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금가루 뿌린 한국산 복제약
제네릭(복제약)은 오리지널약(원조약)과 비교해 성분·효능·효과가 동일한 의약품이다. 오리지널약보다 저렴해 의약품 지출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민 편익 측면에서 효용이 큰 복제약이 국내선 다소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최재형 의원(국민의힘·서울 종로구)은 지난해 복제약 급여액이 8조원을 넘었다며 복제약 가격을 20% 낮춘다면 1조5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최 의원에 따르면 전 세계 각국의 복제약 값은 오리지널약 대비 스웨덴 30%, 캐나다 25%, 미국·영국 10% 수준으로 책정된다. 국내 복제약은 보통 오리지널약의 절반값 정도(53.55%)를 받는다. 최 의원은 "복제약 가격 수준은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투자 동력을 얻으라는 의미였다"며 "하지만 복제약 가격이 높아 신약개발에 흥미를 잃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건보재정 절감과 사용자 부담 완화를 위해 약가인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복제약 얘기는 복지위 종합감사에서도 등장한다. 국회 복지위 소속 서정숙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1+3 공동생동' 제한법 이후 복제약 난립 문제가 나아지고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법은 복제약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1건당 복제약을 최대 4개까지 허가를 내주도록 제한한다.실제 복제약 허가는 눈에 띄게 줄었다. 식약처가 지난 4월 발간한 2021년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허가 신고수는 총 2270건으로 2020년과 비교해 35.1% 줄었다. 제조품목 허가신고 품목 수는 전년보다 36.8% 급감했다. 전문약 복제약 허가 건수도 올해 상반기 총 310개로 지난해 복제약 허가 건수 총 1176개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이 같은 행보는 다른 선진국들이 의약품 지출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복제약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이 같은 해외 정책은 복제약 출시를 유도해 오리지널약의 가격인하와 함께 전체 치료비용을 낮춰주고 의약품 접근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미국 정부는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속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우선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약가 인하를 위해 신약 독점기간을 단축하고 바이오시밀러와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유인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복제약 도입을 확대했다. 유럽에선 10년 전부터 오리지널약의 독주를 막고 대체하기 위해 복제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업계에선 복제약에 만연했던 부정적인 인식이 불법 리베이트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불법 리베이트는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만큼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제약기업들도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도입 등 자정의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국내 전체 산업 중 세번째로 많은 70개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CP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복제약 시장도 투명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론 복제약 난립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 복제약 활용 방안을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기자수첩] '빚투 개미' 눈물… '한탕주의' 지양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저금리 장기화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030세대 사이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었다. '빚투'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는 후일담이 많아지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뛰어드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1년 새 '빚투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웃음을 잃었다. 빚을 내서 어렵사리 주식을 샀는데 맥을 못 추는 증시에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부담은 커진 이중고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에게 보유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빌려주는 주식 매수 자금을 가리킨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대출 성격인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10%대까지 끌어올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 16일 일반 투자자 대상 90일 초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10.50%로, 31~90일 구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9.90%로 각각 상향했다. 유안타증권은 주식 담보 151~180일 기간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10.3%로 적용하고 있다. 10%에 육박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다수다. 삼성·신한투자증권의 90일 초과 신용융자 이자율은 9.8%이며 KB증권은 오는 11월부터 종전 대비 0.3%포인트를 인상, 9.8%를 적용할 예정이다.휘청이는 증시에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는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 공포도 크다. 증권사는 신용거래를 약정할 때 투자자가 매수한 주식을 담보로 취득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담보부족이 발생하면 해당 담보주식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개인투자자들은 반대매매 발생 시 그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고 하락장에서는 반대매매가 부진한 증시의 추가하락을 부추긴다. 이는 다시 반대매매가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3개 대형 증권사의 반대매매 계좌 수는 전월(3669건) 대비 2.5배 증가한 9422건으로 집계됐다.전문가들은 신용거래 시 반대매매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반대매매가 실행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투자자 A씨는 신용거래로 B주식을 매입하고 B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후 주가하락으로 담보부족이 발생했는데 부족액을 입금했음에도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실행해 부당하다며 민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증권사는 "일정기한 내 담보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반대매매가 실행된다는 사실을 수차례 안내했으나 최종 기한까지 담보부족이 해소되지 않아 반대매매를 실행했다"고 답변했다. 금감원은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하면 대규모 반대매매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최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빨간불로 물든 호가창에 투자자들에게도 적신호가 켜졌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증시 속 '빚투' 등 공격적인 투자는 위험 부담이 상당하다. '한탕'을 노리다 깊은 '한탄'이 따라올 수 있다. 투기성 투자를 지양하고 보다 보수적으로 신중하게 투자에 접근해야 할 때다.
[기자수첩] 증시 급락에도 매수 일색… '리포트 문화' 언제 바뀌나
매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 있다. '매수' 리포트를 남발하는 증권사의 관행에 대한 지적이다. 올해도 역시 증권사들이 발간한 리포트 대다수는 매수 의견이었다.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색 리포트 문제는 언론, 국회 등에서 해를 거듭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이야기다.국회 정무위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간 국내 증권사 32곳이 발간한 주식 종목 보고서 총 4344건 가운데 매수 의견을 낸 리포트는 4004건(92.2%)으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매도 리포트는 3건(0.07%), 중립 의견은 337건(7.8%)에 그쳤다. 이 기간은 유동성 장세가 한풀 꺾이고 국내외 금리 상승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투자 열풍이 주춤해진 시기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30% 가까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매수'로 일관된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그 신뢰도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증권사들은 '사자'를 외쳤지만 정작 상장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국내에 지점을 둔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모건스탠리증권의 매수 리포트 비중은 지난해 말 41.9%에서 상반기 말 39.3%로 줄었다. 반면 매도 리포트는 15.1%에서 16.3%로 증가했다.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다이와증권,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 골드만삭스 등도 증시 부진에 따라 매수 리포트 비중은 줄고 매도 의견은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증권사의 영향력만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서 네이버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나왔다. 씨티증권에 이어 JP모건마저 네이버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네이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가는 10월4일 하루에만 9% 가까이 폭락했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가 워낙 드물다보니 매도 리포트가 한번 발간되면 과도하게 이목이 쏠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한다. 결국 과도한 관심에 매도를 추천하기가 더 부담스러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유야 어쨌건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실종된 사이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만 높여준 셈이다. 국내에서는 기업과 증권사 간 '갑을' 관계가 명확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매도를 외칠 수 없는 자본시장의 구조적 관행이 문제로 꼽힌다. 애널리스트들이 소위 큰손인 기업 고객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매수 리포트를 남발한다는 얘기다.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독립된 금융기관이 아니라 이익을 내야 하는 사기업"이라며 "M&A(인수합병), IPO(기업공개) 등의 업무도 수행하는 증권사 특성상 리포트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향후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기업 외에도 다양한 고객이 있고 매수뿐만 아니라 매도에 대해서도 독립적 의견을 내는 것 역시 증권사의 역할이며 의무다. 증시 부진 속에서 매수만을 외치는 리포트가 판을 치는 한 투자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만큼 주식시장을 외면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증시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객관적 분석은 건전한 투자 환경 조성과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다.
