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하림의 뒷모습은 이상하다
하림이 HMM 인수 9부 능선을 넘어서 축배를 들어올리기 일보 직전이다. 먼저 하림의 승승장구가 눈길을 끈다. 하림이 HMM까지 품에 안는다면 물류종합비즈니스 구조를 완결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림 역시 HMM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경쟁입찰 대상자를 따돌리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현재까지는 하림의 계산대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체크 포인트. 이번 인수전에서 다시 한번 하림의 금융 테크닉이 돋보였다.당초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인수 뒤 보유 지분 5년 보유 ▲연간 배당금 최대 5000억원(3년간)으로 제한 ▲매각 측의 사외이사 지명권 등을 인수 조건으로 내걸었다. 10조원 넘는 HMM의 현금성 자산을 빼먹거나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지분을 판 뒤 빠지는 '먹튀'(먹고 도망가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인수 측인 하림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본입찰 때 역(逆)제안을 걸었다. 매각 측에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3년간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 측의 지분율은 57.9%에서 38.9%로 떨어진다. 반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수 측의 지분율이 높게 유지되면서 3년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매각 측은 "영구채 전환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고 하림이 계속 요구하면 거래는 종료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림이 2850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꼼수 제안을 한 것으로 풀이되는 지점이다. 하림은 최근 본입찰에서도 '주주 간 계약의 유효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이 하림 요구를 들어주면 주주 간 계약의 모든 조항은 5년 뒤 자동 해제된다. 매각 측이 이를 받아주면 주주 간 계약에 담길 ▲HMM의 현금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 다른 조항도 5년 이후엔 모두 무력화된다.일각에서는 HMM 인수 이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과 벌크선 등에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하림그룹이기에 HMM이 보유한 현금이 HMM에 대한 투자는커녕 다른 사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심도 있다. 거듭된 인수합병으로 재계 순위를 끌어올린 하림은 10여년 동안 자본시장에서 꼼수와 편법 승계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2년 제일홀딩스를 중간지주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장남 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한국썸벧판매(올품) 지분 100%를 증여했다. 당시 하림은 유상감자로 주식을 소각하고 그 대금으로 받은 100억원으로 증여세를 마련했다. 본인 회사 주식을 팔아 마련한 것으로 사실상 회사가 증여세를 대신 내준 셈이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식을 소각해 자본을 인위적으로 줄여 주주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을 가리킨다. 통상 사업을 축소하거나 기업을 합병할 때 단행하며 국내 상장사들은 잘 쓰지 않는 방법이다. 재계에선 편법 승계 의혹이 불거졌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조사를 통해 하림 계열사가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이익을 제공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가 2021년 하림 계열사들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했으나 하림이 이에 불복해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준영씨는 2018년 하림지주 경영지원실 과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준영씨는 2021년 사모펀드 운영사 JKL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겨 HMM 인수에 참여하고 있다. 하림은 HMM 본입찰 과정에서 매각 측의 지분 5년 보유 조건에 대해 "인수 파트너인 JKL파트너스를 예외로 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자칫 이 흐름만 본다면 하림은 '꼼수 대마왕'처럼 치부될 억울함도 있을 것이다. 하림이 이러한 억울함을 딛고 축배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기자수첩] 역차별 논란 휩싸인 자영업자 이자 캐시백
"이자 150만원을 환급해주면 하루하루가 급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잠시 틔워주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죠.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빚을 갚아온 자영업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만 느낄 수 있어요."은행권이 연 5%를 넘는 금리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연간 최대 150만원의 이자 캐시백을 주는 상생금융안을 검토하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같이 지적했다.은행권에서 자영업자에게 나간 대출 중 80% 가량은 연 5%가 넘는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자영업자의 발언을 언급하며 은행들의 이자장사 행태를 지적하자 금융당국은 이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이자 부담을 낮추라는 상생금융안을 요구했다.이에 개인사업자대출이 없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을 제외한 국내 18개 은행들은 총 2조원 규모의 이자 캐시백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은행연합회 회원 은행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인 18조9369억원의 약 10%에 해당한다.1인당 이자 캐시백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출 1억원까지 최대 연 150만원'이 첫 번째 안으로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살리기 역부족이란 지적이 제기된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 177만8000여명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1800만원이다. 올 9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금리가 평균 5.21%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한달 이자만 181만원 규모에 달한다. 고물가·고금리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에겐 연 150만원의 이자 캐시백이 '언발에 오줌누기'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도 거론된다.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 원리금을 성실하게 갚아온 자영업자들을 역차별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금리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제때 꼬박꼬박 이자를 내고 신용을 잘 관리해온 대출자들은 이자경감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빚은 버티면 알아서 해결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고금리 이자고통만 놓고 보면 2금융권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지원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자 캐시백 대상은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로 한정돼 2금융권 대출자는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물론 은행이 고금리 기조 속 벌어들인 돈으로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정교하고 촘촘한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기자수첩] 잊을만하면 터지는 프랜차이즈 먹거리 위생
청소년 사이에서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집어 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의료계는 이 같은 식습관이 과도한 나트륨과 당분 섭취로 청소년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서울시가 자극적인 음식이 어린이·청소년들의 건강을 해칠 것을 우려해 주요 학원가에 있는 탕후루, 마라탕 가게 실태조사와 위생 점검에 나섰을 정도다.마라탕 1인분(250g)의 나트륨 함량은 2000~3000mg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일일 나트륨 섭취량인 2000mg을 넘는 수치다. 탕후루 1개에는 보통 설탕 10∼25g이 들어간다. 탕후루 2∼3개를 먹으면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당류 권장 섭취량인 50g(1일 2000kcal 기준)을 넘는다. 그런데도 자극적인 입맛에 사로잡힌 청소년들은 여전히 마라탕과 탕후루를 찾는다.마라탕과 탕후루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위생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마라탕을 취급하는 가맹사업본부와 가맹점의 불법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된 게 대표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시정)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받은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위생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상위 8개 브랜드 마라탕 프랜차이즈 매장 600곳의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는 119건에 달했다. 매장 수 대비 약 20%로 5곳 가운데 1곳꼴로 문제를 일으킨 셈이다. 가장 많은 위반 유형은 식품 이물질 혼합 등에 해당하는 '기준·규격 위반'(54건)이었다. 이어 위생교육 미이수 12건, 건강진단 미실시 12건 등으로 확인됐다.중국 대표 간식 탕후루는 또 어떤가. 식약처는 지난달 탕후루 판매점을 비롯한 식품취급업소를 점검해 식품위생법 등을 위반한 12개 업소를 적발했다. 