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고] 라피 아밋 교수 "정부가 나서서 MBK 고려아연 인수 시도 막아야"
기업 지배구조의 대가이자 세계적인 석학 라피 아밋(Raffi Amit)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가 머니S에 고려아연 분쟁에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아래는 기고 원문과 번역본 전문. What is in the best interest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of all the shareholders and stakeholders of Korea Zinc.I have been working for many years with substantial families who own large global businesses around the world. The focus of my work centers on ownership and governance issues in multi branch multi-generational families. I recently published a paper in the top rated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entitled 'Hedge Funds Activism in Family Firms' in which I highlight, among other issues, the range of levers family firm owners have to defend against hostile takeover attempts by PE firms and hedge funds. This paper, along with numerous other widely cited papers I have published provides insights, anchored in actual data, on the ways large families who control substantial businesses, sustain the ownership and longevity of their businesses. I recently learned about the MBK hostile offer to buy control of Korea Zinc, and I have been reflecting on the proposed transaction based on the information I could gather. It seems to me that this deal is problematic in several ways: Korea Zinc is a strategic business for Korea and continuing the long-term perspective that Family Ownership brings is critical to Korea's national security and to Korea Zinc's many stakeholders in Korea, Australia and elsewhere. MBK control of Korea Zinc is likely to bring a short-term perspective to the Board of Directors, replace management, shirk the size of the company, cut costs, and sell its interest in Korea Zinc to the highest bidder within 3-5 years. Considering the severe national security implications of selling control to MBK, whose limited partners include a large Chinese sovereign wealth fund, the Korean regulator should immediately intervene and evaluate the implications of such a transaction. In my view, it is also critical that Korea Zinc approach banks and other private credit lenders and secure a substantial line of credit. In parallel, the Choi Family, is well advised reach out to the Jang Family and offer to buy them out in a leveraged transaction. This is in the best interest of all shareholders and other stakeholders in Korea and elsewhere. Attempting to resolve any conflict that may exists among the current controlling shareholders is in the best interest of all shareholders and of the Republic of Korea. There is ample data about the adverse implications of conflict among owners. Effective communication may result in a win-win outcome for the Republic of Korea, and for all of Korea Zinc's many stakeholders.━대한민국과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최선의 이익저는 오랫동안 전 세계의 대규모 글로벌 비즈니스를 소유한 주요 가문들과 일해오고 있습니다. 제 연구는 주로 여러 가문의 계열(분파)과 여러 세대에 걸친 가문의 소유와 거버넌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가문 경영 기업의 헤지펀드 행동주의'(Hedge Funds Activism in Family Firms)라는 제목의 논문을 이 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전략경영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여러 이슈를 다뤘지만, 특히 가문 기업의 오너들이 사모펀드와 헤지 펀드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맞서는 다양한 수단을 강조했습니다. 이 논문을 포함해서 제가 발표해서 여러 인용도가 높은 논문들은 대규모 기업을 지배(control)하는 가문들이 어떻게 사업의 소유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지를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저는 최근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지배력을 갖기 위해 적대적 인수 시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해 볼 때 이 거래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는 거래로 생각됩니다. 고려아연은 한국에 중요한 전략적 사업으로 가문 소유가 제공하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이 한국의 국가 안보뿐 아니라 고려 아연의 많은 한국, 호주 및 기타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매우 중요(critical)합니다. 고려아연을 MBK가 지배하게 되면 단기적 관점에서 이사회, 경영진, 회사규모 축소, 비용 절감을 불러오고 3년에서 5년 이내에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는 곳에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 MBK의 유한책임사원(LP) 중에는 중국의 대형 국부펀드가 포함되어 있어 MBK에 고려아연의 지배권(control)을 매각하게 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규제 당국은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이 거래의 영향을 평가해야만 합니다. 제 의견으로는 고려아연이 은행과 사모 대출 기관과 접촉해 충분한 신용 한도를 확보해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동시에 최씨 가문은 장씨 가문과 협상하여 레버리지 거래를 통해 장씨 가문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것이 모든 주주 및 한국과 기타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현재 주요 지배 주주들 간에 있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모든 주주와 대한민국의 이해에 최고로 부합하는 것입니다. 오너들 간의 갈등이 부정적인 결과를 낸다는 자료는 매우 많습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한민국과 고려아연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윈-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라피 아밋 교수 "MBK, 중국 자본 포함… 고려아연 인수 시 한국 경제안보 위협"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라피 아밋(Raffi Amit)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는 30일 머니S에 보내온 기고문을 통해 "최근 MBK가 고려아연의 지배력(control)을 갖기 위해 적대적 인수 시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해 볼 때 이 거래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는 거래로 생각된다"고 밝혔다.아밋 교수는 한국의 전략 사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MBK로 이전되는 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한국에 중요한 전략적 사업으로 가문 소유가 제공하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이 한국의 국가 안보뿐 아니라 고려아연의 많은 한국, 호주 및 기타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매우 중요(critical)하다"며 "고려아연을 MBK가 지배하게 되면 단기적 관점에서 이사회, 경영진, 회사 규모 축소, 비용 절감을 불러오고 3년에서 5년 이내에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는 곳에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MBK에 중국 자본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MBK의 유한책임사원(LP) 중에는 중국의 대형 국부펀드가 포함되어 있어 MBK에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매각하게 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의 규제 당국은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이 거래의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고려아연이 은행과 사모 대출 기관과 접촉해 충분한 신용 한도를 확보해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동시에 최씨 가문은 장씨 가문과 협상해 레버리지 거래를 통해 장씨 가문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밋 교수는 양측의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모든 주주 및 한국과 기타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현재 주요 지배 주주들 간에 있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모든 주주와 대한민국의 이해에 최고로 부합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오너들 간의 갈등이 부정적인 결과를 낸다는 자료는 매우 많다"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한민국과 고려아연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윈-윈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아밋 교수는 기업지배구조, 기업가정신, 가족경영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글로벌 가족기업의 리더십과 성공사례 등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가족경영 산학협력 연구프로그램인 와튼 글로벌 패밀리 얼라인스(Wharton Global Family Alliance)를 설립, 운영했다. 최근엔 저명한 저널인 전략경영저널 (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가문 경영 기업의 헤지펀드 행동주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 논문은 가문 기업의 오너들이 사모펀드와 헤지 펀드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맞서는 다양한 수단을 분석했다. 그는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 기업을 지배하는 가문들이 어떻게 사업의 소유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지 연구했다.아래는 라피 아밋 교수의 기고문 원문.