[기자수첩]퍼펙트스톰 경고음 커지는데… 낙관론 일색인 정부·한은
"내년이 문제입니다. 정치권의 여야 전면 대치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경제 부문만 놓고 봐도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최근 만난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의 안이한 경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가 몰고 오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지난달 한국 외환보유액은 한달만에 196억6000만달러 증발했다. 이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274억2000만달러) 이후 13년11개월 만에 최대다. 올들어 한국 외환보유액은 463억5000만달러나 급감했다.달러 곳간이 줄고 있는 건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시장에 달러를 내다 팔고 있어서다. 실제 외환당국은 올 상반기에만 약 30조원 규모의 달러를 내다 팔았다.이는 지난해 외환당국의 달러 순매도액(36조원)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경제위기 시 안전판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수출 역시 위기 신호가 감지되면서 외환 유동성엔 더욱 비상이 걸렸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이후 지난달까지 적자를 기록했다.무역수지 적자가 반년 연속 지속한 것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25년만에 처음이다. 대외건전성 종합지표인 경상수지는 지난 8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냈는데 한국이 8월 기준 경상수지 적자를 본 건 금융위기였던 2008년 8월(38억45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만이다.외환보유고와 무역수지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극심한 강달러 여파 등으로 아시아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자본 이탈이 늘며 외환위기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호주 맥쿼리캐피털은 아시아 통화 중 한국 원화, 필리핀 페소화, 태국 바트화 등 무역수지 적자 국가들의 통화가 가장 취약하다고 꼬집었다.더 큰 문제는 외환보유고 감소세에 제동이 걸릴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기준금리 인상)정책으로 강달러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34.2% 증가하면서 직전 연도의 외환보유고 감소폭을 만회했지만 내년에는 회복될 것으로 낙관할 수 있냐는 얘기다.한국은행이 지난 12일 역대 두번째 빅스텝(한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1869조원의 가계부채의 이자부담 증가로 소비·투자 둔화와 내수에 이어 수출까지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앵무새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한다. 외환보유고가 여전히 많은 수준이고 경제상황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외환보유액의 경우 2008년과 비교해 현재 두배 가량 늘었다는 게 근거다.올해 전체 규모 대비 감소율이 지난 9월말 기준 10%로 2008년 감소폭(23.2%)의 절반에 못 미쳐 충분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 방문 중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라고 장담했다.한국의 경우 엄청난 외환보유고가 있고 경상수지도 큰 틀에서 괜찮다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위기 국면에서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은 안이한 대처로 자칫 선제적인 정책 대응에 실기를 범할 수 있다. 오히려 국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도 있다.강달러 시대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전쟁 위협까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변수로 경기전망이 점치기 어려운 안갯속 형국이다.한은과 정부는 낙관론에서 벗어나 적신호가 켜진 경제 전반을 직시해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 는게 아니라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똑바로 볼 때 난국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
[기자수첩]시멘트-레미콘 갈등이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가 가격 인상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지난 2월에 이어 9월에도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지속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평균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톤당 135달러에서 지난 2월 250달러, 9월엔 415달러로 올랐다. 특히 유연탄은 호주와 러시아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시멘트 업계는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료 인상에 따른 부담까지 지게 됐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밝히면서 이달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최대 16.6원 더 오른다. 모 시멘트사는 매달 전기요금으로 공장 1곳당 2000억원을 납부하는데 요금이 10% 인상되면 비용 부담이 200억원 증가한다.레미콘사들은 내년 3월까지 가격 인상을 늦춰달라고 요구한다. 1년에 한 번 건설업계와 레미콘 가격을 협상하는데 이미 지난 2월 협상을 끝냈기 때문이다. 레미콘사들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3%에 불과해 인상분을 떠안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건축자재 업계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를 중재하고 나섰지만 어느 한쪽이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성 개선이다. 레미콘 업계의 숙원은 '레미콘 운반차량(콘크리트 믹서트럭) 면허 신규등록 제한' 해제다. 정부는 콘크리트 믹서트럭 기사 보호를 이유로 13년째 신규 면허 발급을 하지 않고 있다. 콘크리트 믹서트럭은 수급조절 대상 건설기계로 묶여 2009년부터 현재까지 2만6000여대 수준에 머물러있다.건설 수요 증가에도 면허 제한으로 공급이 늘지 않자 이는 레미콘 운송비용 인상으로 이어졌다. 2009년부터 레미콘 가격은 약 50% 인상됐지만 운송비는 110% 오르며 레미콘사들의 부담도 커졌다. 출하량을 고려할 때 콘크리트 믹서트럭 부족분은 3100여대에 달한다. 3기 신도시와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될 전망이다.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강화된 환경규제 대응에도 애를 먹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시멘트 업계는 지난 10년 동안 경영악화로 시멘트 업체 7곳 중 4곳이 법정관리 및 인수합병 등을 겪는 와중에도 친환경 설비에 매년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시멘트 업계의 설비투자 규모는 5386억원으로 지난 5년 평균치인 3680억원보다 46% 늘었다.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국 800여 곳의 레미콘사는 오는 20일부터 조업 중단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가격 인상을 억제한다면 시멘트 업계가 모든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 어느 쪽이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시멘트와 레미콘 업계가 이미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기자수첩]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부산이전 미션