적발된 12곳 중 3곳은 달콤왕가탕후루의 제조공장과 가맹점이었다.왕가탕후루 본사 달콤나라앨리스에서는 탕후루 제조에 사용되는 달콤시그니처분말을 생산하면서 제조 일자를 미표시하고 자가 품질 검사를 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왕가탕후루 가맹점 일부는 직원 건강검진 미실시, 표시기준 위반(제조 일자 미표시) 제품 사용 등으로 소비자 불신을 샀다. 달콤나라앨리스 가맹본부는 시정 조치와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 불신은 여전하다.마라탕, 탕후루 등 프랜차이즈 매장 수도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가맹점의 비위생적인 영업 행위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야기한다. 특정 점포의 위생 문제가 전체 가맹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식품 당국이나 지자체 등의 위생 점검과 함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위생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소비자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믿고 선택하는 상황에서 본사는 신메뉴 개발, 식재료 공급 등 기초적 관리 수준에 그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식품위생 관리 감독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1년 넘게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식품위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자체 등이 이를 점검을 하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관리·감독해 반복되는 식품 위생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
[기자수첩] 2년 전 복붙 '요소수 대란', 中 의존도 줄여라
다시 발생한 '요소수 대란'이 낯설지 않다. 2년 전 이맘때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변한 게 없이 '복붙'(복사+붙여넣기)이다. 2년 전 요소수 대란이 터졌을 당시 원료인 요소 공급망 다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최대 수입처 중국에 발목이 잡혔고 정부는 여전히 허둥지둥이다.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거나 경유(디젤)차를 운전하지 않는 이상 일반 시민들은 요소수를 접할 일이 없다. 요소수는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중요한 촉매제다. 요소수는 화물차·버스 등에 의무 장착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간다.요소수를 제때 채우지 않으면 SCR 장치를 장착한 경유차는 운행할 수 없다. 만약 SCR 장치를 단 경유차에 요소수가 부족하면 출력이 떨어지고 시동도 걸리지 않는다.요소는 요소수를 만드는 원료로 중국 수입 의존도가 95%에 이른다. 최근 중국이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요소 수출에 제동을 걸자 전국 곳곳에서 요소수 대란이 재발했다. 2년 전 97%에 달하던 중국산 요소 수입 의존도가 현재는 95% 수준으로 줄긴했다.요소수 대란의 원인이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가장 크다. 2년 전 중국에 요소 수출 통제라는 카운터펀치를 맞고 휘청거렸지만 제대로 된 대비를 하지 않았다.정부는 요소수 품절 우려가 제기되자 생산과 유통 현장을 점검하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만큼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환경부에 따르면 중국 외 나라에서 추가 요소 수입 계약을 체결해 총 4.3개월(4개월+9~10일)분의 재고를 확보했다. 환경부는 전국 3416개 주유소 중 96.5%인 3297개소에서 요소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와 같은 원재료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컨트롤타워도 구성키로 했다. 정부는 요소와 같이 특정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경제안보품목은 공급망 위험을 파악하고 선제 대응할 방침이다. 부처별 운영 중인 조기경보시스템(EWS)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해 외교부, 관세청, 조달청 등 관계부처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각 유관기관과의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뒤늦게 정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우려가 가시진 않는다. 중국 외 나라에서 추가 요소 수입 계약을 체결해 총 4.3개월(4개월+9~10일)분의 재고를 확보했다지만 경유차가 4.3개월 뒤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다.전국 경유차 구동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수가 4.3개월분의 재고밖에 없다는 건 반성할 일이다. 4.3개월분의 재고가 확보됐으니 안심하라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다양한 공급망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어야 맞다. 요소수 대란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기자수첩] 에너지요금, '정치요금' 벗어나야
"정치권 눈치나 총선 등 정치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다."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11월 8일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택용과 소상공인·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대기업용 요금만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원 인상한 배경에 정치적인 셈법은 없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강 차관의 발언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만난 복수의 기업 관계자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심 악화를 우려한 정부가 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대기업에만 떠넘긴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할 기업들은 요금인상에 대한 부담 증가로 글로벌 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전기요금 외에 가스요금도 동결했다. 이 역시 총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그동안 에너지요금은 정부의 의견에 따라 결정돼왔다. 전 정부에서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에 따라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물가안정과 민생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인상을 주저하며 요금 현실화가 미뤄졌다. 이를 근거로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가 사실상 요금 인상 부담을 현 정부에 떠넘긴 것은 물론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악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한다.윤석열 정부도 똑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 정부 역시 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경기침체와 민생부담 등을 이유로 인상에 주저하고 있어서다. 앞서 산업부와 한전은 올해 기준연료비를 포함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h 당 51.6원으로 산정했고 가스공사는 가스요금 인상분을 MJ당 8.4원(분기당 2.1원) 올리거나 10.4원(분기당 2.6원)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실제 인상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선 총선 이후에나 전반적인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사이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은 심화하고 있다.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시작된 영업손실로 인해 현재까지 누적된 적자가 47조원에 달한다. 총부채 규모도 204조원을 넘어선다. 가스공사의 경우 3분기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이 상반기 말보다 2767억원 증가한 12조5202억원 수준이다.에너지요금 인상이 정치셈법을 벗어나려면 독립기구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처럼 노·사·정은 물론 시민사회가 다양하게 참여하는 독립기구를 설치해 상황에 맞게 인상과 인하를 결정해야 한다. 실제 미국은 주별로 공익사업위원회(PUC), 영국은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 일본은 전기·가스시장감독위원회(EGC) 등을 통해 독립적으로 전기·가스요금을 결정하고 있다.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해 에너지요금의 탈정치화를 이루길 바란다.ㅍ
[기고] '인구 절벽' 시대 청년의 자살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당 0.778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현재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급선무는 바로 '청년 자살'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 조사된 10~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다. 다른 것보다 우선 현존하는 국민의 고질적인 고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해야만 비로소 '아이 낳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2019년 말 갑작스레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집계된 사망자 수만 3년간 3만 2,156명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자살한 사람들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은 3만 9,435명이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도 자살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네덜란드 선원 하멜이 쓴 '하멜표류기'를 보면 병자호란 당시 산에서 목을 매달아 죽은 사람의 수가 전쟁에 나가 목숨을 잃은 수보다 많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살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팽배했던 시대상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들을 동정했더란다. 