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배보다 배꼽' 과대포장은 언제까지
집에 도착한 택배 박스를 열어보니 완충재와 포장재가 가득하다.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종이 완충재를 들어냈더니 손바닥만 한 크기의 제품과 쇼핑백이 덩그러니 남았다. 상품 한 개에 완충재는 쓰레기 산이다.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냉장 식품 포장을 뜯어내자 비닐 에어캡(뽁뽁이)투성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과대포장으로 발생한 쓰레기들이 골칫거리가 된 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제품을 보호하는 과도한 포장재는 폐기물과 다름 없다. 이런 쓰레기들이 쌓이고 쌓여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은 아이들도 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포장재 폐기물이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운동연합이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하루 724.1톤 발생하던 플라스틱 폐기물은 2020년 935.2톤으로 29.2% 증가했다. 환경부는 국내 가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40%가 포장재 폐기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쿠팡 등 배송업체들은 다회용 보랭 가방을 제공하고 종이 박스를 회수하는 등 여러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과대포장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업체들은 식품 등 품목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온, 냉장, 냉동 상품으로 구분해 포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포장재를 사용한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배송 요청사항으로 비닐 없이 최소 포장을 당부했는데 박스 안 절반이 완충재였다" "뽁뽁이는 모두 터뜨려 버려야 재활용할 수 있는데 세어보니 90개" "같은 제품을 사더라도 다시는 이 업체에서 살 일은 없을 거 같다" 등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배출 문제도 커지고 있는 만큼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도적으로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제도'를 활용해 과도한 포장재 사용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 외관에 평가 결과에 의한 재활용 등급을 표시하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 제품에만 10~20% 할증하는데 그쳐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정부가 집중 점검에 나선다 해도 명절 등 특정 기간에 한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준보다 제품 포장 횟수가 과다하거나 포장이 지나친 경우 판매업자 등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시는 올 설 명절 포장기준 등을 위반한 제품 62건을 적발하고 총 19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핵심은 소비자들이 과대포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대포장을 일삼는 기업들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다. 친환경 경영은 포장재 감축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역시 과대포장을 일삼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
[기자수첩] 증권사 고질적 관행 '채권 돌려막기' 뿌리 뽑을까
국내 증권사의 고질적 관행으로 꼽히는 채권 만기 장·단기 '미스매칭(불일치)' 운용 전략,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단기상품 가입자의 자금으로 고금리 장기상품에 투자하는 불건전 영업을 벌인 후 위장거래로 손실을 보전한 영업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채권형 랩은 증권사들이 고객 자산을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상품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통상 법인 고객이 3~6개월의 단기로 목돈을 굴리기 위해 활용한다. 단기에 맞춰 자금을 운용해야 하지만 증권사들은 랩 자금으로 만기가 불일치하는 고위험 채권 등을 사들인 뒤 만기가 돌아오면 다른 증권사에 해당 채권을 팔거나 자체 자금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랩을 운영했다. 문제는 지난해 9월28일 레고랜드 사태로 드러났다. 당시 CP 금리는 연 5%대로 올라섰고 증권사들은 머니마켓랩(MMW)·특정금전신탁(MMT)의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CP 금리 급등으로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고객에게 환매 중단 소식을 알린 것이다. 실제 KB증권은 '3개월짜리 안전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안내한 법인 고객 자금을 만기 1·3년 여신전문금융채(신용카드사·캐피털사 등이 발행한 채권) 등에 투자했고 만기가 도래했거나 환매(중도 해지)를 요청한 고객에게 새 고객에게 받은 자금을 내주는 돌려막기식 영업을 했다.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법인 고객 자금으로 투자했던 장기채 가격이 폭락했고 평가손실 9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KB증권은 하나증권에 있는 신탁계정을 이용해 법인 고객 계좌에 있던 장기채를 평가손실 이전 장부가로 사들여 손실을 메웠다. 금융당국은 KB·하나증권 행각이 중대한 모럴해저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자본시장법 제99조 시행령에 따르면 ▲수익자 요구에 따라 동일한 수익자의 투자일임 재산 간 거래의 경우 ▲동일한 수익자의 서로 다른 계좌(금융사) 간 매매 시 ▲수익자 이익을 해칠 염려가 없을 때 등에 한해 자전거래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두 증권사는 채권 파킹을 통한 자전거래가 '수익자인 고객의 유동성 공급 요구에 의한 것'이며 '동일 수익자의 서로 다른 계좌 간 거래'이므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다.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한 NH투자증권은 채권형 랩의 손실이 확정된 일부 고객에게 자발적 배상에 나섰지만 다른 증권사의 배상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법적 책임 없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물어 줬다가 자칫 배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NH투자증권의 채권형 랩·신탁 규모는 9조~10조원, 손실액 규모는 18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어설픈 자본시장법 속에 증권사의 고질적인 관행은 자본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선 증권사가 미스매칭 투자를 할 때는 사전에 고객 동의를 받고 그대로 이행하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만기 미스매칭·자전거래 관행에 메스를 댄 만큼 고객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 구축이 요구된다. 증권사 '채권 돌려막기' 관행으로 수백억원의 손해를 보는 고객이 생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기자수첩] K-금융, 해외서 제대로 된 날개 달려면
"해외 나가보면 한국계 금융기관의 현지 위상은 많이 낮은 편입니다. 점포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지난달 아시아 금융의 메카로 꼽히는 홍콩에서 만난 국내 은행 간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말이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그 동안 해외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장해왔지만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거듭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평가다.국내 금융사들은 선진국과 신흥국 등 글로벌 주요국에 점포를 늘리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써왔다. 홍콩만 해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KDB산업·수출입 등 총 11개 한국계 은행들이 진출해있다. 양적 확장이 가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자산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홍콩 내 은행 자산은 총 3조4000억달러. 이중 한국계 은행들이 차지하는 규모는 약 300억 달러다.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 미즈호은행 홍콩지점의 자산은 60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 대형 은행 하나가 홍콩에 진출한 전체 한국계 은행 자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이처럼 한국계 은행이 홍콩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리스크(위험) 관리에 따른 적극적인 영업력 부재 ▲전문 인력 부족 등이 거론된다.