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신뢰 없이 베푸는 호의의 위험성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의 디지털 규제'는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막강한 파워로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을 엄호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는 구글이 떠오른다. 인앱결제, 망 사용료 이슈까지 대립하던 구글은 이번엔 고정밀 지도까지 내놓으라고 한다. 무리한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 네트워크 권력을 가진 구글은 전방위 압박을 통해 가능성을 점차 높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한국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했다.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종 결정을 몇 차례 미루면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구글이 원하는 건 축척 1대5000급 고정밀 지도다. 평균 2m 이내의 위치 정확도를 바탕으로 도로와 건물, 지형고도 등 세부 지형지물까지 표현된다. 만약 이 데이터가 구글의 보안 처리되지 않은 위성영상과 결합된다면 국내 주요 군사·보안 시설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단순히 관광 편의성의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한국 정부는 지난 30여년간 고정밀 지도 유지와 관리에 6700억원을 투입했다. 항공사진 촬영 및 기준점 측량 비용을 빼더라도 매년 유지비만 300억원이 든다. 구글은 1대5000 지도는 고정밀 지도가 아니라고 공식 입장까지 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은 해당 주장이 잘못됐다고 했다. 수십년간 국가가 축적한 정보자산을 글로벌 플랫폼이 맨입에 가져가려는 것이다. 구글은 관광객들의 편의성 제고를 내세우지만 실제 목적은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 생태계 장악이 목적이다. 경제적 손익 계산을 넘어 고정밀 지도는 안보 자산이자 산업 비밀과 맞닿아 있는 정보다. 지도를 반출해주더라도 이후에도 사후 관리가 요구된다. 국내에서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암호키는 분리 보관하는 등 여러가지 보안 조치가 필수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냉정히 말해 구글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신뢰를 입증하지 못했다.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이용대가는 내지 않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책임 있는 답변을 피했고 법규 역시 무시했다. 2023년 국내에서 약 12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돼 납부 법인세는 5180억원이지만 구글코리아는 법인세를 155억원만 냈다. 심지어 세계 최초로 한국이 제정한 인앱결제방지법마저 구글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무력화했다. 겉으로는 법을 지키는 척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국내 입법 취지를 비웃은 셈이다.이처럼 상대국가를 존중하지 않고 규제는 형식적으로만 따르며 공정한 책임은 외면해 온 기업에 고정밀 지도라는 국가 핵심 정보를 넘기는 것은 무모하다. 미국 정부와 자사의 힘을 믿고 기존 약속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구글이 지도 반출 이후 보안 의무와 활용 제한을 성실히 지킬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안보와 산업 비밀이 걸린 고정밀 지도를 조금의 신의도 보여주지 않은 기업과 나누기란 어렵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가 차원의 규제는 가볍게 무시하는 구글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무력해야 할까.
[기자수첩] 같은 대본, 다른 배우…중국 '저가 공습'의 무대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태양광 산업을 취재하며 묘한 장면을 반복해서 본다. 무대 위에 올라오는 배우는 매번 다르다. 철강이 퇴장하면 석유화학이 등장하고, 그 자리를 배터리와 태양광이 잇는다. 그들이 읊는 대사는 하나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방 수요 부진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대본이 바뀌지 않은 채 배우만 교체되는, 길고 지루한 연극이 계속되고 있다.산업의 쌀인 철강은 2021년 전성기를 찍고 내리막을 걷고 있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홀딩스의 매출은 2021년 76조원에서 지난해 72조원으로 비슷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4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한국 철강이 주춤하는 사이 그 자리를 중국산 저가 강재가 차지했다. 대규모 증설에 나선 중국 철강사들이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강재를 한국으로 밀어냈다. 참다못한 업계는 중국산 후판, 열연, 도금·컬러강판, 특수강 봉강 등에 반덤핑(AD)을 제소하며 대응에 나섰다.석유화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은 자급률 100%를 목표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증설해 왔다. 중국은 2014년 1950만톤이던 에틸렌 생산 능력을 지난해 5274만톤으로 확대했다. 2027년에는 7225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증설 규모는 한국의 연간 생산 능력(1270만톤)의 두 배가 넘는다.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이 증설을 단행하면서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은 갈 곳을 잃었다. 생산 효율화, 정기 보수 등으로 연명하던 석유화학 기업들은 잇달아 비핵심 사업 매각에 나서며 몸집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역할이 가장 큰 영역이 됐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업체 6곳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0위 안에 들었다. CATL이 37.9%로 1위, BYD가 17.8%로 2위를 기록했으며 CALB(4위), 고션(7위), EVE(9위), SVOLT(10위)가 뒤를 이었다.한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을 모두 합해도 2위인 BYD를 넘지 못한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합산 점유율은 16.4%로 집계됐다.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선점한 결과다.태양광 역시 중국의 힘이 막강하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치면서 자국 기업들의 역량이 빠르게 성장했다. 2024년에는 중국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이 사상 처음으로 석탄발전 설비 용량을 초과해 에너지 구조 전환의 분기점을 맞이했다. 막대한 자국 수요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전 세계 태양광 모듈(패널)의 약 85%를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의 위기 원인은 같고 양상도 비슷하다. 값싼 물량이 밀려오고 시장 수요가 줄며 기업은 궁지에 몰린다. 몇 년 전, 다른 산업에서도 이미 본 장면이다. 해법은 우리 안에 있다. 정부는 무분별한 가격 덤핑에 대응할 무역구제 조치와 원자재·에너지 가격 안정, 산업 전환기에 필요한 세제·금융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은 범용 대신 고부가, 모방 대신 창조로 승부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 전환을 이끌 인재를 길러야 한다.중국발 저가 공습의 무대는 앞으로도 계속 열릴 것이다. 그러나 그 무대에서 우리가 같은 대사를 반복할지, 아니면 전혀 다른 결말을 써 내려갈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연극은 계속되지만 결말은 우리가 바꿀 수 있다.