오늘날 우리는 OECD 국가 중 압도적 자살률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군 이래 어떤 때보다 태평성대라는 요즘에도 어떤 이들은 홀로 남모를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22년 창원시 청년 통계에 따르면 15세부터 34세 청년 중 5.7%가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원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27.6%)'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직장문제(실직 포함)(18.7%), 학교 성적 또는 진학 문제(17.0%)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청년들이 다른 것보다도 직장을 구하고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리는 데서부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청년들이 겪는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무엇보다 탄탄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창원시에서는 청년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내일저축계좌, 청년 자격증 시험 응시료 지원,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심리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의 경우에는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청년마음단디센터에서 마음 건강 상담, 마음 건강 검사, 그룹인지행동치료,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경남지회에서도 경남청년센터와 협약을 맺고 청년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또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면밀히 들여다보려는 집단적인 노력이 촉구된다. 정부는 지난달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혁신위원회를 설립한 뒤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을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살을 심각한 인구 문제이자 재난으로 간주하고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것이다. 살기 좋은 세상은 다름 아닌 청년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일 것이다. 이 둘은 무관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갈등이 만연한 세상 속에 청년이 바로 서서 미래를 이끌 수 있도록 더욱 이들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탑어스 경남지회 단장 박재현
[기자수첩]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 진정성 어린 사과해야
"동양생명을 제대로 경영하겠다는 의지는 안 보였습니다. 회삿돈 배임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묻는 말에 저우궈단 대표는 그저 '임기를 채우고 그만둘 것이며 그 전에라도 대표이사 임명권을 가진 이사회로부터 사퇴 승인을 받아오면 오히려 고맙겠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동양생명 노동조합의 한 고위 관계자는 CEO(최고경영자)인 저우궈단 대표의 회삿돈 배임 의혹과 관련해 사과나 입장표명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달 중순 저우궈단 대표와 만났다는 그는 "대표가 꺼낸 거취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못해 한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수일이 늦었다"며 "자진사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말하는 등 내로남불이었다"고 토로했다. 배임 의혹이 알려진지 1개월 이상 지났지만 저우궈단 대표는 여전히 동양생명 임직원들에게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동양생명이 저우궈단 대표의 회삿돈 배임 혐의 때문에 홍역을 치루고 있다. 동양생명은 올해 9월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사업비 운영실태 수시검사에서 저우궈단 대표가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회삿돈 27억원 사용했다는 혐의가 적발되면서 내부적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동양생명은 장충테니스장에 직접 입찰 참여 및 운영이 불가능하다. 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공고 상 최근 5년 이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 있는 자만 입찰에 참여 가능하며 낙찰자는 '제3자에게 운영권 일부 또는 전부의 전대(轉貸)'를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은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에 필드홀딩스를 참여시켰다. 이후 운용자로 선정된 필드홀딩스와 대외적으로는 테니스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처리했다. 필드홀딩스는 스포츠시설 대관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다. 필드홀딩스가 지난해 10월 3년 분할납부로 낙찰 받은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의 낙찰가액(26억6000만원)을 전액 보전하는 광고계약이다. 필드홀딩스에 기본 광고비 명목으로 연간 9억원씩 3년간 총 27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인데 1년차분 9억원을 지난해 10~12월 지급했다.금감원은 입찰공고상 낙찰자인 필드홀딩스는 제3자인 동양생명에게 운영권을 넘길 수 없는데도 동양생명이 내부적으로 장충테니스장의 시설 운영을 기획·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권자로서의 역할을 행사해 왔다고 지적했다. 테니스뿐만이 아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저우궈단 대표가 적절한 내부통제 없이 사택지원 금액 한도를 월 10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올린 혐의도 드러났다.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을 강하게 주장한 저우궈단 대표에 임직원들의 실망감이 더 큰 이유다. CEO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이번 사태가 알려진 후 저우궈단 대표가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임직원들에 대한 사과에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저우궈단 대표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저우궈단 대표의 이야기대로라면 그가 한국을 떠날 날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남은 기간 중 저우궈단 대표의 임직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경영을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한지붕 두가족' 임종룡호, 해묵은 갈등 해소하나
우리금융지주 임종룡호가 출범 9개월째를 맞았다.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이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사태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지난달 우리금융은 내부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금융이 내부정보 유출 문제로 지주와 은행 임원들의 휴대폰 등을 조사했다는 지적이다.지난달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후 손태승 전 회장의 고문 위촉 관련 내부정보가 유출됐고 시민단체가 이를 금융당국에 고발하자 조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선 '한일' 출신 손 전 회장이 고문직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 사실을 '상업' 출신 임원들이 제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우리금융은 손 전 회장과 2년간의 고문계약을 맺었고 약 4억원의 연봉을 지급키로 했다. 시민단체인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지난달 16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위반이라며 우리금융을 금융감독원에 고발했고 손 회장은 지난 1일 고문직에서 물러났다.지난달에는 우리은행의 1000억원 규모 주식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드러났다. 우리금융이 파생손실을 인지하고도 공개를 지연했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자체적으로 리스크관리 실태점검을 실시해 파생상품의 평가손실 962억원을 발견했으나 올 2분기에 손실을 처리한 바 있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임 회장의 취임 후 임원들의 내부정보 유출 조사,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손실 사태와 함께 편법, 불법행위 적발 등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한지붕 두가족'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보이지 않는 파벌문화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은 통합한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인사시즌 마다 해묵은 신경전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은 1999년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통합 출범했다. 한빛은행은 2001년 우리금융 산하로 편입돼 이듬해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두 은행 출신의 파벌다툼은 한빛은행 공채 출신들이 차·부장급에 오르면서 기세가 약해졌으나 임원급 인사에서 여전히 줄서기·줄대기 파벌문화가 만연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관련한 의혹들은 사실 무근"이라며 "통합 이후 세대들이 주축인 만큼 파벌싸움이 과거처럼 표면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과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를 꼽았다. 관치금융 지적 속에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증권사 인수 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취임 1년차 임 회장이 상업과 한일은행 출신의 갈등 속에 내부 잡음을 잠재우고 기업금융 명가 재건, 증권사 인수 등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지 관심이 쏠린다. 민·관을 두루 경험한 임 회장의 어깨가 그 어느때 보다 무겁다.
