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게임 베끼기 그만… '엔씨-웹젠' 소송으로 달라진 표절의 무게
엔씨소프트(엔씨)와 웹젠의 리니지 저작권 분쟁 1심이 엔씨의 승리로 끝나면서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게임업계 내 만연했던 지식재산권(IP) 베끼기에 경종이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하나의 장르로 불리던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의 무분별한 확산에 제동이 걸리면서 게임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가 생긴 셈이다. 엔씨는 2021년 6월 웹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자사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번에 엔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웹젠의 'R2M' 서비스 중단과 엔씨에 대한 손해배상을 판시했다.리니지M과 R2M의 디자인, 게임 규칙의 유사성은 저작권 위반이라고 보지 않았으나 리니지M의 여러 구성 요소와 선택, 배열, 조합을 구현한 엔씨의 노력은 '성과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웹젠이 엔씨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힌 것은 부정경쟁행위법 위반이라고 봤다. 그동안 게임 규칙이나 디자인은 법적으로 고유의 창작물이 되긴 어려운 탓에 저작권 관련 침해 소송은 합의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엔씨는 2016년 넷마블의 자회사 이츠게임즈에서 만든 '아덴'이 리니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양사 합의로 일단락됐고 크래프톤도 2018년 에픽게임즈에게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철회했다.법적 공방을 끝까지 이어간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엔씨와 웹젠의 소송 1심은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 계속 등장하고 있는 리니지 라이크 MMORPG들이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타사 게임을 섣불리 베끼면 게임 서비스 중단에 이를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 까닭이다. 이를 감수하면서 리니지 라이크를 내놓을 게임사는 줄어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엔씨 '리니지2M'과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의 저작권 분쟁 역시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법적 판단으로 죄의 유무만을 가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개발 윤리가 정의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만약 다른 게임사가 웹젠의 대표 IP 뮤를 스토리만 바꿔 출시했다면 이를 용인했을까. 도의적으로 양심에 걸리더라도 개발비를 줄이고 '5년 정도 서비스하고 이익을 뽑아 철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된다.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 노력이 인정받는 문화가 경시된다. 피나는 연구 대신 손쉬운 편법을 찾게 된다. 침체기에 빠진 게임업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유저들도 외면하게 된다. 모방을 하더라도 게임사가 공들여 만든 '오리지널리티'(독창성)가 없다면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진다. 수많은 리니지 라이크를 접한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법적 판결 이상이다. 앞으로 해외시장까지 바라본다면 새로운 시도가 절실한 때다.눈앞의 이익 때문에 그동안 쉬쉬했던 업계의 관행을 제대로 고쳐야 앞으로 다가올 법적 소모를 막고 게임업계의 건설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당장은 개발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베끼기 행태가 아쉬울 순 있지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자. 리니지 라이크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IP 개발로 게임업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CJ CGV와는 다른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한화오션이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주주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발행 주식 수 증가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자금 조달 후 사용 내역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화오션이 이번에 확보한 실탄을 신사업과 생산설비 확충 등에 투자해 미래 해양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돼서다.한화오션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진 지난 8월22일 3만5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5.03% 떨어졌다. 이후 8월25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해 3만5000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8월28일과 29일 각각 3만7650원, 4만250원으로 올라 4만원대를 회복했다.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나 신규 주주에게 대금을 받고 파는 것이다. 기업은 부채상환이나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통상 신주에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하는 데다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어 악재로 인식된다. 한화오션의 주가가 빠르게 회복된 것은 투자자들이 증자의 목적과 취지 등에 공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CJ CGV는 유상증자 금액 대부분을 채무 상환에 활용한다고 밝혀 주주의 반발이 거셌다. CJ CGV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당일인 지난 6월21일 전 거래일(1만4500원)보다 3060원(21.10%) 내린 1만14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8월30일엔 7630원까지 급락했다. 유상증자로 부채상환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주주 호주머니를 털어 빚을 갚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전액을 신규 투자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타 기업 사례와 차이가 있다. 한화오션은 ▲방산 9000억원 ▲친환경·디지털 선박 6000억원 ▲해상풍력 2000억원 ▲스마트 야드 구축 3000억원 등 2조원을 신규로 투자할 계획이다.한화오션은 악화된 재정상태로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의 연구개발(R&D)비용은 각각 1252억원, 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4%, 19.9% 늘었다. 반면 한화오션은 지난해보다 3% 늘어난 745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한화오션은 이번 투자로 2040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방산이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방산시장에 진출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정학적인 위기에 따른 국방예산의 증가로 전 세계 함정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누적 기준 약 9860억달러(약 13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강화되는 글로벌 해양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한화오션은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 기반의 '친환경 추진 시스템' 개발에 뛰어든다. 자율운항 선박 시장에 대비해 2030년까지 '레벨 4' 수준의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연간 18%씩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해상풍력 사업도 본격화할 방침이다.한화오션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분기별 흑자 전환이 유력한 데다 내년엔 고선가에 수주한 선박 매출 비중이 80%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자로 한화오션이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순항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자수첩] 잼버리 'K-바가지'와 한국관광
잼버리 사태로 대한민국이 망신을 샀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 청소년들은 새만금 뻘밭에서 극한의 폭염과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됐다. 결국 삼성, HD현대, LG, 포스코 등 대기업과 종교계까지 나섰다.이런 상황에서 다른 대기업은 바가지 요금(실제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요금) 논란을 일으켰다. 잼버리에서 유일하게 편의점을 연 GS25(운영사 GS리테일)가 청소년들에게 비싼 값에 물건을 판매한 것이다. 잘만 운영했다면 4만명이 넘는 외국 참가자들에게 GS25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K-바가지' 오명만 뒤집어썼다.잼버리 초반 GS25는 일반매장에서 500원에 파는 생수를 1000원에 내놨다. 700원짜리 얼음컵은 1500원에 팔았고 1800원짜리 아이스크림은 2000원을 받았다. GS25는 K-바가지란 비난이 쇄도하자 "물류비로 제품가격을 10~15% 인상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가격을 낮췄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을 상대로 푼돈을 벌기 위해 바가지를 씌웠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심하다" "국제 망신이다" 등의 댓글로 GS25를 몰아붙였다.축제장 바가지 요금은 잼버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5월 한 일본인 유튜버가 함평 나비대축제장을 찾았다가 '어묵 한 그릇 1만원' 영상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6월 인기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은 양양산나물축제 전통시장의 과자 가격 논란은 담은 내용을 방송했다. 상인은 과자 한 봉지에 7만원을 요구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100g에 4500원에 불과한 과자를 판매한 내용이 방송에 나오면서 전통시장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도 K-바가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 명동에서는 핫바 1개를 1만7000원에 받는다. 김치만두 4개와 붕어빵 4개도 각각 1만7000원이다.피서철에 행락객이 몰리거나 지역축제로 손님이 일시적으로 많아지면 바가지 상혼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 해변에서 파라솔이 달린 평상 하나를 이용하려면 돈 5만원은 우습다.제주도는 고물가에 바가지 요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제주에 가느니 동남아나 일본을 가겠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숙박과 외식 비용이 터무니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개선되질 않았다. 국내 소비자도 거들떠보지 않는 제주도를 해외에서 알아서 찾아올 리는 만무하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공급 좌석도 줄었다. 올 상반기 제주공항 국내선 공급 좌석은 1534만6789석으로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1654만942석)보다 119만4153석 감소했다.관광명소뿐만 아니라 잼버리라는 글로벌 축제에서도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행보를 보이는 게 국내 관광산업의 현주소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정가보다 비싼 값에 물건을 사는 경험을 한다면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될 수 있다. 20여년간 쌓아온 방한관광의 공든 탑이 바가지 상혼으로 무너지게 생겼다. 잼버리 사태처럼 알고도 방치한다면 K-관광의 미래는 없다.