[기자수첩] '코스피 5000의 환상'…한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
빵을 구워본 사람은 안다. 반죽이 완성됐다고 곧바로 오븐에 넣으면 실패한다는 것을. 밀가루와 물, 이스트가 만나 제맛을 내려면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충분한 발효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겉은 부풀어도 속은 덜 익은 빵이 된다.최근 한국 증시를 보면 겉만 부풀고 속은 덜 익은 빵이 떠오른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내걸자 증시 안팎에 기대감이 번졌다. 인공지능(AI), 조선, 방산 등의 테마가 주가를 밀어올리고 외국인 자금도 다시 한국으로 회귀하는 듯한 흐름을 보였다. 오븐 속 빵이 그렇듯 겉이 부풀었다고 속까지 잘 익었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의 실적과 생산성, 투자 환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0.99달러로 OECD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설비투자는 4개월 연속 감소하며 경기 회복 흐름은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미래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최근 한미 무역 협상에서 불거진 관세 문제는 미국의 자국 중심 정책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준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누려온 무관세·저관세 혜택이 축소되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같은 핵심 수출 산업에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생산과 고용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현지 투자와 생산설비 이전이 불가피해졌다. 이 과정에서 기술과 자본이 외부로 빠져나가고 국내 산업 생태계가 약화될 수 있다. 국내 기업 경영 환경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법인세 인상을 비롯해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예고되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잇따른 규제 입법은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고 경영 불확실성을 확대한다. 상법 개정안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은 경영권 방어 장치를 약화시키고 노란봉투법은 노사 분쟁에서 사용자 부담을 높인다. 결국 지금은 대외·대내 환경이 동시에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확산, 국내 규제 강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과연 '코스피 5000' 시대를 견인할 만큼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빵을 제대로 만들려면 밀가루와 물, 이스트, 온도와 발효의 시간까지 모두 맞아야 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겉만 그럴듯하다가 식은 뒤 주저앉는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실물경제와 제도 개혁이라는 속 재료가 받쳐주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진정한 체질 개선 없이 한국 경제를 낙관하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눈앞에 보이는 부풀어 오른 그래프가 아니라 그 그래프를 떠받칠 탄탄한 토대다. 지금 진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불편한 진실을 묻는 용기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남탓만 하는 카드사의 스테이블코인 늦장 대응
"대세라고 하니 급하게 준비를 하긴 해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얽혀 우왕좌왕하는 모습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가 전날 개최된 카드업계의 스테이블코인 대응 회의와 관련해 한 말이다.카드업계가 그동안 미온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자 뒤늦게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얘기다.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여신금융협회 회의실. 김은조 여신협회 전무를 비롯해 신한·삼성·KB국민·하나·현대·롯데·우리·비씨카드 등 8개 카드사 디지털 부문 임원들이 마주 앉았다.회의는 당초 계획에 없었지만 최근 일부 회원사에서 필요성을 제기해 급하게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급하게 준비된 탓인지 스테이블코인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는 카드사는 TF(태스크포스) 회의에 영업부서 임원이 참석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자리가 급히 마련된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인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새로운 결제 시장에 대한 카드업계의 어설픈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여신협회와 카드사들은 카카오 토스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사의 공세에 맞서 QR결제 규격 표준화 서비스를 추진했다. 서비스는 카드사마다 다른 QR코드 규격을 통합한 게 핵심으로 해당 QR규격이 적용된 가맹점도 함께 확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출범 1년이 지난 현재 여신협회는 서비스 가맹점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A카드사 앱에 B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오픈페이'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페이 상륙과 빅테크의 공세에 맞서 카드업계가 띄운 연합전선이었지만 낮은 인지도와 지지부진한 성과는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페이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씁쓸한 현실을 꼬집었다.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실물 자산에 연동돼 가격이 안정적인 암호화폐다. 현재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POS(포스)단말기로 결제하면 VAN(부가통신사업자)사가 카드사에 결제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가 코인을 가맹점에 바로 전송해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진다.결제 가맹점 수수료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온 카드사 입장에선 생존 방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변화다.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비자, 마스터카드의 주가가 흔들린 바 있다.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 금융당국 규제 강화 등 외부 악재에 실적이 악화일로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에 대응은 늘 늦었고, 실행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카드업계가 결제 생태계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게 과연 외부의 문제일까.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제때에 노를 들지 않으면 떠내려가는 건 시간문제다.
[기자수첩] STO 법안, 방치하다 '골든타임' 놓친다
STO(토큰증권) 법안 논의가 국회에서 또 지연됐다. 지난 21일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오르며 관련 업계 기대감을 키웠으나 다뤄지지 못했다. 여야 대립, 의견 충돌 때문이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였다. 2년 전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의 발행 및 유통 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한 후, 그 해 21대 국회에서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열리면서 지난해 10월 전자증권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까지 미뤄진 상황이다.STO 법안은 드물게 여야, 정부, 업계 모두 혁신 과제로 인정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앞순위 법안 논의 지연'이라는 행정적 사유로 심사가 밀렸다. 빨라야 다음 달에 다시 논의될 수 있으나 이 또한 확언할 수는 없다. 국회는 디지털 금융 패권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입법의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희망을 접지 않는다. 논의 순번만 미뤄졌을 뿐 법안 자체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은 없어서다. 업계는 법안이 통과하는 즉시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 준비를 마쳤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달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플랫폼'을 발표했다. STO 법제화에 대비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이다. 증권사, 조각투자사업자 등 업계는 STO 관련 업무 대비를 마무리한지 오래다. 이번 미국과 한국의 입법 과정을 지켜보며 각국이 혁신 과제를 입법화하는 속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체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각)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내에서 규정하는 'GENIUS Act'(지니어스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불과 지난달 발의돼 같은 달 상원을 통과하고, 이어 17일 하원에서도 통과되며 단기간 내 입법 절차를 마쳤다. 단 한 달만에 통과된 미국의 사례는 한국의 STO 법안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만든다. 국가마다 입법 시스템은 다를 수 있으나, 정치 대응 속도는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STO 법안의 미비로 시장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STO가 디지털자산 법제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하다. 그러나 발목을 잡는 건 행정적 일정이다. 여야 합의만큼 중요한 건 '집행력'이다. 