현지 한 은행 관계자는 "IB(투자은행)는 규모의 경제로 본점에서 큰 돈을 들여야 그만큼 자산을 불릴 수 있다"며 "하지만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다보니 해외 IB 자산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현지 은행 관계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은행의 손실 위험이 높아져 영업을 아예 하지마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개점휴업을 6개월 하다보면 나중엔 영업을 다시 시작하려 해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전문 인력 부족은 금융 경쟁력 강화에 있어 상수와도 같은 문제다. 한국계 금융회사는 전문지식과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수 십년 넘게 흘러나온다. 외국어 구사능력은 물론이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인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얘기다.10년 이상 같은 업무를 하며 역량을 쌓는 해외 선진 금융사들과는 달리 한국계 은행은 3년마다 보직을 바꾸는 순환보직 체제로 운영되는 게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금융 현장에선 "금융시장은 사람장사인데 한국은 해외 전문인력 양성이 부족한 데다 인수인계를 해도 전임자가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어받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등과 함께 유럽 주요국을 방문해 'K-금융' 세일즈에 나섰다. 이달에는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로코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해외 투자유치를 이어갈 예정이다.물론 한국 금융의 위상 제고를 위해선 이런 대외활동이 꼭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 인력 확보와 적극적인 영업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로라면 이는 자칫 내실 없는 '공치사'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대륙의 실수' 반복되면 실력… 방심은 금물
'대륙의 실수'라는 말이 있다. 중국 기업이 어쩌다 우수한 성능의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만들 경우 이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기저에는 조롱이 깔려 있다. 싸구려 저품질 공산품으로 악명 높은 중국 기업이 운 좋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단순히 '실수'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담겼기 때문이다.대표적인 '대륙의 실수'는 샤오미다. 샤오미는 앞서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의 무선청소기와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기본적인 성능을 구현했다. 가격은 불과 10만원대로 100만원을 호가하는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10~20%에 불과해 화제가 됐다.샤오미 이후 다이슨 제품을 모방한 중국 기업의 무선청소기 제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런 종류의 제품을 '차이슨(차이나+다이슨)'으로 통칭하며 '저렴하면서도 적당한 성능을 구현한 그저 그런 제품'으로 받아들였다.그런데 중국이 제조업 혁신에 속도를 내면서 '대륙의 실수'가 점차 잦아지는 추세다. 기존에는 해외 기업들의 디자인이나 성능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기술력이나 품질 면에서 격차를 크게 좁힌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지난 9월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3'에서는 중국 기업 아너가 폴더블폰 신제품 '매직 V2'를 선보이며 삼성전자를 공개적으로 도발했다. 조지 자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단상에 올라 "'매직 V2'의 두께는 9.9㎜인데 삼성 갤럭시Z폴드5의 두께는 13.4㎜로 매직 V2보다 40% 더 두껍다"며 "매직 V2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이라고 자평했다. 무게를 설명할 때도 "매직V2의 무게는 231g에 불과한데 갤럭시S23울트라는 233g"라고 자신했다.아너처럼 특정 한국기업을 저격하진 않았지만 수 많은 중국기업들이 한국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TCL과 하이센스 등은 한국이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미니LED나 마이크로LED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TCL은 163인치 초대형 마이크로LED TV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 기업의 부스와 제품을 둘러본 국내 기업 관계자는 "나중에 자세히 분석해봐야겠지만 전반적으로 기술 수준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중국은 한국이 10년 넘게 장악했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기술격차를 좁히더니 LCD 분야에서 1위를 쟁취했고 지난해 전 세계 55.5%의 점유율로 다른 국가를 압도하고 있다. 한국이 앞서 있는 OLED와 마이크로LED 분야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뒤를 바짝 쫓고 있다.이대로면 과거 LCD를 뺏긴 것처럼 또 다른 시장을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중국의 기술력 향상을 '대륙의 실수'로 조롱하기보다는 경각심을 갖고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 경쟁우위를 지켜야 할 때다.
[기자수첩] SW가 지배하는 車, 해킹 대비가 안 보인다
내연기관자동차 시대의 모터쇼는 오로지 자동차만을 위한 축제였다. 완성차업체는 신차를 홍보하고 미래 전략을 공개하는 동시에 경쟁업체의 구상까지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신차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수 있었고, 관람객의 반응을 통해 정식 출시 전에도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었다.아울러 모터쇼는 마니아들에겐 다양한 자동차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천국과 같았다. 평소 접하기 힘든 슈퍼카도 직접 타보고 다양한 자동차의 디자인과 기능을 살피며 자동차 본연의 매력을 직접 느낀다.과거의 이 같은 모터쇼는 최근 들어 급변했다. 모터쇼는 더 이상 자동차 전용 축제의 장이 아니다. 휘발유와 경유로 굴러가던 과거의 자동차는 진화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SW)가 가득한 덩치 큰 가전제품으로 바뀌었다.내연기관 연료는 전기와 수소로 진화했고 배터리와 에너지 충전·저장의 중요성이 커졌다. 길 안내만 하던 내비게이션도 각종 엔터테인먼트가 집약된 똑똑한 녀석으로 거듭났다. 주차 바보들에겐 희소식이 될 자동 주차는 물론 완전자율주행 시대까지 임박하며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진다.완성차업체는 급변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과제가 더해졌고 관람객들은 온전히 자동차가 지닌 매력을 충분히 느껴볼 시간이 사라지며 빠르게 신문물만 접하게 됐다.모터쇼라는 이름도 모든 탈것을 집약한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바뀌며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기존 모터쇼의 영역에 자리하게 됐다.모빌리티쇼로 진화하면서 가전·반도체·SW업체의 참여도 늘었다. 모터쇼는 더 이상 완성차업체만의 전유물이 아닌 게 됐다. 그 중에서도 SW의 지배력은 가장 크게 확대됐다.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2023'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두드러졌다. 프레스데이 브리핑의 첫 테이프를 완성차업체가 아닌 전장사업을 앞세운 가전업체 LG전자가 끊었다. 완성차업체들도 신차 발표에 더해 미래 SW 전략 등에 더 힘을 줬다. 퀄컴과 같은 반도체업체를 비롯해 SW를 구동하는 다양한 업체가 자리를 채웠다.하드웨어(HW) 덩어리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이르러 SW 집약체로 진화하면서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해킹'이다.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미래 모빌리티와 접목한 SW 전략에 열을 올리며 매력을 뽐내는데 치중했지만 해킹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다. IAA 2023에서도 SW 관련 전략이 큰 화두가 됐지만 다들 겉치레하기에만 바빴다.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SW 책임자는 해킹 방지 전략을 묻자 구체적인 대비책을 설명하기 보다는 "24시간 모니터링"으로 얼버무렸다.SW가 차를 지배하는 시대에 해킹은 재앙이다. 수 백만대의 차가 동시에 '셧다운' 될 수 있다. 차의 SW가 해킹으로 먹통 되면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차량 SW의 매력을 알리고 이를 홍보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SW가 지닌 맹점을 파고들어 다양한 해킹에 대비하는 전략 수립이 더 시급하다. SW가 무너지면 안전이 무너진다.