산업은행이 본점의 부산이전 문제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고 여야 국회의원들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강석훈 회장은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라며 정책 추진에 발을 맞춘다. 지난달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정부가 결정한 사안인 만큼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문제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집단 반발이다. 매일 아침 500여명의 직원들은 머리띠를 메고 본점 1층에 모여 투쟁의 목소리를 높인다. 직원들은 "갑자기 삶의 터전이 바뀌는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부산행을 강행하는 강 회장의 퇴진 집회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목적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 자금공급'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과 산업을 분산하려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앞서 부산시는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2005년부터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29개의 금융기관 본사를 유치했다. 다만 이들 금융기관 부서가 전부 부산에 터전을 옮긴 것은 아니다. 일례로 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시장감시위원회는 서울에 있고 경영지원본부·파생상품시장본부와 지난해 신설된 청산결제본부는 부산에 있다. 직무에 따라 부산과 서울간 출장도 부지기수다. 자본시장의 대표기관을 부산에 이전했으나 자금공급은 여전히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 역시 핵심 업무인 금융·자본시장·글로벌사업 부문은 서울에 두고 경영관리·심사평가 등 지원부서를 부산에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산업은행 본사 직원 1700여명 중에서 30%에 해당하는 500여명이 1차 인사발령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일각에선 '반쪽짜리 이전'에도 불구하고 부산행을 밀어붙이는 강 회장의 미션이 '국정과제 완성'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산업은행 회장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 재정자금 공급 등 국책은행의 공적 미션에 주력했던 것과 다르게 부산의 지역 발전 등 정치 미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1954년 탄생한 산업은행은 전쟁으로 파괴된 산업시설의 복구는 물론 전력과 석탄 등 기반산업 시설 증강을 위해 재정자금을 공급했다. 1960년대 이후 기초에너지산업과 철강, 조선, 기계 등 중화학공업의 개발·설비금융을 지원했고 1980년대 자동차와 전자산업을 뒷받침한 장기설비금융으로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1990년대 경제개방화에 맞춰 기업금융을 확대했다.2008년 산업은행은 민영화를 타진하며 KDB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해체했다. '총재'로 불리던 산업은행 CEO 명칭은 '회장'으로 변경했고 직함의 무게가 가벼워진 산업은행 회장들은 2016년 이후 새로운 정책금융 기관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창립 62주년 기념식에 내건 산업은행의 미션은 '세상의 변화를 이겨내는 강한 KDB'다. 올해 68세가 된 산업은행의 미션은 무엇일까. 명분과 실익이 없는 강 회장의 부산이전 미션에 산업은행은 '세상의 변화에 휩쓸려간 KDB'가 될 공산이 크다.
[기자수첩] 기업 혁신 막는 규제,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소비자 안전·환경 등과 관련된 기업 규제는 엄격해야 한다. 반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만큼은 길을 열어줘야 발전 속도가 빠르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국내 기업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이 같은 논리와 늘 거리가 멀었다. 언제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변화의 흐름을 끊고 발전을 막았다.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만 피해를 봤다.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장찬·맹현무·김형작)는 타다를 불법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쏘카의 전 자회사 브이씨앤씨(VCNC)의 박재욱 전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게 적용됐던 혐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다. 타다는 운전자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타다 서비스 이용을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하면 된다. 타다의 운영사이자 과거 쏘카의 자회사였던 VCNC는 쏘카에게 렌터카를 빌려 운전자와 같이 고객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했다.시장 반응은 좋았다. 타다 이용자들이 꼽았던 대표적인 장점은 차가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일반 택시에서 쉽게 맡을 수 있는 담배 냄새 등도 나지 않아 쾌적한 것도 호응이 좋았다. 늦은 밤 피곤한 귀갓길에 오른 승객에게 기사가 불필요한 말을 걸지 않는 점도 이용자들이 좋아했다. 간편한 앱 호출과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로만 운행하기 때문에 승객과 기사의 다툼이 일어날 소지도 적었다.가격이 다소 비싸도 어차피 선택은 이용자 몫이기 때문에 타다의 시장 안착은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을 충족한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꼽힌다.타다는 소비자들의 높은 이용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타다 금지법'의 희생양이 됐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타다 운행을 반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검찰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이유는 자동차 대여사업자로서 면허 없이 유상여객운송을 했다는 판단에서다. 1심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가 이용자와 타다 승합차 임대차 계약을 맺은 렌터카라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타다는 1심 무죄 판결에도 핵심 사업이던 베이직 서비스를 같은 해 4월 전면 중단했다. '타다금지법'이 2020년 3월 국회를 통과해서다. 이 여파로 1만2000여명의 타다 드라이버들이 일자리를 잃었다.2심에서는 "이용자들이 쏘카 등과 기사를 포함한 단기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만한 사정이 없어 타다 서비스를 유죄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외관상 카카오택시와 유사하다고 해 이를 실질적으로 여객운수업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매일 밤 택시대란을 겪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운송수단을 원한다. 타다는 전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유형의 서비스다. 그동안 이를 막아 모빌리티 혁신의 발목을 잡고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했다. 법은 국내 기업의 혁신 앞에서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기업의 혁신을 막고 소비자 선택의 기회를 뺏는 규제를 이제는 버릴 때다.
