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K패션, '정직'해야 산다
패션업계가 '패딩 충전재 허위 표기'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번 논란으로 국내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갓 탄력을 받고 있던 K패션에도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 소비자들은 업계의 개선책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만 재확인할 뿐이다.이번 논란이 수면 위로 등장한 것은 한 소비자가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라퍼지스토어 상품을 시험기관에 조사·의뢰하면서다. 라퍼지스토어는 한 패딩 상품 충전재의 80%가 오리 솜털로 이뤄져 있다고 기재했다. 조사 결과 오리 솜털은 3%에 불과했다.중소 브랜드뿐이 아니다. 유통 대기업인 이랜드월드의 후아유가 판매한 한 구스다운은 '거위털 80%'라고 표기했지만 실제 거위털은 30%였다. 이 사례 역시 소비자가 충전재 혼용률에 관해 문의를 남긴 후에야 이랜드 측에서 충전재 재검사에 나서면서 알려지게 됐다.해당 브랜드들은 "생산업체만을 믿고 확인을 소홀히 했다"고 해명했다. 제조는 다른 업체에 맡겼고 상품 하나하나를 다 뜯어볼 수 없었다는 변명이다. 복잡한 유통구조로 확인이 어려웠다는 점은 궁색한 핑계일 뿐이다.업계에서는 패션업계가 원가 절감 차원에서 소재를 속여오던 병폐가 드러났다고 본다. 소비자가 패딩을 직접 조사기관에 맡겨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 혼용률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다른 소재 비율을 높여 사용했고 중저가 브랜드들도 문제 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브랜드들도 소비자들이 먼저 패딩 혼용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밝혀졌다. 여태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안 걸리고 어물쩍 넘어간 브랜드도 있을 것이다.한 패션뷰티산업 관련 교수는 "패션뷰티는 '이미지 사업'"이라며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도 패션뷰티 산업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패딩을 직접 뜯어 보고 혼용률을 확인한 후에 구매할 수는 없다. 브랜드 신뢰도와 이미지가 중요한 이유다.국내 패션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지 걱정이다. 이번에 논란에 휩싸인 이랜드는 중국을, 무신사는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다른 중소 패션 브랜드부터 대기업까지 해외로 손을 뻗고 있다.K패션이 해외에서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박히면 이미지와 신뢰도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 내수 부진에 따라 해외에서 살길을 찾은 우리 패션 기업들에게 치명적이다. 한국 패션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목이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해당 브랜드들은 공식 사과하면서 개선책을 제시했다. 무신사는 혼용률이 민감한 제품에 대해 외부기관 시험성적서를 필수로 받는 등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했다. 조동주 이랜드월드 대표는 원자재 수급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에 걸쳐 품질 검증을 강화하고 반복적인 검수 절차를 추가해 보다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약속했다.다른 패션 플랫폼들도 선제적으로 관련 대책을 내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번 사태가 건강한 K패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나무 아닌 숲을 봐야… 안타까운 정치권의 성과주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소비자 후생 강화를 목표로 했지만 그 속에 담긴 세부 조항들을 들여다보면 정책 방향성이 의문스럽다. 특히 제조사 판매장려금 자료 제출 의무화 조항은 삼성전자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애플에는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로 귀결될 수 있어 역차별이 우려된다. 이용자에 도움되는 실질적 변화보다 정치적 과실을 위한 근시안적 행태가 아쉽다. 단통법 폐지 논의 과정에서 포함된 판매장려금 자료 제출 의무화 규정은 제조사 지원금 축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제조사가 정부에 제출한 판매장려금 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조업체가 판매장려금을 적극적으로 쓰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국내 단말기 제조 시장은 10년 전 단통법 시행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 LG전자가 몇 년 전 짐을 싸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과점 체제로 바뀐 상황이다. 애플은 한국 정부 규제에 무신경하다. 별다른 제재가 먹히지 않아 안하무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차례 국감장에 선 애플코리아는 항상 '쇠귀에 경 읽기'였다. 통신 3사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뿐이다. 시장에선 판매장려금 경쟁이 전무한 형국인데 그나마 판매장려금에 힘쓰는 삼성전자의 의욕만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가 아무리 기밀을 요한다고 해도 기업 입장에선 머리 위에 언제 떨어질지 모를 돌덩어리를 이고 있는 것과 진배없다. 이는 단통법 폐지 취지를 퇴색시켜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해 생활의 필수품인 단말기 가격을 낮추자는 의도지만 판매장려금 공개는 엇박자를 내게 만들 것이다. 만일 판매장려금 내역이 유출되면 삼성전자가 해외 시장에 선보이는 단말기 가격 책정도 순탄치 않다. 가뜩이나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업에 힘을 쏟고 있어 판매장려금을 통한 가격 인하에 주저하고 있는데 이번 일로 일말의 여지마저 사라질까 걱정이 앞선다. 이벤트성 성과주의가 만든 규제의 함정이 문제다. 정치권이 가시적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정책의 본질적 효과를 놓쳤다고 본다. 정책은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시기를 놓쳤다는 단통법 폐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부차 조항과의 연결성을 긴밀하게 고려했어야 했다. 시장 환경을 면밀하게 살펴 정책을 입안해야 규제 리스크를 넘어설 수 있다. 개정안은 규제를 덜어주는 척하면서 새로운 부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설왕설래는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 이후 정치권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각자 수권정당이 될 욕심에 '반대를 위한 반대'가 난무하고 생산성 있는 논의는 힘을 쓰지 못한다. 정치권은 숲이 아닌 나무만 보는 조급함에 갇혔다. 단발성 성과주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진정한 소비자 후생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이 절실하다.
