 위해 총 2조7000억원가량을 사용할 계획이다.롯데케미칼 유상증자 결정에는 주주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유상증자는 회사가 추가 발행한 신주를 주주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방식이다. 롯데케미칼이 유상증자로 신규 발행하는 주식 수는 현재 상장 주식 수(3427만5419주)의 24.8% 수준에 달한다. 유통 주식 수가 늘었는데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으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롯데케미칼 주가가 신주 발행가액인 13만원 안팎으로 유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된 날 종가(16만7000원)보다 22.2% 낮은 가격이다.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게는 총 약 5876억원의 보유 현금을 지원하고 필요한 인수합병(M&A)에는 굳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렸다. 대출 또는 회사채 발행으로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높은 금리를 부담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이유다.롯데그룹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롯데그룹 지배구조가 신동빈 회장→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으로 연결된 점을 감안해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지만 그룹 차원의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참여 여부도 확정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난 11월21일 유상증자 콘퍼런스콜에서 롯데지주의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에 대해 "개별기업 이사회 결의사항이어서 확정적인 답은 어렵다"고 밝혔다.롯데케미칼 주주들은 주가 하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유 주식을 팔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일부 주주들은 유상증자 시점을 지적하며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유상증자를 추진해야 하는가"라며 토로한다. 주가가 하락한 후 반등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31일 '2022 최고경영자(CEO) IR Day'를 열고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년간 총 3000억원의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올해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시황 악화 등을 이유로 중간배당 계획은 철회하고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롯데케미칼이 공언한 주주 환원 정책은 공염불이 됐다.
[기자수첩] 조선업 인력난 해법,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이대론 미래가 안 보인다. 임금, 복지, 처우 등 뭐 하나 나은 게 없는데 누가 배 만들러 오겠나."취재 과정에서 조선업 기술자에게 들은 말이다. 베트남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지자 업계에선 우스갯소리로 국내 조선소에서 만든 배는 '메이드 인 베트남'이라고 말하기도 한단다.지난 4월 정부가 인력난을 호소하는 조선업의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가장 수요가 많은 도장공과 용접공에 대한 전문인력 비자(E-7) 쿼터제를 폐지하면서 외국인 인력 유입이 대폭 늘었다. 지난 8월에는 한 해 동안 고용허가제(E-9)로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외국 인력 신규 입국 쿼터를 기존 5만9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1만명 늘렸다.현장에선 외국인 노동자 유입만으론 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노동자 역시 열악한 처우로 조선업을 떠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원청과 하청,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조선업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약 7만6000명의 노동자가 대량 해고됐다.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30%가량 하락했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 근로 시간 확대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변죽만 울리고 있다.지난 10월19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에 따르면 기존 90일이었던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 기간을 180일까지 확대하고 단순노무(E-9) 인력을 숙련기능(E-7) 비자로 전환할 수 있는 조선업 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생산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수료생이 조선업 관련 기업으로 취업 시 6개월 동안 6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 등도 담겼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없었다. 정부가 제시한 인력 양성과 신규채용 인센티브 등은 이미 과거에 제시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우리는 이미 조선업 인력난의 해결책을 알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정책은 인력 유출을 가속화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한국의 조선업이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원동력은 뛰어난 기술 덕분이다. 국내 조선사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으로 4년 치 수주잔고를 모두 채웠다. 지난달 기준 LNG운반선의 척당 선가는 2억4800만달러(3400억원)에 달한다.한국 조선업의 기술력 확보는 숙련공과 인재 유치를 통해 가능하다. 현장에서 사수가 후배를 가르치는 도제식으로 운영되는데 외국인 인력이 빠져나가면 기술 이전이 단절될 우려가 있다.근본적인 해결이 없으면 조선업의 미래도 없다. 한국 조선업이 세계 무대에서 순항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바람을 불어넣을 때다.