법안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업계의 바람대로 통과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수장 공백 길어지는 금융당국… 혼란 속 시장은 '스톱'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요. 여름휴가 일정조차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길어지는 금융당국 수장 공백 상태에 대한 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금융당국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모든 현안이 '올-스톱' 된 데 따른 불편을 토로한 것.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대선 직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자 지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임 상태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는 지난 5월 퇴임한 김소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퇴임한 이후 두 달가량 공석이다. 금융감독원장 자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이후 후보자만 거론될 뿐 공식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최근 국내 시장은 국내외 거시경제적인 상황들로 불안정한 국면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양대 컨트롤타워의 공백이 장기화한 점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그 사이 시장 불확실성은 커지고, 금융 현안도 쌓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고금리와 고물가 충격 여파 속에서 휘청이고 있고 미국 정부의 관세 압박도 이어지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내부 상황 역시 핀테크 규제 정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점검, 은행 자본규제 개편까지 긴급한 국내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런 시점에 수장이 부재하고 국장급 실무진이 임시방편으로 대응 중이라는 상황은 불안함을 가중하는 부분이다. 현재 금융정책은 대통령실 경제수석실이 기획 틀을 짜고, 금융위원회가 제도·규제 정비를 설계, 금융감독원이 시장 집행과 감독을 담당하는 삼각형 구조다. 하지만 이 중 두 축이 동시에 공석이라는 건 단순히 자리가 비었다는 차원이 아닌, 시장을 설계하고 조율할 컨트롤타워 자체가 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업계도 '정지 모드'다. 은행, 증권, 핀테크, 보험업계 모두 핵심 정책의 방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규제나 완화 방안이 전혀 감도 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규제 변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불리 신사업이나 전략 등을 추진할 수 없어 일단정지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장 공백은 단순히 행정적인 차원을 넘어, 금융시장 전체의 '정지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정부 아래에서 시장도 함께 멈춰 선 셈이다.정부가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나오며 금융권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일원화해 '금융감독위원회' 체제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직 공식 안도 아니고 구체적인 실행 일정도 없지만 해당 내용은 금융권에서 거론되는 것은 물론 언론에도 보도되며 혼란을 더한다.핵심 컨트롤타워가 멈춰 선 금융시장은 방향을 잃었다. 금융소비자 보호도, 자본시장 혁신도, 디지털금융 정책도 수장의 공백 속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이에 "유임이든 교체든 빨리 정해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의 공백은 결국 시장의 혼돈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금융소비자의 몫이 된다. 정부가 원하는 금융 정책을 실현할 인물을 하루 빨리 발굴, 임명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다.
[기자수첩] '이재명표 바이오' 방향은 옳다… 관건은 '속도'
"인도나 태국 등이 제3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누릴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요. 3년에서 5년이면 많이 간 것입니다. 그 전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화 돼야 하고 정책적 지원도 글로벌 관점에서 필요합니다."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된 바이오USA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팔로워'로서 성과를 냈으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면모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섞여 있다.이번 바이오USA의 화두는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 바이오USA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중국관을 운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3~5년 안에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 배경이다.이 부회장은 "옛날에는 중국의 기술을 의심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중국을 무시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역시 "신약 파이프라인 숫자 등 중국 기업들이 활동하는 역량을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평가했다.국내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하고 신속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제약·바이오 공약의 방향이 옳다고 판단하면서도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후발국에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 '지원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료의약품 자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국과 인도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만큼 과거 요소수 사태와 유사한 의약품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업계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를 네거티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도 업계에서 환영받는다. 규정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면 신약개발을 보다 자유롭고 빠르게 할 수 있어서다. 이 밖에 R&D(연구·개발) 투자시스템 구축, R&D 투자비율 연동형 약가보상체계 구축 등의 공약도 긍정적인 평가다.관건은 지원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지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반도체, AI(인공지능) 등 핵심산업과 견줬을 때 비교적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반도체와 AI가 각각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 및 미래 먹거리인 만큼 제약·바이오산업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늦게 마련될수록 후발국과의 격차는 좁혀지고 선두 주자와의 경쟁은 힘들어질 전망이다.이 부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은 이번 정부에서 키우려는 산업 톱5에 분명히 들어간다"며 "이번 정부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부의 확실한 지원책이 '빠르게' 마련되길 기대를 걸어본다.
[기자수첩]게임업계에 필요한 성장방정식
2022년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는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게임 공약이 봇물을 이뤘다. 여당과 제1야당을 가릴 것 없이 게이머 친화적인 약속을 연이어 발표했다. 3년 뒤 치러진 이번 21대 대선은 달랐다. 12.3 계엄 사태로 급박하게 치러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 게임정책특별위원회의 움직임이 눈길을 끌었다. '게임은 문화'라는 인식 아래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들을 구상했지만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열되는 콘텐츠 경쟁 속 위기를 타파할 과감한 규제 혁파가 절실하다. 게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23년 국내 게임 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보다 3.4% 오른 23조원이다. 지난해엔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25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이는데 K-POP과 한류 열풍을 잇는 K-콘텐츠의 한 축으로서 손색이 없다. 현실은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처지다. 진짜 산업으로 대우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선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처럼 정치권은 청년층 공약으로 '게임 진흥'을 외치지만 제자리만 맴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중독 질병 코드 지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게임 유저들의 불만이 높은 거버넌스 개혁도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e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문화와 스포츠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지만 아쉽게도 이번 대선에선 공약 수준이 아닌 당 차원의 정책 제안에 그쳤다. 게임업계는 항상 줄타기를 한다. 2021년부터 둔화된 성장세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고 신작 흥행은 일부 게임사를 제외하면 손에 꼽을 정도다. '대작' 하나에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시대에 개발비는 늘었지만 성공 가능성은 줄었다. 