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일장춘몽으로 사라진 '중국夢'… 수출 다변화 속도 높여야
올해 초 철강·석유화학 업계 등은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진했던 수요가 살아나면서 시장이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봤다. 업계의 바람과 달리 현재까지도 한국 산업계는 중국 리오프닝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은 탈중국에 힘을 실으며 수출처 다각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한국은 지난 10월 13개월 만에 '수출 플러스'를 달성했다. 기존에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았던 교역국에서 수출액이 증가한 영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 세계 국가의 수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 기준으로 폴란드(15.6억달러↑), 헝가리(12.4억달러↑), 튀르키예(10.2억달러↑), 키르기스탄(6.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5.5억달러↑), 카자흐스탄(4.1억달러↑), 미국(3.1억달러↑), 아랍에미리트(3.0억달러↑), 벨기에(2.7억달러↑), 카타르(2.6억달러↑) 등의 수출 증가액이 상위 10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10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9개 국가의 수출 규모는 336.9억달러에 달한다. 4위인 일본(214.9억달러)보다 약 1.6배 많다.수출 증가액이 가장 컸던 폴란드, 헝가리, 튀르키예는 유럽 진출의 교두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이차전지 공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차전지 원료 수출은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각각 30.1%, 73.8%씩 늘었다. 튀르키예는 현지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의 유럽 수출이 늘면서 여기에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이 40.1% 증가했다.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은 정부의 해외 진출 정책이 효과를 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방산 무기와 네옴시티 건설(88.1%↑), 건설중장비(81.7%↑), 유압식변압기(133.3%↑) 등의 수출 성과가 있었다. 아랍에미리트는 바라카 원전에 핵연료를 수출하면서 우라늄 수출 증가율이 494.2%에 달했다. 카타르는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로 무계목강관(420.6%↑), 화학기계(5482.1%↑) 수출이 늘었다.중국의 경제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 다양한 국가로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중국경제 동향과 우리 기업 영향 조사'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기업 302곳 중 83%가 중국 경기상황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의 52%는 연초 대비 실적이 저조하다고 밝혔다.미·중 갈등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게 기회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가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해선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처와 시장을 다변화하고 정부는 경제 외교로 수출길을 뚫는 양동 전략을 펼쳐야 한다.정부는 각종 규제 개혁 등을 통해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 국내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해 경쟁국에 비슷한 수준의 세제 혜택과 보조금, 노동 개혁 등으로 우리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기업들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끊임없이 시장을 분석하고 유망 시장을 발굴해 새로운 곳을 찾아 수요처를 다변화화 해야 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필수다.
[기자수첩] MaaS를 향한 기대와 감춰진 우려
최근 정부의 교통정책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MaaS'(Mobility as a Service·마스)다.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이라는 의미다.여러 이동수단은 각각의 서비스 주체다. 이를 하나로 묶어 연계한다면 이용자 관점에선 매우 편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 앞에 나서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역까지 간 뒤 해당 이동수단을 연계해 이용하게 된다.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과 함께 자율주행시대가 열리면 MaaS의 개념은 하늘과 땅으로 확장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버가 육상을 넘어 해상에서도 MaaS 개념을 도입하며 파트너를 모으고 있다. 육-해-공에서 '끊김 없는' 이동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이처럼 MaaS는 이동수단의 끊김 없는 연결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구현하려면 여러 기능을 한 데 모은 '슈퍼앱'이 필요하다. 슈퍼앱은 하나의 앱에서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네이버나 카카오 플랫폼도 넓은 의미로 이에 포함된다.정부는 'K-Maa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도 앞다퉈 'ㅇㅇ형 MaaS'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 여러 이동수단을 대중교통으로 보고 공공기관 주도로 이를 통합,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이렇게 기능이 집중되면 이용자 편의는 증가하지만 그만큼 보안문제나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다. 이용자 동선의 시간대별, 지역별 통계를 낼 수 있어 특정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공공이 확보한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 주체와 주고받을 때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지도 관건이다. 쌓인 데이터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빅데이터 기반 타깃 마케팅으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반대로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다른 이에게 유출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서비스 운영회사 직원의 일탈이나 해킹 등의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문제가 생기거나 서버에 장애가 발생하면 국가적인 교통 대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난해 카카오 서버 화재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최근엔 정부의 행정망 마비 사태도 있었다. 이처럼 서비스의 고도화에 따른 대비책은 반드시 필요하다.정부 주도의 슈퍼앱 전략은 개별 서비스 업체들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형태의 슈퍼앱이라면 개별 업체마다 다른 알고리즘 등 노하우가 유출될 수도 있다.새로운 것을 도입하고 추진할 때는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게 되는데 과도한 정보의 집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무서운 장면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뜻한다.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편리함만 강조하기보다 내 정보가 안전하게 처리된다는 신뢰를 주는 게 먼저다.
'통신 2위' 진흙탕 싸움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최근 이동통신 2위 자리를 둔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LG유플러스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KT를 넘고 이동통신 2위에 오르면서부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월 기준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숫자가 1829만 2170개로 집계돼 KT의 1773만 5022개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KT는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통계를 반박했다. 이동통신 전체 회선 수에 사물인터넷(IoT) 포함되면서 실제 사람 가입자 통계 혼선을 줬다는 것이다. KT는 이동통신 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면 KT가 여전히 2위라고 주장했다.LG유플러스는 과기정통부 발표 통계에 이미 총회선 뿐만 아니라 휴대폰, 가입자기반단말잘치, 사물지능통신으로 세분화 통계가 나가고 있는 상황이고 정상적인 범위에서 가입자를 늘린 것이라며 KT의 주장에 맞섰다.그러나 통신 2위 다툼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지금껏 이통3사의 숙원 과제로 남아 있는 '5G 품질 개선'과 '통신비 인하'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앞서 5G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단 지적을 받았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28㎓ 주파수 대역의 사업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정부의 압박에 통신사들이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정부는 5G 28㎓ 기지국을 약속대로 구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통3사의 5G 28㎓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기도 했다.28㎓ 주파수 대역은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형이 좁고 밀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를 끌어들여 제4이동통신사의 역할을 하게 하고 가계 통신비 인하까지 노리겠다는 복안이지만 소비자들에게 5G 품질 개선을 약속할 방안 마련은 요원하다.미흡한 5G 서비스를 강행한 탓에 네트워크 강국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 키어니에 따르면 2023년 주요 5G 상용화 국가 33개 국가의 5G 준비지수에서 한국은 33개국 중 호주와 함께 6.9점을 기록하면서 공동 6위에 그쳤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나섰지만 결국 글로벌 주도권은 빼앗겼다.5G는 정책적 불완전성의 결과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단 '3만원대 저가 요금제' 출시 등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 정부는 이제 인공위성 기반인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주도권을 잡기 위해 4407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계획도 발표했다. 5G의 교훈을 바탕으로 6G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부터 콘텐츠 개발에 이르기까지 속도전보다는 철저한 전략 마련이 우선이다.