[기자수첩] FTX의 몰락, '빛 좋은 개살구' 가상자산의 현주소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이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FTX사태 피해규모는 피해자가 28만명, 피해금액이 77조원에 달했던 테라·루나사태 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FTX는 2019년 설립 후 가상자산 시장 성장에 따라 몸집을 키웠다. 혁신적인 기술과 뛰어난 사용자 환경(UI)으로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모았고 올초 기업가치는 320억달러(약 44조원)를 인정받았다. 외형성장과 달리 기업의 자산 건전성은 부실했다. FTX의 핵심 관계사인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보면 자산(146억달러) 대부분이 FTX 거래소가 발행한 자체 코인(FTT)으로 채워졌다. FTT 코인 가격이 무너지면 알라메다와 FTX가 연쇄 부도나는 수익 구조인 셈이다. 1992년생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도 투자 유치금으로 가상자산 사업과 거리가 먼 홍보에 치중했다. 지난해 FTX는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홈구장에 19년간 명명권을 사용하는 데 1억3500만달러(약 1780억원)를 투입했고 구장 이름을 'FTX 아레나'로 변경했다. 올 초에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를 사들였다. 슈퍼볼 중계시 30초 광고 단가는 700만달러(약 92억원)에 달한다. '코인계의 JP 모건', '코인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떨쳤던 CEO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평소 행사장에서 FTX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자유롭고 소탈한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독재적 CEO의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실제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외부 조언을 듣지 않고 소수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직원들은 FTX의 핵심 사업과 관계가 적은 영역까지 투자금을 투입하는 데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FTX사태로 국내 투자자들의 천문학적인 피해 규모가 우려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산 출금이 막힌 FTX 국내 이용자 수는 1만명 이상에 달하고 FTX의 가상자산에 23억원가량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채권자도 당초 알려진 10만명의 10배인 1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투자자의 피해 우려가 확산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이번 FTX 사태와 관련해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공정거래법 등 국회 법안 심사 시 이용자 보호 대책이 논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FTX의 몰락으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내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에 비해 예치금 관리와 수익구조가 탄탄한 편이다. 하지만 외형성장에만 급급해 자산 건전성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내실을 외면하는 순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FTX사태의 파장은 어디까지 갈까. 하루아침에 파산한 FTX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건전성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없던 일 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새 정부의 규제혁신 1호로 떠올랐던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10년 만에 논의됐던 의무휴업 폐지가 도마 위에서 내려갔다.지난 7월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톱10'을 발표했다. 온라인 국민투표를 거쳐 상위 3개 우수제안을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천할 계획이었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국민제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다. 예상된 결과였다. 소비자들은 의무휴업일에 대한 불편을 꾸준히 표출해 왔다. 해당 안건은 57만여개의 '좋아요'를 얻으며 규제 개선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됐다.하지만 규제 개선은 사실상 무산됐다. 대통령실은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로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여부를 다룰 예정이었던 규제심판회의도 연기되면서 흐지부지됐다.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2012년 도입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의무휴업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 쉬어야 한다. 영업을 하는 날에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문을 닫는다.2010년에는 전통시장 500m 이내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출점하지 못하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다. 2011년에는 전통시장 1㎞ 내에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한 차례 더 개정되면서 규제가 강화됐다.해당 규제는 본래 취지인 골목상권 보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형마트가 쉰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대형마트 등에 대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보면,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8.3%에 불과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 이후 전통시장 매출이 늘었다는 통계도 없다. 소비자 의견은 배제된 채 이해당사자의 의견만 수렴한 법이라는 지적이 거세다.전통시장의 문제는 ▲불투명한 가격 ▲판매 과정에서의 미흡한 위생 상태 ▲불친절한 서비스 등이다. 대형마트를 쉬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해결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정부는 유통업계와 함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와 관련해 중소유통 역량강화 지원과 업계가 수용가능한 수준의 일부 규제개선을 포함한 상생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합의를 바탕으로 상생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새 정부는 규제 혁신을 강조해 왔다. 다만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유통업계 규제는 아무것도 나아진 것이 없다. 윤 대통령은 "당장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진전된 게 없어 '눈치 보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규제 혁신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 혁신 추진은 온라인 국민 투표를 통한 '국민제안'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접근을 통한 투표가 발생했다며 무효가 됐고 국민제안 홈페이지는 멈춰 있다. 정부의 준비성 부족과 '아니면 말고' 식의 추진력에 한숨을 짓는 이들이 많다.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답만은 아니다. 문제는 준비 없는 정책 추진이다. 상생 방안을 고려한 규제 혁신을 위해서라면 국민제안에 부치기 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먼저 수렴해야 했다.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라면 투표 시스템 관리에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 제 발톱으로 제 살을 뜯어야 하는 혁신에 앞서 기본에 충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자수첩] 건설업체들의 볼썽사나운 재개발·재건축 수주전