넥슨과 크래프톤 같은 자본 여력이 있는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게임사는 퍼블리싱이나 IP(지식재산) 위탁 형태로 버틴다. 올해 1분기 상장 게임사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컴투스,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 다수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블록체인'이다. 일명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로 가상자산을 통해 보상을 주고 게임 안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다행히 한국 게임사들의 경쟁력이 상당하다. 위메이드 '미르4' 글로벌 버전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고 컴투스, 네오위즈도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업계 맏형 넥슨까지 최근 메이플스토리에 블록체인을 가미했고 코인 '넥스페이스'를 발행했다. 앞서가는 게임 기업 역량과 다르게 국내 시장은 얼어붙어 있다.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P2E의 인게임 이코노미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게임 산업을 확장하는데 한국만 '금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P2E 자체를 부정적 이미지로만 재단하는 태도는 문제다. 새로운 산업은 규제보다 '성장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김남국 전 의원 사건은 무죄 수순으로 가고 있고 김 전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으로 선임됐다. 민주당 역시 과거의 과도한 공포감을 떨쳐버려야 한다. 김남국 사태 이후 여론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나 기술 자체까지 부정해선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 과거 리니지와 던전앤파이터,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처럼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그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산업 시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P2E나 웹3, NFT(대체불가토큰)와 같은 영역은 세계 각국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전장이다. 국내 게임사가 규제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린다면 기회는 외국 자본 손에 돌아갈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산업의 '새로운 성장방식'을 강조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
[기자수첩] '산업의 쌀' 철강 멈추다
한국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이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해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1제강·1선재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최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철근공장을 멈췄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철근 생산라인을 전면 중단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철강산업의 부진은 수요 침체와 중국산 공세 때문이다. 국내 철근 수요는 급감한 반면 중국산 저가 철강재는 무차별적으로 밀려들고 있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정상적인 경쟁이 불가능하다. 일시적인 침체가 아닌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의 통상 압박도 위기를 키운다. 지난 3월 미국은 한국 철강에 무관세 수입쿼터를 폐지하고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달부터는 관세율을 50%까지 올릴 방침이다. 글로벌 고금리, 중국 부동산 침체까지 겹치면서 철강 수요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철강 수요 감소는 철강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건설, 기계 등 주력 제조업의 기반이다. 철강이 흔들리면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수출 경쟁력이 악화하고 생산라인이 멈추며 일자리가 줄어드는 연쇄 반응이 이어진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철강산업은 현재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시장 상황은 급변했지만 정부 정책은 과거 틀에 머물러 있다. 철강을 살릴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철강의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다. 중국산 저가재가 무방비로 유입되는 구조를 방치하면 국내 철강업계는 버티기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환경 기준, 품질 인증 등 합리적인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수입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싼 가격에 저품질 철강재가 쏟아지면 피해는 기업을 넘어 소비자, 국가경제로 확산된다.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에너지 정책도 재설계해야 한다. 고로(용광로) 중심이던 철강 생산이 전기로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은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춘 행보다. 전기요금 급등으로 전기로 제강사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동국제강은 이례적으로 야간 조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예측 가능성, 안정성도 부족하다. 요금이 급등락을 반복하면 기업은 장기 투자를 계획할 수 없다. 전기료를 낮춰 달라는 것이 아니다. 철강업계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친환경 전환을 위한 투자 지원은 선택 아닌 필수다.위기 속에서 한국 철강은 새로운 대통령을 경제 수장으로 맞았다. 국가 운영의 방향타를 새로 쥔 정부는 철강산업부터 다시 바라봐야 한다. 말로 만든 정책은 기대를 낳지만 실행된 정책은 산업을 살린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더 이상 방법은 없다.
[기자수첩] 대선후보 한마디에 오락가락… 방향성 잃은 한국 증시
"보여주기식 정책만으로 국내 증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혼란스러운 국내 증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증시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 기본적인 성장 토대를 단단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최근 국내 증시는 체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 경기 불안과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등으로 국내 주식 시장은 상승 동력을 잃은 상태다. 전체적인 흐름은 박스권에 갇혔는데 대선 후보 이슈에 특정 종목 주가가 널뛰기하는 형국이다. 이렇다 할 증시 주도주가 보이지 않으니 목이 마른 투자자들은 일시적으로 반짝 상승하는 정치 테마주에 몰리게 되는 상황이다. 오는 6월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 주자들의 말 한마디에 관련 종목들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점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와 온누리 상품권을 확대하겠다고 말하자 지난 7일 지역화폐 관련주 웹케시와 코나아이 등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테마주도 난립하고 있다. 7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단일화를 논의한다는 소식에 평화홀딩스 등 김 후보 관련 테마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평화홀딩스는 계열사 피엔디티가 김 후보 고향인 경북 영천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김종석 평화홀딩스 회장이 김 후보와 같은 경주 김씨라는 이유로 김문수 테마주로 분류된다.증시 부진이 지속될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기댈 곳 없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국내 증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주식시장을 활성화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후보는 'K-자본시장 선진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본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 회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증시 부양 공약은 역대 대통령 선거마다 등장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 없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코리아 밸류업' 정책은 정치적 리스크 속에서 동력을 잃고 이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도입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대에 폐지가 공식화됐다.이 같은 흐름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 수는 1410만명으로 집계됐다. 투자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국내 증시 수준은 우왕좌왕하는 정부 정책 속에 제자리에 머물러있다.대권주자들도 증시 혼란을 가중하기만 하는 '보여주기식 공약'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국내 증시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국내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장 신뢰성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앞선 사례를 봤을 때 정치적 이슈에 휘둘리는 정책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하는 것도 필수다. 증시 부양을 누구보다 바라는 건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이다. 보여주기식 표심 잡기가 아닌 장기적인 증시 부양과 성장을 바라는 간절한 투자자들의 마음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담길 수 있기를 바란다.