[기자수첩] '반값 아파트' 재테크 수단 아니다
시민들의 주거안정과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에 힘을 주고 있다. 적어도 이 분야에선 중앙 정부(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보다 한 발 앞선 듯 보인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란 토지는 공공기관인 SH가 소유하고 주거용 건물은 분양하는 방식이다. 통상 집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를 장기 임대로 공급함으로써 분양 계약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만큼 싼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계약자가 내야하는 토지 임대료는 서울시내 왠만한 월세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어서 부담도 크지 않은 수준이란 게 SH공사의 설명이다. 실제 SH가 최근 공급한 고덕강일3단지 49㎡(이하 전용면적)의 토지 임대료는 월 35만원이다. 마곡지구10-2의 경우 59㎡ 기준 추정 건물분양가는 3억1119만원이며 추정 토지 임대료는 월 69만7600원이다. 월 70만원에 가까운 토지 임대료가 발생함에도 일반공급은 52가구 모집에 6923명이 몰려 경쟁률 133.1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하지만 반값을 내세우며 장점만을 부각시켰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해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결국 건물만 분양받고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공공이 갖는 구조인데 이를 '반값 아파트'라고 홍보하며 청약자들을 모집하는 게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결국 반전세가 아닌가"라고 말했다.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도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라고 환영하는 쪽도 있지만 토지 소유권이 없어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고 추후 재건축 등의 재산권 행사는 제한될 가능성이 큰 임대아파트라는 것이다. 실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용산구 서부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는 1970년에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된 단지로 1996년 재난위험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조합 설립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토지소유권은 서울시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땅을 통매입해야만 재건축 절차가 진행된다.역시 재건축을 추진해 온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시범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서울시로부터 아파트 토지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왔다. 하지만 단지 내 일부 토지가 국공유지인 것이 밝혀지면서 서울시가 재건축사업 구역 편입 불가 결정을 내리며 '토지 매입 불가' 처분을 알렸다. 이에 한남시범단지는 조합이 설립됐음에도 현재까지 해당 토지로 인해 사업이 중단됐다.현행 토지임대부 주택은 관련 법령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공급 주체인 공공기관에 팔아야 한다. 이때 공공기관의 환매 가격은 통상 분양가 수준이어서 사실상 차익은 기대할 수 없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재테크 수단이라기 보다 싼값에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공급주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정부는 '부실 PF' 자선단체인가
서울 청담동 프리마 호텔을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르피에드청담' 사업이 암초에 부딪쳤다. 지난달 18일 총 464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이 만기됐음에도 전체 채권액의 39%(1800억원)를 지원한 새마을금고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장에 반대한 탓이다.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청담동마저 유동성 위기로 멈춘다면 다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건설업계에선 이젠 부도나 폐업이 먼 얘기가 아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5% 내에 들던 국원건설은 인천 서구 검암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을 진행하다가 지난 10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분양 실적이 좋지 않아 PF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 됐다.PF 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30조3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늘었다. 6월 기준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17%로 3월(2.01%) 대비 0.16%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 PF 연체율은 10.38%에서 17.28%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PF는 부실 가능성이 관측돼도 만기 연장만 되면 연체로는 잡히지 않기에 실제 위험군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해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서 곡소리가 들리자 정부는 올해 다양한 PF 지원책을 마련했다. 4월에는 기존 은행·보험·여신전문금융회사·증권사·저축은행 외에 상호금융권까지 참여기관을 확대한 PF 대주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1조원 넘는 규모의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조성했다. 9월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보증 한도 확대와 요건 완화 등의 대책이 담겼다.PF 시장은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급격한 금리인상과 지난해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레고랜드 부실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신용경색 문제가 큰 데다 향후 경제 변화 등에 따라 부동산 PF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고 작은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경색을 막아보려 하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된 적은 없었다.부동산 호황기에 개발이익을 노리고 비싼 땅을 샀거나 '한 방'을 노리려는 무리한 투자 욕심으로 자금조달에 실패한 사업장까지 산소호흡기가 연결돼 있다. 이들은 언젠가 부동산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PF 만기를 연장하며 버티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레고랜드 부실사태도 예고 없이 찾아왔다. 지금처럼 부동산·건설업계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선 언제라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성이 떨어진 현장까지 구하려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투자 가치가 있는 곳은 시장 상황이 나빠도 자금이 몰려든다. 일부 경제주체의 손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시장의 톱니바퀴를 멈추게 해선 안된다.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흘려야 할 눈물도 모두 쏟아내야 건전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기자수첩] 메모리반도체 축배, 아직은 이르다
반도체업계에 드리웠던 어둠이 가시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 적자를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다.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는 상황은 맞지만 예년과 비교해선 경영 성적이 턱없이 모자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장밋빛 기대감 보다는 경영환경을 냉철하게 판단,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다.삼성전자 DS 부문은 올 3분기 영업손실 3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2분기 영업손실(각각 4조5800억원, 4조3600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일부 판가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3조4023억원(1분기) ▲2조8821억원(2분기) ▲1조7920억원(3분기) 등으로 영업손실을 축소했다.적자가 지속된 상황에도 양사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이 본격화됐다는 기대감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업황 저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 됐다"고 언급했고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를 저점으로 경영실적이 지속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증권가도 '삼성의 영향력'(삼성증권) '한겨울에 부는 메모리 훈풍'(하나증권·이상 삼성전자 리포트), '상승 사이클 진입'(이하 SK하이닉스 리포트·KB증권) 'DRAM 시장에서의 업계 초격차 유지'(BNK투자증권) 등의 제목으로 리포트를 쏟아내며 매수 의견을 냈다.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적자가 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쁨에 젖어 들기는 아직 이르다. 지금 상황은 아직 불황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올 4분기에도 각각 2조원대, 3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예상대로 실적이 나온다면 양사는 2023년 내내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연간 각각 23조8200억원, 6조8094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에 급변할 수 있는 경영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올해 실적 악화 원인이 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과 같은 경영환경 변화가 재발할 수 있어서다. 최근 글로벌 정세는 미·중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불안정성도 증폭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의 금리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핵심은 기술 개발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차세대 HBM인 HBM3E(5세대) 양산 계획을 밝힌 점을 감안, 향후 HBM 시장 경쟁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시장을 선점한 국내 업체들은 차세대 제품 개발을 통해 업계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3E까지 양산 계획을 세웠고 6세대인 HBM4 생산도 계획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메모리반도체로 편중된 사업을 시스템반도체로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2배 이상인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한국 반도체 기업 실적이 메모리반도체 시황에 휘청이는 배경이다.