시공능력평가(2022년 기준) 6위 대우건설과 8위 롯데건설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서울 용산구 '한남2재정비촉진구역'(이하 '한남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경쟁이 대우건설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11월5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 결과 대우건설이 410표를 얻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날 총회엔 전체 조합원 908명 가운데 760명이 참석했다. 롯데건설은 342표를 획득했다. 대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한남 써밋'을 조합에 제시하고 첨단 설계로 단지를 한강변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킨다며 표심을 잡았다.한남2구역을 사이에 둔 두 대형 건설업체의 수주 전쟁은 끝이 났지만 뒷맛이 깔끔하진 못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또 하나의 재개발사업 쟁탈전으로 기록될 듯싶다. 시대가 흐르고 정부의 제도 개선과 건설업체들의 노력으로 불법적인 홍보 방식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두 건설업체의 신경전은 시공사 선정 날을 며칠 앞두고 극으로 치달았다. 지난 11월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부재자 투표 현장에 대우건설 직원이 무단침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투표가 중단됐다. 이날 현장에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직원이 각 1명씩 배정됐다. 당시 롯데건설과 일부 조합원은 현장에 양사 직원 외 대우건설 측 직원이 무단침입을 해 조합원에게 발각됐다고 주장했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대우건설 측 직원은 발각되기 전 부재자 투표 용지에 접근해 자리를 옮겨가며 조합원 개인정보가 담긴 조합 컴퓨터에서 6명의 투표를 지켜보고 전산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투표는 1시간20분가량 중단됐다. 롯데건설 측은 해당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롯데건설의 이 같은 주장에 대우건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해당 직원이 주차 안내를 지원하기 위해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해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 직원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방문 목적을 물었고 아르바이트라고 대답하자 조합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착각해 단순 업무를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각종 음해성 비방은 물론 언론 매체에 연일 해명자료를 보내며 힘겨루기를 했다.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돌리던 과거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클린 수주와 공정 경쟁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기자수첩] 제2의 신라젠 사태 막으려면
"펙사벡 하나 믿고 첫 주식으로 신라젠 평단(평균매입단가) 3만원대에 전 재산을 몰빵했던 주린이(주식+어린이)입니다. 거래 첫날 상한가에 전액 손절했는데 정리매매까지 염두에 뒀던 터라 단돈 몇 푼이라도 건지니까 기분은 좋네요."최근 한 대형 포털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일부분이다. 수년간 상장폐지 기로에 몰렸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극적인 기사회생에 성공하면서 최근 주식시장에 속속 복귀하고 있다. 지난달 주식거래가 재개된 바이오 기업만 3곳에 달한다. 지난달 7일 큐리언트에 이어 13일과 25일에는 각각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이 화려한 복귀를 마친 상태다.이들 종목에 투자자금이 묶여있던 개인투자자들도 일단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소액주주 숫자는 큐리언트가 1만명, 신라젠 16만5000여명, 코오롱티슈진 6만여명 등 총 24만명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로 하마터면 보유했던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었던 탓에 거래할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주주연합 카페와 종목토론방 등에서도 '오랜 시간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주주분들 축하합니다' 등과 같은 안도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하지만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됐다 기사회생하는 데 성공한 이들 주가 흐름은 좋지 못하다. 거래정지 시간이 길었던 만큼 변동성이 커 주가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여서다. 가뜩이나 최근 증시 약세로 인해 투자심리가 약화한 가운데 오랜 기간 이어진 거래정지가 풀리면서 급격하게 매수세가 몰렸다가 또 대량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변동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먼저 부활에 성공한 신라젠은 거래정지 직전 종가(1만2100원) 대비 30.74% 낮은 8380원에 거래가 재개됐다.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찍으며 1만40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거래 재개 4일째부터 주가가 11% 가까이 빠진 뒤 이달 초에는 거래정지 이전보다 낮은 1만1000원대로 떨어졌다.코오롱티슈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달 25일 거래 시작과 동시에 주가가 1만6050원에서 2만850원으로 30% 급등하며 상한가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15% 넘게 곤두박질치며 이달 초 기준 거래재개 첫날 가격보다도 내려온 상태다.바이오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점도 주가엔 부담이다. 임상 및 기술수출 성과를 과대 포장하거나 배임 및 횡령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한 바이오 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기업 영속성을 꾸준히 증명하는 것은 물론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주식 커뮤니티에는 "신라젠 덕분에 주식 공부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 바이오주는 다시 쳐다도 안 볼 계획입니다" 등의 비난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바이오 기업들은 거래가 재개됐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에게는 큰 생채기가 남아 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업 스스로 내부 시스템 관리를 보강해야 할 것이다. 주식거래 정지와 재개가 반복되는 시장에서 감독 당국 역시 내부 통제와 처벌 기준의 제도적 방안을 촘촘히 마련 할 때다.