[기자수첩] '파업' 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차·기아
산업계에 파업 전운이 감돌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9월 12일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내며 파행은 면했다. 현대차 노조는 13일부터 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었다. 이번 잠정합의는 지난 6월13일 임단협 상견례 시작 후 석 달여 만이다.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4.8% 인상(11만1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2022년 경영실적 성과금 300%+800만원, '세계 올해의 자동차' 선정 기념 특별격려금 250만원, 2023년 하반기 생산/품질/안전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00%, 2023년 단체교섭 타결 관련 별도합의 주식 15주,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이다. 사실상 전년 대비 12% 수준의 연봉인상이다. 가장 큰 이견을 보인 '정년연장'은 정부 정책과 법 개정 상황 등을 지켜본 뒤 내년 상반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이번 합의는 끝이 아니다. 기아 노조도 현대차만큼 대우해달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임금협상 결렬 선언 후 본격적인 쟁의행위도 준비하고 있다. 타이어와 철강 등 연관 업종에서도 힘든 시기를 이겨낸 만큼 성과를 나누자는 요구를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완성차 노조의 파업 영향을 받으면서 사내 노조의 파업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기업만 놓고 보면 근로자들의 당연한 권리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연례행사가 돼버린 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으니 많이 나눠달라는 것이다.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생산활동을 벌인 결과가 '이윤'인데 이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이 달라서 문제가 생긴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대비할 체력을 키워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의 임금인상을 무조건 들어줄 수 없다.덩치가 큰 협력업체는 이런 상황을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소규모 협력사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2016년 현대차의 파업으로 발생한 1차 협력업체들의 총 매출 손실액을 1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발생한 손실분일 뿐이고 불필요하게 지출한 비용까지 더하면 이를 훨씬 웃돈다.파업과 태업 등의 쟁의행위 이후도 문제로 지적된다. 완성차 공장에 생산 차질이 생기면 노사 합의 후 부족한 생산물량을 채우기 위해 특근을 하며 추가 생산에 나선다. 부품업체들도 특근을 하며 보조를 맞춰야 하는데 이때 불필요한 특근 수당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자동차 산업은 정부의 성장주도 정책 아래 덩치를 키웠다. 노조가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릴 때마다 사탕을 쥐어 주며 달랬다.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던 당시엔 옳은 결정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탕 맛조차 느끼지 못한 동생들은 떼를 쓰는 큰형의 행태에 불만이다.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없이는 기업의 생존을 논할 수 없다. 함께 살아 남기 위해선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상생의 방안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나누려는 태도가 먼저다.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 변화를 기대한다.
[기자수첩]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 한국의 현주소
"'허파 디비지네'가 무슨 뜻인지 알려줘"최근 한 방송사의 연애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출연진의 사투리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렸다. 네이버가 최근 공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 '클로바X'에 질문하자 곧바로 "'답답하고 화가 난다'는 의미의 경상도 방언"이라는 답이 나왔다. 오픈 AI의 '챗GPT'는 같은 질문에 "다른 사람에게 성공이나 행운을 빌어주는 이탈리아어"라는 오답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네이버의 클로바X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더 특화된 AI로서의 능력을 강조한 것이 분명해졌다.네이버가 지난 8월24일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면서 AI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시장을 이끌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시장 확장을 천명하면서 네이버는 등장 직후 주도권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구글에 내주고 있는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번 뺏긴 주도권을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검색 및 포털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가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AI 생태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안간힘을 써야 할 것이다.토종 AI는 등장하자마자 '내수용' 비판에 직면했다. 서비스 통합을 통해 외부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오픈 AI나 구글에 비해 국내 파트너사에 한정된 서비스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를 의식한 듯 위한 글로벌 진출 계획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이 명확하지 않다. 네이버가 지금까지 선보인 서비스나 사업에는 늘 '내수용'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검색이나 지도 등 서비스가 해외 진출과 현지화 전략보다는 국내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과 수익화에만 몰두한다는 지적도 받았다.AI 시장은 다르다.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는 전략이 있어야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네이버가 영어와 일본어 영역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드물 것이다. 현재까지는 여행·쇼핑·예약·결제 등 네이버 내외부 서비스와의 연동 계획 등만 구체화했을 뿐 글로벌 니즈 대응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서다.네이버를 포함해 다수의 국내 기업이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형국은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에 비유된다. 주목할 점은 비유되는 싸움의 승자가 몸집도 작고 힘도 약한 다윗이었단 점이다. 다윗은 자신만의 무기 '돌팔매'를 이용해 체급 차이가 크게 난 골리앗을 지혜롭게 상대해 이겼다.지금 상황에서 네이버도 다윗의 돌팔매가 필요하다. 막대한 자본을 갖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 한국어 특화 모델을 앞세웠다면 확실하게 내수 시장을 잡은 뒤 이전 사업과는 다른 이론과 모델로 해외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윗의 돌팔매 없이는 해외시장을 휘젓는 골리앗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없다.