[기자수첩] 산으로 가는 KDDX…HD현대·한화 '공동개발' 가능할까
"그동안 공동개발을 안 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상세설계 공동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모두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입찰이 지연되면서 군 전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방사청이 사업 강행 의지를 밝힌 것이다.KDDX 사업은 이미 입찰을 마쳤어야 했지만 비리 의혹으로 지연되고 있다. 당국은 왕정홍 전 방사청장이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방사청은 사업 입찰이 지연되면서 군 전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고육책 마련에 나섰다. KDDX 사업 공동개발을 해결책으로 검토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에선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두 업체가 함께 진행한 전례가 없다. 과거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행한 적은 있지만 상세설계는 한화오션만 했었다. 2007년 국방부는 2조5000억원을 들여 3000톤급 잠수함 9척을 독자 개발하는 '장보고-Ⅲ'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 사업은 중복 투자를 막고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공동 수주로 진행됐다. 계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공동수급체로 함께 기본설계를 진행했다.이후 방사청은 사업 초반부터 내세운 공동개발 원칙을 철회했다. 기본설계는 공동으로 수행했지만, 상세설계와 함 건조는 경쟁입찰로 진행됐다. 2012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주했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두 업체가 함께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방사청도 인정한 것이다.가장 큰 문제는 상세설계 공동으로 진행할 경우 함정 건조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자 발견 시 두 회사가 법적 공방을 벌여 사업이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보안이 생명인 방산업계 특성상 기술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2019년 발생한 보안사고 감점으로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이 KDDX 사업 관련 군사기밀 탈취에 연루됐다며 이들을 군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도 임원급이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한화오션 임직원을 국가수사본부에 맞고소했다.KDDX 사업 컨소시엄 구성 시 주계약 업체를 어느 곳으로 할 것인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1번함은 누가 건조할 것인지, 어느 업체가 후속함을 몇 척 건조할 것인지 등 추가 갈등 요인도 있다.끝없는 갈등 과정에서 함정개발에 힘이 빠진다면 이는 해군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양측이 모두 '만족'하지 못해도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K-함정의 위상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방사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기자수첩] 위믹스로 뇌물줬다더니… 해프닝 된 P2E 로비설
지난해 블록체인 업계를 휩쓸었던 'P2E(돈 버는 게임) 로비설'이 마침표를 찍었다. 여의도와 판교를 뒤흔들었지만 검찰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블록체인 게임사들이 P2E 허용 등 규제 완화를 목적으로 발행 코인을 정치인에게 상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집중 포화를 맞은 것을 감안하면 허무한 결과다. 실체적 사실 규명과 동떨어진 여론몰이로 애꿎은 기업들만 피해를 봤다. 검찰은 최근 김 전 의원이 가상자산 발행사로부터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하고 뇌물을 챙겼다는 이른바 'P2E 로비설'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가 기소된 부분은 코인 투자로 얻은 수 십억원대 수익금을 국회의원 재산신고 과정에서 숨긴 혐의뿐이다. 그동안 마음 졸이던 위메이드, 넷마블 등 코인 발행 기업들은 '로비 회사'란 꼬리표를 떼게 됐다. 온 나라가 떠들석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체는 없었다. 작년 5월 김남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 십억원대의 코인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회의원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고지할 의무는 없었지만 파장은 컸다. 의심의 눈초리는 김 전 의원이 갖고 있던 위믹스, 마브렉스 등 여러 코인들을 향했다. 이를 발행한 회사인 위메이드, 넷마블 등은 정치권에 뇌물을 건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법을 유도했다는 파렴치한 회사가 됐다. 정치권에선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코인 회사를 직접 방문해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1번째 대상이었던 위메이드는 장현국 전 대표가 나와 수많은 의혹을 직접 해명해야 했다. 코인 특성상 거래 과정이 모두 남아 이동 경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기술적으로 로비 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등 여러 합리적인 주장들은 '쇠귀에 경읽기'였다. 정치권은 김남국 전 의원을 둘러싼 모든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와 빗썸까지 추궁했지만 진상규명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자체 청문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만 커졌고 이마저도 보안이 유지되지 않아 혼선이 가중됐다. 피감기관인 기업들은 별다른 해명도 못 하고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국민적 비판까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위메이드의 국회 대관 업무 내역까지 이슈되며 P2E 로비설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지만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는 말처럼 맹탕으로 끝났다. 국회 사무처가 출입 일지까지 공개했으나 위메이드는 김남국 전 의원실을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도리어 방문 기록이 남아 있는 의원들이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이후 정치권이 '코인'을 둘러싼 도덕성 공방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해당 이슈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철저한 규명 없이 검찰 수사에 맡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몇 달 동안 끌려다니며 피멍이 든 기업들은 숨 죽이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조용히 국면 전환을 바랄 뿐 의혹 제기에 따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다. 섣부른 한 마디에 기업들만 피눈물을 흘렸다. 앞으로도 이러한 행태가 반복된다면 산업 생태계 발전이 우려스럽다. 입법으로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해야 할 국회가 발목만 잡아선 안된다. 정치권이 무턱대고 의혹부터 제기하는 나쁜 습성 대신 실체에 접근하려는 성숙한 자세를 갖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배달의민족, 오배송 별점테러에 책임감 가져야