[기자수첩] '생닭 벌레'에도 막내딸 얘기만 한 김홍국 하림 회장
최근 하림 생닭 제품에서 벌레가 무더기로 발견된 가운데 김홍국 하림 회장이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식품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어떤 공식 입장도,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어린이식 브랜드를 소개했다. 브랜드 론칭 공식 기자간담회에서도 해당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김 회장은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린 하림의 새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 론칭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푸디버디는 김 회장과 하림의 부모 직원들이 연구·개발에 참여해 탄생시킨 브랜드다. 김 회장은 자신을 "하림그룹의 회장이자 네 아이의 아빠인 김홍국이다"라고 소개하며 "마음 놓고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고, 진짜 재료로 제대로 된 맛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푸디버디를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김 회장은 어린이식 브랜드를 선보이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막내딸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아토피를 앓던 막내딸을 위해 인공감미료가 없는 라면을 만든 이후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식품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최근 하림은 식품 안전 논란에 휩싸였다.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하림 생닭 제품에서 벌레처럼 보이는 이물을 발견했다. 이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고 하림 공장 위생 상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사안에 대한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이런 상황에서 하림이 어린이식 브랜드를 론칭했다. 해당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림은 '벌레 생닭'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이나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어린이식 브랜드 론칭 자리에서도 이에 대한 김 회장의 언급은 없었다. 기자는 하림에 식품 안전 문제에 대해 질의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이날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브랜드 소개와 시식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질의응답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막내딸과의 일화만 이야기한 이후 자리를 떠났다.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안전사고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사태 파악과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이다. 생닭에서 벌레가 발견된 이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공식 석상에 나타난 김 회장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웃으며 새 브랜드의 맛과 품질만 강조하고 떠난 김 회장이 직접 연구·개발에 참여한 '푸디버디'를 부모들이 '마음 놓고' 먹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기자수첩] '희망'도 '도약'도 없는 청년적금… 정책 디테일이 아쉽다
"해지사유를 조사하겠습니다" 지난 24일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2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청년희망적금' 해지율이 24.2%이라는 민병덕(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의원의 질의에 따른 것이다.이 원장의 답을 들으며 맘이 복잡해졌다. 그럴싸한 해지사유가 있을까 싶어서다. 대개는 저축이 부담돼 혹은 급하게 돈이 필요해 중도 해지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 9%의 금리 혜택에 정부 예산으로 저축장려금까지 얹어 준다고 해도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지금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게 24.2% 청년들에게는 더 중요했을 수 있다. 이유야 뭐가 됐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소리다.올 6월 나온 윤석열 정부표 '청년도약계좌'는 그래서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70만원을 적금하면 정부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을 보태 5000만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게 설계됐다. 청년희망적금과 비교해 만기가 3년 더 길다.만 19~34세인 청년 중 개인소득 기준(총급여 기준 6000만원 이하는 정부기여금 지급·비과세 적용, 총급여 기준 6000만~7500만원은 정부기여금 지급없이 비과세만 적용)과 가구소득 기준(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을 충족하는 경우 가입할 수 있다.다만 어쩐 일인지 흥행이 저조하다. 청년도약계좌 신청자 수는 처음 출시됐던 지난 6월 76만1000명을 기록했다가 매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7월에는 44만명, 8월에는 1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8월까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42만2000명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올해 목표인원(306만명)의 13.7% 수준이다.청년들은 이만한 금융상품이 없다는데 입을 모으면서도 청년도약계좌 역시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다. 만기가 너무 길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금리 경쟁력도 힘을 잃었단 지적이다.물론 금융당국은 중도 해지를 막기 위해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한 대출(적금담보부대출)을 운영하기로 하는 등 정책 보완에 나선 상태다.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에게 혜택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다만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게는 적금을 유지하는 대신 내야 하는 대출 이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퇴사, 이직 등 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엔 늘 변수가 많다.내년 2월이면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도래한다. 꼬박꼬박 돈을 넣은 청년이라면 1인당 최대 1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당국은 청년희망적금의 환급금을 청년도약계좌로 일시 납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년 자산 형성의 지속성을 위해서다. 과연 5년 뒤 통장을 보고 웃는 청년은 몇 명이나 될까. 청년 금융정책의 디테일이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기자수첩] 아파트값 뺨치는 초고가 치료제 보험급여의 딜레마