[기자수첩] 네카오 보험 비교·추천, 이대로 괜찮을까?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대세지만 당장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보험설계사들도 생각해야 합니다."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로 소비자들의 편의성은 향상되는 반면 45만여명의 보험설계사들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올해 10월 중순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 보험사 상품정보부터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하면 기존 보험설계사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로 허용해주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목표로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에 빅테크들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일본 빅테크사들의 성공사례를 들며 빅테크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독려하는 한편 기존 보험사·대리점·설계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보험 비교·추천서비스가 대세인 것은 사실이다. 손해보험협회는 '보험 다모아' 사이트를 통해 자동차·실손보험을, 삼성화재 등 각 보험사들은 온라인 채널로 타사 상품과 비교·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법인보험대리점(GA) 중에서도 리치앤코가 '굿리치'라는 보험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는 다르다.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빅테크들이 자사 서비스 안에서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중개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설계사들의 영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금융혁신'에 치중한 나머지 '보험설계사들의 생존권'은 뒷전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보험대리점업계는 지난 9월 '온라인 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온라인 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저지 및 45만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방어에 나섰다. 이번 달엔 서울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5000여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보험대리점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서비스 경쟁을 막기 위해 비교 추천업과 계약체결대리업의 겸영을 금지하라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방카슈랑스와 같이 단계별 상품 규제를 통해 보험설계사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금융정책 마련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보험사들도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을 내심 경계하고 있다. 현재 대형 보험사들은 자체 다이렉트 채널을 강화하며 경계에 나섰지만 수천만명의 이용자가 드나드는 빅테크와 경쟁 시 우위를 점한다는 보장이 없다. 공존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조만간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핀테크산업협회는 단계별 상품 판매 규제 방안을 최종 조율해 시행안을 발표할 예정이다.디지털 전환은 보험업계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군에서 적용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이다. 동시에 보험설계사 생존권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혁신서비스 도입을 외쳐왔던 금융당국. 이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보험설계사들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을 차례다.
[기자수첩] '기업인 때리기' 국감, 이제 그만
요즘 주요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기업 경영진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 성장 전략 구상에도 시간이 모자란 경영진이 국감장에 불려가 망신당하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지 담당 직원들의 긴장감이 역력하다.기업의 '국감 스트레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는 매년 국감에서 기업인들을 줄소환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리는 올해 국감도 역대급 기업인 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산업계의 대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부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정탁 포스코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윤진호 교촌 대표, 전근식 한일현대시멘트 대표 등 17명을 증인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주요 산업계의 현안 등을 살핀다는 계획이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최근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태풍 침수피해와 관련한 책임 소재를 따져 물을 것으로 예상돼 '관치경영' 논란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국토교통위원회는 증인 신청 명단 초안에서 96명의 기업인 증인을 부르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협의를 통해 실제 채택되는 수는 줄어들 예정이지만 여야 모두 앞다퉈 기업인을 타깃으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기업인들을 증인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감에 출석하는 기업인 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17대 국회 국감(2004~2007년) 당시 연평균 52명이던 기업인 수는 ▲18대(2008~2011년) 77명 ▲19대(2012~2015년) 124명 ▲20대(2016~2019년) 15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국감부터 증인 채택 시 누가 누구를 왜 신청하는지 공개하도록 '증인 실명제'를 도입했지만 국감 시즌이 다가오면 기업인들을 줄 세우려는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국회는 소환된 기업인들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질문을 쏟아내면서 정작 답변하려는 증인들의 말을 자르거나 해명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아 '호통 국감' '기업인 망신 주기 국감' 등의 논란을 자초해왔다. 국감이 국정운영 실태 전반을 점검하는 자리가 아닌 주요 기업인들을 불러다 취조하는 '기업인 감사'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반복되는 구태의연한 국감의 관행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여야 의원들은 매년 말로는 국감에서 정책감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인들을 불러다 호통을 치면서 국회의원 개인의 의정활동 치적 쌓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올해 국감은 달라져야 한다. 글로벌 경제에 복합위기 그림자가 드리운 상황에서 무분별한 기업인 소환을 멈추고 국정운영 실태와 민생현안 점검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위기극복의 묘안을 찾는 국감이 되길 바란다.
[기자수첩]1폰 2번호 시대… 통신 3사 '듀얼심 요금제'의 불편한 진실