[기자수첩]일장춘몽으로 사라진 '중국夢'… 수출 다변화 속도 높여야
올해 초 철강·석유화학 업계 등은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진했던 수요가 살아나면서 시장이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봤다. 업계의 바람과 달리 현재까지도 한국 산업계는 중국 리오프닝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은 탈중국에 힘을 실으며 수출처 다각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한국은 지난 10월 13개월 만에 '수출 플러스'를 달성했다. 기존에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았던 교역국에서 수출액이 증가한 영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 세계 국가의 수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 기준으로 폴란드(15.6억달러↑), 헝가리(12.4억달러↑), 튀르키예(10.2억달러↑), 키르기스탄(6.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5.5억달러↑), 카자흐스탄(4.1억달러↑), 미국(3.1억달러↑), 아랍에미리트(3.0억달러↑), 벨기에(2.7억달러↑), 카타르(2.6억달러↑) 등의 수출 증가액이 상위 10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10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9개 국가의 수출 규모는 336.9억달러에 달한다. 4위인 일본(214.9억달러)보다 약 1.6배 많다.수출 증가액이 가장 컸던 폴란드, 헝가리, 튀르키예는 유럽 진출의 교두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이차전지 공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차전지 원료 수출은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각각 30.1%, 73.8%씩 늘었다. 튀르키예는 현지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의 유럽 수출이 늘면서 여기에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이 40.1% 증가했다.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은 정부의 해외 진출 정책이 효과를 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방산 무기와 네옴시티 건설(88.1%↑), 건설중장비(81.7%↑), 유압식변압기(133.3%↑) 등의 수출 성과가 있었다. 아랍에미리트는 바라카 원전에 핵연료를 수출하면서 우라늄 수출 증가율이 494.2%에 달했다. 카타르는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로 무계목강관(420.6%↑), 화학기계(5482.1%↑) 수출이 늘었다.중국의 경제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 다양한 국가로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중국경제 동향과 우리 기업 영향 조사'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기업 302곳 중 83%가 중국 경기상황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의 52%는 연초 대비 실적이 저조하다고 밝혔다.미·중 갈등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게 기회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가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해선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처와 시장을 다변화하고 정부는 경제 외교로 수출길을 뚫는 양동 전략을 펼쳐야 한다.정부는 각종 규제 개혁 등을 통해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 국내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해 경쟁국에 비슷한 수준의 세제 혜택과 보조금, 노동 개혁 등으로 우리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기업들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끊임없이 시장을 분석하고 유망 시장을 발굴해 새로운 곳을 찾아 수요처를 다변화화 해야 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필수다.
[기자수첩] MaaS를 향한 기대와 감춰진 우려
최근 정부의 교통정책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MaaS'(Mobility as a Service·마스)다.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이라는 의미다.여러 이동수단은 각각의 서비스 주체다. 이를 하나로 묶어 연계한다면 이용자 관점에선 매우 편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 앞에 나서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역까지 간 뒤 해당 이동수단을 연계해 이용하게 된다.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과 함께 자율주행시대가 열리면 MaaS의 개념은 하늘과 땅으로 확장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버가 육상을 넘어 해상에서도 MaaS 개념을 도입하며 파트너를 모으고 있다. 육-해-공에서 '끊김 없는' 이동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이처럼 MaaS는 이동수단의 끊김 없는 연결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구현하려면 여러 기능을 한 데 모은 '슈퍼앱'이 필요하다. 슈퍼앱은 하나의 앱에서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네이버나 카카오 플랫폼도 넓은 의미로 이에 포함된다.정부는 'K-Maa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도 앞다퉈 'ㅇㅇ형 MaaS'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 여러 이동수단을 대중교통으로 보고 공공기관 주도로 이를 통합,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이렇게 기능이 집중되면 이용자 편의는 증가하지만 그만큼 보안문제나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다. 이용자 동선의 시간대별, 지역별 통계를 낼 수 있어 특정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공공이 확보한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 주체와 주고받을 때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지도 관건이다. 쌓인 데이터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빅데이터 기반 타깃 마케팅으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반대로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다른 이에게 유출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서비스 운영회사 직원의 일탈이나 해킹 등의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문제가 생기거나 서버에 장애가 발생하면 국가적인 교통 대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난해 카카오 서버 화재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최근엔 정부의 행정망 마비 사태도 있었다. 이처럼 서비스의 고도화에 따른 대비책은 반드시 필요하다.정부 주도의 슈퍼앱 전략은 개별 서비스 업체들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형태의 슈퍼앱이라면 개별 업체마다 다른 알고리즘 등 노하우가 유출될 수도 있다.새로운 것을 도입하고 추진할 때는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게 되는데 과도한 정보의 집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무서운 장면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뜻한다.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편리함만 강조하기보다 내 정보가 안전하게 처리된다는 신뢰를 주는 게 먼저다.