[기자수첩] '국익과 실용' 되찾아야
국익과 실용.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국정운영의 원칙으로 제시한 목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다는 자세로 모든 공직자는 대안을 모색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재계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기업 중심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첨단산업 육성과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재계 단체들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적극 공감한다"며 반겼다.기대가 무색하게 윤 정부 출범 2년 7개월이 지난 현재 한국 경제는 과거보다 더 큰 위기에 놓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전보다 0.2%포인트 하향한 2.3%로 조정했다. 지난 9월에도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기존보다 0.1%포인트 내렸다. 불과 2개월 만에 더 낮춘 것이다. 올해 한국의 누적 수출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 이마저도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은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11월 기준 누적 총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늘었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1.6% 증가에 그친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30.8% 증가하며 타 업종의 감소세를 상쇄했다.OECD는 수출 부진을 이유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내렸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3.3%) 대비 1.2%포인트 낮다.한국 경제를 견인할 주요 산업은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하자 중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은 레거시(범용) D램을 쏟아내며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에서 지난달 1.35달러로 4개월 만에 35.7% 하락했다.석유화학업계도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으로 고전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부터 자국의 범용제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증설을 추진해 왔다. 국내 기업들은 공급 과잉에 고환율 부담이 가중돼 실적이 악화했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4대 석유화학 기업 중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3사는 적자 전환했다.철강업계는 정부에 중국산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철강재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시장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원가 절감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한다.한국 경제는 탄핵 정국에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12·3 비상계엄 여파로 환율은 고공행진 중이고 위기에 대응할 리더는 직무가 정지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더라도 새로운 수장을 뽑기 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지만 한국은 위기마다 특유의 저력으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켜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았다. 이번 사태도 모두가 힘을 모으면 위기는 극복될 것이고 새로운 동력을 얻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잃어버린 '국익과 실용'을 되찾자.
[기자수첩] 정쟁의 겨울… 민생 법안도 꽁꽁 얼었다
언제부턴가 인간성의 권장 덕목이 '이성'이 됐다. 거기에 덧붙여 '인간은 늘 냉철한 논리와 이성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동물'이 돼야만 했다. 가장 신경쓰이는 핀잔은 "왜 그렇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느냐"다. 나부터도 그 질책을 피하려고 때로는 좋아서, 때로는 성질이 나서 한 행동들에 감정과는 무관했다며 이유를 찾으려 들었다. 시간이 흐른 뒤 힘든 일이나 불행한 일의 뒤를 살피면 그 이면에는 늘 오만함이 존재했다. 저들보다는 낫다는 도덕적 우월감이 이기심과 독선을 합리화했다. 사회과학에서는 이를 '도덕적 면허 효과'(moral licensing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나는 도덕적인 사람이니 비윤리적인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이성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대부분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된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것은 인지하지 못한다. 문제를 비판하며 대안을 찾겠다던 이들도 부정하게 특권을 추구하거나 비윤리적인 일을 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난데없는 비상계엄 사태와 극단적 정쟁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도덕적 우월감을 뽐내며 위선을 이성으로 감추는 정치권에 서민들의 삶은 더 춥고 힘들다. 12월,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서 날씨만큼이나 국민들의 삶도 얼어붙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민생을 살피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정부와 국회가 마비됐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정쟁에만 쏠려 있다. 여당은 권력 이양을 위해 위헌적 발상을 이어가고 야당은 정부를 무력화해 조기 대선을 치르는 데만 관심이 있다. 민생과 예산은 정쟁의 무기로 전락했다.그들의 행동 원천에도 도덕적 우월감이 있다. 상대가 얼마나 끔찍한 지에 초점을 맞추고 나는 다르다고 뽐낸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도덕적 비교우위를 발휘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이슈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 같은 여야 대립 속에 양측이 강조한던 민생 관련 예산은 증액 없이 통과됐다.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와 여당이 반대한 야당 주도 '감액(減額) 예산'이다. 극단적 정치 대립이 나라의 한 해 살림살이마저 합의하지 못한 채 일방 처리된 것이다. 물가 폭등 등으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가계 통신비 인하도 요원해졌다. 정부는 올해 1월 '민생 살리기' 일환으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3차례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고 단말기 가격 인하를 주문했다. 하지만 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으로 국회 일정이 올스톱 되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에도 제동이 걸렸다. 민생 법안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기본법도 표류하고 있다. 