이동통신 3사가 하나의 휴대폰으로 번호 2개를 사용할 수 있는 'e심'(eSIM·embeded SIM) 상용화에 맞춰 해당 요금제를 잇달아 선보였다. 정부는 통신 3사가 업무용과 일상용 번호를 분리하고 싶은 고객들을 선점하기 위해 가격 경쟁을 벌일 것으로 봤지만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통신 3사는 '듀얼심'(e심+기존 유심) 요금제 출시로 고객의 일상을 지키는 데 앞장섰으나 실상은 아쉬운 점이 많다. 각 사가 내놓은 듀얼심 요금제 가격이 8800원으로 같은 탓이다. KT가 지난 8월28일 가장 먼저 듀얼심 요금제를 선보였다. 뒤이어 LG유플러스, SK텔레콤이 듀얼심 요금제를 출시했다. 데이터 제공량에서 차이가 있지만 요금제 가격이 원 단위까지 동일하다. 데이터 소진 후 사용 가능한 데이터 소진 시 속도제한(QoS)도 3사 모두 400kbps다. '가격 담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에서 비슷한 데이터 제공과 요금 수준으로 과점 구조를 구축, 재미를 본 통신 3사가 듀얼심 요금제에서도 이를 재현한 것이다.당초 e심은 기존 통신사와 다른 곳에서 가입할 수 있어 통신업계 경쟁이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통신 3사가 동일한 요금제를 선보여 가격이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는 사라졌다. 게다가 듀얼심 요금제를 쓰기 위해선 두 개 번호 모두 같은 통신사에서 개통해야 한다. 통신사 간 이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다.통신 3사는 e심 서비스 출시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대략 2750원이 드는 e심을 설치하면 기존 유심(7700원~8800원 수준)을 구매할 유인이 떨어지면서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e심을 통해 데이터 이용 요금제와 음성 통화 요금제를 각기 다르게 가입, 통신비를 줄인다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 직접 e심을 다운로드만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통신 유통 매장 역시 실적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 e심을 개통하면 오프라인 매장의 수수료 매출을 떨어뜨릴 것이 자명하다.e심 상용화는 정부가 '가계 통신비 절감'이라는 목표 아래 추진한 것이다. 정부 의지로 시작된 사업인 만큼 통신 3사가 이 같은 문제를 자발적으로 개선할지 의문이다. 통신 3사는 최근 5G 중간요금제에 이어 과중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똑같은 요금제를 내놓은 상황을 방관해선 안 된다. 요금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e심 요금제 출시에만 그치면 가계 통신비 절감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사기업인 통신사들이 자사 이익을 챙기면서도 공적인 책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묘안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부동산PF, 제2의 저축은행 사태 피하려면
최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을 늘려온 금융사들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1년 발생했던 저축은행 사태가 이번엔 증권사에서 나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저축은행 부실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부동산 PF 대출이 꼽힌다. 2005~2007년 저축은행들은 당시 은행들이 독점하던 PF 대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실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졌고 30곳이 파산했다. 정부가 공적자금 27조원을 투입해 일단락 됐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사업자금의 20%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우량 시행사에만 PF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족쇄가 채워졌다. 규제에 발목이 잡힌 저축은행의 빈 자리를 채운 곳이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등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자산 부실화에 따른 채무보증 위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여러 차례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올 들어 증권사와 보험사, 여전사 등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보험사의 경우 부동산 PF대출 잔액이 3월 말 기준 42조2472억원으로 금융권에서 가장 많았다. 연체 잔액은 지난해 말 305억원에 3개월 새 1298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연체율이 지난해 말 3.7%에서 1.0%포인트 늘어난 4.7%로 금융권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보험사의 연체율은 0.31% 은행권은 0.02%, 상호금융권은 0.09%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의 채무보증(우발부채) 규모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7개 증권사의 채무보증(우발부채) 규모는 올해 2분기 기준 총 48조341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조7675억원이나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평균 63.7%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했을 때 9.6%포인트 상승했다. 우발부채는 현재 빚은 아니지만 미래에 특정 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속출해 분양대금으로 부동산 PF대출을 갚으려고 했던 건설사가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금융사가 보증을 선 조건에 따라 일정 부분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주택 관련 지표들은 이미 침체기를 알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전월 대비 3374가구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4528가구로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금융사들이 본 PF 외에 부동산 개발사업이 가능한 부지에 대한 브릿지론 등 초기 부동산금융 투자가 증가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선순위가 아닌 중·후순위 브릿지론은 부실화 발생시 전액 손실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위험 인수를 낮추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기자수첩]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논란을 바라보며
최근 판교를 달구고 있는 사건이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우마무스메) 논란이다. 카카오게임즈가 한국 서버의 이벤트 공지와 소통이 일본보다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촉발됐다. '우마무스메'의 중요 이벤트를 늦게 공지하고 재화 지급에 차이를 두는 등 일본 서버와 서비스를 차별했다는 것이 원인이다.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와 해외에서의 서비스를 차별했다며 환불과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카카오게임즈는 여러 번에 걸친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이용자 비판은 이어진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까지 직접 사과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이용자들의 집단행동은 계속됐다.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의 사과가 형식적인 답변일 뿐 구체적인 개선안이 없다고 한다.화가 난 이용자들은 지난 8월29일 서비스 운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판교 카카오게임즈 본사 일대에서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8월31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지난 1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을 8자로 왕복 운행하는 트럭 시위를 했다. 지난 13일에는 2차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카카오게임즈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개발사와의 조율 문제가 고스란히 유통사인 자사에게 돌아왔다는 것이다. 개발사인 사이게임즈와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 탓에 대응이 늦었다는 얘기지만 면피성 태도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이번 사건의 핵심은 운영진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운영진과 이용자들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도, 비난을 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을 대하는 '태도'다. 최근 이용자들은 게임사들의 불합리한 운영에 단순 항의하는 것을 넘어 트럭 시위나 소송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중요시하는 부분이 게임의 완성도에서 운영과 소통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더 이상 단순 게이머가 아닌 고객으로서 대우 받길 원한다. 게임사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상호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최근 게임업계 트렌드에선 과거처럼 게임을 출시하고 끝이 아닌, 이후 모니터링과 피드백이 중요성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이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이 있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게임은 게임을 하는 이용자가 있어야 존재한다. 단순 고객이 아닌, 유저로서 이용자를 홀대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다. 진정한 유저와의 소통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개선책을 내놓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개선된다면 비난의 화살이 박수갈채로 변할 수 있다.