[기자수첩] 무늬만 바이오 기업, 더 이상의 불신은 없다
바이오가 또 불신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월25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문제의 바이오 기업에 대한 6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사모 전환사채(CB)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불공정거래 혐의자 33인을 검찰에 이첩했다.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840억원에 이른다. 조사가 완료되면 부당이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40건의 불공정거래 의심 사례 중 단 14건에 대한 조사 결과여서다.금감원이 공개한 주요 사례 세 개는 모두 무늬만 바이오 기업이었다. 사례를 보면 기업사냥꾼 3명은 A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A사 CB를 미리 보유해놨다. A사가 신약 개발사를 인수한 뒤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한다는 정보를 홍보했다. 하지만 정보는 과장과 허위였다. 임상은 엎어졌고 투자는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높은 가격에 팔아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바이오와 상관없던 B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사업과 치료제 개발 등 신사업 진출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내용의 주총소집을 공고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하자 기업사냥꾼 2명과 상장사 실질적인 사주 등 3명은 전환기일이 도래한 B사의 사모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고가에 매도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추진 실적은 없었다. C사 역시 B사와 비슷한 사례였다.이들이 바이오를 먹잇감으로 삼은 것은 '코로나 테마'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컸다. 현재 금감원이 조사 중인 40건의 사례 중 63%(25건)이 코로나19 관련 백신·치료제 개발, 바이오 등 허위의 신규사업 진출 발표 등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주가조작 세력 탓에 전반적인 바이오 기업들은 낭패를 봤다. 가뜩이나 바이오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주가조작 사태까지 얽히면서 투자 유치를 바라볼 수 없는 처지다. 지난 7월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3)에서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비상장 회사들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상장 회사들은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때문에 자금이 없는 어려움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번 주가조작 사건까지 더해져 투자 유치는 더 힘들어졌다는 분위기다.그동안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금으로 무분별하게 개발 파이프라인을 늘려 자금 운용에 구멍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해당 기업들은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선택과 집중'을 앞세워 파이프라인을 축소하며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신규 채용을 없앤 곳도 있다. 일단 살고 보자는 의지가 담긴 몸부림이다.이런 상황에 뭐라도 해보자며 변화를 좇는 기업들도 있다. 업계 맏형 격인 기업들은 '계획된 적자'를 명목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추세다. 최근 만난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모두가 만족스러울 순 없지만 위기를 차근차근 타개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무늬만 바이오를 외친 기업들을 일벌백계하는 과정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이번 기회에 걸러질 기업들은 다 걸러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바이오 기업의 근황을 물을 때마다 "어려워요" "힘들다"는 이구동성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자수첩] 반년이나 됐는데… 표류하는 카드사 오픈페이
"같이 뭘 한다는 거에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런데 이마저도 반쪽짜리니"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하나의 카드앱에서 여러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 '오픈페이' 서비스가 출시된 지도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사실상 별 효과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카카오페이, 애플페이는 알아도 오픈페이를 아는 지인은 없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지난해 12월 카드사간 카드 상호연동 서비스 '오픈페이'가 시작됐다. 고객이 1개의 카드사 결제앱(플랫폼)으로 카드사(발급사) 구분없이 여러장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쉽게 말하면 신한카드 앱에서 KB국민카드로 간편결제가 가능한 거다. 그동안 여러 카드사의 카드를 보유한 고객은 카드사 결제앱을 모두 설치해야 했지만 해당 서비스를 통해 자주 쓰는 카드사 앱 하나만 깔면 여러 카드 간편결제가 가능해졌다.카드사들이 경쟁사들과 기꺼이 불편한 동거에 나선 건 결제시장에서의 지위가 예전만하지 못해서다. 특히 이른바 ○○페이를 내세운 빅테크들은 이들의 공공의 적이된지 오래다.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은 2342만건, 이용금액은 732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8.2%, 20.8%나 증가했다.특히 이 기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를 통해 이뤄진 간편결제 이용건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4.9% 늘었지만 카드사는 9.2% 늘며 성장세에서 밀렸다.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먹고 사는 카드사들에게는 자존심이 구기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뭉쳤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오픈페이에 대한 카드사들이 태도가 미온적이다. 국내 9개 카드사 중 절반인 신한·KB국민·롯데·하나카드 등 4곳만 참여한 데다 당초 올해 3월 참여하기로 했던 비씨카드는 2분기로 일정을 미뤘고 상반기가 지나도록 별다른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카드 역시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삼성카드, 현대카드는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뿐더러 각각 삼성페이, 애플페이로 결제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오픈페이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기에 최근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이 애플페이 참여 의사를 밝혀 오픈페이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따라 붙는다. 이젠 굳이 오픈페이에 힘을 쓸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실적 파티를 해온 카드사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실적이 고꾸라졌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또 다시 들려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것이며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물론 조달비용이 오르는 등 상황이 악화된 것은 맞지만 업계 돌파구를 만들자며 내놓은 오픈페이에 대해 카드사들이 미온적인 건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게 느껴진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빅테크를 경쟁 상대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될지 모른다. 공동의 목소리가 없는 한 업계의 부흥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수첩] 물가 잡겠다는 정부, 시장 개입이 최선일까
가격은 오르는 건 쉬워도 내리는 건 어렵다. 연일 인상 소식만 접했던 소비자로서 가격 인하 뉴스는 반갑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내리길 바란 건 아니었다. 사는 게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계속 오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100)다. 2020년과 동일한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동일한 양만큼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예상되는 총 비용이 2020년에 비해 11.20% 증가했다는 뜻이다.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5.2%를 기록한 뒤 오름폭이 둔화하는 추세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체감 물가가 높은 것은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지만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0%로 제자리걸음이다.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먹거리 물가부터 '저격'했다. 