[기자수첩] '금리 공포'에 성장 보다 생존 택한 카드사
"당장의 생존이 걱정이니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죠. 빅테크 공세로 카드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거라는 말도 나오지만 진짜 두려운 건 그게 아니에요"최근 기자가 만난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업황이 어려워도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는 거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이미 카드업계는 첩첩산중이다.수수료율 인하는 여전히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채금리가 올라 조달비용 증가라는 복병까지 만났다. 가장 신용도가 높은 AA+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연 6.082%까지 치솟으며 2010년 이후 처음으로 6%대를 기록했다.카드사는 예·적금 등의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여전채를 매입한 금융사들에 지급해야 할 이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조달비용 확대는 결국 카드사의 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이어진다.카드사의 올해 3분기 성적표를 뜯어보면 이 같은 흐름이 체감된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와 삼성카드 등 5개 카드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7411억원으로 전년동기(1조7085억원) 보다 약 1.9% 오르는 데 그쳤다.1년 전과 비교해서는 나아졌지만 분기별로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신한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2분기보다 26.1% 줄었고 같은 기간 삼성카드도 9.5% 감소, KB국민카드는 15.9% 줄었다. 조달비용이 늘어난 점이 주효했다.문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여파가 카드사에게만 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조달비용은 카드론 금리에 반영돼 여전채가 오르면 카드론 금리가 덩달아 오르게 된다.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9월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02~14.42%로 나타났다. 카드론 평균 금리는 올해 7월까지만 해도 12%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8월 13%까지 올라섰다. 이는 2금융권 금융소비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저신용자 비중을 줄이고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이탈될 수 있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올리면 우려는 더 커진다. 상황이 이렇자 카드사 수장들은 올해 하반기 경영 전략을 위기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셈이다.금리 인상 여파에 카드사가 휘청이고 있다. 카드사 문을 두드린 대출자들의 시름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자금시장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카드사의 유동성과 자산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졌다.금융위는 지난달 25일 여전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자금조달과 관련한 업권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후 28일엔 금감원·금융협회·금융회사·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자금시장 관련 현황 점검회의 개최해 시장소화가 어려운 회사채·여전채 등의 매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와 금융당국의 공동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때다.
[기자수첩] 금가루 뿌린 한국산 복제약
제네릭(복제약)은 오리지널약(원조약)과 비교해 성분·효능·효과가 동일한 의약품이다. 오리지널약보다 저렴해 의약품 지출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민 편익 측면에서 효용이 큰 복제약이 국내선 다소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최재형 의원(국민의힘·서울 종로구)은 지난해 복제약 급여액이 8조원을 넘었다며 복제약 가격을 20% 낮춘다면 1조5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최 의원에 따르면 전 세계 각국의 복제약 값은 오리지널약 대비 스웨덴 30%, 캐나다 25%, 미국·영국 10% 수준으로 책정된다. 국내 복제약은 보통 오리지널약의 절반값 정도(53.55%)를 받는다. 최 의원은 "복제약 가격 수준은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투자 동력을 얻으라는 의미였다"며 "하지만 복제약 가격이 높아 신약개발에 흥미를 잃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건보재정 절감과 사용자 부담 완화를 위해 약가인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복제약 얘기는 복지위 종합감사에서도 등장한다. 국회 복지위 소속 서정숙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1+3 공동생동' 제한법 이후 복제약 난립 문제가 나아지고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법은 복제약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1건당 복제약을 최대 4개까지 허가를 내주도록 제한한다.실제 복제약 허가는 눈에 띄게 줄었다. 식약처가 지난 4월 발간한 2021년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허가 신고수는 총 2270건으로 2020년과 비교해 35.1% 줄었다. 제조품목 허가신고 품목 수는 전년보다 36.8% 급감했다. 전문약 복제약 허가 건수도 올해 상반기 총 310개로 지난해 복제약 허가 건수 총 1176개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이 같은 행보는 다른 선진국들이 의약품 지출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복제약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이 같은 해외 정책은 복제약 출시를 유도해 오리지널약의 가격인하와 함께 전체 치료비용을 낮춰주고 의약품 접근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미국 정부는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속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우선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약가 인하를 위해 신약 독점기간을 단축하고 바이오시밀러와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유인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복제약 도입을 확대했다. 유럽에선 10년 전부터 오리지널약의 독주를 막고 대체하기 위해 복제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업계에선 복제약에 만연했던 부정적인 인식이 불법 리베이트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불법 리베이트는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만큼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제약기업들도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도입 등 자정의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국내 전체 산업 중 세번째로 많은 70개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CP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복제약 시장도 투명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론 복제약 난립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 복제약 활용 방안을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기자수첩] '빚투 개미' 눈물… '한탕주의' 지양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저금리 장기화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030세대 사이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었다. '빚투'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는 후일담이 많아지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뛰어드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1년 새 '빚투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웃음을 잃었다. 