연내 제정이 유력시됐으나 탄핵 정국 속 여야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AI 기본법 통과 시기가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 본회의에선 AI기본법 심의·의결을 지난 10일 처리하려고 했으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이날 내란 혐의 규명을 위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만 의결됐다. AI 업계와 학계는 해외 빅테크와 정부가 촌각을 다투며 AI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관련 제도와 투자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AI 관련 제도 미비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에 선뜻 나서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는 심각한 혼란에 빠져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고물가와 고금리, 환율 변동에 의한 내수 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다. 민생의 겨울이 길어지지 않기 위해선 "서로를 파괴하려는 의제보다 우리 문제에 집중해달라"는 서민들의 외침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한국계 최초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은 "우리 정치에는 너무 많은 오만이 있다"며 "우리가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가서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당들도 실천하길 원하는 것은 나의 바람뿐일까.
[기자수첩] HUG 부채 감축 위한 보증 규제는 '정부의 모순'
수년째 수면 아래 숨어있던 전세사기 사건이 2년여 전 이른바 '빌라왕 사태'로 부상했다. 전세보증보험을 운영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HUG는 전세 피해자들에게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반환하며 재정 사정이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해 전세보증사고 피해금을 변제하는 과정에서 당기순손실이 3조8758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적자가 발생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1조80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HUG는 연말까지 4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예상된다.이에 HUG는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금을 확충한 것은 이 같은 배경이 원인이다. 현재는 '112% 룰'로 불리는 보증 한도 축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12% 룰은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12%(공시가격 140%X전세가율 80%) 이내여야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현행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140%X전세가율 90%) 이내로 보증 가입 한도를 정하고 있는데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HUG 보증 가입이 허가되는 전세금 기준을 낮추는 것으로 집주인에게는 전세가격 하락 효과를, 세입자에게는 보증 제한 효과를 가져온다. HUG는 대위변제액 중 집주인으로부터 회수한 금액이 올해 8월 기준 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보증 문턱을 높이는 명분이 된 것이다. 보증 규모가 축소되면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든 역전세를 피할 수 없다. 이는 다시 전세금 미반환의 리스크를 키우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부동산 플랫폼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112% 룰이 시행될 경우 기존 전세계약 10건 중 7건은 동일 조건으로 보증에 가입하지 못하게 된다.이 같은 우려에도 HUG가 보증 한도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의 경영평가가 지목된다. 기획재정부는 연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HUG가 부채비율을 줄이도록 압박했다. '2024-2028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라 HUG는 부채비율을 지난해 116.9%에서 2028년 40.5%로 줄여야 한다.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전세보증 규모를 줄여야만 한다.전세사기 피해자가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하는 등 사회 문제로 확산되자 정부와 정치권은 HUG 전세보증 가입을 독려했다. 소비자들은 보증제도를 사회 안전장치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보증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재무건전성 관리 문제는 제도의 공공성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택공기업이 보증사업을 영위하며 부채를 동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구조의 문제다. 국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사회 안전장치로서 보증사업을 운영하려는 것은 정부의 모순이다. 최근 HUG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HUG에 대한 현물 출자가 '0원'이다. '2만4668명'. 지난달 22일 기준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숫자다. 주택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앞으로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추가 보증사고에 대비하는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지속가능한 보증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을 멈추고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기고] 기업도 경영권 방어 수단 있어야, '한국형 포이즌필' 도입 절실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사모펀드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가치 제고를 기치로 기업을 인수하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들이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적대적 M&A를 통해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단기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비용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이 같은 적대적 M&A에 대항해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거나 실무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이즌 필(Poison Pill)은 기존 주주들에게 싼 가격으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옵션 권리를 부여해 인수자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방법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포이즌 필 이외에도 해외의 주요 국가에서는 주식의 종류에 따라 의결권 수를 차별적으로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지분율과 무관하게 거부권을 행사하는 황금주 등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가진 우량 기업이라도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자본의 공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자사주 취득과 처분 또는 백기사 확보 정도가 고작이며, 그 중 자사주를 통한 방어의 경우에는 법적 책임의 위험이나 재무적 부담 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방어 수단으로 기능하기가 쉽지 않다.