[기자수첩] 점유율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中 LFP 경각심 가져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 지원 아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어요. 성능이 떨어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 국내 업체들의 삼원계 배터리가 비싸긴 하지만 성능이 훨씬 뛰어나거든요."국내 배터리 업체 임원에게 들은 말이다. 중국 업체들과의 배터리 전쟁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이란 자신감이 묻어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봐도 비슷한 의견이 많았다. 중국 정부의 밀어주기 없이 공평한 환경에서 경쟁하면 고성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LFP 배터리는 일종의 싸구려 제품 취급을 받았다.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다. 비(非)중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올 상반기 비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27.2%를 차지하며 2위 자리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6.7%포인트 성장이다.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0.2%포인트 줄며 28.7%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격차는 8.4%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줄었다. SK온과 삼성SDI의 점유율은 각각 동 기간 3.8%포인트(14.9%→ 11.1%), 1.9%포인트(10.6%→ 8.7%) 하락했고 중국 BYD는 1.2%포인트(0.4%→ 1.6%) 늘었다.중국 업체들의 성장은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영향이다. CATL 배터리가 탑재되는 완성차는 테슬라 모델 3·Y(중국산 유럽, 북미, 아시아 수출 물량), 메르세데스 EQS, 볼보 XC40 Recharge 등이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에도 BYD의 LFP 배터리가 적용됐다. BYD는 LFP 배터리를 필두로 유럽과 중국 외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중이다.과거에는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으나 이제는 옛이야기다. CATL은 최근 10분 충전에 400km를 운행할 수 있는 LFP 배터리를 공개했다. 10분만 충전해도 서울에서 부산(380km)을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완충하는 데에는 15분 정도 걸리며 완충 시 7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삼원계 배터리와 견줬을 때 부족한 점이 없다. CATL은 해당 배터리를 연내 양산하고 해당 제품이 탑재된 차량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출시될 예정이다.주도권이 중국으로 기우는 분위기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모두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강점이 있는 삼원계 배터리는 프리미엄 모델, LFP 배터리는 보급형 모델을 겨냥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면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무시했던 과거를 잊고 최선을 다해 기술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게임 베끼기 그만… '엔씨-웹젠' 소송으로 달라진 표절의 무게
엔씨소프트(엔씨)와 웹젠의 리니지 저작권 분쟁 1심이 엔씨의 승리로 끝나면서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게임업계 내 만연했던 지식재산권(IP) 베끼기에 경종이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하나의 장르로 불리던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의 무분별한 확산에 제동이 걸리면서 게임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가 생긴 셈이다. 엔씨는 2021년 6월 웹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자사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번에 엔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웹젠의 'R2M' 서비스 중단과 엔씨에 대한 손해배상을 판시했다.리니지M과 R2M의 디자인, 게임 규칙의 유사성은 저작권 위반이라고 보지 않았으나 리니지M의 여러 구성 요소와 선택, 배열, 조합을 구현한 엔씨의 노력은 '성과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웹젠이 엔씨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힌 것은 부정경쟁행위법 위반이라고 봤다. 그동안 게임 규칙이나 디자인은 법적으로 고유의 창작물이 되긴 어려운 탓에 저작권 관련 침해 소송은 합의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엔씨는 2016년 넷마블의 자회사 이츠게임즈에서 만든 '아덴'이 리니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양사 합의로 일단락됐고 크래프톤도 2018년 에픽게임즈에게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철회했다.법적 공방을 끝까지 이어간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엔씨와 웹젠의 소송 1심은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 계속 등장하고 있는 리니지 라이크 MMORPG들이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타사 게임을 섣불리 베끼면 게임 서비스 중단에 이를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 까닭이다. 이를 감수하면서 리니지 라이크를 내놓을 게임사는 줄어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엔씨 '리니지2M'과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의 저작권 분쟁 역시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법적 판단으로 죄의 유무만을 가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개발 윤리가 정의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만약 다른 게임사가 웹젠의 대표 IP 뮤를 스토리만 바꿔 출시했다면 이를 용인했을까. 도의적으로 양심에 걸리더라도 개발비를 줄이고 '5년 정도 서비스하고 이익을 뽑아 철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된다.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 노력이 인정받는 문화가 경시된다. 피나는 연구 대신 손쉬운 편법을 찾게 된다. 침체기에 빠진 게임업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유저들도 외면하게 된다. 모방을 하더라도 게임사가 공들여 만든 '오리지널리티'(독창성)가 없다면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진다. 수많은 리니지 라이크를 접한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법적 판결 이상이다. 앞으로 해외시장까지 바라본다면 새로운 시도가 절실한 때다.눈앞의 이익 때문에 그동안 쉬쉬했던 업계의 관행을 제대로 고쳐야 앞으로 다가올 법적 소모를 막고 게임업계의 건설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당장은 개발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베끼기 행태가 아쉬울 순 있지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자. 리니지 라이크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IP 개발로 게임업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CJ CGV와는 다른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한화오션이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주주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발행 주식 수 증가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자금 조달 후 사용 내역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화오션이 이번에 확보한 실탄을 신사업과 생산설비 확충 등에 투자해 미래 해양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돼서다.한화오션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진 지난 8월22일 3만5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5.03% 떨어졌다. 이후 8월25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해 3만5000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8월28일과 29일 각각 3만7650원, 4만250원으로 올라 4만원대를 회복했다.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나 신규 주주에게 대금을 받고 파는 것이다. 기업은 부채상환이나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통상 신주에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하는 데다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어 악재로 인식된다. 한화오션의 주가가 빠르게 회복된 것은 투자자들이 증자의 목적과 취지 등에 공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CJ CGV는 유상증자 금액 대부분을 채무 상환에 활용한다고 밝혀 주주의 반발이 거셌다. CJ CGV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당일인 지난 6월21일 전 거래일(1만4500원)보다 3060원(21.10%) 내린 1만14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8월30일엔 7630원까지 급락했다. 유상증자로 부채상환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주주 호주머니를 털어 빚을 갚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전액을 신규 투자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타 기업 사례와 차이가 있다. 한화오션은 ▲방산 9000억원 ▲친환경·디지털 선박 6000억원 ▲해상풍력 2000억원 ▲스마트 야드 구축 3000억원 등 2조원을 신규로 투자할 계획이다.한화오션은 악화된 재정상태로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의 연구개발(R&D)비용은 각각 1252억원, 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4%, 19.9% 늘었다. 반면 한화오션은 지난해보다 3% 늘어난 745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한화오션은 이번 투자로 2040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방산이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방산시장에 진출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정학적인 위기에 따른 국방예산의 증가로 전 세계 함정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누적 기준 약 9860억달러(약 13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강화되는 글로벌 해양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한화오션은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 기반의 '친환경 추진 시스템' 개발에 뛰어든다. 자율운항 선박 시장에 대비해 2030년까지 '레벨 4' 수준의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연간 18%씩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해상풍력 사업도 본격화할 방침이다.한화오션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분기별 흑자 전환이 유력한 데다 내년엔 고선가에 수주한 선박 매출 비중이 80%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자로 한화오션이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순항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자수첩] 잼버리 'K-바가지'와 한국관광