시작은 라면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18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면 가격을 인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라면값 담합 여부 조사를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분업체를 소집해 밀가루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말은 "내렸으면 좋겠다" "협조를 부탁한다"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말과 행동을 압박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라면업체들은 백기를 들었다. 7월1일부터 주요 라면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일부 제품 가격이 인하됐다. 개별 품목으로 볼 때 인하 폭은 40원에서 130원 정도로 소비자가 체감하기엔 미미한 수준이다.라면 가격을 내린 정부의 다음 타깃은 우유로 보인다. 원유(原乳) 기본가격이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인상됐다. 정부는 원윳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우유 제품의 가격이 최대한 오르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낙농진흥회는 7월27일 ℓ당 음용유는 88원, 가공유는 87원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번 인상 폭은 원유 가격 연동제 시행 이래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음용유용 기본가격은 ℓ당 1084원, 가공유용 기본가격은 ℓ당 887원으로 각각 결정됐다.원윳값 인상이 결정된 다음 날인 7월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업계를 소집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원유가격 인상이 과도한 흰 우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업계가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업계는 원유 가격 인상 및 제조경비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 조정을 망설이고 있다.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물가는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개별 품목에 대해 인하를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물가는 통화정책으로 제어하는 것이 맞다"고 짚었다.소비자로서 가격 인상이 달가운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특정 품목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식의 물가 정책에는 의문이 든다. 당장은 가격을 억누를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제까지나 통할 수는 없다. 인상 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 기업도 힘들어지고 나중에 한꺼번에 반영됐을 때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물가 안정을 지향한다면 품목을 콕 짚어 가격 인하를 주문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고심해야 하지 않을까.
[기자수첩] 에코프로 광풍이 주는 교훈
하늘 모르고 치솟던 2차전지주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앞서 코스닥은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에코프로에이치엔)를 등에 업고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성장산업인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 관련주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쏠렸다. 2차 전지 대표주 에코프로는 지난 1월 10만원대에서 4월까지 70만원대까지 오르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후 6월 60만~70만원선을 오가던 주가는 7월3일 20%대 급등을 계기로 90만원선을 넘어섰다. 같은 달 10일 장중 100만원을 처음으로 터치한 바 있다. 18일엔 110만원선에 안착하며 '황제주'에 올랐다. 에코프로 그룹주가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약 4%에서 7월26일 기준 18%로 늘었다. 하지만 2차전지 쏠림이 극심해지자 여러 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25일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폭락세로 돌변하면서 주식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9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시장에서도 이차전지 종목인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급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 지수까지 휘청거리는 등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 2차전지로 몰렸던 수급이 차익 실현 매물로 쏟아지면 앞으로도 주가가 크게 요동칠 수 있는 우려도 크다. 코스닥지수의 변동성 역시 짙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2차전지 광풍에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가 3개월 만에 20조원을 돌파했다. 코스닥 시장은 코스닥 신용잔액은 10조1399억원 수준으로 코스피 시장(9조9197억원)을 뛰어넘었다. 7월 기준 늘어난 코스닥 신용잔고의 약 40%(38.3%)가 2차전지주인 에코프로그룹주와 엘앤에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주 과열주의보가 나오지만 혼자만 돈 벌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에 빠진 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빚투는 보통 3~6개월 동안 돈을 빌리는 것으로 주식시장이 상승장일 때 증가한다. 상승장에 돈을 빌려 주식 투자액을 늘리면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로 기한 내에 증거금을 넣지 않으면 반대매매를 당해 큰 손실이 생긴다.신용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일정 증거금을 받고 주식 매수자금을 빌려준다. 급격한 변동성에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 증거금 이하로 빠지면 돈을 빌려준 증권사는 신용융자로 산 주식을 강제청산(반대매매)한다.2차전지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한순간에 꺾여 반대매매가 확산할 경우 빚투로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크다. 반대매매의 발생은 증시를 더 끌어내리며 악순환을 일으키는 뇌관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빚투의 후폭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빚투에 나섰다가 곳곳에서 터진 비명을 충분히 들어왔다. 폭풍이 불어닥치기 전에 개인투자자들은 비 오는 날을 대비해야 한다. 2차전지 광풍에 휩쓸려 가기 전에 신중하고 현명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기자수첩] '돈잔치' 경고 6개월… 착한 은행에 거는 기대
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상생금융'이다. 올 2월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장 방문할 때마다 상생금융 보따리를 내놨다.대표적인 게 사회공헌과 취약계층 대출 이자감면 등 상생금융 방안이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은행에 갈 때마다 '대출금리 떨어진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은행들은 올 상반기 사회공헌액을 지난해보다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5대 은행의 올 상반기 사회공헌 지원액은 5315억3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었다.지원 부문을 나눠보면 서민금융지원액이 3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며 가장 많았다. 이어 지역사회·공익은 1562억원, 학술·교육 375억원, 메세나·체육 326억원 등 각각 42.3%, 2%, 23.7%씩 늘렸다.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지원을 위해 5대 금융지주는 성금은 물론, 긴급 대출, 특별우대금리 등 종합금융지원책도 쏟아냈다. KB·신한·하나금융이 각각 10억원씩, 우리금융은 5억원의 성금을 지원해 5대 금융지주에서만 35억원의 성금이 모아졌다.특히 금융지주는 한국 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KB금융은 2006년부터 김연아 선수를 후원하며 비인기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을 국민 스포츠로 끌어올렸다. 이어 최근 2회 연속 세계 대회 메달을 딴 첫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린 황선우 역시 KB금융이 2021년부터 후원을 시작한 수영선수다.신한금융은 올 6월부터 핸드볼 국가대표팀 후원하기 시작해 7개 종목의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등 한국 스포츠 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26년동안 한국 축구의 동반자 역할을 해온 하나금융은 장애인체육회와 동계 스포츠 종목 중 노르딕, 아이스하키, 컬링, 스키 등도 지원 중이다.비인기 스포츠 육성은 비용부담이 큰 만큼 극소수 재계 서열 상위 그룹사들을 제외하고 사실상 지원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의 든든한 후원으로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금융당국의 구상에 발맞춰 은행들은 장애인의 금융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우리은행 경영전략 컨설팅을 담당하는 전문가는 정직원 128명 중 장애인 근로자 구성이 50%(64명)에 달하는 중소기업 '태건비에프'에 올 3월부터 3개월간 직접 상주하며 컨설팅을 무료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올 6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보호작업장 '파니스'에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30명을 대상으로 체험형 금융교육을 실시했으며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30일 장애인 증여재산 맞춤형 신탁을 출시했다.