'통신 2위' 진흙탕 싸움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최근 이동통신 2위 자리를 둔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LG유플러스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KT를 넘고 이동통신 2위에 오르면서부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월 기준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숫자가 1829만 2170개로 집계돼 KT의 1773만 5022개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KT는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통계를 반박했다. 이동통신 전체 회선 수에 사물인터넷(IoT) 포함되면서 실제 사람 가입자 통계 혼선을 줬다는 것이다. KT는 이동통신 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면 KT가 여전히 2위라고 주장했다.LG유플러스는 과기정통부 발표 통계에 이미 총회선 뿐만 아니라 휴대폰, 가입자기반단말잘치, 사물지능통신으로 세분화 통계가 나가고 있는 상황이고 정상적인 범위에서 가입자를 늘린 것이라며 KT의 주장에 맞섰다.그러나 통신 2위 다툼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지금껏 이통3사의 숙원 과제로 남아 있는 '5G 품질 개선'과 '통신비 인하'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앞서 5G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단 지적을 받았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28㎓ 주파수 대역의 사업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정부의 압박에 통신사들이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정부는 5G 28㎓ 기지국을 약속대로 구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통3사의 5G 28㎓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기도 했다.28㎓ 주파수 대역은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형이 좁고 밀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를 끌어들여 제4이동통신사의 역할을 하게 하고 가계 통신비 인하까지 노리겠다는 복안이지만 소비자들에게 5G 품질 개선을 약속할 방안 마련은 요원하다.미흡한 5G 서비스를 강행한 탓에 네트워크 강국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 키어니에 따르면 2023년 주요 5G 상용화 국가 33개 국가의 5G 준비지수에서 한국은 33개국 중 호주와 함께 6.9점을 기록하면서 공동 6위에 그쳤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나섰지만 결국 글로벌 주도권은 빼앗겼다.5G는 정책적 불완전성의 결과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단 '3만원대 저가 요금제' 출시 등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 정부는 이제 인공위성 기반인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주도권을 잡기 위해 4407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계획도 발표했다. 5G의 교훈을 바탕으로 6G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부터 콘텐츠 개발에 이르기까지 속도전보다는 철저한 전략 마련이 우선이다.
[기자수첩] '반값 아파트' 재테크 수단 아니다
시민들의 주거안정과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에 힘을 주고 있다. 적어도 이 분야에선 중앙 정부(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보다 한 발 앞선 듯 보인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란 토지는 공공기관인 SH가 소유하고 주거용 건물은 분양하는 방식이다. 통상 집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를 장기 임대로 공급함으로써 분양 계약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만큼 싼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계약자가 내야하는 토지 임대료는 서울시내 왠만한 월세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어서 부담도 크지 않은 수준이란 게 SH공사의 설명이다. 실제 SH가 최근 공급한 고덕강일3단지 49㎡(이하 전용면적)의 토지 임대료는 월 35만원이다. 마곡지구10-2의 경우 59㎡ 기준 추정 건물분양가는 3억1119만원이며 추정 토지 임대료는 월 69만7600원이다. 월 70만원에 가까운 토지 임대료가 발생함에도 일반공급은 52가구 모집에 6923명이 몰려 경쟁률 133.1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하지만 반값을 내세우며 장점만을 부각시켰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해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결국 건물만 분양받고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공공이 갖는 구조인데 이를 '반값 아파트'라고 홍보하며 청약자들을 모집하는 게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결국 반전세가 아닌가"라고 말했다.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도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라고 환영하는 쪽도 있지만 토지 소유권이 없어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고 추후 재건축 등의 재산권 행사는 제한될 가능성이 큰 임대아파트라는 것이다. 실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용산구 서부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는 1970년에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된 단지로 1996년 재난위험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조합 설립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토지소유권은 서울시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땅을 통매입해야만 재건축 절차가 진행된다.역시 재건축을 추진해 온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시범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서울시로부터 아파트 토지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왔다. 하지만 단지 내 일부 토지가 국공유지인 것이 밝혀지면서 서울시가 재건축사업 구역 편입 불가 결정을 내리며 '토지 매입 불가' 처분을 알렸다. 이에 한남시범단지는 조합이 설립됐음에도 현재까지 해당 토지로 인해 사업이 중단됐다.현행 토지임대부 주택은 관련 법령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공급 주체인 공공기관에 팔아야 한다. 이때 공공기관의 환매 가격은 통상 분양가 수준이어서 사실상 차익은 기대할 수 없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재테크 수단이라기 보다 싼값에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공급주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정부는 '부실 PF' 자선단체인가
서울 청담동 프리마 호텔을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르피에드청담' 사업이 암초에 부딪쳤다. 지난달 18일 총 464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이 만기됐음에도 전체 채권액의 39%(1800억원)를 지원한 새마을금고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장에 반대한 탓이다.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청담동마저 유동성 위기로 멈춘다면 다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건설업계에선 이젠 부도나 폐업이 먼 얘기가 아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5% 내에 들던 국원건설은 인천 서구 검암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을 진행하다가 지난 10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분양 실적이 좋지 않아 PF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 됐다.PF 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30조3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늘었다. 6월 기준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17%로 3월(2.01%) 대비 0.16%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 PF 연체율은 10.38%에서 17.28%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PF는 부실 가능성이 관측돼도 만기 연장만 되면 연체로는 잡히지 않기에 실제 위험군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해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서 곡소리가 들리자 정부는 올해 다양한 PF 지원책을 마련했다. 4월에는 기존 은행·보험·여신전문금융회사·증권사·저축은행 외에 상호금융권까지 참여기관을 확대한 PF 대주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1조원 넘는 규모의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조성했다. 9월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보증 한도 확대와 요건 완화 등의 대책이 담겼다.PF 시장은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급격한 금리인상과 지난해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레고랜드 부실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신용경색 문제가 큰 데다 향후 경제 변화 등에 따라 부동산 PF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고 작은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경색을 막아보려 하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된 적은 없었다.부동산 호황기에 개발이익을 노리고 비싼 땅을 샀거나 '한 방'을 노리려는 무리한 투자 욕심으로 자금조달에 실패한 사업장까지 산소호흡기가 연결돼 있다. 이들은 언젠가 부동산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PF 만기를 연장하며 버티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레고랜드 부실사태도 예고 없이 찾아왔다. 지금처럼 부동산·건설업계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선 언제라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성이 떨어진 현장까지 구하려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투자 가치가 있는 곳은 시장 상황이 나빠도 자금이 몰려든다. 일부 경제주체의 손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시장의 톱니바퀴를 멈추게 해선 안된다.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흘려야 할 눈물도 모두 쏟아내야 건전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기자수첩] 메모리반도체 축배, 아직은 이르다