"배달기사(라이더)님이 메뉴 하나를 놓고 가셨어요. 배민 센터에 계속 전화했는데 30분이 넘도록 통화 연결이 안 되는 거예요. 바쁜 저녁 시간대에 다른 주문 처리도 못 하고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어요. 끝내 센터 연결은 안 되고 화난 고객은 별점 테러를 했어요. 제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평점은 내려가고 다른 주문도 못 받고... 눈물만 납니다."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느 업주의 말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다른 업주들의 공감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게시판에는 이외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여러개 쌓여 있었다. '배민 라이더가 음식을 엉뚱한 곳에 배달했다' '두곳의 음식이 뒤바뀌어 손님들이 모두 화를 냈다' '배민에서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집 앞에 음식이 놓여 있다며 빨리 치우라고 여러 차례 항의 전화가 와서 일을 할 수 없었다' 등이다. 마지막엔 항상 '별점 테러를 당했다'가 따라붙는다. 처음 의문은 '왜 배민에만 이렇게 배달 사고가 잦을까'였다. 혹시 배달 수요가 너무 많아서 프로 배달기사가 아니라 초보 알바생까지 동원하는 걸까. 답답함에 직접 현장을 찾아 나섰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배달 전문 음식점 업주에게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오배송은 늘 일어납니다. 라이더분들이 워낙 바쁘시고 하루에도 건수가 엄청나니 당연히 그럴 수 있죠. 문제는 업주가 라이더에게 연락만 하면 바로 해결이 되는데 타 플랫폼과 달리 배민은 라이더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그는 배민이 유독 배달 사고가 많은 결정적 이유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정책상 고객 연락처와 라이더 연락처를 가게에 공유하지 않는다. 오배송 등 문제가 발생하면 업주는 배민 센터에 전화해 배달기사 또는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업주는 배달기사 전화번호도 모르고 고객 주소도 모른다. 주문이 몰리는 식사 시간대에는 센터에도 전화가 몰린다. 자연히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1분 1초가 중요한 상황에 고객 대응 골든 타임도 놓치고 다른 주문도 놓친다는 설명이다. ━배민, 배달기사 연락처라도 공개 안 되나━지난 27일 오후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3차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양측은 특히 주문자 정보 공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재 배달앱 3사는 업주에게 고객 전화번호나 주소 등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결국 업주, 라이더, 소비자 3자가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협의체가 주문자 정보 공유에 합의했지만 최종 시행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일이라 협의체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도 함께 나서야 한다. 관련 법안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또 해를 넘겨야 이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해당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데도 배민은 그동안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장 빗장을 풀라는 게 아니다. 업주들의 목소리를 듣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민 측은 머니S에 "운행 중에 전화가 오면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연락처를 공유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지속해서 요청이 접수되어 현재 개선 방안을 논의 하에 추진 중이다"라고 답했다. 소비자 또한 배달기사의 잘못과 업주의 잘못을 떼어놓고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무조건 별점 테러를 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별점테러 역시 소상공인을 울리는 '갑질'일 수 있다. 업주에게 최종 '갑'은 결국 플랫폼사가 아닌 고객이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기후위기 시대에 '그린벨트 아파트'를 또 짓겠다니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꺼내든 카드는 주택 공급 확대이고 이를 위한 여러 수단 가운데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포함됐다.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는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수도권 공공택지 신속 공급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이를 통해 앞으로 6년 동안 수도권에 42만7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그린벨트 해제'다.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가구 이상 신규 택지를 발굴하고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신규 택지 발표 시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 수요를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날 따로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부와 협의한 그린벨트 해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주택 공급 확대의 수단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활용하는 데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일부 그린벨트 해제는 안정적 주택 공급과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최대한 자제했지만 정부 요청에 따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세대의 시급한 주택문제 해결 등 미래세대의 주거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오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단서를 달았다. 그는 "그린벨트 내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 등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을 활용할 것"이라며 무분별한 해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와 서울시가 협의해 이 같은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내놨지만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화 명분을 앞세워 녹지를 파괴하는 그린벨트 해제가 심화된 저출생 문제 해결의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냐는 반문과 대립한다. 오 시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최근 프랑스와 중국 출장도 다녀오는 등 대외적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지만 부동산시장 문제 앞에 이를 등졌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라는 엇박자를 내며 스스로의 철학을 무너뜨렸다. 그린벨트의 보존가치가 떨어졌다면 열심히 나무를 심고 가꿔서 다시 살릴 생각을 해야 한다. 그곳에 미래세대를 위한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다고 녹지 파괴라는 진실이 희석되진 않는다.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일대가 거론되고 주변 집값 상승 등 풍선효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집값을 잡겠다는 최초의 명분에 힘이 실리려면 그린벨트를 해제한 땅에 아파트를 짓더라도 양도소득세 등 세금 페널티를 부과해 분양가상한제로 특혜를 받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은 터무니없고 얄팍하기 그지없는 고민이다.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기후위기'라는 말은 입에 담지도 말아야 한다.곳곳에 미분양이 넘치는 데 주택 공급이 부족하단 분석이 과연 올바른 진단일까. 문제 해결 방법은 다른 데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정답이 아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28일 3시간 부분파업 예고
올해 임금·단체협약(입단협) 교섭 난항을 겪고 있는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단체 행동에 나선다.14일 HD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28일 오후 2시부터 전 조합원이 3시간 파업에 돌입한다.노조는 조선업에 호황이 돌아왔으나 노동자들의 처우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제시안을 제출하지 않으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고, 회사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노사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올해 교섭도 의견 일치에 진통이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25일까지 16차례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가졌고 전날 임단협 교섭을 재개했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근속 수당 1년에 1만원 ▲정년 연장 65세(임금피크제 폐지) ▲신규 채용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법령 개정 등을 포함한 총 61가지 요구안을 전달했다.앞서 노조는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재적 대비 65.07%(4919명)의 찬성으로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파업권을 확보했다.주요 조선사 노조 단체인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도 오는 28일 동반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조선노연은 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삼성중공업·한화오션·케이조선·HSG성동조선 등이 국내 중대형 조선사들이 소속돼 있다.