[기자수첩] 근거 없는 '인체 악영향' 오해에 멍드는 태양광 업계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태양광 발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어요. 태양광 발전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데 일부 사람들의 오해로 추후 태양광 보급에 영향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태양광 발전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푸념이다.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을 늘려야 하지만 전자파·중금속 등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태양광 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에너지양, 설치 용이성 및 운영·관리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발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 사이에 퍼져있는 오해를 바로잡고 기업들의 태양광 사업 확대에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다.업계는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융합시험연구원의 태양광 발전소 전자파 환경 조사연구에 따르면 태양광 인버터(3킬로와트·kW)의 전자파 세기는 7.6밀리가우스(mG)로 정부 안전기준(833mG)의 1% 미만이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자레인지(29.2mG)의 26%, 휴대용 안마기(110.8mG)의 7% 수준이다.중금속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생산·판매·설치되는 태양광 모듈은 결정실 실리콘계 모듈로 크롬·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이 들어있지 않다. 실리콘은 규소로 이뤄진 물질로 모래와 성분이 비슷하다. 모듈을 제조할 때 셀과 전선을 연결하기 위해 소량의 납이 사용되긴 하지만 납 함량(0.009~0.02%)도 관련 환경기준(0.1%)을 크게 밑돌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카드뮴이 포함된 태양광 모듈은 국내 생산 및 수입도 되지 않는다.최근 세계 주요국들의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보면 태양광 발전을 늘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의 태양광 설치량은 지난해 27기가와트(GW)에서 올해 39GW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아직 태양광 설치량이 많지 않으나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되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하는 IRA는 태양광 패널 업체 등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한국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기 위해선 태양광 발전이 유해하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업계 차원을 넘어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최근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보면 정부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실무안을 통해 공개된 2030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1.5%로 1년 전 세운 목표치(30.2%)보다 10%포인트 정도 줄었다. 주민 수용성 등 실현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지만 재생에너지에 관한 오해를 없애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보다는 설득을 포기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기자수첩] 소비자가 '당당치킨'에 열광하는 이유
홈플러스의 저가 치킨인 '당당치킨'이 연일 인기다. 6990원이라는 가격에 출시한 이래 50여일간(6월30일~7월21일) 46만마리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일부 점포에서는 치킨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것) 현상도 나타났다.마트 치킨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형마트의 가성비 치킨 원조는 롯데마트가 2010년 출시했던 '통큰치킨'이다.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나온 통큰치킨은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프랜차이즈 치킨 대비 많은 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통큰치킨은 빠르게 물량이 동날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당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대형마트의 값싼 치킨에 대해 대기업이 자영업자의 사업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시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롯데마트를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결국 롯데마트는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일부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은 '미끼상품'이다"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미끼상품이란 고객의 발길을 유도하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이에 홈플러스는 역마진 상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물가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의 설명에도 일부 치킨집 점주들은 대형마트가 가진 인프라는 소상공인과 비교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2010년과 지금, 가장 다른 것은 소비자의 반응이다. 소비자들은 당당치킨에 환호하며 홈플러스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가 당당치킨을 구매하러 갔을 때 만난 소비자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치킨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다만 가맹점주에 대한 불평은 아니었다. 여론의 화살은 프랜차이즈 본사에게로 향했다.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 3사(교촌·bhc·BBQ)는 지난해 말부터 가격 인상을 시작했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11월, bhc는 지난해 12월, BBQ는 지난 5월 각각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른 것은 맞다. 곡물가격은 연일 상승세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물류비 등도 비싸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본사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것은 '마진'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타 업종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치킨 3사의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은 교촌 5.7%, bhc 32.2%, BBQ 16.8% 등이다. 최근 2년간 요식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5%다.2010년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의 높은 영업이익률에 대한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가맹점과 상생을 외치지만 본사 이익률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도 치킨 프랜차이즈의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요식업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당당치킨의 열풍에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프랜차이즈의 편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현재의 대결 구도가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아닌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형마트의 경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당치킨에 환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닌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한 저항에 가깝다.높은 물가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비싸면 안 먹으면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당당치킨 열풍을 가격 경쟁력의 승리만으로 치부한다면 영원히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지 못할 수도 있다.
[기자수첩] 고평가 논란에 찬바람 부는 IPO시장
올들어 글로벌 긴축에 따른 증시 침체로 기업공개(IPO) 시장에 냉기류가 돌고 있다. 상장만 하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 형성, 이후 상한가)으로 직행하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싹 바뀐 모습이다.새내기 종목들은 상장 전 흥행 부진은 물론 상장 후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첫 대어급 IPO 주자로 나선 쏘카도 상장 첫날 씁쓸한 성적표를 거뒀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흥행에 실패한 쏘카는 8월22일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6.07% 하락 마감했다. 하반기 첫 단추였던 쏘카의 흥행 실패로 IPO 시장의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앞서 쏘카는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흥행 참패를 겪었다.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56.07대1에 그쳤다. 공모가는 희망밴드(3만4000~5만5000원)를 한참 밑도는 가격에 결정됐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경쟁률 14.4대1, 청약 증거금 1834억원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다.올해 1월 역대급 규모로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기점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대어급 기업들은 잇달아 상장을 미루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2월 대명에너지, 3월 보로노이에 이어 5월에는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대어로 꼽히던 공모주들이 줄줄이 철회를 결정했다. IPO 삼수생인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해 올리브영, SSG닷컴 등도 상장일정을 미뤘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과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은 고평가 논란 속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 상장 문턱에서 발길을 돌리며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대어뿐 아니라 전체 상장 기업 수도 대폭 감소했다. 한국거래소가 2010년부터 이달 초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 공모 철회, 신규 상장 기업(스팩 제외)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모를 거친 '상장 승인' 기업은 코스피 3곳과 코스닥 27곳 등 모두 30곳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12곳(코스피 23곳·코스닥 89곳)의 4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다.올들어 IPO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새 대어급 공모주들이 다시 흥행에 성공할지 관심을 모은다. 쏘카에 이어 하반기 조단위 IPO 대어로 꼽히는 (마켓)컬리와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등이 IPO 시장 분위기 반전을 꾀할 기업으로 꼽힌다.대형 종목 외에도 이색 업종, 강소 기업 등의 다양한 공모주들도 대기 중이다. '2차전지 대어'로 불리는 더블유시피는 9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고 KB자산운용의 첫 번째 리츠(REITs)인 KB스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KB스타리츠)가 오는 10월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투자자들에게 공모주 시장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주가의 할인율 때문이다. 