특히 7월 불거진 새마을금고 사태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대 은행과 산업은행·기업은행은 새마을금고와 6조2000억원 가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약을 체결하며 단기 유동성을 공급, 금융불안을 진화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올 2~3월 순차적으로 상생금융 지원 방안도 내놨다.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0.5%포인트,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0.3%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도 주담대·신용대출 0.4%포인트, 전세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했다.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전세·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내렸으며 우리은행도 주담대 최대 0.7%포인트, 전세대출 0.6%포인트, 신용대출 0.5%포인트 인하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부산·대구 등 6개 은행은 상생금융을 통해 연간 약 3300억원 수준의 이자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그동안 은행권은 이자장사 비판을 받아오다 탄탄한 실적과 자금력을 기반으로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고 사회공헌을 이전보다 확대해 선한 영향력이 재부각되는 분위기다.윤 대통령이 돈 잔치를 경고한 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은행은 서민들이 믿고 돈을 맡기는 곳인 만큼 신뢰로 먹고사는 사업이다. 은행들은 벌어들인 이자 수익으로 보여주기식 단발성이 아닌 연속성 있는 사회공헌을 지속해 사회와 상생하는 선한 은행으로 나아가고 금융소비자들과 탄탄한 신뢰를 지켜나가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보툴리눔 톡신' 체면 구긴 식약처 사면초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다.보툴리눔 톡신 업체 7곳과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양도한 것이 불법인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첫 번째 재판인 메디톡스와 1심 행정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지난 6일 피고 식약처가 원고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주50·100·150·200단위, 코어톡스주100단위 등 5종에 대해 부과한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판매 중지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재판부는 대외무역법 등을 들어 국내 수출업자를 통해 국외로 공급·판매하는 간접수출 방식이 제도화됐다고 판단하고 간접수출을 수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는 간접수출을 수출 실적으로 인정해 매년 '수출의 탑' 포상에 활용해 오고 있다.하지만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국내 수출업자(도매상)에게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넘긴 것을 간접수출이 아닌 국내 판매라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국내서 수출업자에게 제품을 인도했으니 수출이 아닌 판매에 해당하는데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국내 판매하려면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약사법에 따른 해당 품목허가의 취소 및 제조·판매 중지 처분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출하승인이란 국가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국내 사용을 위해 품질의 균일성, 안전성 등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제도다. 대전지방법원 재판부가 이번 1심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식약처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휴젤·파마바이오리서치·제테마·한국비엔씨·한국비엠아이·휴온스바이오파마가 각각 행정법원(1심)에 제기한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과 제조·판매 중지 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식약처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메디톡스와 이들 6곳의 사건은 별개이지만 사실관계는 거의 유사해서다.이들 사건을 다루는 행정법원이 대전지방법원의 메디톡스 1심 행정소송을 참고할 가능성도 높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은 14일 각각 대전지방법원에 문서송부촉탁서를 제출했다. 문서송부촉탁이란 문서를 보유한 사람에게 문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하는 것으로 이때 받은 문서를 재판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휴젤·파마바이오리서치·제테마와 식약처가, 대구지방법원은 한국비엔씨와 식약처가 각각 1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곳이다.식약처는 대전지방법원의 1심 행정소송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려면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해야 하는데 피고 식약처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13일 판결서를 송달받았다. 오는 28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메디톡스와 1심 소송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자니 법원의 법리적 해석을 깰 논리가 필요하고 항소를 포기하자니 다른 6건의 재판에서도 사실상 백기를 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상황. 식약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소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기자수첩] 매번 고객만 불편한 노조 파업
기업의 노동조합(노조)은 구성원들의 정당한 권리 쟁취와 회사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한다. 회사는 노조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각종 복지혜택 제공은 물론 중·장기적인 경영 계획까지 세우며 상호 발전의 길을 모색한다.최근 현대자동차·기아 생산직 노조가 예고한 '파업 불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 결의는 이와 다른 양상을 나타내며 입장차만 드러냈다.노조는 많이 벌었으니 많이 베풀라고 요구하지만 회사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과 누적 적자 확대 등을 내세워 노조의 요구안을 어떻게든 낮추려고 든다. 노조 요구보다 더 주겠다고 하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으니 쉽게 합의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다.노사의 입장차는 분명하지만 결국 '미래 발전'이라는 지향점은 같다. 서로의 의견 청취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단체행동을 주고받고 고성이 오가기도 하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합의점을 찾아 매듭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기업들도 시점이 문제일 뿐 내년을 기약하며 악수하며 마무리 지을 것은 분명하다.이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피해를 보는 것은 '고객'이다. 현대차·기아, 아시아나항공이 가만히 있어도 매출이 샘솟는 화수분 기업은 아니다. 이들 기업은 고객이 자동차를 사고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항공권을 구매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관공서에서 언행이 다소 과격한 민원인이 "자네들 월급은 내 세금으로 준다"고 소리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에 속한 임직원들은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해야 매출이 발생할 수 있고, 급여를 받을 수 있다.복잡한 기업 경영 논리가 이처럼 간단할 순 없지만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고객은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 등을 돌린다. 이 경우 잘 나가던 기업도 실적 하락이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노조가 내세운 파업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다. 파업이 해당 기업과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모든 게 '올스톱'되기 때문에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 카드를 꺼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은 늘 배제됐다.차 구매를 계약했는데 생산이 멈추면 고객 인도가 늦어진다. 화가 난 고객이 등을 돌리면 회사의 판매량은 떨어진다.조종사가 비행기의 시동을 꺼 운항이 취소되면 고객들은 다른 항공사의 항공권을 산다. 이에 따른 실적 악화는 고스란히 회사의 몫이 되고 결국 구성원인 노조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된다.열심히 일한 대가를 요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 카드를 꺼낼 수도 있지만 고객을 배제하는 작태는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다.노조는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 회사의 발전과 고객의 불만족 개선 등을 위한 쓴소리는 그동안 얼마만큼 냈는지. 고객이 있어야 회사가 있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이기적인 파업은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만 할 뿐이다.