[기자수첩] SK가 초가삼간 태우지 않고 '빈대'를 잡는 법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겠다는 건가"최근 기자가 작성한 SK그룹 리밸런싱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해당 기사는 SK온으로 촉발된 재무건전성 악화가 그룹으로 전염되면서 SK가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SK그룹은 이종사업 회사 간 합병도 불사하며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정유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은 발전사업을 하는 SK E&S와 합병에 나섰다. 배터리 기업 SK온은 국내 유일 원유·석유제품 중계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국내 최대 사업용 탱크 터미널 기업 SK엔텀과 합친다.SK그룹이 SK온을 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적자 회사를 소생시키기 위해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동원하는 것이 과도하는 지적이 있다.SK그룹은 과거에도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 이야기다. 2011년 7월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3차 공고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당시 반도체 산업은 불황의 늪에서 빠져있었다. D램 가격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해 있었고 2011년 3분기 하이닉스반도체의 분기 영업적자는 2909억원에 달했다.SK그룹 내부에서도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통신과 반도체 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상당했다. 산업 특성상 업황의 진폭이 큰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도 상당한 리스크가 따르는 결정이었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2011년 초 17만원 대였던 SK텔레콤의 주가는 12만원 대까지 떨어졌다.SK그룹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결단을 내렸다. 메모리 산업의 공정 난이도가 올라가고 투자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대만, 일본 등 하위 사업자들이 탈락하면서 시장 통합이 빨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게 되면 메모리 반도체 2위 사업자인 하이닉스반도체에도 기회 요인이 더 빠르게 찾아올 것으로 판단했다.자금력을 갖춘 SK그룹과 기술력을 갖춘 하이닉스반도체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SK하이닉스는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보다도 50조원 늘어 150조원을 넘겼다. 올해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68조원, 23조원에 달한다.하이닉스반도체 인수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SK그룹은 SK온을 통해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접어들었지만 전동화 시대는 '약속된 미래'다. 출범 이후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마지막 고비를 넘기고 있다. 적자에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사업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서산 3공장, 미국 켄터키·테네시 블루오벌SK, 미국 조지아 현대차 합작공장도 내년 완공된다. 투자가 완료되면 SK온은 전 세계에서 연산 3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후발주자 핸디캡을 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SK온은 기존의 현대자동차,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외에 중국 지리그룹 등으로 고객사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중국 기업들이 앞서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SK그룹은 비관론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파격적인 결단을 내려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이번 리밸런싱 작업도 SK온만을 위한 것이 아닌 그룹 전체와 대한민국 산업계에 경쟁력을 높이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기자수첩] 무늬만 쇄신 '카카오', 이제는 달라질 때
쇄신 경영을 내세워 한숨 돌렸던 카카오가 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범수 창업주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서 간신히 사그라들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추진했던 변화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김범수 창업주는 지난 9일 검찰에 소환돼 20시간이 넘도록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상태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인데 이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은 일찌감치 구속됐다.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 위기에 몰리자 카카오는 쇄신을 부르짖었다. 그동안 자율 경영을 강조하며 전면에 나서지 않던 김 창업주는 경영쇄신위원장을 자처하면서 직접 카카오의 환골탈태를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섰다. 외형적으로는 변화가 있었다. 외부 감사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만들어 감시 체제를 갖췄으며 자신의 측근으로 불리던 계열사 대표들을 물러나게 했다. 젊은 여성 리더십을 내세워 정신아 대표를 선임하고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실속은 없었다. 카카오는 준신위가 권고한 '주요 경영진 선임 시 평판리스크 관리방안 수립'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준신위는 지난달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카카오의 새 CTO로 내정되자 "개선방안을 수립하라"고 권고했지만 말 그대로 권고만 했다. 인사 혁신은 이 같은 임원의 복귀로 유명무실해졌고 전권을 약속한 준신위의 외침은 가볍게 묵살됐다. 내부에서도 '무늬만 혁신'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대체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몇 년 동안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 거버넌스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김 창업주는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놓고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번엔 지난해와 다를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검찰의 서슬퍼린 수사망에 오른 사건 역시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SM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등 의혹 등 총 4건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수사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겹겹이 쌓인 악재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알 길이 없다. 혁신적인 플랫폼 기업 카카오는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위기다. 이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언제까지 사법 리스크 기업이란 오명에 시달릴 것인가. 인공지능(AI)을 육성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면 적당히 구색만 맞춰선 안 된다. 설령 사법적 결과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은 '쇄신'에 있다. 체질 개선을 마친 카카오만이 면역을 갖춰 위기를 돌파해 나갈 수 있다. 하루라도 시급히 그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경영 정상화 작업이 궤도에 올라야 할 시점이다.
[기자수첩] 美 생물보안법 낙관 일러… 대책 마련 고심해야
"국내 기업들이 미국 생물보안법에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가격경쟁력이 강한 중국 업체들에 일을 많이 맡겨왔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는 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최근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BIX 2024)에서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미국 생물보안법으로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사업이 제한되고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존 낙관론과 대조된다. 글로벌 영향력이 큰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서 배제될 경우 자연스레 한국 기업들도 피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섞여 있다.미국 생물보안법은 2032년부터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달 미국 하원 규칙위원회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으며 입법 과정에 제동이 걸렸으나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의 바이오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 의지가 강한 탓이다.법안 추진 과정 초기에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생물보안법의 수혜를 누릴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적·산업적 협력이 많은 점을 감안, 중국 업체들의 빈자리를 국내 기업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미국 생물보안법 반사이익 전망에 힘을 실었다.