잼버리 사태로 대한민국이 망신을 샀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 청소년들은 새만금 뻘밭에서 극한의 폭염과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됐다. 결국 삼성, HD현대, LG, 포스코 등 대기업과 종교계까지 나섰다.이런 상황에서 다른 대기업은 바가지 요금(실제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요금) 논란을 일으켰다. 잼버리에서 유일하게 편의점을 연 GS25(운영사 GS리테일)가 청소년들에게 비싼 값에 물건을 판매한 것이다. 잘만 운영했다면 4만명이 넘는 외국 참가자들에게 GS25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K-바가지' 오명만 뒤집어썼다.잼버리 초반 GS25는 일반매장에서 500원에 파는 생수를 1000원에 내놨다. 700원짜리 얼음컵은 1500원에 팔았고 1800원짜리 아이스크림은 2000원을 받았다. GS25는 K-바가지란 비난이 쇄도하자 "물류비로 제품가격을 10~15% 인상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가격을 낮췄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을 상대로 푼돈을 벌기 위해 바가지를 씌웠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심하다" "국제 망신이다" 등의 댓글로 GS25를 몰아붙였다.축제장 바가지 요금은 잼버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5월 한 일본인 유튜버가 함평 나비대축제장을 찾았다가 '어묵 한 그릇 1만원' 영상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6월 인기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은 양양산나물축제 전통시장의 과자 가격 논란은 담은 내용을 방송했다. 상인은 과자 한 봉지에 7만원을 요구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100g에 4500원에 불과한 과자를 판매한 내용이 방송에 나오면서 전통시장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도 K-바가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 명동에서는 핫바 1개를 1만7000원에 받는다. 김치만두 4개와 붕어빵 4개도 각각 1만7000원이다.피서철에 행락객이 몰리거나 지역축제로 손님이 일시적으로 많아지면 바가지 상혼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 해변에서 파라솔이 달린 평상 하나를 이용하려면 돈 5만원은 우습다.제주도는 고물가에 바가지 요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제주에 가느니 동남아나 일본을 가겠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숙박과 외식 비용이 터무니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개선되질 않았다. 국내 소비자도 거들떠보지 않는 제주도를 해외에서 알아서 찾아올 리는 만무하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공급 좌석도 줄었다. 올 상반기 제주공항 국내선 공급 좌석은 1534만6789석으로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1654만942석)보다 119만4153석 감소했다.관광명소뿐만 아니라 잼버리라는 글로벌 축제에서도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행보를 보이는 게 국내 관광산업의 현주소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정가보다 비싼 값에 물건을 사는 경험을 한다면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될 수 있다. 20여년간 쌓아온 방한관광의 공든 탑이 바가지 상혼으로 무너지게 생겼다. 잼버리 사태처럼 알고도 방치한다면 K-관광의 미래는 없다.
[기자수첩] 무늬만 바이오 기업, 더 이상의 불신은 없다
바이오가 또 불신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월25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문제의 바이오 기업에 대한 6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사모 전환사채(CB)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불공정거래 혐의자 33인을 검찰에 이첩했다.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840억원에 이른다. 조사가 완료되면 부당이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40건의 불공정거래 의심 사례 중 단 14건에 대한 조사 결과여서다.금감원이 공개한 주요 사례 세 개는 모두 무늬만 바이오 기업이었다. 사례를 보면 기업사냥꾼 3명은 A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A사 CB를 미리 보유해놨다. A사가 신약 개발사를 인수한 뒤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한다는 정보를 홍보했다. 하지만 정보는 과장과 허위였다. 임상은 엎어졌고 투자는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높은 가격에 팔아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바이오와 상관없던 B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사업과 치료제 개발 등 신사업 진출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내용의 주총소집을 공고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하자 기업사냥꾼 2명과 상장사 실질적인 사주 등 3명은 전환기일이 도래한 B사의 사모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고가에 매도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추진 실적은 없었다. C사 역시 B사와 비슷한 사례였다.이들이 바이오를 먹잇감으로 삼은 것은 '코로나 테마'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컸다. 현재 금감원이 조사 중인 40건의 사례 중 63%(25건)이 코로나19 관련 백신·치료제 개발, 바이오 등 허위의 신규사업 진출 발표 등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주가조작 세력 탓에 전반적인 바이오 기업들은 낭패를 봤다. 가뜩이나 바이오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주가조작 사태까지 얽히면서 투자 유치를 바라볼 수 없는 처지다. 지난 7월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3)에서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비상장 회사들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상장 회사들은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때문에 자금이 없는 어려움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번 주가조작 사건까지 더해져 투자 유치는 더 힘들어졌다는 분위기다.그동안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금으로 무분별하게 개발 파이프라인을 늘려 자금 운용에 구멍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해당 기업들은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선택과 집중'을 앞세워 파이프라인을 축소하며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신규 채용을 없앤 곳도 있다. 일단 살고 보자는 의지가 담긴 몸부림이다.이런 상황에 뭐라도 해보자며 변화를 좇는 기업들도 있다. 업계 맏형 격인 기업들은 '계획된 적자'를 명목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추세다. 최근 만난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모두가 만족스러울 순 없지만 위기를 차근차근 타개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무늬만 바이오를 외친 기업들을 일벌백계하는 과정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이번 기회에 걸러질 기업들은 다 걸러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바이오 기업의 근황을 물을 때마다 "어려워요" "힘들다"는 이구동성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자수첩] 반년이나 됐는데… 표류하는 카드사 오픈페이
"같이 뭘 한다는 거에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런데 이마저도 반쪽짜리니"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하나의 카드앱에서 여러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 '오픈페이' 서비스가 출시된 지도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사실상 별 효과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카카오페이, 애플페이는 알아도 오픈페이를 아는 지인은 없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지난해 12월 카드사간 카드 상호연동 서비스 '오픈페이'가 시작됐다. 고객이 1개의 카드사 결제앱(플랫폼)으로 카드사(발급사) 구분없이 여러장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쉽게 말하면 신한카드 앱에서 KB국민카드로 간편결제가 가능한 거다. 그동안 여러 카드사의 카드를 보유한 고객은 카드사 결제앱을 모두 설치해야 했지만 해당 서비스를 통해 자주 쓰는 카드사 앱 하나만 깔면 여러 카드 간편결제가 가능해졌다.카드사들이 경쟁사들과 기꺼이 불편한 동거에 나선 건 결제시장에서의 지위가 예전만하지 못해서다. 특히 이른바 ○○페이를 내세운 빅테크들은 이들의 공공의 적이된지 오래다.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은 2342만건, 이용금액은 732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8.2%, 20.8%나 증가했다.특히 이 기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를 통해 이뤄진 간편결제 이용건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4.9% 늘었지만 카드사는 9.2% 늘며 성장세에서 밀렸다.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먹고 사는 카드사들에게는 자존심이 구기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뭉쳤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오픈페이에 대한 카드사들이 태도가 미온적이다. 국내 9개 카드사 중 절반인 신한·KB국민·롯데·하나카드 등 4곳만 참여한 데다 당초 올해 3월 참여하기로 했던 비씨카드는 2분기로 일정을 미뤘고 상반기가 지나도록 별다른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카드 역시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삼성카드, 현대카드는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뿐더러 각각 삼성페이, 애플페이로 결제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오픈페이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기에 최근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이 애플페이 참여 의사를 밝혀 오픈페이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따라 붙는다. 이젠 굳이 오픈페이에 힘을 쓸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실적 파티를 해온 카드사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실적이 고꾸라졌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또 다시 들려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것이며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물론 조달비용이 오르는 등 상황이 악화된 것은 맞지만 업계 돌파구를 만들자며 내놓은 오픈페이에 대해 카드사들이 미온적인 건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게 느껴진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빅테크를 경쟁 상대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될지 모른다. 공동의 목소리가 없는 한 업계의 부흥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수첩] 물가 잡겠다는 정부, 시장 개입이 최선일까