[기자수첩] '안갯속' K바이오 컨트롤타워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졌어요.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그때 지갑을 열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는 분위기입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부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죠. 기대를 모았던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지 않습니까?"최근 만난 한 바이오 벤처 대표의 푸념이다. 기술 개발과 사업 안정화를 위해선 투자 유치가 절실한데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도움은 사실상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해외 업체와 추진하고 있는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되기만을 바란다는 그의 눈빛엔 성과 창출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섞여 있었다.투자 유치만 어려운 게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냔 걱정도 잇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에만 의약품 관세를 물린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에 가깝다. 미국 상무부는 의약품 관세 부과를 위해 사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관세 영향권에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제품에 대해 지난 1월 말 기준 9개월분의 재고를 확보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CMO(위탁생산) 시설을 미리 확보하고 필요에 따라 즉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두 회사 모두 대응책 마련 과정에서 정부 도움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제약·바이오 사업 환경이 변하는 상황에서 정부 컨트롤타워인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되레 영향력 축소 우려를 받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조기 대선 일정 시작 등으로 인해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출범 초기부터 힘을 잃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당초 지난해 말 출범 예정이었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계획보다 늦은 올 1월 출범했다. 불안한 출범과 함께 1차 회의를 진행한 뒤 약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2차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앞으로 잡힌 회의 계획도 아직 없다. 국가바이오위원회 관계자는 "회의 안건을 준비하고는 있으나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국가바이오위원회 수장이 계속해서 바뀌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정책의 연속성은 물론 지원 동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출범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이후엔 한덕수 국무총리가 위원장 역할을 대신했다. 대통령이 공석인 상황에서 두 사람이 권한대행을 맡았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다.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현 상황을 설명하는 사자성어로 '암중모색'(暗中摸索)이 적절해 보인다. 어둠 속 손을 더듬어 물건을 찾는다는 의미다. 막연한 상황에서 해법을 찾아 나가는 기업들의 모습과 겹친다. 기업들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 방향을 잡고 사업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 도움이 절실하다. 어렵게 출범한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어둠 속 빛이 돼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안내해주길 바란다.
[기자수첩] 혼돈의 트럼프시대, '노인과 빈공장'만 남을 한국
도널드 트럼프이 내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핵심은 '리쇼어링'이다. 무역적자를 명목으로 전세계를 겨눈 관세 총구도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겨냥하고 있다. 2010년대부터 시작된 제조 외주화가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도전을 불러왔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등 서구 선진국도 제조업 부활을 외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배터리·자동차를 넘어 국가기간산업인 방위산업조차 해외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시행 이후 우리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배당·이자 수익을 늘려가고 있다. 2022년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법인에서 벌어들인 직접투자 소득은 118억달러(16조8409억원)에 달했다. 공장은 해외에 짓고, 이익은 본사로 가져오는 구조다. 외화 유출도 늘었다. 수출로 외화를 벌던 구조는 점차 배당·이자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산업 기반의 약화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자본화된 경제 구조가 국내 산업과 일자리 기반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생산기지 이전이 늘어나면 일자리는 줄고, 고용 기회가 사라진 지역부터 청년 인구가 빠져나간다. 일자리가 사라진 곳엔 소비도, 투자인력도 남지 않는다. 제조 경제가 무너진 자리에 금융 수익만 남으면 결국 스스로 먹고살 힘을 잃어버린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지방 거점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청년 인구 감소는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지역 경제는 서서히 활력을 잃어간다. 일자리가 줄면 고용 기회는 더 좁아지고 결국 남아 있는 생산가능인구마저 빠져나간다. 그렇게 남겨진 도시는 고령화와 침체로 허덕인다.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별명이 붙은 부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세계 신발 생산 1위 도시'로 불리던 부산은 2000년대 이후 제조업 붕괴와 함께 매년 인구가 줄었다. 청년층 유입률은 광역시 평균(20%)의 절반도 안된다. 올해 3월 기준 부산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4.3%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다. 2023년 부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3476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5위, 전국 평균(4649만원) 대비 25% 낮다.부산 등 주요 인구감소 지역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을수록 지역 인구가 늘어난다는 통계적 근거를 제시했다. 공장이 많은 지역일수록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최대 45%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이 사라지면 사람이 떠난다는 사실이 숫자로 입증된 셈이다.산업연구원은 보편관세 부과 시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해 감소할 국내 자동차 산업의 부가가치 규모는 최대 10조6000억원이라 계산했다. 이는 명목상 손실에 불과하다. 생산량이 감소하고 일자리가 감소하면 지역 소비는 줄어들고 서비스업·자영업은 폐업 위기에 내몰린다. 그 손실을 과연 숫자로 계산할 수 있을까. 미국의 일격에 청년들이 미래에 설 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한국탈출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더 적게 벌고 포기하는 삶을 배우라는 말 대신 정부가 과연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대비했는지 돌아볼 때다. 6월에 새로 들어설 새 정부는 '생산 없는 소득'은 거품이고 '소득없는 성장'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간단하게 숫자를 움직여 청년들을 달랠 시기는 지났다. 한국 경제의 진짜 위기는 숫자 상의 성장 둔화가 아니다. 일할 공장도, 살 집도, 미래도 없는 사회에서 청년이 등을 돌리고 떠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기자수첩] 가격 인상 자제, 압박만이 능사인가
"해외에서는 식품류 가격 인상에 우리만큼 저항이 세지 않다. 우리는 라면값 50원만 올라도 정부와 소비자로부터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비판받는다. 이러한 반발을 모두 감안하고서라도 가격 인상을 결정하는 건 '최후의 수단'이라는 뜻이다. 기업은 환율과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등을 모두 계산해 최소 인상 폭을 설정한다."식품 가격 인상 이슈가 한창일 때 한 식품업계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근 탄핵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 기간에 가격 인상이 이어졌을 때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이달 초만 해도 라면(오뚜기·팔도), 맥주(오비맥주), 햄버거(롯데리아·노브랜드 버거·KFC) 가격이 올랐다. 정부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일부 식품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자 '하필이면 이때냐' '기습 인상이다' 등 비판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틈을 타 그동안 정부에서 진정시켜 온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는 지적이다.식품 업계는 원재료 가격과 환율 등 불리해진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고 한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인하했던 가격을 원래대로 되돌린 기업도 있다.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은 기업들을 지속해 압박해왔다. 