낙관론이 퍼져가는 가운데 최근엔 득실을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을 배척하면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 중국시장을 놓칠 수 있어서다. 중국 업체와 거래를 끊을 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본사를 찾아 "미국 생물보안법의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섣부르게 중국 업체와 거래를 단절했다간 중국과의 관계만 악화하고 미국에서 실익은 얻지 못할 여지가 크다. 미국 생물보안법 세부 내용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법안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는 탓이다. 미국바이오협회가 지난달 초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기업 124개사 가운데 중국 CDMO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은 79%에 달했다. 미국 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지금은 시간을 두고 면밀히 상황을 살펴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 생물보안법 수혜 가능성에만 기대 투자 및 사업 계획을 성급하게 결정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이 부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냉정한 모습을 본받을 만하다. BIX 2024에서 만난 우시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타격이 있긴 하겠지만 사실과 다르게 과장된 부분도 존재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 갱년기증후군 근본 원인은 여성 호르몬 결핍이 아니다
갱년기는 노화 과정에서 생식 기능이 저하되고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떨어지면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 시기다. 이때 얼굴이나 가슴 쪽으로의 열감, 안면홍조, 가슴두근거림, 다한증, 수면장애와 같은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불안감, 우울감, 짜증, 건망증, 심한 감정기복 등의 정신적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를 '갱년기증후군'이라고 한다.1940년대 미국에서 말 오줌에서 합성한 에스트로겐 제제가 개발되면서 여성 호르몬제는 갱년기 여성들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우며 각광 받아왔다. 1980년대 후반 이 약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까지 나오면서 더욱 흔한 치료가 됐다. 실제로 미국에선 암에 의한 사망률보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기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하지만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5년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병합요법을 시행한 호르몬 치료군에서 유방암, 심장마비, 뇌졸중, 정맥폐색전증이 비교군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한 것이다. 이 소식으로 인해 이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던 약 중 하나였던 에스트로겐의 사용량이 급감했고 에스트로겐 처방이 줄자 세계 각국의 유방암 환자 발생도 감소했다.그럼에도 국내에선 최근까지도 여성 호르몬제를 복용했을 때 유방암의 발생 확률이 미미한 수준이고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논리로 갱년기 여성들에게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는 실정이다.폐경이 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고갈되고 난자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것은 여성의 몸에 있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노화의 전체적 과정 중 하나의 현상이다. 이 시기는 기본적으로 '물 흐르듯 잘 넘어가야' 하는 시기다. 너무 오래 머물러 있게 되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갱년기증후군은 개인마다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전체 갱년기 여성 중 25%는 이 시기를 별다른 불편함 없이 보내는 반면 50%는 견딜 만한 수준의 증상을 경험하고 나머지 25%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한다.이 시기를 별다른 불편함없이 지낸 25%의 여성들은 과연 여성 호르몬이 고갈되지 않고 수치가 높게 유지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머리의 뇌에는 '간뇌'가 존재하는데 여기에 호르몬의 콘트롤 센터 역할을 하는 시상하부가 위치해 있다. 시상하부는 호르몬을 조절, 면역력을 담당하는 내분비계와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조절하며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성욕, 수면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여성 호르몬의 분비와 조절도 이 시상하부의 명령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갱년기 시기 이 호르몬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정 군이 있다. 이를 바로 '체질'이란 단어로 표현하며 필자는 이 군(群)을 '갱년기 체질'이라고 칭한다. 이 군은 갱년기 체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치료를 해야지 여성 호르몬제 복용이 갱년기증후군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기자수첩] 손흥민 덕분에, 손흥민 때문에
'담장 위에 오르려는 아이들, 그라운드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가는 아이들'슈퍼스타 손흥민의 깜짝 등장으로 지난 5일 용인수지체육공원에서 벌어졌던 북새통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8시쯤엔 경기가 잠시 중단된 적도 있다.안전사고 발생이 걱정될 정도였다.사실 손흥민 등장은 살짝 예고됐었다. 지역커뮤니티에선 이날 손흥민이 수지체육공원에서 일반인들과 축구경기를 한다는 소식이 빠르게 번졌었다. 짧은 시간 아이들, 어른들 할 것없이 2000여명이 몰려들었다.경찰과 소방서만 손흥민 소식을 까맣게 몰랐던 모양이다.당시 상황은 한 학부모의 인스타그램에 묘사돼 있다."갑자기 애들이 '하나 둘 셋 하면 돌진하는 거다'라며 경기장에 난입해서 손흥민에게 달려갔다. 다 달려가니까 어른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경기장에 들어갔다. 그래서 후반전 구경도 못 하고 종료됐다." 발빠른 시민들의 112 신고로 뒤늦게 경찰과 소방차가 동원됐다. 경찰이 등장한 것은 오후 9시20분, 소방대원과 소방차는 그보다 늦은 10시 7분. 상황이 발생한 지 경찰은 1시간 20분 뒤, 소방서는 2시간 7분뒤였다.현장에 등장한 경찰 측의 반응은 살짝 기대이하."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시민들의 반응을 곱씹어 볼만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지만 이 정도까지 시민 안전에 무감각한지 몰랐습니다" "손 선수 같은 유명인이 뜨면 인파가 몰린다는 사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인데 112신고를 받은 후에야 경찰과 소방이 출동 했다니, 사고 예방의 기초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수시로 예측 불가능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요즘. 작은 위험도 다시 돌아보는 것은 시민들만의 몫이 된 듯하다.
[기자수첩] 달리는 바이오산업 vs 발목 잡는 정부 제도
"분산형 임상시험(DCT),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책임져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 제약업계 한 관계자가 말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신약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임상시험에 대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상황이 뒤처지면서다. DTC는 임상시험과 관련된 일부 혹은 모든 활동이 임상시험실시기관이 아닌 참여자의 자택 등 다른 장소에서 이뤄지는 방식을 의미한다.현재 글로벌 제약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DCT와 함께 디지털 건강 기술(DHT)과 관련된 수많은 규정이 발표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2022년 12월 공개한 '임상시험에서 분산형 요소에 대한 권장 문서, 버전 01'은 유럽 국가별 DCT에 대해 전자동의서(임상시험용 의약품의 환자에게로의 전달) 등의 사용 현황에 대해 보여준다.자료에 따르면 약 30여 개의 유럽 국가들이 이미 임상시험에 DCT를 반영하고 있고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임상시험에서 다양하게 적용된 DCT와 DHT들을 고려한 임상 필수 지침서 'ICH E6 (R3)'의 발효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초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가마다 임상시험관리기준(GCP) 적용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내도 DCT 관련 규정 정립을 위해 식약처가 4월12일 '지역 의료기관 임상시험 참여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지정 임상시험 실시기관의 관리·감독하에서 지역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를 독려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러나 실효성 부분에서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다. 임상시험 실시기관 관리·감독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실기 병원장 등이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식약처가 DCT 등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임상시험에 디지털 등을 접목하는 것이 어렵고 관련 규정들이 부족한 현실이다.