가격은 오르는 건 쉬워도 내리는 건 어렵다. 연일 인상 소식만 접했던 소비자로서 가격 인하 뉴스는 반갑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내리길 바란 건 아니었다. 사는 게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계속 오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100)다. 2020년과 동일한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동일한 양만큼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예상되는 총 비용이 2020년에 비해 11.20% 증가했다는 뜻이다.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5.2%를 기록한 뒤 오름폭이 둔화하는 추세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체감 물가가 높은 것은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지만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0%로 제자리걸음이다.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먹거리 물가부터 '저격'했다. 시작은 라면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18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면 가격을 인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라면값 담합 여부 조사를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분업체를 소집해 밀가루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말은 "내렸으면 좋겠다" "협조를 부탁한다"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말과 행동을 압박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라면업체들은 백기를 들었다. 7월1일부터 주요 라면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일부 제품 가격이 인하됐다. 개별 품목으로 볼 때 인하 폭은 40원에서 130원 정도로 소비자가 체감하기엔 미미한 수준이다.라면 가격을 내린 정부의 다음 타깃은 우유로 보인다. 원유(原乳) 기본가격이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인상됐다. 정부는 원윳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우유 제품의 가격이 최대한 오르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낙농진흥회는 7월27일 ℓ당 음용유는 88원, 가공유는 87원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번 인상 폭은 원유 가격 연동제 시행 이래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음용유용 기본가격은 ℓ당 1084원, 가공유용 기본가격은 ℓ당 887원으로 각각 결정됐다.원윳값 인상이 결정된 다음 날인 7월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업계를 소집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원유가격 인상이 과도한 흰 우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업계가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업계는 원유 가격 인상 및 제조경비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 조정을 망설이고 있다.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물가는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개별 품목에 대해 인하를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물가는 통화정책으로 제어하는 것이 맞다"고 짚었다.소비자로서 가격 인상이 달가운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특정 품목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식의 물가 정책에는 의문이 든다. 당장은 가격을 억누를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제까지나 통할 수는 없다. 인상 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 기업도 힘들어지고 나중에 한꺼번에 반영됐을 때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물가 안정을 지향한다면 품목을 콕 짚어 가격 인하를 주문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고심해야 하지 않을까.
[기자수첩] 에코프로 광풍이 주는 교훈
하늘 모르고 치솟던 2차전지주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앞서 코스닥은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에코프로에이치엔)를 등에 업고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성장산업인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 관련주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쏠렸다. 2차 전지 대표주 에코프로는 지난 1월 10만원대에서 4월까지 70만원대까지 오르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후 6월 60만~70만원선을 오가던 주가는 7월3일 20%대 급등을 계기로 90만원선을 넘어섰다. 같은 달 10일 장중 100만원을 처음으로 터치한 바 있다. 18일엔 110만원선에 안착하며 '황제주'에 올랐다. 에코프로 그룹주가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약 4%에서 7월26일 기준 18%로 늘었다. 하지만 2차전지 쏠림이 극심해지자 여러 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25일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폭락세로 돌변하면서 주식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9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시장에서도 이차전지 종목인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급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 지수까지 휘청거리는 등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 2차전지로 몰렸던 수급이 차익 실현 매물로 쏟아지면 앞으로도 주가가 크게 요동칠 수 있는 우려도 크다. 코스닥지수의 변동성 역시 짙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2차전지 광풍에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가 3개월 만에 20조원을 돌파했다. 코스닥 시장은 코스닥 신용잔액은 10조1399억원 수준으로 코스피 시장(9조9197억원)을 뛰어넘었다. 7월 기준 늘어난 코스닥 신용잔고의 약 40%(38.3%)가 2차전지주인 에코프로그룹주와 엘앤에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주 과열주의보가 나오지만 혼자만 돈 벌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에 빠진 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빚투는 보통 3~6개월 동안 돈을 빌리는 것으로 주식시장이 상승장일 때 증가한다. 상승장에 돈을 빌려 주식 투자액을 늘리면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로 기한 내에 증거금을 넣지 않으면 반대매매를 당해 큰 손실이 생긴다.신용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일정 증거금을 받고 주식 매수자금을 빌려준다. 급격한 변동성에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 증거금 이하로 빠지면 돈을 빌려준 증권사는 신용융자로 산 주식을 강제청산(반대매매)한다.2차전지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한순간에 꺾여 반대매매가 확산할 경우 빚투로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크다. 반대매매의 발생은 증시를 더 끌어내리며 악순환을 일으키는 뇌관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빚투의 후폭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빚투에 나섰다가 곳곳에서 터진 비명을 충분히 들어왔다. 폭풍이 불어닥치기 전에 개인투자자들은 비 오는 날을 대비해야 한다. 2차전지 광풍에 휩쓸려 가기 전에 신중하고 현명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기자수첩] '돈잔치' 경고 6개월… 착한 은행에 거는 기대