반도체업계에 드리웠던 어둠이 가시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 적자를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다.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는 상황은 맞지만 예년과 비교해선 경영 성적이 턱없이 모자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장밋빛 기대감 보다는 경영환경을 냉철하게 판단,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다.삼성전자 DS 부문은 올 3분기 영업손실 3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2분기 영업손실(각각 4조5800억원, 4조3600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일부 판가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3조4023억원(1분기) ▲2조8821억원(2분기) ▲1조7920억원(3분기) 등으로 영업손실을 축소했다.적자가 지속된 상황에도 양사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이 본격화됐다는 기대감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업황 저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 됐다"고 언급했고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를 저점으로 경영실적이 지속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증권가도 '삼성의 영향력'(삼성증권) '한겨울에 부는 메모리 훈풍'(하나증권·이상 삼성전자 리포트), '상승 사이클 진입'(이하 SK하이닉스 리포트·KB증권) 'DRAM 시장에서의 업계 초격차 유지'(BNK투자증권) 등의 제목으로 리포트를 쏟아내며 매수 의견을 냈다.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적자가 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쁨에 젖어 들기는 아직 이르다. 지금 상황은 아직 불황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올 4분기에도 각각 2조원대, 3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예상대로 실적이 나온다면 양사는 2023년 내내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연간 각각 23조8200억원, 6조8094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에 급변할 수 있는 경영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올해 실적 악화 원인이 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과 같은 경영환경 변화가 재발할 수 있어서다. 최근 글로벌 정세는 미·중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불안정성도 증폭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의 금리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핵심은 기술 개발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차세대 HBM인 HBM3E(5세대) 양산 계획을 밝힌 점을 감안, 향후 HBM 시장 경쟁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시장을 선점한 국내 업체들은 차세대 제품 개발을 통해 업계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3E까지 양산 계획을 세웠고 6세대인 HBM4 생산도 계획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메모리반도체로 편중된 사업을 시스템반도체로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2배 이상인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한국 반도체 기업 실적이 메모리반도체 시황에 휘청이는 배경이다.
[기자수첩] '생닭 벌레'에도 막내딸 얘기만 한 김홍국 하림 회장
최근 하림 생닭 제품에서 벌레가 무더기로 발견된 가운데 김홍국 하림 회장이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식품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어떤 공식 입장도,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어린이식 브랜드를 소개했다. 브랜드 론칭 공식 기자간담회에서도 해당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김 회장은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린 하림의 새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 론칭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푸디버디는 김 회장과 하림의 부모 직원들이 연구·개발에 참여해 탄생시킨 브랜드다. 김 회장은 자신을 "하림그룹의 회장이자 네 아이의 아빠인 김홍국이다"라고 소개하며 "마음 놓고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고, 진짜 재료로 제대로 된 맛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푸디버디를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김 회장은 어린이식 브랜드를 선보이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막내딸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아토피를 앓던 막내딸을 위해 인공감미료가 없는 라면을 만든 이후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식품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최근 하림은 식품 안전 논란에 휩싸였다.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하림 생닭 제품에서 벌레처럼 보이는 이물을 발견했다. 이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고 하림 공장 위생 상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사안에 대한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이런 상황에서 하림이 어린이식 브랜드를 론칭했다. 해당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림은 '벌레 생닭'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이나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어린이식 브랜드 론칭 자리에서도 이에 대한 김 회장의 언급은 없었다. 기자는 하림에 식품 안전 문제에 대해 질의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이날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브랜드 소개와 시식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질의응답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막내딸과의 일화만 이야기한 이후 자리를 떠났다.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안전사고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사태 파악과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이다. 생닭에서 벌레가 발견된 이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공식 석상에 나타난 김 회장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웃으며 새 브랜드의 맛과 품질만 강조하고 떠난 김 회장이 직접 연구·개발에 참여한 '푸디버디'를 부모들이 '마음 놓고' 먹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기자수첩] '희망'도 '도약'도 없는 청년적금… 정책 디테일이 아쉽다