[기자수첩] 전세사기, 덜렁거려 당한 게 아니다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지난 5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했던 말이다. 전국 누계 2만명에 육박한 피해자가 확인된 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이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하자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야 공식 사과했다.박 장관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제 말씀 때문에 상처를 받으신 분이 있다면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제 진의는 그것이 아니었고 (전세계약서)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설명을 드리면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들어간 것"이라고 고개 숙였다.박 장관의 발언은 찬·반 논란이 팽팽한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 관련 의견과도 거리가 멀었다. 앞길이 막막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울분에 기름을 부은 발언이었다.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박 장관은 사과 발언에 다소 아쉬운 마음까지 담았다.'덜렁덜렁 전세계약' 발언은 전세사기 피해의 잘못을 피해자에게 돌린 큰 실수였다. 누구도 전세사기 피해로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사기를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계약 과정에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다소 미흡했던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사회 제도의 허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박 장관의 뒤늦은 사과도 피해자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최근 한 임대인으로부터 100억원대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청년들은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촌·구로·병점 100억원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대부분은 1990년대생의 사회초년생"이라며 "사회가 전세사기로 청년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대책위에 따르면 임대인 최모씨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는 총 94명이다. 피해 주장 금액은 100억원대다. 이들은 사회생활 시작부터 빚더미에 앉게 됐다. 피해 회복도 막막한 실정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정부는 국회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아직도 정쟁만을 하고 있다. 사회 제도의 결함으로 발생한 피해자들에게 주무부처 장관이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한 발언을 넘어 정쟁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는 형국이다. 피해자들의 빠른 피해 회복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세입자의 주거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버팀목이 돼야 한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그것뿐이다.
[기자수첩] 공정위 철퇴와 쿠팡의 태도
지난 13일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유통업계 사상 최대금액인 1400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쿠팡의 자사 브랜드(PB)상품 우선 노출, 임직원 평가단 후기 등을 불공정 행위로 봤다. 쿠팡은 즉시 반박 자료를 내고 항소할 것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로켓배송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해 여론의 뭇매 맞았다. 부산 지역 언론은 "공정위에 뺨 맞고 부산서 화풀이하냐"는 식의 표현을 써가며 거세게 비판했다. 누리꾼 역시 "로켓배송을 못 할 수도 있다니 쿠팡은 소비자를 인질로 협박하는가"라며 분노했다. 일부 언론이 쿠팡의 상생 기사를 내보냈지만 누리꾼들은 "로켓배송 없앤다는 노이즈 내리기 위한 대응 기사 잘 봤다" "반성 없이 소송 대응하는 쿠팡" 등 냉소적인 댓글을 달았다. 쿠팡의 대응은 불을 끄기는커녕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직후 와우멤버십 가격을 58% 인상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쿠팡이 유통업계의 대어로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응이 못내 아쉽다. 강한 반박보다는 빠른 인정과 자숙이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잘못한 게 없다면 조용히 자료를 모아 이의를 제기하면 될 일이다. 쿠팡의 이러한 대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한 언론매체가 판매 수수료 과잉에 대해 보도하자 쿠팡은 자사 뉴스룸을 통해 경쟁사 머리채를 잡은 적이 있다.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유통업계 부동의 1위인 이마트를 밀어내고 왕좌에 올라 유통업계는 물론 경제계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8% 증가한 9조4505억원으로 이마트(7조2836억원)를 2조원 이상 앞섰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매출 1위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하다 보면 초보자에게 주어지는 '쉴드 특권'이 있다. 특정 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공격받지 않거나 설령 공격받더라도 데미지를 입지 않는 특혜다. 유통업계 1위에 올라선 쿠팡은 이제 유니콘이 아니라 공룡의 위치다. 다소 파격적이고 돌발적인 행보라도 스타트업 특유의 개성으로 웃어넘길 만한 시기는 지났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왕관을 쓴 자로서 품위를 지키고 사회 정의와 소비자 권익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걸 되새겨야 한다.
[기자수첩] 무거운 전기차, 부실한 안전시설
전기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급발진과 열폭주로 인한 화재 등 전기차 자체의 불안함은 차치하더라도 도로와 주차장 등 시설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전기차는 운행 시 배출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아 친환경차의 대세로 인정받으며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저렴한 유지비는 물론 낮은 속도에서부터 큰 힘을 낼 수 있는 점도 많은 운전자가 전기차의 장점으로 꼽는 부분이다.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총 14만851대다. 이 중 휘발유차는 지난 4월보다 4.3% 줄어든 6만8927대, 경유차는 6.5% 감소한 1만2026대다. 전기차는 1만3354대로 18.7% 증가했다. 전기차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이미 5만대를 넘어섰다. 이처럼 전기차는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그 특성을 고려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도로 시설물 기준은 30여년 전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당시 대표 중형세단(쏘나타) 기준이어서 약 1500kg 무게의 차종을 견디도록 규정됐다. 2022년 6월 한 전기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들이받아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는데 충격을 흡수할 안전 구조물은 무용지물이었다. 주행속도가 높은 데다 무거운 전기차였기 때문이다.전기차는 필요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를 많이 싣고 다녀야 해서 동급 내연기관차(엔진차)보다 보통 300~400kg 이상 무겁다. 국내 대표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5의 무게는 2015kg이나 된다. 대형세단 그랜저의 무게가 최대 1655kg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게다가 저속 토크가 강해 노면 파손 가능성이 증가하고 높은 속도로 인해 충돌 시 여파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주차장도 문제다. 기계식 주차장은 리프트의 하중 제한이 있어 일부 소형 전기차를 제외하면 주차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주차가 가능하더라도 리프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 내구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일반적인 주차장의 경우에도 전기차 보급이 늘면 건물이 견뎌야 하는 하중이 그만큼 증가한다. 건물의 구조적 안전엔 문제가 없더라도 바닥 파손 등의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그동안 정부는 배출가스 없는 친환경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구매보조금을 지급해 왔는데 현재는 오히려 부작용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뒤늦게나마 전기차 보급에 따른 도로 안전 시설물 기준 상향 필요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지만 실제 도로에 정책을 적용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성을 인지했더라도 현실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기존 시설물을 교체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운전자 스스로 안전을 챙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전기차'의 특성을 알리고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건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 아닌, 정부와 전기차 제조사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책임 전가는 '안전 공백'으로 이어진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현재는 서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기자수첩] 신한의 증권+은행 '원 WM' 전략은 통할까