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내에서는 적대적 M&A의 타겟이 된 순간 자사주 취득 이외에 활용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거의 없고 그마저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등에 업은 대형 사모펀드의 공세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현행 상법과 자본시장법은 적대적 M&A의 타겟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놓은 채 투기적 자본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키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 내지 확대하기는커녕 정부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행법 하에서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는 자사주 처분마저 제3자 배정 신주 발행과 마찬가지로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만약 그러한 규제가 혹여라도 현실화된다면 고려아연 사례를 보면서 경영권 방어 수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상당수 기업들로서는 절망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무능하거나 부도덕한 경영진은 적대적 M&A를 통해서 교체됨이 마땅하다. 그러나 우수한 경영 능력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온 경영진에게는 다양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통해 적대적 M&A 시도에 대항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상식적인 '게임의 법칙'에 부합할 것이다. 그리고 이 때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적은 실효적인 수단이어야 한다. 자사주 취득과 같이 재무적으로 부담이 크고 법적 책임의 위험이 수반되는 방어 수단이라면 그러한 방어 수단을 써서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크다.이제 정부와 국회는 한국형 포이즌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1980년대 미국에서 포이즌필을 활용하여 무분별하고 약탈적인 M&A 문제에 대처했듯이, 우리나라도 이제 우량한 기업이 적대적 M&A의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적절하고 실효적인 경영권 방어 제도 수립에 전향적으로 나설 때가 되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상당수 우량기업들의 경영권이 해외 경쟁업체 또는 투기적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정부는 만시지탄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경영권 방어 수단의 제도화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지갑보다 마음을 공략, 다시 꿈꾸는 K-게임사들
국내 게임업계가 과금 모델(BM)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적이 있다. 인터넷 하면 '공짜'를 생각하던 당시 유저들이 지갑을 열게 하는데 한국 게임사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 게임사들의 수익 공식이 된 '부분 유료화'도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개발했다.수익성이 검증된 부분 유료화에 더해 P2W(Pay-to-Win) 시스템 도입은 국내 게임사들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게임사들이 큰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반감도 따라 커졌다. 과금이 아이템 강자를 만드는 게임 구조는 '돈이 곧 권력'인 현실 세계의 불평등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어서 유저들에게 차츰 외면을 당하기 시작했다. "현질(부분 유료화 게임의 유료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는 것)은 필수, 과금이 실력"이라는 조롱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국내 게임업계에서는 과금을 많이 유도할 수 있는 '돈 되는 게임'이 최우선 개발 과제로 꼽혔고, 창의성과 도전 정신은 저해됐다. 'K-게임 = 현질'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해외로 퍼져나가면서 대표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던 K-게임은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지기 시작했다. 올해 3분기에도 글로벌 히트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넥슨과 크래프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사가 실적 악화를 겪었던 배경이다. 유저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국내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와 쇄신 필요성이 커졌다.이를 반영하듯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반갑다. 불황 속에서도 '수작'으로 불릴 만한 다양한 장르의 게임 출시가 예고돼 재기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4일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4는 이런 변화를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아크 레이더스' '퍼스트 버서커: 카잔' '인조이' 등 슈터,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시뮬레이션 등의 장르 게임이 공개됐다. 그뿐만 아니라 '퍼스트 버서커: 카잔' '붉은사막' '프로젝트S' 등 다양한 콘솔 게임 신작이 두드러지며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시장 진출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매출만 따지던 시대를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정부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게임산업진흥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콘솔 게임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선도기업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콘솔 게임의 평균 제작 기간과 비용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골자로 한다. 세계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이 44%, 콘솔 게임이 28%를 차지하는 가운데 국내 콘솔 게임 시장 점유율이 1.5%에 불과한 만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의 관심에도 불황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은 실망한 눈치가 가득하다. 