"해지사유를 조사하겠습니다" 지난 24일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2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청년희망적금' 해지율이 24.2%이라는 민병덕(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의원의 질의에 따른 것이다.이 원장의 답을 들으며 맘이 복잡해졌다. 그럴싸한 해지사유가 있을까 싶어서다. 대개는 저축이 부담돼 혹은 급하게 돈이 필요해 중도 해지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 9%의 금리 혜택에 정부 예산으로 저축장려금까지 얹어 준다고 해도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지금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게 24.2% 청년들에게는 더 중요했을 수 있다. 이유야 뭐가 됐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소리다.올 6월 나온 윤석열 정부표 '청년도약계좌'는 그래서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70만원을 적금하면 정부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을 보태 5000만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게 설계됐다. 청년희망적금과 비교해 만기가 3년 더 길다.만 19~34세인 청년 중 개인소득 기준(총급여 기준 6000만원 이하는 정부기여금 지급·비과세 적용, 총급여 기준 6000만~7500만원은 정부기여금 지급없이 비과세만 적용)과 가구소득 기준(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을 충족하는 경우 가입할 수 있다.다만 어쩐 일인지 흥행이 저조하다. 청년도약계좌 신청자 수는 처음 출시됐던 지난 6월 76만1000명을 기록했다가 매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7월에는 44만명, 8월에는 1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8월까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42만2000명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올해 목표인원(306만명)의 13.7% 수준이다.청년들은 이만한 금융상품이 없다는데 입을 모으면서도 청년도약계좌 역시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다. 만기가 너무 길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금리 경쟁력도 힘을 잃었단 지적이다.물론 금융당국은 중도 해지를 막기 위해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한 대출(적금담보부대출)을 운영하기로 하는 등 정책 보완에 나선 상태다.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에게 혜택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다만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게는 적금을 유지하는 대신 내야 하는 대출 이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퇴사, 이직 등 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엔 늘 변수가 많다.내년 2월이면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도래한다. 꼬박꼬박 돈을 넣은 청년이라면 1인당 최대 1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당국은 청년희망적금의 환급금을 청년도약계좌로 일시 납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년 자산 형성의 지속성을 위해서다. 과연 5년 뒤 통장을 보고 웃는 청년은 몇 명이나 될까. 청년 금융정책의 디테일이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기자수첩] 아파트값 뺨치는 초고가 치료제 보험급여의 딜레마
건강보험(건보)에 등재된 초고가 약의 치료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영등포갑)에 따르면 킴리아를 투여한 이후 6개월이 지난 환자들의 반응평가를 분석한 결과 130명의 환자 중 99명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 킴리아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다.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으로 유명하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이후 2018년 유럽, 2019년 일본 순으로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선 2022년 4월 킴리아의 건보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금이 600만원 이하로 낮아졌다.지난 9월 기준 국내 환자 146명이 킴리아를 투여했다. 소아 백혈병 환자가 21명,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125명이다. 문제는 비용 대비 효과성이었다. 건보공단은 투약 비용으로 526억원을 썼다. 효과를 본 사람은 31명에 그쳤다. 반면 같은 해 6월 건보에 등재된 1회 투약비용 19억8000만원에 이르는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는 10명 중 9명이 효과를 봤다. 치료 성과를 비율로 단순화하면 25%대 90%로 졸겐스마가 킴리아를 압도했다.한국노바티스 측은 '킴리아 투여 후 6개월과 12개월 지난 시점이 기준인 만큼 건보공단의 최종 심사결과에 대한 자료가 아니다'는 입장문을 냈다. 킴리아의 허가 적응증(3차 치료)보다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에 단기적인 평가보다는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칫 '물약 소동'으로 번질 수 있었지만 킴리아 사건의 반향은 크지 않았다. 효과를 본 31명의 환자가 킴리아 덕에 새 삶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김 의원의 지적은 약효가 아닌 치료 성과가 낮음에도 수백억원의 급여를 소진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김 의원은 "초고가 약의 지속가능한 급여를 위해서는 성과단위 위험분담제를 강화해 치료 효과가 없을 시 제약사의 환급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초고가 약은 희귀 환자들에겐 유일한 대안인 만큼 건보 지원에 대한 이견은 없으나 보험급여 소진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정부는 지나치게 비싼 약의 경우 환자마다 치료 성과를 추적 관찰해 효과가 없다면 계약에 따라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약회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위험분담제'를 시행하고 있다. 약마다 환급비율은 비공개지만 질환의 위험도에 따라 기업에 유리한 비율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신약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022년 초만 해도 2019년 FDA 승인을 받은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가 210만달러(27억원)로 가장 비싼 약이었다. 같은 해 8월 블루버드바이오의 베타지중해 빈혈치료제 진테글로가 280만달러(36억원)로 졸겐스마를 뛰어넘었다. 불과 한 달 만에 300만달러 벽이 깨졌다. 블루버드바이오의 부신백질이영양증(ALD) 치료제 스카이소나는 1회 투약비용이 300만달러(38억원)에 이른다.희귀질환 관련 초고가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보험급여 관리를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악화하는 건보 재정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초고가 치료제의 급여 등재를 막을 명분은 없다. 환자와 건보 재정 모두를 살리는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의사끼리' '의사만' 뼛속까지 의사… "실력 행사? 특권도 내려놔라"
최근 경북의 한 소도시에서 어르신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가족은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구급차에선 심폐소생술까지 이뤄졌다. 그의 갈비뼈가 으스러졌다는 사실은 쓰러진 지 3시간 뒤인 다른 도시의 두 번째 병원에서 알 수 있었다. 병명은 뇌졸중으로 인한 뇌출혈. 적절한 응급의가 없는 소도시에서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뇌수술을 한 뒤 닷새가 지났지만 그의 의식은 여전히 없다.지역의료가 위태롭다. 응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너무 먼 데 있다. 그나마 이들을 살릴 수 있는 필수의료인 응급실과 중환자실마저 지역 병원들이 축소 운영한다.국내 전체 병상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4.3개)의 약 2.9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중 일반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7.3개로 OECD 평균(3.5개)보다 2배 이상 많다. 역설적이게도 2021년 한국의 임상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사실상 꼴찌다. 병상은 널렸는데 의사는 없다는 얘기다.병상은 많고 의사는 적은 기형적 의료구조는 지역의료를 무너뜨렸다. 병원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막대한 연봉을 불렀으나 의사들은 이를 외면했다. 의사들이 돈벌이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생명을 살린다는 특권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다는 것이다. 2021년 OECD에 따르면 한국 전문의 월급은 일반 노동자 월급의 4.4배에 달했다. 개원의 소득은 7.5배에 이른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사들의 소득 수준이 2022년과 2023년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본다.자본주의를 가장 잘 활용하는 의사들은 '부의 이전'까지 실천한다. 축적한 부를 통해 가업을 대물림한다. 의사의 자녀가 의사이거나 의대를 준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대물림은 2대를 넘어 3대로 이어진다.가업의 승계를 비판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뼛속까지 의사인 이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가업으로 의사를 추천하면서 무너지는 의료체계를 구경만 했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다. 의대 정원은 17년째 3058명으로 제자리다. 전 세계와 비교해도 한국의 의대 졸업생은 인구 10만명당 7.3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이스라엘(6.8명) 일본(7.2명)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의사끼리' 혹은 '의사만'이라는 기득권 세력을 만들었다. 하물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도 의사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최근 논쟁이 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앞에선 철저한 반대를 외치는, 이 소수의 목소리는 강력하다. 실제로 의사단체는 정부의 '1000명 증원설'에 파업 으름장을 놨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정책 발표를 고심하고 있다. 2024년 입시 연도부터 도입할 것이라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얼마나 어떻게 의사 수를 늘리는 지에 대해선 여전히 비공개다.의사가 의대생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비 지출 확대 ▲부실 교육 등의 주장을 앞세운다. 이는 현실적인 괴리감이 있다. 의료비가 늘어나는 게 왜 의사들이 걱정할 일일까. 의료비를 올리는 비급여와 과잉진료의 책임은 누구한테 있을까. 의대생 증원과 부실 교육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방식으로 능력에 따라 돈을 벌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력을 행사한다면 사회가 준 특권도 내려 놓아야 한다."