"신한투자증권이 창사 이후 최초로 은행·증권 WM(자산관리)총괄조직을 만든 건 WM부문에서 승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달 초 이뤄진 신한투자증권의 조직개편과 관련해서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WM 수수료 수익 부문 기준으로) 3위권 진입은 가능할 것"이라며 잠재력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WM부문 사업 전략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1일 신한투자증권은 자산관리 사업모델 고도화를 위해 자산관리총괄조직을 신설, 증권·은행의 WM 기능을 통합했다. One(원) WM 전략으로 증권 자산관리 비즈니스 역량을 하나로 집중해 증권 고객과 은행 고객에게도 차별화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자산관리총괄대표에는 신한은행 PWM압구정중앙센터 센터장과 영업부 커뮤니티장, 영업추진2부 본부장, 부행장 등을 거친 정용욱 신한투자증권 WM그룹장을 선임했다. 정 대표는 통합조직 수장으로 증권 자산관리부문과 은행 WM그룹을 모두 총괄하며 증권·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정 대표는 이달 말 예정돼 있는 하반기 정기 임직원인사에서 WM총괄 조직을 대대적으로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증권업계에서 신한투자증권의 One WM 전략에 큰 관심을 두는 배경에는 긴장감이 어느 정도 깔려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WM에서 활로를 찾는 중이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을 보유한 자산가 규모가 2022년 38만5000명에서 2023년 41만6000명으로 증가하는 등 WM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데다 자산운용(AM)사업 대비 이익률도 높아 증권사 입장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강남과 같은 부촌에 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센터를 늘리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한투자증권이 리딩뱅크인 신한은행과 협업을 본격화하면 WM 시장에서 '신한'이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은 WM 부문에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WM 수수료 수익 기준으로 신한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삼성증권에 이어 4위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의 성장속도는 매섭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WM 수수료 수익은 228억원으로 3위 삼성증권(260억원)과 격차를 32억원으로 좁혔다. 2022년 신한투자증권(183억원)과 삼성증권(236억원)의 격차는 53억원이었다. 1년새 21억원 줄인 것이다. 특히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WM 수수료 수익 증가폭은 24.6%로 상위 5개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10.2%의 증가폭을 기록한 반면 미래에셋증권(-5.0%), 하나증권(-25.1%), NH투자증권(-6.3%) 등 3개사는 모두 감소했다. 초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PB의 경우 올해 6월 신한투자증권은 109명으로 증권사에서 가장 많다. 신한투자증권에 이어 삼성증권(91명), 하나투자증권(82명) 등 순이다. 신한투자증권은 WM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기반을 어느 정도 닦았다. 초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WM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은 올해부터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초부터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본사 내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가하면 새로운 대형 PB센터를 늘리는 형태로 WM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타사와 달리 신한투자증권은 은행·증권 WM을 통합하는 과감한 카드를 던졌다. 신한투자증권은 WM 사업 강화를 위해 데이터 분석에 기반 한 디지털 마케팅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WM 부문에서 경쟁은 수수료를 무리하게 내리는 등 출혈경쟁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신한투자증권이 던진 카드가 신한의 실적 개선을 넘어 전문성과 고도화한 시스템에 기반 한 증권사들의 선의의 경쟁도 이끌어 낼지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최저임금, '보이지 않는 손' 개입 없어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수렁에 빠졌다. 업종별 차등적용 등 주요 쟁점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작 내년 인상률 논의에는 착수조차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노동계와 경영계는 대척점에 서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 주요 쟁점에 대한 결정은 공익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공익위원들이 개입해 결론을 내는 식으로 심의가 이뤄졌다.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사가 각각 최초 제시안을 제출한 뒤 논의를 통해 격차를 줄여가다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쳐 결정한다.업종별 차등적용 등 쟁점에 대한 결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함에 따라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쳐 최종 부결로 결론내린 바 있다.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은 노동계가, 사용자위원은 경영계에서 추천을 받아 선임한다. 공익위원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정부가 선정해 노동부 장관이 제청한 후 대통령이 위촉한다.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선임 자체를 정부에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하게 있어왔다. 별다른 체계없이 각 정권의 성향이나 입장에 따라 인상률이 크게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2018년 16.4%, 2019년 10.9% 올랐던 최저임금은 급격한 임금 인상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선회하자 2020년 2.9%, 2021년 1.5%로 크게 낮아진 바 있다.올해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특히 올해 공익위원의 성향이 대부분 보수인사인점을 감안하면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 등 쟁점 사안에 대해 경영계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노동계가 지난달 공익위원 명단이 결정된 뒤 크게 반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경영계의 입장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보수인사로 채워진 공익위원들이 경영계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의심에서다. 하필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한국은행과 윤석열 대통령이 잇따라 돌봄서비스 직종에 최저임금 차별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잇따라 피력한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는 결국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매년 논란을 야기하는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 불필요한 잡음이 불거지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 공익위원들 역시 정부 정책이나 입장을 살피기보다는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을 목표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을 조율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LG복지재단 구연경, 대표 자격 의심받는 이유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LG복지재단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설립취지다. 1991년 LG 2대 회장인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단을 설립한 이후 정의사회 구현사업과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LG의인상이다. 