건강보험(건보)에 등재된 초고가 약의 치료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영등포갑)에 따르면 킴리아를 투여한 이후 6개월이 지난 환자들의 반응평가를 분석한 결과 130명의 환자 중 99명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 킴리아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다.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으로 유명하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이후 2018년 유럽, 2019년 일본 순으로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선 2022년 4월 킴리아의 건보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금이 600만원 이하로 낮아졌다.지난 9월 기준 국내 환자 146명이 킴리아를 투여했다. 소아 백혈병 환자가 21명,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125명이다. 문제는 비용 대비 효과성이었다. 건보공단은 투약 비용으로 526억원을 썼다. 효과를 본 사람은 31명에 그쳤다. 반면 같은 해 6월 건보에 등재된 1회 투약비용 19억8000만원에 이르는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는 10명 중 9명이 효과를 봤다. 치료 성과를 비율로 단순화하면 25%대 90%로 졸겐스마가 킴리아를 압도했다.한국노바티스 측은 '킴리아 투여 후 6개월과 12개월 지난 시점이 기준인 만큼 건보공단의 최종 심사결과에 대한 자료가 아니다'는 입장문을 냈다. 킴리아의 허가 적응증(3차 치료)보다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에 단기적인 평가보다는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칫 '물약 소동'으로 번질 수 있었지만 킴리아 사건의 반향은 크지 않았다. 효과를 본 31명의 환자가 킴리아 덕에 새 삶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김 의원의 지적은 약효가 아닌 치료 성과가 낮음에도 수백억원의 급여를 소진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김 의원은 "초고가 약의 지속가능한 급여를 위해서는 성과단위 위험분담제를 강화해 치료 효과가 없을 시 제약사의 환급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초고가 약은 희귀 환자들에겐 유일한 대안인 만큼 건보 지원에 대한 이견은 없으나 보험급여 소진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정부는 지나치게 비싼 약의 경우 환자마다 치료 성과를 추적 관찰해 효과가 없다면 계약에 따라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약회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위험분담제'를 시행하고 있다. 약마다 환급비율은 비공개지만 질환의 위험도에 따라 기업에 유리한 비율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신약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022년 초만 해도 2019년 FDA 승인을 받은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가 210만달러(27억원)로 가장 비싼 약이었다. 같은 해 8월 블루버드바이오의 베타지중해 빈혈치료제 진테글로가 280만달러(36억원)로 졸겐스마를 뛰어넘었다. 불과 한 달 만에 300만달러 벽이 깨졌다. 블루버드바이오의 부신백질이영양증(ALD) 치료제 스카이소나는 1회 투약비용이 300만달러(38억원)에 이른다.희귀질환 관련 초고가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보험급여 관리를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악화하는 건보 재정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초고가 치료제의 급여 등재를 막을 명분은 없다. 환자와 건보 재정 모두를 살리는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의사끼리' '의사만' 뼛속까지 의사… "실력 행사? 특권도 내려놔라"
최근 경북의 한 소도시에서 어르신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가족은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구급차에선 심폐소생술까지 이뤄졌다. 그의 갈비뼈가 으스러졌다는 사실은 쓰러진 지 3시간 뒤인 다른 도시의 두 번째 병원에서 알 수 있었다. 병명은 뇌졸중으로 인한 뇌출혈. 적절한 응급의가 없는 소도시에서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뇌수술을 한 뒤 닷새가 지났지만 그의 의식은 여전히 없다.지역의료가 위태롭다. 응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너무 먼 데 있다. 그나마 이들을 살릴 수 있는 필수의료인 응급실과 중환자실마저 지역 병원들이 축소 운영한다.국내 전체 병상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4.3개)의 약 2.9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중 일반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7.3개로 OECD 평균(3.5개)보다 2배 이상 많다. 역설적이게도 2021년 한국의 임상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사실상 꼴찌다. 병상은 널렸는데 의사는 없다는 얘기다.병상은 많고 의사는 적은 기형적 의료구조는 지역의료를 무너뜨렸다. 병원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막대한 연봉을 불렀으나 의사들은 이를 외면했다. 의사들이 돈벌이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생명을 살린다는 특권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다는 것이다. 2021년 OECD에 따르면 한국 전문의 월급은 일반 노동자 월급의 4.4배에 달했다. 개원의 소득은 7.5배에 이른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사들의 소득 수준이 2022년과 2023년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본다.자본주의를 가장 잘 활용하는 의사들은 '부의 이전'까지 실천한다. 축적한 부를 통해 가업을 대물림한다. 의사의 자녀가 의사이거나 의대를 준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대물림은 2대를 넘어 3대로 이어진다.가업의 승계를 비판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뼛속까지 의사인 이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가업으로 의사를 추천하면서 무너지는 의료체계를 구경만 했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다. 의대 정원은 17년째 3058명으로 제자리다. 전 세계와 비교해도 한국의 의대 졸업생은 인구 10만명당 7.3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이스라엘(6.8명) 일본(7.2명)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의사끼리' 혹은 '의사만'이라는 기득권 세력을 만들었다. 하물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도 의사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최근 논쟁이 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앞에선 철저한 반대를 외치는, 이 소수의 목소리는 강력하다. 실제로 의사단체는 정부의 '1000명 증원설'에 파업 으름장을 놨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정책 발표를 고심하고 있다. 2024년 입시 연도부터 도입할 것이라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얼마나 어떻게 의사 수를 늘리는 지에 대해선 여전히 비공개다.의사가 의대생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비 지출 확대 ▲부실 교육 등의 주장을 앞세운다. 이는 현실적인 괴리감이 있다. 의료비가 늘어나는 게 왜 의사들이 걱정할 일일까. 의료비를 올리는 비급여와 과잉진료의 책임은 누구한테 있을까. 의대생 증원과 부실 교육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방식으로 능력에 따라 돈을 벌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력을 행사한다면 사회가 준 특권도 내려 놓아야 한다."