빚을 내서 어렵사리 주식을 샀는데 맥을 못 추는 증시에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부담은 커진 이중고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에게 보유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빌려주는 주식 매수 자금을 가리킨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대출 성격인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10%대까지 끌어올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 16일 일반 투자자 대상 90일 초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10.50%로, 31~90일 구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9.90%로 각각 상향했다. 유안타증권은 주식 담보 151~180일 기간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10.3%로 적용하고 있다. 10%에 육박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다수다. 삼성·신한투자증권의 90일 초과 신용융자 이자율은 9.8%이며 KB증권은 오는 11월부터 종전 대비 0.3%포인트를 인상, 9.8%를 적용할 예정이다.휘청이는 증시에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는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 공포도 크다. 증권사는 신용거래를 약정할 때 투자자가 매수한 주식을 담보로 취득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담보부족이 발생하면 해당 담보주식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개인투자자들은 반대매매 발생 시 그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고 하락장에서는 반대매매가 부진한 증시의 추가하락을 부추긴다. 이는 다시 반대매매가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3개 대형 증권사의 반대매매 계좌 수는 전월(3669건) 대비 2.5배 증가한 9422건으로 집계됐다.전문가들은 신용거래 시 반대매매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반대매매가 실행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투자자 A씨는 신용거래로 B주식을 매입하고 B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후 주가하락으로 담보부족이 발생했는데 부족액을 입금했음에도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실행해 부당하다며 민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증권사는 "일정기한 내 담보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반대매매가 실행된다는 사실을 수차례 안내했으나 최종 기한까지 담보부족이 해소되지 않아 반대매매를 실행했다"고 답변했다. 금감원은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하면 대규모 반대매매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최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빨간불로 물든 호가창에 투자자들에게도 적신호가 켜졌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증시 속 '빚투' 등 공격적인 투자는 위험 부담이 상당하다. '한탕'을 노리다 깊은 '한탄'이 따라올 수 있다. 투기성 투자를 지양하고 보다 보수적으로 신중하게 투자에 접근해야 할 때다.
[기자수첩] 증시 급락에도 매수 일색… '리포트 문화' 언제 바뀌나
매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 있다. '매수' 리포트를 남발하는 증권사의 관행에 대한 지적이다. 올해도 역시 증권사들이 발간한 리포트 대다수는 매수 의견이었다.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색 리포트 문제는 언론, 국회 등에서 해를 거듭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이야기다.국회 정무위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간 국내 증권사 32곳이 발간한 주식 종목 보고서 총 4344건 가운데 매수 의견을 낸 리포트는 4004건(92.2%)으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매도 리포트는 3건(0.07%), 중립 의견은 337건(7.8%)에 그쳤다. 이 기간은 유동성 장세가 한풀 꺾이고 국내외 금리 상승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투자 열풍이 주춤해진 시기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30% 가까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매수'로 일관된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그 신뢰도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증권사들은 '사자'를 외쳤지만 정작 상장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국내에 지점을 둔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모건스탠리증권의 매수 리포트 비중은 지난해 말 41.9%에서 상반기 말 39.3%로 줄었다. 반면 매도 리포트는 15.1%에서 16.3%로 증가했다.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다이와증권,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 골드만삭스 등도 증시 부진에 따라 매수 리포트 비중은 줄고 매도 의견은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증권사의 영향력만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서 네이버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나왔다. 씨티증권에 이어 JP모건마저 네이버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네이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가는 10월4일 하루에만 9% 가까이 폭락했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가 워낙 드물다보니 매도 리포트가 한번 발간되면 과도하게 이목이 쏠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한다. 결국 과도한 관심에 매도를 추천하기가 더 부담스러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유야 어쨌건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실종된 사이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만 높여준 셈이다. 국내에서는 기업과 증권사 간 '갑을' 관계가 명확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매도를 외칠 수 없는 자본시장의 구조적 관행이 문제로 꼽힌다. 애널리스트들이 소위 큰손인 기업 고객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매수 리포트를 남발한다는 얘기다.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독립된 금융기관이 아니라 이익을 내야 하는 사기업"이라며 "M&A(인수합병), IPO(기업공개) 등의 업무도 수행하는 증권사 특성상 리포트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향후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기업 외에도 다양한 고객이 있고 매수뿐만 아니라 매도에 대해서도 독립적 의견을 내는 것 역시 증권사의 역할이며 의무다. 증시 부진 속에서 매수만을 외치는 리포트가 판을 치는 한 투자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만큼 주식시장을 외면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증시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객관적 분석은 건전한 투자 환경 조성과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다.