기업의 가치를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평가받기 전이기 때문에 동종업체의 주가와 비교할 때 20~30% 할인된 가격으로 공모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IPO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건 결국 기업가치 고평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주의 핵심 경쟁력인 할인율이 낮아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공모주 시장이 뜨겁게 달궈졌다 식어버리는 흐름을 반복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부진에 허덕이는 IPO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려면 만성적인 고평가 논란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근거가 떨어지거나 무리한 고평가보다 설득력 있는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를 만들어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얘기다. 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아 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좋은 기업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은행도 소비자도 뿔난 예대금리차 공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정부 말대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했건만 '이자 장사'하는 은행 타이틀만 얻게 된 꼴이네"최근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이자 장사'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한 문장 안에 쓰인 건 지난 22일 예대금리차(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것) 공시가 시행되면서다.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수신금리는 낮고 대출금리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즉 은행이 이자로 얼마나 배를 불렸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팍팍해진 서민경제와 달리 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 수익이 늘어난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 도입으로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은행의 건강한 '금리 경쟁'을 유도하고자 했다.제도 시행 첫날 성적표를 받아든 은행들의 운명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예대금리차가 큰 은행들은 서민의 이자로 배를 불린 은행으로 낙인찍혔고 예대금리차가 적은 은행은 박수받았다. 특히 눈총을 받은 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으로 이들의 이름 옆에는 곧바로 '이자 장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하지만 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을 확대한 탓에 평균 대출금리가 높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토스뱅크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일리가 있다. 지난 7월말 기준 토스뱅크 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율은 약 38%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으며 6월말 공시 기준 타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도 1.5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각 은행의 영업 전략 등이 달라 예대금리가 상이하기 때문에 일방적 '줄 세우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자칫 중·저신용자의 대출문이 좁아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여기에 예대금리차 공시가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 수신금리 상승을 이끌고 결국 코픽스와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코픽스는 8개 은행의 주요 자금조달원 가중평균 금리를 의미하는데 수신금리가 오르면 코픽스도 같이 상승한다.예대금리차 공시의 허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금융위는 급하게 해명에 나선 상황이다. 일부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서 평균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은행별 특성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도록 신용점수별 예대금리차, 평균 신용점수 등도 함께 공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금리 상승기 속 금리 인상 속도가 비교적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겠단 구상도 내놨다. 신잔액 코픽스는 금리산정 시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포함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변동폭이 작다는 특징이 있다.'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어떤 일이든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안의 세부적인 알맹이가 더 중요하다. 예대금리차 공시를 둘러싼 여진은 결국 각 은행의 상황, 부작용 등을 면밀히 고려하지 못한 데 있다.설익은 제도는 결국 금융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도입 취지와 투명한 금리 공시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위해선 금융당국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자수첩] 원료의약품 자급률 16%… 갈 길 먼 제약주권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산업 중에서 제약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큰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5개의 신약이 허가를 획득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미국과 영국에 이어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국가로 발돋움했다.이 같은 위상 제고에도 제약주권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제약주권은 의약품 개발부터 공급까지 전 부분에 있어 대외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독립성을 갖는 것을 말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권을 지키려면 주요 의약품을 직접 개발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제약주권은 보건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최근 원료의약품(의약품 개발 원료) 수급이 원활치 않아 생산이 중단되거나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의 공급이 중단되는 등 제약주권이 흔들리고 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16년 27.6%, 2017년 35.4%, 2018년 26.4%를 거쳐 2019년 16.2%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36.5%로 30%대를 회복했다. 이는 셀트리온의 '램시마 원액' 생산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전년 수준(16%대)의 자급도를 유지한 셈이다.원료의약품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수입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수입 비중의 증가는 결국 수급 불안정의 문제를 야기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원료의약품의 수급이 불안정해 주요 의약품들의 생산을 중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백신 부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된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자급 현황'에 따르면 국내 국가예방접종 대상 백신 자급률은 27.0%에 불과하다.제약주권의 상실은 보건안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원료의약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특성상 수입 품목의 가격 인상과 물량 변동은 보건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지난해 10월 GSK는 백신 9개 품목에 대한 한국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이들 품목 중 대부분은 국가예방접종 백신이다. 한국MSD는 지난 6월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9의 가격을 8.9% 인상했다. 지난해 4월 가격을 15% 올린 지 1년 만이다. 가다실9는 3회 접종이 권고되는데 가격이 인상되면서 총 접종비용은 80만원에 이르게 됐다. 국내 시장에서 가다실9이 차치하는 비중은 80% 수준이다. 자국의 의약품 개발생산 역량은 사회안전망의 기본이다. 국제연합(UN)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지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주권은 자주적 독립성이라는 의미와 함께 가장 중요한 권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권이 흔들리면 국가의 가장 중요한 권리가 흔들린다는 말이다. 제약주권의 확보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민간이 당장에라도 머리를 맞대고 제약주권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기자수첩] 이스타항공 버티기 한계… 국토부·경찰 빠른 결단 내려야
이스타항공의 운항 재개가 지연되면서 직원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초만 해도 운항증명(AOC) 발급을 받고 운항을 재개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한 운항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나 시설, 장비, 지원체계를 갖췄는지 확인하는 안전 면허다. 이스타항공은 2020년 5월 경영난에 따른 운항 중단으로 AOC 효력이 상실돼 재발급 받아야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을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했다고 보고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AOC 발급 절차도 중단됐다.이스타항공은 억울해 한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항공사는 재무 기준에 미달 되더라도 면허 취소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본잠식을 고의로 감출 이유는 없다고 항변한다.이스타항공은 2020년 4월부터 경영난으로 모든 운항이 정지됐다. 같은 해 7월에는 회계 등 모든 자료가 담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던 제주항공이 회계법인 등에서 공식적으로 받은 2020년 5월까지의 회계자료가 이스타항공의 마지막 회계 자료가 됐다. 이스타항공은 변경면허 발급을 위해 이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하고 전산망이 멈춘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유효해야 AOC 절차가 성립되기 때문에 수사 판결이 나야 AOC 발급 절차도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스타항공은 운항 면허를 취소당할 수 있고 몇 년이 흘러야 운항 면허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항공사업법 9조에 따르면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뒤 2년이 초과하면 면허를 받을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AOC 발급이 지연될수록 피해가 큰 쪽은 직원들이다. 이스타항공 직원 530여명 중 출근하는 350여명은 임금의 일부를, 나머지 직원은 전액을 반납하고 휴직하고 있다. 그동안의 희생은 감내했지만 끝 모를 국토부의 제동을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지 막막하다.이전에는 '조금만 더 버티면 인수전이 마무리될 것'이란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한 이스타항공 직원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로 2년 동안 버텼는데 도돌이표가 된 느낌"이라며 "2년 넘게 쉬고 있으니 가정불화, 파혼을 겪는 직원들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회생이건 청산이건 빠르게 결정을 내려줬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했다.협력사들의 고통도 크다. 항공기 운항을 돕는 조업사들이 연초 운항기대감을 갖고 수 십억원을 들여 장비 투자, 인력 교육도 마쳤지만 AOC 발급이 지연되며 유지비만 나가고 있다. 여행사, 보딩패스 인쇄업체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이스타항공 관계자들이 고통을 끊는 것은 국토부의 결단뿐이다. 국토부가 AOC 발급 절차를 밟으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과거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바 있어 정부가 모든 사안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이해가 된다. 이스타항공 직원과 조업사, 협력사 직원들의 생계도 고려해 주기 바란다.