[기자수첩] '당 과다섭취' 문제를 탕후루에 묻는다니
외식가를 '반짝' 휩쓸고 가는 아이템이 있다. 주로 디저트류가 짧은 시간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확산한다. 한때 벌집 아이스크림이 그랬고, 도지마롤이 그랬고, 대왕 카스테라가 그랬다. 이번에는 탕후루다.중국 전통 간식에서 유래한 탕후루(糖葫蘆·설탕 호리병박)는 딸기, 귤, 샤인머스캣 등 과일을 꼬치에 끼워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만든 디저트다. 독특한 식감과 단맛으로 1020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올 들어 탕후루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발간한 '배민트렌드2023 가을·겨울편'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내 '탕후루' 검색량은 지난 1월과 비교해 7월 47.3배 늘었다. 젊은 세대들이 자주 찾는 서울 홍대거리는 탕후루 꼬치 쓰레기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 정도다.탕후루를 먹어보기도 전에 탕후루 기업의 국정감사 소환 소식을 먼저 듣게 됐다. 국정감사에 불려간다기에 가맹점 갑질 또는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문제일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탕후루 전문점 '왕가탕후루'를 보유한 달콤나라앨리스의 김소향 대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불출석 의사 등을 이유로 김 대표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를 철회했으나 이번 소환을 두고 의아하다는 생각은 수그러들지 않았다.당초 보건복지위원회는 김 대표를 대상으로 청소년 설탕 과소비 문제와 관련해 질의할 예정이었다. 탕후루의 당이 당뇨와 비만 등 질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 삼은 것이다.청소년의 당 과다 섭취 문제를 탕후루 프랜차이즈에 따져 묻는 것이 맞을까.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하루 적정 당류는 50g가량이다.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이보다 적은 25g 정도가 적정량이다.왕가탕후루의 한국분석센터 영양성분 검사에 따르면 탕후루 한 꼬치 기준 포함된 당류는 10~25g 정도다. ▲블랙사파이어 24.7g ▲애플포도 22.3g ▲파인애플 21.5g ▲샤인머스캣 21.1g ▲스테비아토마토 20.9g ▲거봉 15.6g ▲귤 14.0g ▲블루베리 13.5g ▲딸기 9.9g 등으로 나타났다. 물론 적은 양은 아니다. 한 꼬치 기준 성인은 하루 적정 당류의 최대 50%를, 어린이·청소년은 최대 100%를 섭취하게 돼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문제는 탕후루 만큼 당이 많이 포함된 가공식품이 사방에 널려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음료의 성분표를 들여다보면 탕후루 만큼 당류가 많이 포함된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카라멜 마키아또 22g ▲바닐라빈 라떼 27g ▲돌체 라떼 39g ▲자바 칩 프라푸치노 42g 등 다양하게 포진됐다. 제주 까망 크림 프라푸치노의 경우 79g이나 포함돼 하루 적정 당류 기준을 훌쩍 뛰어넘었다.청소년의 과도한 당 섭취는 경계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당 섭취가 점점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6월 발표한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당 섭취가 가장 높은 그룹은 12~18세 청소년층으로 평균 섭취량은 47.1g에 달했다.젊은 당뇨병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대 당뇨병 환자는 2017년 2만4117명에서 2021년 3만7916명으로 연평균 12% 늘었다. 전문가들은 운동 부족과 식생활 변화 등으로 비만 인구가 늘면서 젊은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그렇다고 청소년의 당 과다 섭취 문제를 탕후루 운영업체에게 따지겠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 자리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당에 대한 역치가 높아진 점에 대한 개선 방안과 청소년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기자수첩] 주류 무인판매기 나오는데… 온라인 허용은 언제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 기술 등 4차 산업 기술을 적용한 푸드테크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류업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류업계에 신기술·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무인 판매기가 등장하고 스마트오더 서비스가 일상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주류 무인 판매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주류 무인 판매기는 모바일앱 등으로 성인인증 후에 문을 열고 상품을 꺼낼 수 있는 기기다. CU는 업계 최초로 주류 무인 판매기를 도입해 현재 4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도 30곳에서 주류 무인 판매기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류 무인 판매기는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사업 분야 규제 면제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승인하며 도입됐다. 2020년 스마트오더 방식 서비스로 주류 통신판매가 허용되면서 모바일로 주문·결제하고 매장에서 수령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7월부터는 시내면세점 온라인몰에서 주류를 구매하고 오프라인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현행법 상 국내에서 주류 판매는 판매 면허가 있는 장소에서 대면을 통해 구매자가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는 신분을 확인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1998년 전통주에 한해서만 판로 개척을 위해 온라인 판매·배송을 허용했고 2016년 국세청이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개정해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주류는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해 음식점의 주류 배달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온라인 주류 판매는 여전히 규제에 가로막힌 상태다. 온라인 판매 허용 여부를 둘러싼 주류업계의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백서'를 통해 한국 주류 산업의 지나친 규제를 지적하면서다. ECCK 측은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조성해 왔지만 주류 산업은 규제로 인해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도태된 상태"라며 "지나친 규제는 한국 주류 산업의 창의적 활동을 저해할 뿐 아니라 수출할 수 있는 잠정적 기회 또한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주류 판매가 금지된 국가는 한국과 폴란드 단 두 곳뿐이다. 온라인 주류 판매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청소년 음주 문제와 도소매 판매업체 생존권 이슈를 꼽을 수 있다. 청소년 건강과 중소상인, 골목상권 보호 등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주류업계에서는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논의 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오더로 주문·결제하면 3자 수령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선물하기 기능 확대하기 등은 소비자 편의를 높이면서 도소매점 매출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부터 순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주류 소비층이 젊어지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온라인에서만, 또는 오프라인에서만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최저가를 검색해 온라인에서 구매하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경하고 오프라인에서 구입하기도 한다.오랫동안 고여있던 주류산업에 IT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개별적인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한국 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같이 한걸음 내딛어야 하는 시기다.