[기자수첩]퍼펙트스톰 경고음 커지는데… 낙관론 일색인 정부·한은
"내년이 문제입니다. 정치권의 여야 전면 대치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경제 부문만 놓고 봐도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최근 만난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의 안이한 경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가 몰고 오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지난달 한국 외환보유액은 한달만에 196억6000만달러 증발했다. 이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274억2000만달러) 이후 13년11개월 만에 최대다. 올들어 한국 외환보유액은 463억5000만달러나 급감했다.달러 곳간이 줄고 있는 건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시장에 달러를 내다 팔고 있어서다. 실제 외환당국은 올 상반기에만 약 30조원 규모의 달러를 내다 팔았다.이는 지난해 외환당국의 달러 순매도액(36조원)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경제위기 시 안전판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수출 역시 위기 신호가 감지되면서 외환 유동성엔 더욱 비상이 걸렸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이후 지난달까지 적자를 기록했다.무역수지 적자가 반년 연속 지속한 것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25년만에 처음이다. 대외건전성 종합지표인 경상수지는 지난 8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냈는데 한국이 8월 기준 경상수지 적자를 본 건 금융위기였던 2008년 8월(38억45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만이다.외환보유고와 무역수지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극심한 강달러 여파 등으로 아시아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자본 이탈이 늘며 외환위기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호주 맥쿼리캐피털은 아시아 통화 중 한국 원화, 필리핀 페소화, 태국 바트화 등 무역수지 적자 국가들의 통화가 가장 취약하다고 꼬집었다.더 큰 문제는 외환보유고 감소세에 제동이 걸릴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기준금리 인상)정책으로 강달러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34.2% 증가하면서 직전 연도의 외환보유고 감소폭을 만회했지만 내년에는 회복될 것으로 낙관할 수 있냐는 얘기다.한국은행이 지난 12일 역대 두번째 빅스텝(한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1869조원의 가계부채의 이자부담 증가로 소비·투자 둔화와 내수에 이어 수출까지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앵무새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한다. 외환보유고가 여전히 많은 수준이고 경제상황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외환보유액의 경우 2008년과 비교해 현재 두배 가량 늘었다는 게 근거다.올해 전체 규모 대비 감소율이 지난 9월말 기준 10%로 2008년 감소폭(23.2%)의 절반에 못 미쳐 충분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 방문 중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라고 장담했다.한국의 경우 엄청난 외환보유고가 있고 경상수지도 큰 틀에서 괜찮다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위기 국면에서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은 안이한 대처로 자칫 선제적인 정책 대응에 실기를 범할 수 있다. 오히려 국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도 있다.강달러 시대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전쟁 위협까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변수로 경기전망이 점치기 어려운 안갯속 형국이다.한은과 정부는 낙관론에서 벗어나 적신호가 켜진 경제 전반을 직시해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 는게 아니라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똑바로 볼 때 난국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
[기자수첩]시멘트-레미콘 갈등이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가 가격 인상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지난 2월에 이어 9월에도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지속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평균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톤당 135달러에서 지난 2월 250달러, 9월엔 415달러로 올랐다. 특히 유연탄은 호주와 러시아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시멘트 업계는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료 인상에 따른 부담까지 지게 됐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밝히면서 이달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최대 16.6원 더 오른다. 모 시멘트사는 매달 전기요금으로 공장 1곳당 2000억원을 납부하는데 요금이 10% 인상되면 비용 부담이 200억원 증가한다.레미콘사들은 내년 3월까지 가격 인상을 늦춰달라고 요구한다. 1년에 한 번 건설업계와 레미콘 가격을 협상하는데 이미 지난 2월 협상을 끝냈기 때문이다. 