[기자수첩] 해외 영토 넓히는 K금융, 정책 날개 달아야
일본 도쿄의 심장부 지요다구(千代田區) 지역의 44층 고층빌딩. 우상향 하는 붉은빛 그래프가 담긴 모니터를 바라보고 분주하게 일하는 한국인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일본 합작법인 글로벌엑스 재팬(Global X Japan)의 장봉석 공동대표다. 2019년 일본에 진출한 글로벌엑스 재팬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운용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와 일본 다이와증권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ETF 전문 운용사다. 특화 ETF상품을 앞세워 법인 설립 후 첫 상품을 출시한지 2년여 만에 운용자산(AUM)은 1조원을 돌파했다.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장벽이 높은 일본에서 글로벌엑스 재팬이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던 것은 직원 35명 중에서 일본 직원을 30명(85.71%)채용하는 등 현지화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증시는 주요 기업의 자사주 매입 등 환원정책 기대감에 황소장에 올라탔고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지난 6월13일 33년 만에 3만3000선을 넘어섰다. 장봉석 대표는 "일본에서 ETF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투자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조하기 위해 테마와 인컴형ETF 라인업을 강화해 주목받고 있다"며 "일본에서 ETF의 입지를 강화하고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라인업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풍이 부는 일본 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회사가 모두 선전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형은행 중에서 신한SBJ은행이 올 1분기 당기순이익 269억4600만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성장세를 보이는 일본 현지법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총자산은 2031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9%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9억9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억7400만달러 감소했다.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운다고 야심차게 도입한 증권사 초대형IB(투자은행)의 성적도 저조하다. 지난해 증권사의 현지법인 순이익은 1억2380만달러로 전년 대비 56.9% 감소했다. 60개 해외법인 중 58.3%에 해당하는 35개사가 이익을 실현했고 25개사(41.7%)는 손실을 입었다. 주식 매매이익이 감소하고 설립 초기 영업이 부진한 이유다. 금융투자업계는 포화상태인 국내 자본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해외법인의 신용공여 건전성 규제(NCR) 완화 등 규제 개선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투자금융업자는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 증권사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데 발목을 잡는 제도다.전문가들은 정부기관·국내 산업·연기금과 동반 해외진출 등 전략적 접근과 먼저 자산운용이 진출하고 증권사가 후발 진출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외국인의 장벽이 높은 땅 일본에서 글로벌엑스 재팬이 성공한 것은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 박현주 회장의 '합작회사 설립'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제 2의 글로벌엑스 재팬'은 낮아진 해외진출 장벽 속에 금융당국의 든든한 정책 지원이 함께 하길 바란다.
[기자수첩] 아스파탐을 바라보는 시선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타고 '제로'(Zero) 열풍에 환호하던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제로 슈거' 제품에 주로 사용하는 대체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의 발암성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발단이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IARC는 14일(현지시각) 아스파탐을 처음으로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2B군) 물질로 분류한다.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달지만 열량은 낮아 제로 슈거 음료와 과자 등에 주로 쓰이는 대체 감미료다.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레터가 1965년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우연히 발명했다.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개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특별한 부작용이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식품 위해 평가를 총괄하는 유엔 합동 식품 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1975년 처음으로 아스파탐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진행했다. 1976~1979년 독성정보 자료가 불충분해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설정하지 못하다가 1980년 체중 1㎏당 아스파탐 40㎎ 정도를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체중이 35㎏인 어린이의 경우 다이어트 콜라 1캔(250㎖·아스파탐 약 43㎎ 기준)을 하루에 33캔 이상 매일 마셔야 ADI를 초과하는 셈이다.국내에서는 1985년 식품첨가물로 지정했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스파탐을 정해진 기준 이하로만 섭취하면 안전한 물질로 인정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지난 30여년 동안 탄산음료와 껌, 과자 등 수천 가지의 제품들에 설탕의 합성 대체물로 사용돼 왔다.아스파탐에 관한 연구는 수십년 동안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997년 라마지니재단은 처음으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4년 같은 팀에서 다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아스파탐에 노출된 실험동물의 92%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2012년 하버드대학교는 대규모 코호트 실험을 진행한 결과 남자들의 경우 제로 음료를 하루에 1개 이상씩 마시면 비호지킨림프종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지고 다발성 골수종의 위험도 역시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아스파탐이 발암 위험을 더 높인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고 방법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번에 IARC가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 물질 분류 지정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3월 프랑스의 연구팀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성인 10만여명의 식단, 생활방식, 건강 정보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대체 감미료 소비량과 암 검진 정보를 비교 분석한 결과 평소 많은 양의 아스파탐을 섭취한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암 발병 위험이 1.15배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IARC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 위해성 자료 등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거치고 다른 나라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아스파탐은 막걸리를 비롯해 제로 슈거·유산균 등 음료, 과자, 빵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스파탐은 분해되면서 생성된 페닐알라닌이 페닐케톤뇨증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 아스파탐 함유 제품에 '페닌알라닌 함유'라고 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제품에 아스파탐이 얼마나 함유되었는지는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고 있던 제품에 발암성 논란이 있는 물질이 함유되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수첩] 캠핑카 주차 문제, 지자체가 나서라