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상생금융'이다. 올 2월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장 방문할 때마다 상생금융 보따리를 내놨다.대표적인 게 사회공헌과 취약계층 대출 이자감면 등 상생금융 방안이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은행에 갈 때마다 '대출금리 떨어진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은행들은 올 상반기 사회공헌액을 지난해보다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5대 은행의 올 상반기 사회공헌 지원액은 5315억3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었다.지원 부문을 나눠보면 서민금융지원액이 3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며 가장 많았다. 이어 지역사회·공익은 1562억원, 학술·교육 375억원, 메세나·체육 326억원 등 각각 42.3%, 2%, 23.7%씩 늘렸다.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지원을 위해 5대 금융지주는 성금은 물론, 긴급 대출, 특별우대금리 등 종합금융지원책도 쏟아냈다. KB·신한·하나금융이 각각 10억원씩, 우리금융은 5억원의 성금을 지원해 5대 금융지주에서만 35억원의 성금이 모아졌다.특히 금융지주는 한국 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KB금융은 2006년부터 김연아 선수를 후원하며 비인기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을 국민 스포츠로 끌어올렸다. 이어 최근 2회 연속 세계 대회 메달을 딴 첫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린 황선우 역시 KB금융이 2021년부터 후원을 시작한 수영선수다.신한금융은 올 6월부터 핸드볼 국가대표팀 후원하기 시작해 7개 종목의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등 한국 스포츠 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26년동안 한국 축구의 동반자 역할을 해온 하나금융은 장애인체육회와 동계 스포츠 종목 중 노르딕, 아이스하키, 컬링, 스키 등도 지원 중이다.비인기 스포츠 육성은 비용부담이 큰 만큼 극소수 재계 서열 상위 그룹사들을 제외하고 사실상 지원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의 든든한 후원으로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금융당국의 구상에 발맞춰 은행들은 장애인의 금융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우리은행 경영전략 컨설팅을 담당하는 전문가는 정직원 128명 중 장애인 근로자 구성이 50%(64명)에 달하는 중소기업 '태건비에프'에 올 3월부터 3개월간 직접 상주하며 컨설팅을 무료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올 6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보호작업장 '파니스'에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30명을 대상으로 체험형 금융교육을 실시했으며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30일 장애인 증여재산 맞춤형 신탁을 출시했다.특히 7월 불거진 새마을금고 사태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대 은행과 산업은행·기업은행은 새마을금고와 6조2000억원 가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약을 체결하며 단기 유동성을 공급, 금융불안을 진화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올 2~3월 순차적으로 상생금융 지원 방안도 내놨다.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0.5%포인트,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0.3%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도 주담대·신용대출 0.4%포인트, 전세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했다.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전세·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내렸으며 우리은행도 주담대 최대 0.7%포인트, 전세대출 0.6%포인트, 신용대출 0.5%포인트 인하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부산·대구 등 6개 은행은 상생금융을 통해 연간 약 3300억원 수준의 이자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그동안 은행권은 이자장사 비판을 받아오다 탄탄한 실적과 자금력을 기반으로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고 사회공헌을 이전보다 확대해 선한 영향력이 재부각되는 분위기다.윤 대통령이 돈 잔치를 경고한 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은행은 서민들이 믿고 돈을 맡기는 곳인 만큼 신뢰로 먹고사는 사업이다. 은행들은 벌어들인 이자 수익으로 보여주기식 단발성이 아닌 연속성 있는 사회공헌을 지속해 사회와 상생하는 선한 은행으로 나아가고 금융소비자들과 탄탄한 신뢰를 지켜나가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보툴리눔 톡신' 체면 구긴 식약처 사면초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다.보툴리눔 톡신 업체 7곳과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양도한 것이 불법인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첫 번째 재판인 메디톡스와 1심 행정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지난 6일 피고 식약처가 원고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주50·100·150·200단위, 코어톡스주100단위 등 5종에 대해 부과한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판매 중지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재판부는 대외무역법 등을 들어 국내 수출업자를 통해 국외로 공급·판매하는 간접수출 방식이 제도화됐다고 판단하고 간접수출을 수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는 간접수출을 수출 실적으로 인정해 매년 '수출의 탑' 포상에 활용해 오고 있다.하지만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국내 수출업자(도매상)에게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넘긴 것을 간접수출이 아닌 국내 판매라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국내서 수출업자에게 제품을 인도했으니 수출이 아닌 판매에 해당하는데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국내 판매하려면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약사법에 따른 해당 품목허가의 취소 및 제조·판매 중지 처분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출하승인이란 국가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국내 사용을 위해 품질의 균일성, 안전성 등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제도다. 대전지방법원 재판부가 이번 1심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식약처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휴젤·파마바이오리서치·제테마·한국비엔씨·한국비엠아이·휴온스바이오파마가 각각 행정법원(1심)에 제기한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과 제조·판매 중지 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식약처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메디톡스와 이들 6곳의 사건은 별개이지만 사실관계는 거의 유사해서다.이들 사건을 다루는 행정법원이 대전지방법원의 메디톡스 1심 행정소송을 참고할 가능성도 높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은 14일 각각 대전지방법원에 문서송부촉탁서를 제출했다. 문서송부촉탁이란 문서를 보유한 사람에게 문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하는 것으로 이때 받은 문서를 재판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휴젤·파마바이오리서치·제테마와 식약처가, 대구지방법원은 한국비엔씨와 식약처가 각각 1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곳이다.식약처는 대전지방법원의 1심 행정소송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려면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해야 하는데 피고 식약처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13일 판결서를 송달받았다. 오는 28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메디톡스와 1심 소송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자니 법원의 법리적 해석을 깰 논리가 필요하고 항소를 포기하자니 다른 6건의 재판에서도 사실상 백기를 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상황. 식약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소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기자수첩] 매번 고객만 불편한 노조 파업
기업의 노동조합(노조)은 구성원들의 정당한 권리 쟁취와 회사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한다. 회사는 노조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각종 복지혜택 제공은 물론 중·장기적인 경영 계획까지 세우며 상호 발전의 길을 모색한다.최근 현대자동차·기아 생산직 노조가 예고한 '파업 불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 결의는 이와 다른 양상을 나타내며 입장차만 드러냈다.노조는 많이 벌었으니 많이 베풀라고 요구하지만 회사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과 누적 적자 확대 등을 내세워 노조의 요구안을 어떻게든 낮추려고 든다. 노조 요구보다 더 주겠다고 하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으니 쉽게 합의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다.노사의 입장차는 분명하지만 결국 '미래 발전'이라는 지향점은 같다. 서로의 의견 청취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단체행동을 주고받고 고성이 오가기도 하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합의점을 찾아 매듭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기업들도 시점이 문제일 뿐 내년을 기약하며 악수하며 마무리 지을 것은 분명하다.이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피해를 보는 것은 '고객'이다. 현대차·기아, 아시아나항공이 가만히 있어도 매출이 샘솟는 화수분 기업은 아니다. 이들 기업은 고객이 자동차를 사고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항공권을 구매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관공서에서 언행이 다소 과격한 민원인이 "자네들 월급은 내 세금으로 준다"고 소리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에 속한 임직원들은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해야 매출이 발생할 수 있고, 급여를 받을 수 있다.복잡한 기업 경영 논리가 이처럼 간단할 순 없지만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고객은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 등을 돌린다. 이 경우 잘 나가던 기업도 실적 하락이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노조가 내세운 파업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다. 파업이 해당 기업과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모든 게 '올스톱'되기 때문에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 카드를 꺼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은 늘 배제됐다.차 구매를 계약했는데 생산이 멈추면 고객 인도가 늦어진다. 화가 난 고객이 등을 돌리면 회사의 판매량은 떨어진다.조종사가 비행기의 시동을 꺼 운항이 취소되면 고객들은 다른 항공사의 항공권을 산다. 이에 따른 실적 악화는 고스란히 회사의 몫이 되고 결국 구성원인 노조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된다.열심히 일한 대가를 요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 카드를 꺼낼 수도 있지만 고객을 배제하는 작태는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다.노조는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 회사의 발전과 고객의 불만족 개선 등을 위한 쓴소리는 그동안 얼마만큼 냈는지. 고객이 있어야 회사가 있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이기적인 파업은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만 할 뿐이다.