레미콘사들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3%에 불과해 인상분을 떠안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건축자재 업계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를 중재하고 나섰지만 어느 한쪽이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성 개선이다. 레미콘 업계의 숙원은 '레미콘 운반차량(콘크리트 믹서트럭) 면허 신규등록 제한' 해제다. 정부는 콘크리트 믹서트럭 기사 보호를 이유로 13년째 신규 면허 발급을 하지 않고 있다. 콘크리트 믹서트럭은 수급조절 대상 건설기계로 묶여 2009년부터 현재까지 2만6000여대 수준에 머물러있다.건설 수요 증가에도 면허 제한으로 공급이 늘지 않자 이는 레미콘 운송비용 인상으로 이어졌다. 2009년부터 레미콘 가격은 약 50% 인상됐지만 운송비는 110% 오르며 레미콘사들의 부담도 커졌다. 출하량을 고려할 때 콘크리트 믹서트럭 부족분은 3100여대에 달한다. 3기 신도시와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될 전망이다.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강화된 환경규제 대응에도 애를 먹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시멘트 업계는 지난 10년 동안 경영악화로 시멘트 업체 7곳 중 4곳이 법정관리 및 인수합병 등을 겪는 와중에도 친환경 설비에 매년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시멘트 업계의 설비투자 규모는 5386억원으로 지난 5년 평균치인 3680억원보다 46% 늘었다.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국 800여 곳의 레미콘사는 오는 20일부터 조업 중단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가격 인상을 억제한다면 시멘트 업계가 모든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 어느 쪽이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시멘트와 레미콘 업계가 이미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기자수첩]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부산이전 미션
산업은행이 본점의 부산이전 문제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고 여야 국회의원들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강석훈 회장은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라며 정책 추진에 발을 맞춘다. 지난달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정부가 결정한 사안인 만큼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문제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집단 반발이다. 매일 아침 500여명의 직원들은 머리띠를 메고 본점 1층에 모여 투쟁의 목소리를 높인다. 직원들은 "갑자기 삶의 터전이 바뀌는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부산행을 강행하는 강 회장의 퇴진 집회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목적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 자금공급'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과 산업을 분산하려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앞서 부산시는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2005년부터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29개의 금융기관 본사를 유치했다. 다만 이들 금융기관 부서가 전부 부산에 터전을 옮긴 것은 아니다. 일례로 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시장감시위원회는 서울에 있고 경영지원본부·파생상품시장본부와 지난해 신설된 청산결제본부는 부산에 있다. 직무에 따라 부산과 서울간 출장도 부지기수다. 자본시장의 대표기관을 부산에 이전했으나 자금공급은 여전히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 역시 핵심 업무인 금융·자본시장·글로벌사업 부문은 서울에 두고 경영관리·심사평가 등 지원부서를 부산에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산업은행 본사 직원 1700여명 중에서 30%에 해당하는 500여명이 1차 인사발령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일각에선 '반쪽짜리 이전'에도 불구하고 부산행을 밀어붙이는 강 회장의 미션이 '국정과제 완성'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산업은행 회장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 재정자금 공급 등 국책은행의 공적 미션에 주력했던 것과 다르게 부산의 지역 발전 등 정치 미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1954년 탄생한 산업은행은 전쟁으로 파괴된 산업시설의 복구는 물론 전력과 석탄 등 기반산업 시설 증강을 위해 재정자금을 공급했다. 1960년대 이후 기초에너지산업과 철강, 조선, 기계 등 중화학공업의 개발·설비금융을 지원했고 1980년대 자동차와 전자산업을 뒷받침한 장기설비금융으로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1990년대 경제개방화에 맞춰 기업금융을 확대했다.2008년 산업은행은 민영화를 타진하며 KDB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해체했다. '총재'로 불리던 산업은행 CEO 명칭은 '회장'으로 변경했고 직함의 무게가 가벼워진 산업은행 회장들은 2016년 이후 새로운 정책금융 기관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창립 62주년 기념식에 내건 산업은행의 미션은 '세상의 변화를 이겨내는 강한 KDB'다. 올해 68세가 된 산업은행의 미션은 무엇일까. 명분과 실익이 없는 강 회장의 부산이전 미션에 산업은행은 '세상의 변화에 휩쓸려간 KDB'가 될 공산이 크다.