'바퀴 달린 집'으로 불리는 '캠핑카'는 많은 이들의 로망이다.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자연을 만끽하는데 제격이다.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특유의 감성은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영화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로망으로 불리던 캠핑카였지만 최근엔 심각한 사회적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유명 관광지 공영주차장을 장기 무단 점거해 숙식을 해결하는가 하면 동네 빈 땅마다 불법 주차된 캠핑카를 쉽게 볼 수 있다.캠핑카 주차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다.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가족이 함께하면서도 안전한 국내여행이 가능한 캠핑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움직이는 집'인 캠핑카가 주목받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캠핑카(모터홈, 카라반, 캠핑트레일러, 이동집무차 포함)는 2018년 5488대에서 2019년 6012대, 2020년 6781대로 늘었고 2021년 8763대, 2022년 8484대로 급증했다.최근 해수욕장 등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단으로 장기 설치된 텐트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지자체가 강제 철거에 나서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주차장은 상황이 다르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영주차장인 경우 캠핑카를 장기 주차해도 제재 방법이 없다. 관리주체가 해당 지자체와 농어촌공사 등으로 나뉘어 명확하지 않을 땐 단속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캠핑카는 주거지역에서도 주차문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천장이 높은 캠핑카 특성상 아파트 지하주차장 이용이 불가능하다. 진입이 가능하더라도 주차공간을 한참 벗어날 수밖에 없어서 주민들이 주차를 반대한다. 이런 이유로 지상과 지하주차장이 함께 설치된 곳으로 이사 가는 이들도 있지만 주거지 인근 빈 땅에 캠핑카를 무단으로 세워두기도 한다.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캠핑카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했지만 주차문제는 여전하다. 2020년 2월28일 이전 구입한 경우엔 차고지 증명제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 데다 '이동집무차'로 캠핑카를 구입한 경우도 차고지 증명을 할 필요가 없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상황이 이렇자 캠핑카 전용주차장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지자체 예산으로 전용주차장을 짓는 것이 일부에 주는 특혜로 볼 수도 있지만 여기저기 방치돼 많은 이들에게 불편을 야기하는 것보다는 낫다.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자체의 강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무분별하게 방치된 캠핑카를 한 곳으로 모으면서도 지자체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캠핑카 전용 유료주차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일반적인 승용차 위주의 주차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활용도가 떨어진 공영주차장이나 다리 아래 유휴부지 등을 우선 사용해 보면 어떨까.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온다. 캠핑카 주차문제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만큼 그동안 무심했던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기자수첩] 기업 울리는 기술유출, 무관용·엄벌로 대응해야
최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D램 설계를 담당하다 경쟁사 미국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연구원 A씨가 법원으로부터 전직금지 명령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A씨 사이에 '퇴사 후 2년간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를 창업하거나 경쟁업체에 취업하는 등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전직금지 약정이 체결된 만큼 마이크론이나 그 계열사에 일정 기간 취업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A씨가 삼성전자를 퇴직한 시점은 2022년 4월. 법원이 인정한 취업제한 기한은 2024년 4월까지다. 판결을 달리 해석하면 2024년 4월 이후로는 경쟁사로의 자유로운 이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 시장의 43.2%를 점유한 압도적인 1위 업체다. A씨는 삼성전자에서 20년 넘게 D램 설계 업무를 담당하면서 개발 과정에 장기간 참여했고 회사의 기술정보에 접근, 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 A씨가 취업제한 기한 이후 경쟁사 이직이 가능해지면 자칫 삼성전자의 기술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초격차 기술을 쌓아온 삼성전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기술은 삼성전자의 자산을 넘어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국가핵심기술이다.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기술유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의 인력이나 기술을 빼가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한국은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시 3년 이상의 징역과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지난해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해 공급망 안정화 등 국가·경제안보 및 수출·고용 등에 미치는 기술을 유출할 경우 5년 이상 징역 및 2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7~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유죄 판결 81건을 분석한 결과 무죄(34.6%)와 집행유예(39.5%)가 74.1%였다. 실형을 선고받아도 통상 1년2개월~1년6개월에 그쳤다. 법정형 대비 양형기준이 낮은 데다 '초범', '반성' 등 각종 감형요소까지 고려해주는 온정주의에서 비롯된 참사다.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과 타이완은 강력한 처벌을 내린다. 미국은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최소 188개월(15년8개월)에서 최대 405개월(33년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타이완은 기술유출을 '간첩행위'로 규정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42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기술유출은 기업의 피해는 물론 국가경쟁력을 훼손하는 중범죄다. 첨단산업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범죄에 온정주의를 베풀어선 안된다. 무관용·엄벌로 대응해 기술유출 범죄에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
[기자수첩] 외자판호 발급이 다가 아니다… 유리하게 활용하려면