2023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305.4원, 지난해엔 1365.1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국내외 정세 불안과 관세 전쟁 등 영향으로 1470원대를 찍었다. 원재료 가격이 동일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2023년보다 원료 수입 가격이 12.6% 오르는 셈이다.일부 주요 원재료 가격은 지구 온난화와 병충해 등 영향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이달 들어 커피(아라비카)의 톤당 평균 가격은 8426.2달러로 전년 동기(4866.4달러) 대비 73.2% 높아졌다. 최근 아메리카노 가격 인상폭은 ▲스타벅스 4.4% ▲투썸플레이스 4.4% ▲메가커피 13.3% ▲컴포즈커피 20.0% 등이다. 원두 가격 증가 폭에 비해 가격 인상 폭은 낮은 수준이다.정부는 국정 공백에도 기업에게 물가 안정 협조를 구해 왔다. 농식품부 송미령 장관과 박범수 차관이 식품기업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관리가 쉽지 않다. 정부는 주요 원재료 할당관세 적용, 수입 부가가치세 면제, 원료구입 자금 지원 등을 다각적으로 돕고 있다는 입장이나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본질적으로 물가 안정화를 위해서는 환율, 원재료 가격, 관세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그저 기업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기업들도 가격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감안하고서라도 가격을 올리는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지 않을까. 조기 대선 이후 컨트롤타워가 생기면 물가 안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자수첩] 못다 핀 국가대표 걸그룹의 골든타임
차세대 블랙핑크를 꿈꾸던 다국적 걸그룹 '뉴진스'가 1년째 별다른 활동 없이 공회전하고 있다. 2022년 데뷔 직후 돌풍을 일으키며 K-팝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했지만 현재는 송사로 얼룩진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음악적 성과보다 이슈로 점철된 이들의 현주소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이들은 출구 없는 미로에 빠지며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날리고 있다. 뉴진스는 1년 가까이 광고를 비롯한 일부 스케줄만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현 상황을 보면 경영진의 싸움이 아니라 뉴진스가 스스로 전면에 나서 총대를 멘 모습이다. 민희진 전 대표는 사실상 언론 노출을 피하고 있는데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법적 다툼의 중심에 섰다.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며 사실상 '계약 파업' 상태다. 가처분에서 소속사 어도어의 지위가 인정됐음에도 본안 소송에서 다시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위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큰 논란을 자초했다. 뉴진스는 최근 BBC 코리아 및 타임지를 통해 "한국 법원 판단이 실망스럽다"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여기에 "K-팝 산업 문제가 하룻밤 사이에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K팝 산업 전반을 싸잡아 비판했다. 국내 여론은 악화일로다. K-팝을 대표하는 그룹으로서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지난해 민희진 전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잠시 뉴진스를 향해 기울었던 동정론도 사라지고 있다. 뉴진스 사태는 K-팝 산업에서 이례적이다. 아이돌 그룹은 기본적으로 소속사 기획력과 지원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시스템에 놓여 있는데 일방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법적 공방에 집중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 걸그룹은 수명이 짧다는 특성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 아티스트가 등장하고 팬들의 관심이 빠르게 이동하는 환경에서 1년 이상 공백은 치명적이다. 이미 가처분에서 한번 진 뉴진스가 본안에서 이를 만회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지만 유리하게 판결이 나온다 해도 뉴진스가 예전과 같은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어도어 대신 다른 소속사를 찾기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신뢰 관계를 일방적으로 깨버린 전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나빠져 버린 여론도 활동 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이브는 뉴진스 사태로 말미암아 자사의 핵심 기조인 레이블 체제를 지키기 어렵게 됐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할 줄 알았던 하이브의 전매특허 경영 전략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다. 전속계약의 무게마저 흔들리면서 다른 엔터사들 역시 고민이 깊다. 뉴진스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한다면 법적 공방이 아니라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K-팝 산업도 지적할 부분이 없지 않지만 뉴진스가 보여주고 있는 방식이 최선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팬들조차도 그들에게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뉴진스는 단기간에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K-팝 걸그룹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한국의 자랑으로 거듭나는 와중에 암초를 만났다. 어도어는 절대 소송전을 포기할 수 없다. 소속사로서 이러한 선례를 남기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는 원만한 합의를 통해 본업으로 복귀하는 것이 남는 장사다. 끝없는 법적 줄다리기는 관련자 모두에게 피해만 남을 수밖에 없다.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선 더 늦기 전에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자수첩] 리더십 잃은 방사청에 멍드는 KDDX
서기 9년, 로마는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겪었다. 당시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게르마니아 정복을 위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지만 명확한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결정을 미뤘다. 지시가 모호하자 로마군은 방어와 진격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고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은 게르만족이 기습을 감행했다. 방어진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로마군은 사흘간 포위당해 무자비한 공격을 받았다. 3만5000명의 병력은 몰살당했고 포로로 잡힌 이들도 끝내 살해됐다. 이 비극은 결단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사적 교훈으로 남아 있다.200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그 전철을 밟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기다리며 결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25일 방사청은 정례회의에서 오는 27일 예정된 방위사업기획 관리분과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초 방사청은 이달 17일 사업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이례적으로 27일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중 사업 방식이 결정될 전망이었으나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결과를 기다리던 방산업계에선 사업이 또 미뤄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분과위 논의 결과에 따라 수주 기업을 가늠할 수 있기에 수년째 지속되는 갈등에 마침표가 찍힐 것이란 기대가 컸다. 방사청이 관례대로 수의계약을 진행한다면 기본설계를 진행한 HD현대중공업이, 경쟁입찰에 나선다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한다. 경쟁입찰에 나설 경우 보안감점을 적용받는 HD현대중공업이 불리하다.하염없이 방사청의 결정을 기다리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황제의 명령을 기다리는 로마군과 비슷한 처지다. 이들은 방사청의 결정에 따라 다음 사업 계획을 논의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데 KDDX 기본설계가 끝난 지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 사업이 미뤄지는 사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도 깊어졌다. 두 회사는 지난해 고소·고발전을 벌이며 감정의 골을 키웠다. 결국 양쪽 모두 지난해 11월 10조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입찰 과정에서 동반 탈락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코리아 원팀'을 구성하지 않고 각각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국에 밀리고 말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비판이 커지자 양측은 마지못해 고소·고발을 취하하며 화해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근본적인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이 모든 혼란의 근본 원인은 방사청에 있다. 왕정홍 전 방사청장이 수사받는 동안 KDDX 사업은 사실상 멈춰섰고 방사청은 문제의 책임을 양사 갈등 탓으로 돌리고 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지난해 양사에 서한을 보내 "적기 전력화는 국가 안보와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핵심 전력이 제때 확보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양측 갈등으로 인해 KDDX 사업이 지연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더 이상 결정을 미룰 시간은 없다. KDDX 선도함은 2030년 10월 투입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2029년까지 함정이 인도돼야 한다. 건조 기간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에 선도함 건조 업체를 선정해야 전력화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완벽한 결정을 기다리다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우유부단한 결정이 초래한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의 비극이 2025년 대한민국에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방사청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기자수첩] 김빠진 '토큰증권' 제도화