[기자수첩] '배보다 배꼽' 과대포장은 언제까지
집에 도착한 택배 박스를 열어보니 완충재와 포장재가 가득하다.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종이 완충재를 들어냈더니 손바닥만 한 크기의 제품과 쇼핑백이 덩그러니 남았다. 상품 한 개에 완충재는 쓰레기 산이다.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냉장 식품 포장을 뜯어내자 비닐 에어캡(뽁뽁이)투성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과대포장으로 발생한 쓰레기들이 골칫거리가 된 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제품을 보호하는 과도한 포장재는 폐기물과 다름 없다. 이런 쓰레기들이 쌓이고 쌓여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은 아이들도 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포장재 폐기물이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운동연합이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하루 724.1톤 발생하던 플라스틱 폐기물은 2020년 935.2톤으로 29.2% 증가했다. 환경부는 국내 가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40%가 포장재 폐기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쿠팡 등 배송업체들은 다회용 보랭 가방을 제공하고 종이 박스를 회수하는 등 여러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과대포장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업체들은 식품 등 품목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온, 냉장, 냉동 상품으로 구분해 포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포장재를 사용한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배송 요청사항으로 비닐 없이 최소 포장을 당부했는데 박스 안 절반이 완충재였다" "뽁뽁이는 모두 터뜨려 버려야 재활용할 수 있는데 세어보니 90개" "같은 제품을 사더라도 다시는 이 업체에서 살 일은 없을 거 같다" 등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배출 문제도 커지고 있는 만큼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도적으로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제도'를 활용해 과도한 포장재 사용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 외관에 평가 결과에 의한 재활용 등급을 표시하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 제품에만 10~20% 할증하는데 그쳐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정부가 집중 점검에 나선다 해도 명절 등 특정 기간에 한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준보다 제품 포장 횟수가 과다하거나 포장이 지나친 경우 판매업자 등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시는 올 설 명절 포장기준 등을 위반한 제품 62건을 적발하고 총 19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핵심은 소비자들이 과대포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대포장을 일삼는 기업들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다. 친환경 경영은 포장재 감축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역시 과대포장을 일삼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
[기자수첩] 증권사 고질적 관행 '채권 돌려막기' 뿌리 뽑을까
국내 증권사의 고질적 관행으로 꼽히는 채권 만기 장·단기 '미스매칭(불일치)' 운용 전략,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단기상품 가입자의 자금으로 고금리 장기상품에 투자하는 불건전 영업을 벌인 후 위장거래로 손실을 보전한 영업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채권형 랩은 증권사들이 고객 자산을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상품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통상 법인 고객이 3~6개월의 단기로 목돈을 굴리기 위해 활용한다. 단기에 맞춰 자금을 운용해야 하지만 증권사들은 랩 자금으로 만기가 불일치하는 고위험 채권 등을 사들인 뒤 만기가 돌아오면 다른 증권사에 해당 채권을 팔거나 자체 자금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랩을 운영했다. 문제는 지난해 9월28일 레고랜드 사태로 드러났다. 당시 CP 금리는 연 5%대로 올라섰고 증권사들은 머니마켓랩(MMW)·특정금전신탁(MMT)의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CP 금리 급등으로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고객에게 환매 중단 소식을 알린 것이다. 실제 KB증권은 '3개월짜리 안전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안내한 법인 고객 자금을 만기 1·3년 여신전문금융채(신용카드사·캐피털사 등이 발행한 채권) 등에 투자했고 만기가 도래했거나 환매(중도 해지)를 요청한 고객에게 새 고객에게 받은 자금을 내주는 돌려막기식 영업을 했다.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법인 고객 자금으로 투자했던 장기채 가격이 폭락했고 평가손실 9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KB증권은 하나증권에 있는 신탁계정을 이용해 법인 고객 계좌에 있던 장기채를 평가손실 이전 장부가로 사들여 손실을 메웠다. 금융당국은 KB·하나증권 행각이 중대한 모럴해저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자본시장법 제99조 시행령에 따르면 ▲수익자 요구에 따라 동일한 수익자의 투자일임 재산 간 거래의 경우 ▲동일한 수익자의 서로 다른 계좌(금융사) 간 매매 시 ▲수익자 이익을 해칠 염려가 없을 때 등에 한해 자전거래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두 증권사는 채권 파킹을 통한 자전거래가 '수익자인 고객의 유동성 공급 요구에 의한 것'이며 '동일 수익자의 서로 다른 계좌 간 거래'이므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다.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한 NH투자증권은 채권형 랩의 손실이 확정된 일부 고객에게 자발적 배상에 나섰지만 다른 증권사의 배상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법적 책임 없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물어 줬다가 자칫 배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NH투자증권의 채권형 랩·신탁 규모는 9조~10조원, 손실액 규모는 18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어설픈 자본시장법 속에 증권사의 고질적인 관행은 자본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선 증권사가 미스매칭 투자를 할 때는 사전에 고객 동의를 받고 그대로 이행하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만기 미스매칭·자전거래 관행에 메스를 댄 만큼 고객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 구축이 요구된다. 증권사 '채권 돌려막기' 관행으로 수백억원의 손해를 보는 고객이 생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기자수첩] K-금융, 해외서 제대로 된 날개 달려면
"해외 나가보면 한국계 금융기관의 현지 위상은 많이 낮은 편입니다. 점포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지난달 아시아 금융의 메카로 꼽히는 홍콩에서 만난 국내 은행 간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말이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그 동안 해외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장해왔지만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거듭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평가다.국내 금융사들은 선진국과 신흥국 등 글로벌 주요국에 점포를 늘리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써왔다. 홍콩만 해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KDB산업·수출입 등 총 11개 한국계 은행들이 진출해있다. 양적 확장이 가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자산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홍콩 내 은행 자산은 총 3조4000억달러. 이중 한국계 은행들이 차지하는 규모는 약 300억 달러다.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 미즈호은행 홍콩지점의 자산은 60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 대형 은행 하나가 홍콩에 진출한 전체 한국계 은행 자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이처럼 한국계 은행이 홍콩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리스크(위험) 관리에 따른 적극적인 영업력 부재 ▲전문 인력 부족 등이 거론된다.