2021년 이후 끊겼던 외자 판호를 발급받은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이 최근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넥슨, 넷마블, 데브시스터즈 등도 중국 재진출 막바지 준비에 분주하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특수가 끝난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게임사들에겐 거대 시장인 중국 재진출이 긍정적 신호지만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중국 시장이 지난해 유례 없는 불황을 맞고 해외 게임보단 자국 게임에 눈을 돌리면서 성공 가능성이 낮아져서다.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매출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업계에선 중국 게임 시장이 신규 유저보단 기존 유저 중심으로 운영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판호 발급이 한국 게임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기조로 풀이되는 가운데 국내 신작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중국 시장내 '깐깐한 고객'의 입맛을 맞춰야 한단 점도 국내 게임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의 게임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인 지우링허우(90년대생)과 링링허우(00년대생)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궈차오'(애국소비·중국+열풍의 합성어)다.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라 자국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이들은 중국 기업 기반 소비를 선호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통제 이후 열기가 거세진 궈차오는 게임 등 산업 전반으로 퍼졌다.중국의 2022년 게임 매출(한화 약 48조5716억원)에서 자국 게임사 매출은 약 40조6238억원으로 83.6%에 달했다. 중국 게임은 해외에서도 선전했다. 지난해 중국 게임이 해외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약 21조4223억원으로 2년 전(16조8000억원)과 견줘 27.5% 증가했다.이는 게임시장에서도 포착되는 중국 유저들의 궈차오 열풍이 단순히 맹목적인 애국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게임 경쟁력이 해외시장과 견줄 정도로 강화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업계에선 중국 게임의 완성도와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이 국내 게임을 넘어섰단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월 국내 게임이 글로벌 게임 매출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반면 텐센트의 '왕자영요'와 호요버스 '붕괴 스타레일'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불확실하고 자국 중심으로 뭉친 중국 시장 진입은 과거와 달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전부터 한중관계에서 변수가 생기면 게임업계의 애를 태웠다. 2020년 넥슨이 텐센트와 함께 출시를 준비하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갑작스레 출시가 취소된 이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이 논란되자 국내 게임사들은 판호가 취소되거나 출시가 미뤄질까 전전긍긍했다. 중국의 외자 판호를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게임사와 정부가 각자 역할을 다해야 한다. 궈차오가 만연한 중국인들의 틈새를 노릴 수 있는 게임성이나 완성도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외자 판호 발급만으로 게임의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화 콘텐츠나 샤오홍슈, 도우인 등 중국 SNS에서 콘텐츠로 재생산될 수 있는 게임 IP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판호 발급 재개로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다. 국내 게임이 중국 게임 산업을 띄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지 않도록 행보를 경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 게임 업계 전문성을 가진 기관을 설립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게임 산업 육성에 나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자수첩] '물 들어온' 조선업계, 집안싸움 할 때 아니다
"한화오션은 한국형 구축함(KDX) 사업에서 40척 이상의 수상함을 건조해 냈으나 HD현대중공업의 경우 KDX-Ⅰ 사업은 참여한 적이 없다."(한화오션이 지난 6월7일 발표한 수상함 설명자료 발췌)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로 탈바꿈한 '한화오션'. 새 이미지가 필요한 한화오션의 첫 스탭이 영 거슬린다.조선산업의 경쟁사이자 동반기업이기도 한 HD현대중공업을 겨냥,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존재감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오랜 은행관리 기간을 거치면서도 핵심분야 경쟁력만큼은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신감 표현이겠지만 출발부터 '나를 무시하지 말라'는 신경전을 펴는 듯하다.실제로 한화오션은 KDDX사업에 대해서도 (같은 설명자료를 통해) "2018년 정부에서 진행한 방산업체 보안감사 당시 한화오션에서 수행한 개념설계 결과가 HD현대중공업에서 발견돼 논란이 됐다"며 경쟁사의 반칙 가능성을 내비쳤다.같은 시장을 놓고 펼쳐지는 경쟁은 기업의 숙명이지만, '경쟁과 협력'이 겹쳐지는 상생의 관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업계에선 "방위사업청은 연속성과 형평성 문제로 한 기업이 아니라 여러 기업에 수상함 등 함정을 발주한다"며 "한화오션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도 당연히 주요 발주 대상기업"이라고 지적한다.어느 한 기업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특별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할 형편이 아니라는 의미다.조선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적으로 덤핑수주에 나서는 통에 해외 선주들의 주머니만 불려줬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가벼운 반칙은 전략적 선택일지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감정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수준과 정도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때마침 10년 만에 돌아온 호황사이클로 조선사 도크마다 활기가 완연하다.냉정하게 보면 한국의 조선산업은 중국 조선사와의 친환경 기술격차를 벌리고, 로열티 반출의 주범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화물창 탱크 국산화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고질이 된 조선 인력난도 헤쳐 나가야 하고, 갈수록 어려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한도 문제도 풀어야 한다.지금은 '경쟁, 격돌'보다 '합심,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해야 할 과제도 많다. 마찰 유발, 감정 증폭 따위는 호황사이클이 끝난 후에도 늦지 않다.
[기자수첩] 한국의 상속세 '상식의 영역'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의 감춰진 실체는?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명실상부 2대주주다. NXC 전체 지분 가운데 29.3%(4조7000억원 규모)가 기재부 몫. 말도 안되는 농담 같지만 팩트다.이는 넥슨 창업자인 고 김정주 회장이 지난해 갑자기 별세하면서 연쇄적으로 이어진 결과물이다.고인이 남긴 유산에 매겨진 상속세만 6조원대에 달한다. 유족들은 이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처분했지만 상속세 부족금액이 4조7000억원에 달했다. 유족들은 결국 부족금액 만큼 넥슨 그룹 지주회사 NXC 지분 29.3%를 정부에 물납해 상속세를 처리했다. 고인이 남긴 회사의 지분을 포기해서 상속문제를 해결한 셈이다.또 다른 사례. 국내 광통신 소자 부문 1위 업체인 우리로광통신(현 우리로)은 유족들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아예 경영권을 투자자문업체에 넘겼다. 손톱깎이업체 쓰리세븐, 밀폐용기업체 락앤락 오너 일가도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회사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이 추세라면 한국에서는 앞으로 정부, 투자자문업체, PEF가 가업의 후계자 역할을 도맡아야 할 듯하다.마침 한국경제연구원이 국가별 상속, 증여세 수준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프랑스, 벨기에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동 1위'로 꼽혔다.직계비속 기업승계 관련 상속세 최고세율(50%)은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20%가 할증돼 세율이 최대 60%까지 올라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가업 상속을 '바보들의 선택'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이쯤에서 상속, 증여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다시 하는 것이 국가 통치와 관치의 상식적 판단이다.