3대 회장인 고 고본무 회장이 선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 2015년 제정한 상으로, 남다른 선행과 의로운 행동으로 사회의 귀감이 되는 의인을 찾아 포상하는 사업이다.2018년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시상 범위를 대폭 확대해 우리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데 힘을 더욱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재단을 이끄는 구연경 대표는 현재 정의를 훼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구 대표는 남편 윤관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수백억원을 투자했던 바이오 기업 A사의 주식 3만주 가량을 개인적으로 취득했다. A사의 주식은 윤관 대표 회사의 투자 소식 발표 이후 급등했는데, 구 대표가 사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 주식을 취득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부정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구 대표는 돌연 이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공익재단을 개인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LG복지재단 이사회는 지난달 10일 구 대표의 주식 기부안건을 보류했다. 정의구현을 목표로 하는 공익재단이 향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는 주식을 받기에는 부담이 커 해당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가 없는 주식이고 정당한 거래였다면 매입 시점을 명확히 밝히고 의혹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구 대표는 해당 사안에 입을 다문채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대로는 LG복지재단의 설립취지와 도덕성마저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구 대표가 공익재단 대표로서의 자격을 의심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LG복지재단에 더 이상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니하오베이징] 35세 명문대 졸업생의 의대 도전을 둘러싼 논란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한 곳을 졸업하고도 의대에 가겠다며 17년만에 재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사연이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대입 재도전에 나선 그를 두고 후배들에게 돌아가야 할 자리를 염치없이 노린다는 비난이 쏟아지는가 하면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모습은 응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과열 양상을 보이는 중국 교육현장의 한 단면이다.━"의대가겠다"는 35세 사교육업자.."후배 기회 뺏냐" 비난 직면━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2024년 가오카오(高考)가 지난 6월7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됐다. 중국에선 베이징대(북경대)와 함께 양대 명문대인 칭화대(청화대) 졸업생 35세 리롱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현지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리롱은 18세때인 2008년 750점 만점인 가오카오에서 695점을 받고 칭화대에 입학했는데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의학공부의 꿈을 포기하고 칭화대 기초수리과학대학을 선택했었다. 리롱은 열심히 살았다. 칭화대를 졸업한 후 사교육산업에 투신했다. 중국의 사교육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리롱도 상당한 돈을 번 모양이다. 이제는 베이징 시내에 집 세 채를 보유한 자산가가 됐다. 그리고 올해 다시 가오카오에 응시했다.그는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린시절 나는 가족을 먼저 책임져야 했지만 35세를 맞아 이제는 나 자신과 사회를 책임지는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며 "이번 시험에 응시해 의대에 진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롱은 목표점수가 700점이라고 밝혔다. 가오카오 100일 전부터 월~금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시간에 아이와 잠시 놀아준 후 아이가 잠든 이후부터 다시 공부하는 일과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어왔다.그럼에도 리롱의 도전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해마다 중국에서 날고긴다는 천재들을 포함해 무려 1300만명 이상이 가오카오에 응시하고 웬만하면 남한 인구보다 사람 수가 많은 한 개 성에서 수석을 해야 칭화대나 베이징대의 원하는 학과에 진학한다.칭화대는 이공계열의 명성이 워낙 높은 터라 상대적으로 의대의 위상은 이공계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칭화대다. 가능성이 낮음에도 리롱의 도전이 화제가 된건 만만찮은 반대여론 때문이다.중국의 의대는 학사과정만 9년제인데 리롱이 희망한다고 밝힌 칭화대 연합의과대학 임상과정이나 중의학 과정은 리롱이 응시하는 헤이룽장성(흑룡강성)에서 각각 딱 한 자리씩만 배정돼 있다. 리롱이 원하는 점수를 얻어 시험에 합격한다면 헤이룽장에서 시험에 응시한 졸업생이나 재수생들은 이 자리에 입학할 수 없다. 리롱이 젊은이들의 성장 기회를 뺏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산주의사회지만 어쨌든 가오카오 응시엔 자유가 있는 중국이다. 게다가 매년 화제가 되는 만학도가 리롱뿐인건 아니다. 중국에선 유명한 탕상준의 사례도 있다. 그는 리롱처럼 올해 35세인데 지난 15년동안 매년 대학 입시에 응시했다.매번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탕상준의 사례는 중국에선 마치 끈기나 열정의 상징 격으로 여겨진다. 공교롭게 탕상준이 목표하는 대학 역시 칭화대다. 중국에선 역시 명문대인 상하이자오퉁대(상해교통대)에 합격했지만 칭화대에 가기 위해 입학을 포기했다.많은 만학도 사례에도 리롱의 케이스는 올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특별히 화제가 됐다. 워낙 교육열이 뜨거운 중국 분위기를 반영하듯 리롱의 도전에도 일단은 우호적 여론이 우세하지만 가오카오에 응시해선 안된다는 비난 여론도 만만찮다. "본인의 교육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부터 "어차피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있다. ━천만명씩 대졸자 쏟아지는데… 일자리 부족한 中 사회 단면━리롱의 사연에 대륙이 달아오르는건 그만큼 가오카오를 대하는 중국인들의 상황에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가오카오 응시 인원은 전년대비 51만명 늘어난 1342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한국의 경기도 인구(1364만명)와 맞먹는다. 중국에선 이미 시험 한참 전부터 시험장 주변 호텔이 동났다. 중국의 금기 중 금기인 마약성분이 들어있을게 뻔 한 '스마트 약물'을 찾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들며 공안이 특별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중국의 인구구조 상 가오카오 응시 인원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도 종전까지 가오카오를 실시하지 않던 7개 지역에서 가오카오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앞으로 수 년 간 가오카오 응시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중국의 취업시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의 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가 취업시장으로 쏟아져나온다. 그런데 미·중 경제대립이 심해지면서 미국 등 서방 기업들이 썰물처럼 중국을 빠져나간 터라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양질의 일자리는 꾸준히 줄고 있다.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혁신기업들이 고액연봉의 일자리를 늘려가고 있지만 빠져나간 일자리를 단숨에 메우기는 어렵다. 졸업생 수는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줄어드니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특히 미·중관계가 정상적이던 시절엔 이공계열 대학졸업자 중 우수한 학생들은 상당수를 미국 등 서방국가에서 장학금까지 줘 가며 데려가 유학시켰지만 이 수요가 뚝 끊겼다. 우수하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 학생들이 중국 내에서 취업 승부를 봐야 한다. 미·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신난건 중국 대학교수들 뿐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다. 과거같으면 미국이나 유럽에 뺏겼을 우수 인재들을 대학원생으로 뽑아 데리고 있을 수 있어서다.고학력 백수들이 늘어나고 이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대졸 배달기사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들도 이제는 당연한 상황이 됐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나 식당 종업원들을 만나는게 베이징 시내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35세의 나이에 칭화대 의대에 재도전하는 리롱의 사연에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이며 청년실업률 공개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정도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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