최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STO(토큰증권) 법안이 논의되지 않았다.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음에도 STO 법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지연됐다. 이번 422회 임시국회 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토큰화된 분산원장에서 발행 및 유통이 가능한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의미한다.업계에선 STO 논의 불발 소식에 실망감이 커진 상태다. 증권사들은 이미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제도 인가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3년에 이미 시스템 구축을 끝냈으며 카카오뱅크·토스뱅크·카카오엔터프라이즈·오픈에셋 등이 참여한 STO 협의체인 '한국투자ST프렌즈'를 구성했다. KB증권은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과 손잡고 'STO 증권사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 인프라 구축을 넘어 전략적 사업모델을 발굴할 예정이었다.한 증권사의 블록체인 전문가는 "증권사들이 관심을 기울였던 상황 속 예상외로 법안 통과가 늦춰져 김빠지는 상황"이라며 "시장 관심이 사그라지면 다시 활성화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TO 제도화 타이밍을 놓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조각투자 사업자들 역시 혁신금융투자 서비스 계약 만료를 올해 앞두고 있어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다.자본시장연구원 등 전문가들도 개정안 불발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실 선임연구위원은 "매우 아쉽다"며 "분산원장을 활용한 지급결제가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있고 자산의 토큰화라는 RWA(리얼월드에셋) 상황 속 우리도 어서 법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WA는 부동산·예술품·귀금속·주식·채권 등 실제 존재하는 자산을 블록체인상에 토큰화해 소유권을 증명하는 디지털 자산을 뜻한다. 블록체인은 불변성의 특징이 있어 모든 거래 내역이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공개된다는 점에서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TO 제도화는 금융시장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기본적 입법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산의 토큰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 미국 증권형 토큰 시장은 500억달러(약 73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선 주식이나 채권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RWA 토큰이 출시됐다. 글로벌시장에선 세계적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의 Onyx(오닉스) 플랫폼과 세계적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BUIDL(비들) 플랫폼이 기존 금융투자상품과 지급수단을 토큰화해 분산원장 기술에 기반한 금융혁신을 이루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20년 STO 제도를 갖춰 부동산·영화 프로젝트·그린본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STO를 활용 중이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STO 시장의 국내 시가총액은 지난해 34조원에서 2028년 233조원, 2030년에는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수의 금융사와 조각 투자사들이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을 믿고 STO 사업을 준비해왔다. 금융당국은 업계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STO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통과하게 되면 해당 개정법안 입법화와 함께 관련 하위 규정 역시 정비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미래운용 분배금 축소지급 논란… 신뢰 회복 가능할까
"단순히 배당금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죠. 분배금으로 장난치는 운용사를 어떻게 믿고 투자를 하겠어요?""TIGER(타이거) 주주들의 뒷통수를 때린 거죠. 신뢰를 잃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미래에셋자산운용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미국 대표지수인 S&P500과 나스닥100지수를추종하는 'TIGER미국S&P500'과 'TIGER나스닥100'의 올해 1월 분배금을 축소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1월 말 기준 'TIGER미국S&P500'의 발생 분배금은 65원이었지만 이 중 20원만 분배했다. TIGER 미국나스닥100'은 243원의 분배금이 발생했지만 이 중 70원만 분배됐다. 각각 30%, 70%에 달하는 금액을 펀드가 현금으로 보유한 것이다.이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펀드 외국납부세액 과세 방법 개편 사항을 반영하고 절세 계좌 내 이중과세 이슈를 감안하는 과정에서 배당금이 보수적으로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운용사들은 모두 전 분기와 동일한 분배금을 지급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명에 의문이 들게 했다.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은 없다고 했다. 분배금은 소득세법 상 유보 가능한 이익을 제외하고 해당 년도 내 투자자에게 모두 분배하도록 되어있다. 또 1분기 잔여 분배금은 순자산가치(NAV)에 반영돼있기 때문에 ETF를 선매도했더라도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다는 설명이다.설령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판단이 타당했다고 하더라도,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분배금을 축소 지급했다는 것이 문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분배급 지급 전 투자자에게 아무런 사전 안내를 하지 않았다. 분배금이 지급된 후 논란이 생기자 뒤늦게 축소 지급 사실을 인정하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사후 조치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월 미지급 배당분을 4월 말 기준 배당분에 더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미지급된 투자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투자자들은 당초 받았어야 할 분배금을 3개월이나 밀려 받게 된 셈이다. 한 투자자는 "고객이 받았어야할 돈을 늦게 주는 동안 발생하는 금전적 손해도 고려해야 한다"며 "돌려주기만 하면 끝이냐"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투자자와 소통 부족'이다. 당초 분배금을 축소 지급하기 전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았고 사후 조치에 대해서도 투자자와 소통이 아쉬웠다는 지적이다.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초대형 운용사다.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투자자들은 더 큰 실망을 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본질은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라며 "규정상 문제 없다하더라도 기존과 사정의 변경이 있다면 투자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알리는 노력도 병행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깨진 유리컵을 완벽하게 다시 붙이는 것은 쉽지 않다. 한번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이보다 더 어렵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에 상당히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수첩] 대국민 투자교육 플랫폼 없앤 금투협회장