[기자수첩] 스타벅스와 발암물질
스타벅스커피코리아(스타벅스)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여름철 e-프리퀀시 행사(일정 개수 이상의 음료를 마시면 전용 상품을 증정하는 행사)의 증정품으로 고객들에게 지급한 여행용 수납 가방인 서머 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돼서다. 폼알데하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스타벅스의 늑장 대응은 대중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서머 캐리백 개봉 시 오징어 냄새와 비슷한 악취가 난다는 글이 온라인에 게시됐다. 스타벅스는 서머 캐리백은 의류나 침구류와 달리 직접 착용하지 않는 기타 제품류(가방·쿠션·방석·커튼 등)로 분류돼 안전기준 준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법 조항을 운운하며 책임을 미루는 듯한 인상이었다.게다가 발암물질 성분이 검출됐다는 시험성적서를 확인하고도 증정 행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음료 17잔을 마셔야 교환할 수 있는 서머 캐리백을 무료 쿠폰 3장으로 교환해 주겠다는 공지는 소비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소비자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키워왔다. 제품과 브랜드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뜻을 반영한다. 특히 문제가 있는 제품이나 기만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업에 대해선 가차 없이 질타한다.스타벅스는 그동안 과열된 굿즈 이벤트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사태는 논란 초기에 문제를 검토하는 태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내외적 부정 이슈 발생 시 전사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데 스타벅스는 상당 기간 책임을 미루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스타벅스는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매출 2조4000억원으로 한국 커피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커피전문점 만족도 조사에서 종합점수 1위를 지킨 스타벅스다. 윤리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책임이 따른다며 스타벅스를 겨냥한 한 소비자학과 교수의 일성에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사회에 공헌하는 책임 의식을 갖고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는 활동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 더구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도 스타벅스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발암물질은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이번 사태와 관련해 스타벅스는 고객들에게 우려와 심려를 끼쳤다며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 초기 대응 시 법을 들먹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는 소비자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올바르지 못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윤리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되돌아보며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자수첩] '활활' 타는 무상증자株, '불나방 투자' 주의보
올 초부터 국내·외 증시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무상증자 테마주'가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상한가'로 직행하는 등 치솟는 주가에 개인 투자자들의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급등세를 보이던 종목이 무상증자 권리락 착시 효과가 사라지고 기관투자자 보호예수 해제 등 악재가 거듭하며 곤두박질 치자 미소는 곧 한숨으로 바뀌었다.투자자들은 무상증자를 통상 주가에 호재로 받아들인다. 무상증자란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해 기존 주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무상증자를 실시하면 전체 시가총액이나 자본금의 변화는 없으나 유통 주식 수가 늘면서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폭된다. 무상증자를 공시한 종목이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치솟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다.무상증자 권리락 효과도 투자심리를 자극한다. 권리락이란 신주 배정기준일이 지나 신주인수권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뜻하는데 기존 주주와 새로운 주주 사이의 형평성을 위해 시초가를 일정 기준에 따라 인위적으로 하향 조정한다. 권리락이 발생하면 기업가치는 그대로이지만 주가가 내려가면서 가격이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에 유통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최근 노터스·공구우먼·조광ILI·실리콘투·케이옥션 등 무상증자 이슈로 급등락을 보인 종목이 쏟아졌다. 혼란스러운 시장 분위기 속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을 위해 기업들이 잇따라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면서다. 지난 5월 1주당 8주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한 비임상 CRO(임상시험수탁기관) 회사 노터스는 공시 후 8거래일 만에 주가가 133% 치솟았다. 권리락이 이뤄진 같은 달 31일부터는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6월13일엔 장중 권리락 기준 가격(7730원) 대비 468.56% 오른 4만395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날 고점을 찍은 후 9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같은 달 20·21일 2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이후 급등락을 거친 노터스는 결국 권리락 기준 가격 아래로 떨어졌으며 지난 2일엔 종가 기준 6930원을 기록했다. 고점 대비 84% 이상 곤두박질친 것이다.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한 미술품 경매 회사 케이옥션의 경우 권리락 효과가 사라지고 보호예수 물량 해제라는 악재까지 맞물리며 가파른 하락세를 마주하게 됐다. 지난 7월5일 권리락이 발생한 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케이옥션은 3일차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같은 달 25일 상장 6개월을 맞아 29만7588주(3.28%)의 보호예수가 해제되면서 전일 대비 10.92% 급락하기까지 했다. 케이옥션은 지난 2일 6980원에 장을 마감, 무상증자 후 기록한 장중 최고치 1만7550원 대비 60% 이상 떨어졌다.최근에는 이른바 '슈퍼개미'의 무상증자 재료를 활용한 '먹튀' 논란도 불거졌다. 신진에스엠의 경우 부산에 거주하는 개인투자자 김모 씨와 특수관계인 나모 씨가 지난 6월과 7월 장내 매수로 발행주식의 12.09%인 108만5248주, 총 107억여원 규모를 취득한 후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무상증자를 요구하는 공시를 띄웠다. 하지만 김씨와 나씨는 이후 무상증자 기대감에 주가가 치솟자 7월 7·8·11일 사흘에 걸쳐 차례로 주식을 팔아 총 11억여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후 주가 폭락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회사 측은 실제 같은 달 14일 1대 1 무상증자 결정 공시를 냈으나 재료가 주가에 선반영되며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후 양지사 지분을 취득하고 회사에 무상증자를 요구하겠다고 나서면서 또 한 번 주가 폭등을 유발, 논란에 휩싸였다.전문가들은 무상증자 관련 이슈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강행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상증자가 며칠 폭등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려면 이유와 배경은 물론 기업의 자산가치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무분별한 무상증자 테마주 투자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무상증자 가능성이나 결정 공시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투자 판단력이 흐려지기 쉬운 안갯속 장세일수록 더욱더 '가치 투자'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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