[기자수첩] 중국에 1위 내준 '면세 강국', 지원 없인 탈환 어렵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산업이 몇 가지 있다. 면세산업도 그중 하나다. 한국은 상품 소싱 능력과 가격, 서비스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면세 강국'이다. 시내면세점 활성화를 통해 매출을 크게 키우며 한국은 오랜 기간 면세산업 전 세계 1위를 지켜왔다.그러던 한국 면세점의 지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부터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세계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 면세점 기업인 듀프리가 9조38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롯데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CDFG와 듀프리가 약진하는 동안 국내 면세점은 부진했다. 롯데와 신라는 전년 대비 한 계단 내린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2019년까지 세계 면세점 순위 톱3를 스위스와 한국 면세점(롯데·신라)이 차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속 쓰린 결과다.CDFG가 세계 면세점 1위로 올라선 데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컸다. 중국은 2018년 하이난성을 면세특구로 지정했다. 하이난성 면세점 이용 시 자국민에게도 면세 혜택을 주는 내국인 면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면세 한도도 10만위안(약 1821만원)으로 늘리고 면세품목도 45가지까지 확대했다. 1회 구매 건수 한도의 경우 향수는 횟수 제한이 없고 화장품은 30개까지 가능하다. 하이난을 다녀가면 180일까지 온라인 면세점도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따이공(代工·보따리상)을 내국인 면세 제도를 통해 하이난으로 끌어들여 내수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국내 면세점은 크게 타격을 받았다. 국경이 닫히면서 국내 면세점이 의존해오던 따이공 이동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노원구갑)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면세점별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2019년 9조3539억원에서 2022년 5조3469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은 6조5873억원에서 4조3505억원으로 감소했다.하이난 면세점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자 국내에서도 규제 완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지난해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 업계를 지원하고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관세청 시행규칙을 고쳤다. 먼저 5000달러(약 650만원)였던 내국인 면세점 구매 한도가 폐지됐다.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은 면세점에서 한도 제한 없이 마음껏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600달러(약 77만원)인 면세 한도는 유지됐다. 물건은 제한 없이 살 수 있지만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금액은 600달러란 의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반쪽짜리 지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면세업계 관계자는 "구매 한도를 폐지하면서 면세 한도를 유지하는 것은 생색내기식의 규제 완화"라며 "중국은 하이난 면세 한도를 크게 늘리면서 세수에서 영향이 있었겠지만 이를 포기하면서 고용 창출, 면세 산업 확대 등 더 큰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올해는 면세산업 재도약의 원년으로 꼽힌다. 면세 한도 상향, 매출 연동식의 특허수수료 재책정 등 지원책 강화가 필요할 때다. 중국의 사례를 통해 규제 완화가 면세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은 증명됐다. 정부 차원에서 면세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1위 탈환은 쉽지 않다. 때를 놓치면 면세업은 이대로 중국에 1위를 내준 산업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기자수첩] "법에서 정한 간호사 일만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간호사들이 지난 2년 동안 공들여온 간호법 제정이 물거품 됐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지난 5월30일 국회 재의결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부결된 직후 "2024년 총선 이전에 간호법을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간호법 제정안을 다시 통과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부결로 폐기수순을 밟게 된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근무환경과 처우 등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의료법에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표현 아래 다른 직역의 역할과 경계가 모호했던 간호사의 업무를 바로잡기 위해서다.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13개 단체들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을 제정하는 것에 반대의사를 표출했다. 이들은 의사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을 위한 법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간호법 제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간호사의 평균 근무연수는 평균 7년 5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고된 직역으로 평가받는 것은 본래 직역에 주어진 범위 이상의 업무를 과도하게 수행해 왔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있다.대한간호협회는 그동안 해 온 검사(검체 채취, 천자), 처방과 기록, 튜브관리(비위관(L튜브)·기관절제관(T튜브) 교환, 기관 삽관), 치료·처치 및 검사(봉합, 관절강 내 주사, 초음파·심전도 검사), 항암제 조제와 같은 약물관리 등 24개 진료보조 행위는 원래 의사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인데 의사의 지시로 간호사가 해 왔다고 주장한다.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모두 본래 간호사들이 할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여기에 상급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PA(진료보조)간호사 제도도 암암리에 운영 중이다. 현재 1만여명이 넘는 PA간호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PA간호사는 전문의의 지시 아래 처방 대행, 수술 보조, 진단서 작성, 시술 등을 담당하며 논문 작성을 제외하고 전공의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전공의보다 경험이 많으면서 인건비도 저렴한 PA간호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간호사가 본래 업무 이외에 추가 업무를 해야 했던 것은 왜일까. 해당 업무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대한간호협회의 주장이다. 의사가 부족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간호사들을 소위 '갈아 넣었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앞으로 법규를 정확히 지키는 방식의 준법 투쟁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의사들로부터 불법 진료를 지시받아도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 지난 5월18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 내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불법 진료 신고 사례는 1만2189건에 이른다.보건복지부(복지부)조차 대한간호협회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 간호사들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복지부는 지난 5월22일 대한간호협회가 열거한 의사의 불법 진료 지시 항목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혀서다. 법에서 정한 '내게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간호사의 바람은 정말 독선이고 이기적인 것일까.
[기자수첩] 서류 떼다 실손보험금 포기… 사라져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만 50장이 넘어요. 머지않아 종이서류를 온라인 전자서류로 대체한다고 하니 너무 기대됩니다." 지난 16일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를 통과했다는 기자의 기사에 한 네티즌이 남긴 댓글이다. 지나치게 복잡한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 때문에 그동안 큰 불편을 겪었다고 호소한 것이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는 보험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들이 14년 동안 추진해온 사안이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험금 청구 양식 통일 및 방법 간소화 권고에도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10년 이상 국회에서 공회전했다. 이번 법안심사 통과로 7부 능선을 넘은 보험사들은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현실화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병·의원에서 직접 중계기관에 전산화된 관련 파일을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실손보험을 청구하려는 소비자는 진료를 마친 뒤 병원이나 약국에 직접 방문해 종이 서류를 발급받고 보험설계사나 보험사의 팩스·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복잡한 절차 없이 병원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해진다. 소비자 대신 병원이 전문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필요한 서류를 전송하게 된다. 의료계는 병원이 재량으로 정할 수 있는 비급여 수가 자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쌓이면 가격이 표준화되고 결국 비싼 값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반발하고 있다. 급여 진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비급여 진료로 메우고 있는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로 보험사가 환자 진료 정보를 더 많이 보유할 경우 보험상품 설계 등 영리 목적에 악용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와 정부는 건강보험 공적자료를 모두 보유한 심평원을 제3의 중계기관으로 선정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맞서는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매년 실손보험 청구건수는 1억건에 달한다. 이와 관련 매년 진료비영수증이나 세부내역서 등 종이서류만 4억장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 몽니에 결국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 대부분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원한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실손보험 지속성 강화와 역할 정립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유로 서류 발급을 위한 병원 방문이 귀찮고(44%), 청구 금액이 소액(73.3%)이라는 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라도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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