금융투자협회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제공했던 금융투자 교육 플랫폼 '알투플러스'가 조용히 종료됐다. 금융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결정은 아쉬움을 남긴다.알투플러스는 2021년 나재철 전 협회장 시절에 출시된 플랫폼으로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 원칙과 방법을 정립할 수 있도록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개인투자자의 금융지식 향상과 투자자 보호, 건전한 투자 문화 정착을 목표로 했던 이 프로그램은 금융교육이 부족한 시장에서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도입 초기 협회는 알투플러스의 보급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계획했다. '알투플러스 서포터즈'를 발족하고 대학생, 중·고교와 업무 협약을 통해 교육 현장으로 저변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고령층 맞춤형 콘텐츠를 추가해 전 연령대가 고루 향유할 수 있는 종합 교육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다.그러나 서유석 협회장 취임 이후 이러한 계획은 차츰 동력을 잃고 결국 지난해 사업 종료로 이어졌다. 협회 관계자는 사업 효과와 유지 관리의 어려움, 비용 등을 이유로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협회장 교체로 인한 사업의 일관성 부족을 가리기에는 충분치 않다.금융투자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서 회장은 취임 이후 국민 자산 형성을 위한 환경 조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최근 열린 출입처 기자간담회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도 퇴직연금의 90%에 육박하는 비중이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안정적 운용과 수익률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연금자산은 장기적인 투자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금융교육은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관리하고 시장 변동성을 이해하며 적절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연금자산은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금융교육을 통해 투자자들은 다양한 투자 상품의 리스크와 수익률을 이해하고, 자신의 위험 수용 능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어서다.이처럼 연금자산 투자와 금융교육의 필요성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알투플러스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재정비했다면 어땠을까. 협회가 보다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교육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자수첩] '바이오=제2반도체' 외친 정부… 지원 속도 높여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과 맞물린 자국 산업 보호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조 심화 등 국제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저성장 기조와 투자심리 위축 등 경제 지표와 산업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을 느끼게 하죠. 안정적인 연구개발 및 투자 유인을 위한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합니다."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국내외 제약·바이오산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말 그대로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 중심의 탈중국 정책은 중국이 장악한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공급망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 1400원을 웃도는 고환율 상황은 해외 임상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한국바이오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의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서 "국내 기업 대부분은 원료의약품 및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고환율로) 해외 임상 비용 상승 등 R&D(연구·개발) 투자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정부는 지난해 바이오를 제2 반도체 산업으로 꼽고 집중 지원을 약속했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 등을 거치며 지원 속도가 느려졌다. 지난해 12월 출범 예정이었던 국가바이오위원회가 한 달가량 늦은 올 1월 닻을 올린 게 대표 사례다. 이마저도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최상목 권한대행이 위원장 자리를 잠시 맡게 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국가바이오위원회는 바이오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며 정작 대통령은 위원회에 관여할 수 없게 됐다. 최 대행이 위원회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바이오의 대전환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현상 유지에 집중해야 하는 권한대행 체제 특성상 급진적인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불행 중 다행은 어찌 됐든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사실이다. 비상계엄 사태 초반이었던 지난해 말, 올해 초 위원회 출범 자체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시기보다는 상황이 낫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범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위원회에 힘을 실어줘야 국내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위원회 출범 당시 정부는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 구축 ▲바이오 규제혁신 및 바이오 안보 강화 ▲데이터 기반 R&D 패러다임 전환 등의 목표를 내세웠다. 탄핵 정국이 지속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 차기 대선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위원회는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빠르게 역량을 모아 목표 달성을 이뤄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 연기 같은 정책에 차질을 빚는 선례가 반복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자수첩] '중국티' 벗은 중국차 공습에서 살아 남기
"우리는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목표 판매량이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 16일 한국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가 선전포고 했다. 파격적인 BYD 선언 이면에는 비용과 시간에 상관없이 자본을 직접 투자해 국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자신감이 담겨있다. 한국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글로벌 시장 점유율 높이겠다는 중국 자동차 업계의 야망도 있었다. 지난해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의 수출량은 전년 대비 19.3% 늘어난 586만대다. 2023년에는 일본과 독일을 넘어선 자동차 수출 1위 국가가 됐다. 2019년 29만대에 불과했던 중국 자동차 수출은 2022년 100만대를 넘어선 후 2년 만에 200만대를 돌파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내수와 제 3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남은 건 주요 선진국 자동차 시장이다. 다소 투박했던 과거와 공격 방식도 다르다. 현대자동차가 독일 BMW의 고성능차 개발을 지휘하던 알버트 비어만과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전환기를 마련했다면 중국은 브랜드를 '통'으로 산다. 인수합병을 통해 해외 브랜드를 사고 현지기업과 협력해 촘촘한 유통채널을 구축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해외시장을 향해 뛰는 BYD 위에는 나는 상하이차와 지리차가 있다. 지리차는 볼보의 프레임, 벤츠와 합작해 만든 파워트레인을 통해 르노의 자동차를 만든다. 중국차 DNA가 드러나지 않는 브랜드 '택갈이'다. 브랜드 포식자 지리차는 2010년 스웨덴 볼보 자동차의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 AG, 르노코리아, 영국 스포츠카 로터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누적 해외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한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은 영국 브랜드 MG(Morris Garage) 인지도를 앞세워 R&D-제조-마케팅-물류-금융을 총 망라하는 산업망을 구축했다. 해외에서 판매한 중국 자동차 3대 중 1대를 SAIC으로 만든 비결이다. 최근 금융업체도 설립해 현지 자동차 금융시장 진출도 노린다. '메이드인 아메리카'를 외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등장한 미국 시장도 사정권이다. 트럼프는 대중국 관세에는 일관적으로 강경한 입장이지만 중국 완성차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있다. 생산기지 건설로 현지 공략에 나서는 중국차에게는 나쁘지 않다. BYD는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7.6%의 고율 관세를 적용한지 불과 사흘 만에 튀르키예 정부와 공장건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인물 일론 머스크도 변수다. 그의 회사 테슬라는 생산·판매의 50%, 배터리 공급망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보급형 차량, 버스, 단거리 화물트럭, 단거리 선박 등에 LFP 배터리를 대량 탑재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밝힌만큼 일론 머스크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대미 진출을 도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 속에 BYD의 한국 진출은 글로벌 TOP3 완성차 기업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다. 후발주자들이 그렇듯 중국차의 해외시장 공략은 과거 현대차그룹의 서구시장 개척과 닮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 '가성비 차'로 승부를 보기에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중국차 공습에 맞설 현대차 전략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수소다. 1998년부터 수소 관련 기술을 개발해온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3년까지 연평균 12조원을 투입해 수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중국 또한 국가 주도로 수소차 보급 확대,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다. 한국 수소차 기업은 현대차가 유일한데 중국은 SAIC, 둥펑자동차, 이치그룹 등 10곳이 넘는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기술'뿐이다. 현대차가 앞으로 보여줄 연구·개발 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이 주목된다. 적과의 상생도 마다 않는 현대차 전략이 주목되는 배경이다. 현대차가 수소 사회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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