[기자수첩] 기업 혁신 막는 규제,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소비자 안전·환경 등과 관련된 기업 규제는 엄격해야 한다. 반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만큼은 길을 열어줘야 발전 속도가 빠르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국내 기업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이 같은 논리와 늘 거리가 멀었다. 언제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변화의 흐름을 끊고 발전을 막았다.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만 피해를 봤다.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장찬·맹현무·김형작)는 타다를 불법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쏘카의 전 자회사 브이씨앤씨(VCNC)의 박재욱 전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게 적용됐던 혐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다. 타다는 운전자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타다 서비스 이용을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하면 된다. 타다의 운영사이자 과거 쏘카의 자회사였던 VCNC는 쏘카에게 렌터카를 빌려 운전자와 같이 고객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했다.시장 반응은 좋았다. 타다 이용자들이 꼽았던 대표적인 장점은 차가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일반 택시에서 쉽게 맡을 수 있는 담배 냄새 등도 나지 않아 쾌적한 것도 호응이 좋았다. 늦은 밤 피곤한 귀갓길에 오른 승객에게 기사가 불필요한 말을 걸지 않는 점도 이용자들이 좋아했다. 간편한 앱 호출과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로만 운행하기 때문에 승객과 기사의 다툼이 일어날 소지도 적었다.가격이 다소 비싸도 어차피 선택은 이용자 몫이기 때문에 타다의 시장 안착은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을 충족한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꼽힌다.타다는 소비자들의 높은 이용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타다 금지법'의 희생양이 됐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타다 운행을 반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검찰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이유는 자동차 대여사업자로서 면허 없이 유상여객운송을 했다는 판단에서다. 1심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가 이용자와 타다 승합차 임대차 계약을 맺은 렌터카라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타다는 1심 무죄 판결에도 핵심 사업이던 베이직 서비스를 같은 해 4월 전면 중단했다. '타다금지법'이 2020년 3월 국회를 통과해서다. 이 여파로 1만2000여명의 타다 드라이버들이 일자리를 잃었다.2심에서는 "이용자들이 쏘카 등과 기사를 포함한 단기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만한 사정이 없어 타다 서비스를 유죄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외관상 카카오택시와 유사하다고 해 이를 실질적으로 여객운수업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매일 밤 택시대란을 겪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운송수단을 원한다. 타다는 전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유형의 서비스다. 그동안 이를 막아 모빌리티 혁신의 발목을 잡고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했다. 법은 국내 기업의 혁신 앞에서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기업의 혁신을 막고 소비자 선택의 기회를 뺏는 규제를 이제는 버릴 때다.
[기자수첩] 네카오 보험 비교·추천, 이대로 괜찮을까?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대세지만 당장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보험설계사들도 생각해야 합니다."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로 소비자들의 편의성은 향상되는 반면 45만여명의 보험설계사들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올해 10월 중순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 보험사 상품정보부터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하면 기존 보험설계사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로 허용해주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목표로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에 빅테크들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일본 빅테크사들의 성공사례를 들며 빅테크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독려하는 한편 기존 보험사·대리점·설계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보험 비교·추천서비스가 대세인 것은 사실이다. 손해보험협회는 '보험 다모아' 사이트를 통해 자동차·실손보험을, 삼성화재 등 각 보험사들은 온라인 채널로 타사 상품과 비교·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법인보험대리점(GA) 중에서도 리치앤코가 '굿리치'라는 보험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는 다르다.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빅테크들이 자사 서비스 안에서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중개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설계사들의 영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금융혁신'에 치중한 나머지 '보험설계사들의 생존권'은 뒷전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보험대리점업계는 지난 9월 '온라인 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온라인 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저지 및 45만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방어에 나섰다. 이번 달엔 서울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5000여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보험대리점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서비스 경쟁을 막기 위해 비교 추천업과 계약체결대리업의 겸영을 금지하라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방카슈랑스와 같이 단계별 상품 규제를 통해 보험설계사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금융정책 마련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보험사들도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을 내심 경계하고 있다. 현재 대형 보험사들은 자체 다이렉트 채널을 강화하며 경계에 나섰지만 수천만명의 이용자가 드나드는 빅테크와 경쟁 시 우위를 점한다는 보장이 없다. 공존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조만간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핀테크산업협회는 단계별 상품 판매 규제 방안을 최종 조율해 시행안을 발표할 예정이다.디지털 전환은 보험업계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군에서 적용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이다. 동시에 보험설계사 생존권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혁신서비스 도입을 외쳐왔던 금융당국. 이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보험설계사들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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