현지 한 은행 관계자는 "IB(투자은행)는 규모의 경제로 본점에서 큰 돈을 들여야 그만큼 자산을 불릴 수 있다"며 "하지만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다보니 해외 IB 자산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현지 은행 관계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은행의 손실 위험이 높아져 영업을 아예 하지마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개점휴업을 6개월 하다보면 나중엔 영업을 다시 시작하려 해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전문 인력 부족은 금융 경쟁력 강화에 있어 상수와도 같은 문제다. 한국계 금융회사는 전문지식과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수 십년 넘게 흘러나온다. 외국어 구사능력은 물론이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인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얘기다.10년 이상 같은 업무를 하며 역량을 쌓는 해외 선진 금융사들과는 달리 한국계 은행은 3년마다 보직을 바꾸는 순환보직 체제로 운영되는 게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금융 현장에선 "금융시장은 사람장사인데 한국은 해외 전문인력 양성이 부족한 데다 인수인계를 해도 전임자가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어받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등과 함께 유럽 주요국을 방문해 'K-금융' 세일즈에 나섰다. 이달에는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로코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해외 투자유치를 이어갈 예정이다.물론 한국 금융의 위상 제고를 위해선 이런 대외활동이 꼭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 인력 확보와 적극적인 영업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로라면 이는 자칫 내실 없는 '공치사'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대륙의 실수' 반복되면 실력… 방심은 금물
'대륙의 실수'라는 말이 있다. 중국 기업이 어쩌다 우수한 성능의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만들 경우 이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기저에는 조롱이 깔려 있다. 싸구려 저품질 공산품으로 악명 높은 중국 기업이 운 좋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단순히 '실수'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담겼기 때문이다.대표적인 '대륙의 실수'는 샤오미다. 샤오미는 앞서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의 무선청소기와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기본적인 성능을 구현했다. 가격은 불과 10만원대로 100만원을 호가하는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10~20%에 불과해 화제가 됐다.샤오미 이후 다이슨 제품을 모방한 중국 기업의 무선청소기 제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런 종류의 제품을 '차이슨(차이나+다이슨)'으로 통칭하며 '저렴하면서도 적당한 성능을 구현한 그저 그런 제품'으로 받아들였다.그런데 중국이 제조업 혁신에 속도를 내면서 '대륙의 실수'가 점차 잦아지는 추세다. 기존에는 해외 기업들의 디자인이나 성능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기술력이나 품질 면에서 격차를 크게 좁힌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지난 9월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3'에서는 중국 기업 아너가 폴더블폰 신제품 '매직 V2'를 선보이며 삼성전자를 공개적으로 도발했다. 조지 자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단상에 올라 "'매직 V2'의 두께는 9.9㎜인데 삼성 갤럭시Z폴드5의 두께는 13.4㎜로 매직 V2보다 40% 더 두껍다"며 "매직 V2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이라고 자평했다. 무게를 설명할 때도 "매직V2의 무게는 231g에 불과한데 갤럭시S23울트라는 233g"라고 자신했다.아너처럼 특정 한국기업을 저격하진 않았지만 수 많은 중국기업들이 한국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TCL과 하이센스 등은 한국이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미니LED나 마이크로LED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TCL은 163인치 초대형 마이크로LED TV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 기업의 부스와 제품을 둘러본 국내 기업 관계자는 "나중에 자세히 분석해봐야겠지만 전반적으로 기술 수준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중국은 한국이 10년 넘게 장악했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기술격차를 좁히더니 LCD 분야에서 1위를 쟁취했고 지난해 전 세계 55.5%의 점유율로 다른 국가를 압도하고 있다. 한국이 앞서 있는 OLED와 마이크로LED 분야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뒤를 바짝 쫓고 있다.이대로면 과거 LCD를 뺏긴 것처럼 또 다른 시장을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중국의 기술력 향상을 '대륙의 실수'로 조롱하기보다는 경각심을 갖고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 경쟁우위를 지켜야 할 때다.
[기자수첩] SW가 지배하는 車, 해킹 대비가 안 보인다
내연기관자동차 시대의 모터쇼는 오로지 자동차만을 위한 축제였다. 완성차업체는 신차를 홍보하고 미래 전략을 공개하는 동시에 경쟁업체의 구상까지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신차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수 있었고, 관람객의 반응을 통해 정식 출시 전에도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었다.아울러 모터쇼는 마니아들에겐 다양한 자동차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천국과 같았다. 평소 접하기 힘든 슈퍼카도 직접 타보고 다양한 자동차의 디자인과 기능을 살피며 자동차 본연의 매력을 직접 느낀다.과거의 이 같은 모터쇼는 최근 들어 급변했다. 모터쇼는 더 이상 자동차 전용 축제의 장이 아니다. 휘발유와 경유로 굴러가던 과거의 자동차는 진화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SW)가 가득한 덩치 큰 가전제품으로 바뀌었다.내연기관 연료는 전기와 수소로 진화했고 배터리와 에너지 충전·저장의 중요성이 커졌다. 길 안내만 하던 내비게이션도 각종 엔터테인먼트가 집약된 똑똑한 녀석으로 거듭났다. 주차 바보들에겐 희소식이 될 자동 주차는 물론 완전자율주행 시대까지 임박하며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진다.완성차업체는 급변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과제가 더해졌고 관람객들은 온전히 자동차가 지닌 매력을 충분히 느껴볼 시간이 사라지며 빠르게 신문물만 접하게 됐다.모터쇼라는 이름도 모든 탈것을 집약한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바뀌며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기존 모터쇼의 영역에 자리하게 됐다.모빌리티쇼로 진화하면서 가전·반도체·SW업체의 참여도 늘었다. 모터쇼는 더 이상 완성차업체만의 전유물이 아닌 게 됐다. 그 중에서도 SW의 지배력은 가장 크게 확대됐다.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2023'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두드러졌다. 프레스데이 브리핑의 첫 테이프를 완성차업체가 아닌 전장사업을 앞세운 가전업체 LG전자가 끊었다. 완성차업체들도 신차 발표에 더해 미래 SW 전략 등에 더 힘을 줬다. 퀄컴과 같은 반도체업체를 비롯해 SW를 구동하는 다양한 업체가 자리를 채웠다.하드웨어(HW) 덩어리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이르러 SW 집약체로 진화하면서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해킹'이다.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미래 모빌리티와 접목한 SW 전략에 열을 올리며 매력을 뽐내는데 치중했지만 해킹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다. IAA 2023에서도 SW 관련 전략이 큰 화두가 됐지만 다들 겉치레하기에만 바빴다.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SW 책임자는 해킹 방지 전략을 묻자 구체적인 대비책을 설명하기 보다는 "24시간 모니터링"으로 얼버무렸다.SW가 차를 지배하는 시대에 해킹은 재앙이다. 수 백만대의 차가 동시에 '셧다운' 될 수 있다. 차의 SW가 해킹으로 먹통 되면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차량 SW의 매력을 알리고 이를 홍보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SW가 지닌 맹점을 파고들어 다양한 해킹에 대비하는 전략 수립이 더 시급하다. SW가 무너지면 안전이 무너진다.