[기자수첩] 해외 영토 넓히는 K금융, 정책 날개 달아야
일본 도쿄의 심장부 지요다구(千代田區) 지역의 44층 고층빌딩. 우상향 하는 붉은빛 그래프가 담긴 모니터를 바라보고 분주하게 일하는 한국인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일본 합작법인 글로벌엑스 재팬(Global X Japan)의 장봉석 공동대표다. 2019년 일본에 진출한 글로벌엑스 재팬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운용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와 일본 다이와증권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ETF 전문 운용사다. 특화 ETF상품을 앞세워 법인 설립 후 첫 상품을 출시한지 2년여 만에 운용자산(AUM)은 1조원을 돌파했다.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장벽이 높은 일본에서 글로벌엑스 재팬이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던 것은 직원 35명 중에서 일본 직원을 30명(85.71%)채용하는 등 현지화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증시는 주요 기업의 자사주 매입 등 환원정책 기대감에 황소장에 올라탔고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지난 6월13일 33년 만에 3만3000선을 넘어섰다. 장봉석 대표는 "일본에서 ETF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투자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조하기 위해 테마와 인컴형ETF 라인업을 강화해 주목받고 있다"며 "일본에서 ETF의 입지를 강화하고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라인업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풍이 부는 일본 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회사가 모두 선전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형은행 중에서 신한SBJ은행이 올 1분기 당기순이익 269억4600만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성장세를 보이는 일본 현지법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총자산은 2031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9%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9억9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억7400만달러 감소했다.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운다고 야심차게 도입한 증권사 초대형IB(투자은행)의 성적도 저조하다. 지난해 증권사의 현지법인 순이익은 1억2380만달러로 전년 대비 56.9% 감소했다. 60개 해외법인 중 58.3%에 해당하는 35개사가 이익을 실현했고 25개사(41.7%)는 손실을 입었다. 주식 매매이익이 감소하고 설립 초기 영업이 부진한 이유다. 금융투자업계는 포화상태인 국내 자본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해외법인의 신용공여 건전성 규제(NCR) 완화 등 규제 개선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투자금융업자는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 증권사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데 발목을 잡는 제도다.전문가들은 정부기관·국내 산업·연기금과 동반 해외진출 등 전략적 접근과 먼저 자산운용이 진출하고 증권사가 후발 진출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외국인의 장벽이 높은 땅 일본에서 글로벌엑스 재팬이 성공한 것은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 박현주 회장의 '합작회사 설립'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제 2의 글로벌엑스 재팬'은 낮아진 해외진출 장벽 속에 금융당국의 든든한 정책 지원이 함께 하길 바란다.
[기자수첩] 아스파탐을 바라보는 시선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타고 '제로'(Zero) 열풍에 환호하던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제로 슈거' 제품에 주로 사용하는 대체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의 발암성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발단이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IARC는 14일(현지시각) 아스파탐을 처음으로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2B군) 물질로 분류한다.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달지만 열량은 낮아 제로 슈거 음료와 과자 등에 주로 쓰이는 대체 감미료다.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레터가 1965년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우연히 발명했다.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개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특별한 부작용이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식품 위해 평가를 총괄하는 유엔 합동 식품 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1975년 처음으로 아스파탐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진행했다. 1976~1979년 독성정보 자료가 불충분해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설정하지 못하다가 1980년 체중 1㎏당 아스파탐 40㎎ 정도를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체중이 35㎏인 어린이의 경우 다이어트 콜라 1캔(250㎖·아스파탐 약 43㎎ 기준)을 하루에 33캔 이상 매일 마셔야 ADI를 초과하는 셈이다.국내에서는 1985년 식품첨가물로 지정했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스파탐을 정해진 기준 이하로만 섭취하면 안전한 물질로 인정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지난 30여년 동안 탄산음료와 껌, 과자 등 수천 가지의 제품들에 설탕의 합성 대체물로 사용돼 왔다.아스파탐에 관한 연구는 수십년 동안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997년 라마지니재단은 처음으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4년 같은 팀에서 다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아스파탐에 노출된 실험동물의 92%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2012년 하버드대학교는 대규모 코호트 실험을 진행한 결과 남자들의 경우 제로 음료를 하루에 1개 이상씩 마시면 비호지킨림프종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지고 다발성 골수종의 위험도 역시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아스파탐이 발암 위험을 더 높인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고 방법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번에 IARC가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 물질 분류 지정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3월 프랑스의 연구팀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성인 10만여명의 식단, 생활방식, 건강 정보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대체 감미료 소비량과 암 검진 정보를 비교 분석한 결과 평소 많은 양의 아스파탐을 섭취한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암 발병 위험이 1.15배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IARC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 위해성 자료 등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거치고 다른 나라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아스파탐은 막걸리를 비롯해 제로 슈거·유산균 등 음료, 과자, 빵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스파탐은 분해되면서 생성된 페닐알라닌이 페닐케톤뇨증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 아스파탐 함유 제품에 '페닌알라닌 함유'라고 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제품에 아스파탐이 얼마나 함유되었는지는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고 있던 제품에 발암성 논란이 있는 물질이 함유되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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