[기자수첩] '당 과다섭취' 문제를 탕후루에 묻는다니
외식가를 '반짝' 휩쓸고 가는 아이템이 있다. 주로 디저트류가 짧은 시간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확산한다. 한때 벌집 아이스크림이 그랬고, 도지마롤이 그랬고, 대왕 카스테라가 그랬다. 이번에는 탕후루다.중국 전통 간식에서 유래한 탕후루(糖葫蘆·설탕 호리병박)는 딸기, 귤, 샤인머스캣 등 과일을 꼬치에 끼워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만든 디저트다. 독특한 식감과 단맛으로 1020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올 들어 탕후루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발간한 '배민트렌드2023 가을·겨울편'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내 '탕후루' 검색량은 지난 1월과 비교해 7월 47.3배 늘었다. 젊은 세대들이 자주 찾는 서울 홍대거리는 탕후루 꼬치 쓰레기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 정도다.탕후루를 먹어보기도 전에 탕후루 기업의 국정감사 소환 소식을 먼저 듣게 됐다. 국정감사에 불려간다기에 가맹점 갑질 또는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문제일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탕후루 전문점 '왕가탕후루'를 보유한 달콤나라앨리스의 김소향 대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불출석 의사 등을 이유로 김 대표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를 철회했으나 이번 소환을 두고 의아하다는 생각은 수그러들지 않았다.당초 보건복지위원회는 김 대표를 대상으로 청소년 설탕 과소비 문제와 관련해 질의할 예정이었다. 탕후루의 당이 당뇨와 비만 등 질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 삼은 것이다.청소년의 당 과다 섭취 문제를 탕후루 프랜차이즈에 따져 묻는 것이 맞을까.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하루 적정 당류는 50g가량이다.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이보다 적은 25g 정도가 적정량이다.왕가탕후루의 한국분석센터 영양성분 검사에 따르면 탕후루 한 꼬치 기준 포함된 당류는 10~25g 정도다. ▲블랙사파이어 24.7g ▲애플포도 22.3g ▲파인애플 21.5g ▲샤인머스캣 21.1g ▲스테비아토마토 20.9g ▲거봉 15.6g ▲귤 14.0g ▲블루베리 13.5g ▲딸기 9.9g 등으로 나타났다. 물론 적은 양은 아니다. 한 꼬치 기준 성인은 하루 적정 당류의 최대 50%를, 어린이·청소년은 최대 100%를 섭취하게 돼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문제는 탕후루 만큼 당이 많이 포함된 가공식품이 사방에 널려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음료의 성분표를 들여다보면 탕후루 만큼 당류가 많이 포함된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카라멜 마키아또 22g ▲바닐라빈 라떼 27g ▲돌체 라떼 39g ▲자바 칩 프라푸치노 42g 등 다양하게 포진됐다. 제주 까망 크림 프라푸치노의 경우 79g이나 포함돼 하루 적정 당류 기준을 훌쩍 뛰어넘었다.청소년의 과도한 당 섭취는 경계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당 섭취가 점점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6월 발표한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당 섭취가 가장 높은 그룹은 12~18세 청소년층으로 평균 섭취량은 47.1g에 달했다.젊은 당뇨병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대 당뇨병 환자는 2017년 2만4117명에서 2021년 3만7916명으로 연평균 12% 늘었다. 전문가들은 운동 부족과 식생활 변화 등으로 비만 인구가 늘면서 젊은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그렇다고 청소년의 당 과다 섭취 문제를 탕후루 운영업체에게 따지겠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 자리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당에 대한 역치가 높아진 점에 대한 개선 방안과 청소년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기자수첩] 주류 무인판매기 나오는데… 온라인 허용은 언제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 기술 등 4차 산업 기술을 적용한 푸드테크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류업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류업계에 신기술·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무인 판매기가 등장하고 스마트오더 서비스가 일상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주류 무인 판매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주류 무인 판매기는 모바일앱 등으로 성인인증 후에 문을 열고 상품을 꺼낼 수 있는 기기다. CU는 업계 최초로 주류 무인 판매기를 도입해 현재 4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도 30곳에서 주류 무인 판매기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류 무인 판매기는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사업 분야 규제 면제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승인하며 도입됐다. 2020년 스마트오더 방식 서비스로 주류 통신판매가 허용되면서 모바일로 주문·결제하고 매장에서 수령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7월부터는 시내면세점 온라인몰에서 주류를 구매하고 오프라인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현행법 상 국내에서 주류 판매는 판매 면허가 있는 장소에서 대면을 통해 구매자가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는 신분을 확인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1998년 전통주에 한해서만 판로 개척을 위해 온라인 판매·배송을 허용했고 2016년 국세청이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개정해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주류는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해 음식점의 주류 배달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온라인 주류 판매는 여전히 규제에 가로막힌 상태다. 온라인 판매 허용 여부를 둘러싼 주류업계의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백서'를 통해 한국 주류 산업의 지나친 규제를 지적하면서다. ECCK 측은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조성해 왔지만 주류 산업은 규제로 인해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도태된 상태"라며 "지나친 규제는 한국 주류 산업의 창의적 활동을 저해할 뿐 아니라 수출할 수 있는 잠정적 기회 또한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주류 판매가 금지된 국가는 한국과 폴란드 단 두 곳뿐이다. 온라인 주류 판매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청소년 음주 문제와 도소매 판매업체 생존권 이슈를 꼽을 수 있다. 청소년 건강과 중소상인, 골목상권 보호 등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주류업계에서는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논의 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오더로 주문·결제하면 3자 수령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선물하기 기능 확대하기 등은 소비자 편의를 높이면서 도소매점 매출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부터 순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주류 소비층이 젊어지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온라인에서만, 또는 오프라인에서만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최저가를 검색해 온라인에서 구매하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경하고 오프라인에서 구입하기도 한다.오랫동안 고여있던 주류산업에 IT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개별적인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한국 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같이 한걸음 내딛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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