[기자수첩] '파업' 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차·기아
산업계에 파업 전운이 감돌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9월 12일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내며 파행은 면했다. 현대차 노조는 13일부터 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었다. 이번 잠정합의는 지난 6월13일 임단협 상견례 시작 후 석 달여 만이다.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4.8% 인상(11만1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2022년 경영실적 성과금 300%+800만원, '세계 올해의 자동차' 선정 기념 특별격려금 250만원, 2023년 하반기 생산/품질/안전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00%, 2023년 단체교섭 타결 관련 별도합의 주식 15주,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이다. 사실상 전년 대비 12% 수준의 연봉인상이다. 가장 큰 이견을 보인 '정년연장'은 정부 정책과 법 개정 상황 등을 지켜본 뒤 내년 상반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이번 합의는 끝이 아니다. 기아 노조도 현대차만큼 대우해달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임금협상 결렬 선언 후 본격적인 쟁의행위도 준비하고 있다. 타이어와 철강 등 연관 업종에서도 힘든 시기를 이겨낸 만큼 성과를 나누자는 요구를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완성차 노조의 파업 영향을 받으면서 사내 노조의 파업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기업만 놓고 보면 근로자들의 당연한 권리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연례행사가 돼버린 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으니 많이 나눠달라는 것이다.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생산활동을 벌인 결과가 '이윤'인데 이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이 달라서 문제가 생긴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대비할 체력을 키워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의 임금인상을 무조건 들어줄 수 없다.덩치가 큰 협력업체는 이런 상황을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소규모 협력사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2016년 현대차의 파업으로 발생한 1차 협력업체들의 총 매출 손실액을 1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발생한 손실분일 뿐이고 불필요하게 지출한 비용까지 더하면 이를 훨씬 웃돈다.파업과 태업 등의 쟁의행위 이후도 문제로 지적된다. 완성차 공장에 생산 차질이 생기면 노사 합의 후 부족한 생산물량을 채우기 위해 특근을 하며 추가 생산에 나선다. 부품업체들도 특근을 하며 보조를 맞춰야 하는데 이때 불필요한 특근 수당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자동차 산업은 정부의 성장주도 정책 아래 덩치를 키웠다. 노조가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릴 때마다 사탕을 쥐어 주며 달랬다.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던 당시엔 옳은 결정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탕 맛조차 느끼지 못한 동생들은 떼를 쓰는 큰형의 행태에 불만이다.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없이는 기업의 생존을 논할 수 없다. 함께 살아 남기 위해선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상생의 방안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나누려는 태도가 먼저다.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 변화를 기대한다.
[기자수첩]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 한국의 현주소
"'허파 디비지네'가 무슨 뜻인지 알려줘"최근 한 방송사의 연애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출연진의 사투리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렸다. 네이버가 최근 공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 '클로바X'에 질문하자 곧바로 "'답답하고 화가 난다'는 의미의 경상도 방언"이라는 답이 나왔다. 오픈 AI의 '챗GPT'는 같은 질문에 "다른 사람에게 성공이나 행운을 빌어주는 이탈리아어"라는 오답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네이버의 클로바X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더 특화된 AI로서의 능력을 강조한 것이 분명해졌다.네이버가 지난 8월24일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면서 AI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시장을 이끌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시장 확장을 천명하면서 네이버는 등장 직후 주도권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구글에 내주고 있는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번 뺏긴 주도권을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검색 및 포털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가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AI 생태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안간힘을 써야 할 것이다.토종 AI는 등장하자마자 '내수용' 비판에 직면했다. 서비스 통합을 통해 외부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오픈 AI나 구글에 비해 국내 파트너사에 한정된 서비스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를 의식한 듯 위한 글로벌 진출 계획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이 명확하지 않다. 네이버가 지금까지 선보인 서비스나 사업에는 늘 '내수용'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검색이나 지도 등 서비스가 해외 진출과 현지화 전략보다는 국내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과 수익화에만 몰두한다는 지적도 받았다.AI 시장은 다르다.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는 전략이 있어야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네이버가 영어와 일본어 영역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드물 것이다. 현재까지는 여행·쇼핑·예약·결제 등 네이버 내외부 서비스와의 연동 계획 등만 구체화했을 뿐 글로벌 니즈 대응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서다.네이버를 포함해 다수의 국내 기업이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형국은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에 비유된다. 주목할 점은 비유되는 싸움의 승자가 몸집도 작고 힘도 약한 다윗이었단 점이다. 다윗은 자신만의 무기 '돌팔매'를 이용해 체급 차이가 크게 난 골리앗을 지혜롭게 상대해 이겼다.지금 상황에서 네이버도 다윗의 돌팔매가 필요하다. 막대한 자본을 갖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 한국어 특화 모델을 앞세웠다면 확실하게 내수 시장을 잡은 뒤 이전 사업과는 다른 이론과 모델로 해외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윗의 돌팔매 없이는 해외시장을 휘젓는 골리앗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없다.
[기자수첩] 점유율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中 LFP 경각심 가져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 지원 아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어요. 성능이 떨어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 국내 업체들의 삼원계 배터리가 비싸긴 하지만 성능이 훨씬 뛰어나거든요."국내 배터리 업체 임원에게 들은 말이다. 중국 업체들과의 배터리 전쟁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이란 자신감이 묻어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봐도 비슷한 의견이 많았다. 중국 정부의 밀어주기 없이 공평한 환경에서 경쟁하면 고성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LFP 배터리는 일종의 싸구려 제품 취급을 받았다.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다. 비(非)중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올 상반기 비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27.2%를 차지하며 2위 자리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6.7%포인트 성장이다.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0.2%포인트 줄며 28.7%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격차는 8.4%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줄었다. SK온과 삼성SDI의 점유율은 각각 동 기간 3.8%포인트(14.9%→ 11.1%), 1.9%포인트(10.6%→ 8.7%) 하락했고 중국 BYD는 1.2%포인트(0.4%→ 1.6%) 늘었다.중국 업체들의 성장은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영향이다. CATL 배터리가 탑재되는 완성차는 테슬라 모델 3·Y(중국산 유럽, 북미, 아시아 수출 물량), 메르세데스 EQS, 볼보 XC40 Recharge 등이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에도 BYD의 LFP 배터리가 적용됐다. BYD는 LFP 배터리를 필두로 유럽과 중국 외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중이다.과거에는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으나 이제는 옛이야기다. CATL은 최근 10분 충전에 400km를 운행할 수 있는 LFP 배터리를 공개했다. 10분만 충전해도 서울에서 부산(380km)을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완충하는 데에는 15분 정도 걸리며 완충 시 7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삼원계 배터리와 견줬을 때 부족한 점이 없다. CATL은 해당 배터리를 연내 양산하고 해당 제품이 탑재된 차량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출시될 예정이다.주도권이 중국으로 기우는 분위기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모두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강점이 있는 삼원계 배터리는 프리미엄 모델, LFP 배터리는 보급형 모델을 겨냥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면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무시했던 과거를 잊고 최선을 다해 기술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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