뒷받침하는 정부의 이해도와 지원 방식이 여전히 부족해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책의 세부 내용은 선도기업 멘토링 프로그램 등 표면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 닌텐도 등 주요 글로벌 콘솔 플랫폼사와 협력할 방침이라 설명했으나 이에 대해 각 사와 협의가 이뤄진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콘솔게임 제작 선도기업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 설명했으나 멘토링 프로그램에 누가 참여해 제작을 돕겠다는 것인지도 모호하다.관련 예산 편성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연평균 5%의 성장률을 통해 2028년까지 국내 게임 매출을 30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2025년에 편성된 콘솔 게임 관련 예산은 155억원에 그친다. 콘솔 게임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많은 인력, 자본 투입이 필요한 만큼 일본과 중국을 단기간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게임사가 아직 콘솔 시장에서 걸음마 단계임을 고려하면 더욱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책이 여론을 의식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책 목표는 좋으나 실행력과 디테일이 부족해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K-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정교한 정책 개발과 과단성 있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규제 중심의 접근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게임은 상용화되기까지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여러 번 넘어야 하는 고위험·고수익 산업이다. 많은 인력과 개발비가 투입된 게임이라도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국내 게임업계가 초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장르에서 도전과 창의성으로 무장하려고 나선 것은 격려할 만하다. 과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의 성공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던 K-게임이 콘솔, 인디, 그리고 인공지능(AI) 기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지원과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기자수첩] HD현대重 노조 대의는 어디 있을까
지난달 30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노사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노조가 물류거점 점거를 위한 천막 설치를 시도하고 사측 경비대가 이를 막는 과정에서 상호 폭력 행위가 있었다. 노조는 회사를 비방하지만, 폭력 행위가 있었떤 도로는 하루에도 수백 대의 물류 차량이 오간다. 이곳이 봉쇄되면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고 손해도 막대하다. 노조가 이곳을 불법적으로라도 점거하고자 했던 것도 회사에 타격을 입혀 본인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이같은 행동은 지난 7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HBM은 (사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반도체"라며 HBM 장비를 멈추려고 했던 일과 오버랩된다. 당시에도 노조의 계획은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했는데 이번도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이유를 막론하고 폭력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정당한 이유가 있고 쌍방 폭행이라지만 영상 속 사측 경비대 인원의 행위도 비난받는 까닭이다.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노조가 벌이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곱씹어 봐야한다.노조는 현재 기본급 ▲19만48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정년 연장(65세) ▲승진거부권 등 총 50개가 넘는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사측이 지난 9월25일 동종업계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기본급 12만2500원 인상의 2차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거절했다. 앞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노조가 HD현대중공업 사측 제시안보다 못 미치는 수준에 합의한 것과 대비된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시설물 불법 점거 및 훼손, 스프레이 분사, 위험물 투척 행위 등을 서슴치 않는다. 중앙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8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총 21차례의 파업이 있었다. 불법행위는 늘고 형태는 과격해 졌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수년간 조선업 불황을 겪어온 직원들에게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도 '불법 행위' 때문이다. 조합원들의 불만도 커진다. 임단협이 타결이 늦으면 격려금 지급도 미뤄진다. 현재의 노사 대치가 투쟁만을 외치며 기존 관행을 답습하는 현 집행부의 'No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조합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 지난 2차 제시안보다 상향된 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노조도 조합원들을 위한 실익과 명분을 챙길 수 있는 출구전략 마련에 나설 때다. 불법 파업은 조선업 미래, 조합원 권리, 노조 입지를 모두 잃게 할 수 있다.한국 조선업은 이제 막 불황의 터널을 지났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할 일은 산적하다. 불법 파업 장기화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노조원들의 몫이다. 생산성이 악화되면 실적이 좋을리 없고 향후 성과금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자랑하는 국내 1위 조선소의 명성은 지켜질까.
[기자수첩] 한미 오너家의 경영권 분쟁, 11월에는 끝내야
자중지란(自中之亂). 같은 편끼리 하는 싸움이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현재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모습을 설명하는 데 적절하다. 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측과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 등 형제 측은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그룹이 둘로 쪼개지고 있는 상황에 뒷맛이 씁쓸하다.모녀 측과 형제 측의 갈등은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 과정에서 촉발됐다. 모녀 측은 해당 통합으로 OCI그룹의 자금력을 활용해 R&D(연구·개발)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형제 측은 해당 통합을 '을사늑약'이라고 표현하며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이 OCI에 넘어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양측은 통합 추진 여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였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승리하며 분쟁이 일단락됐다.양측의 갈등은 지난 7월 재점화됐다. 지난 3월 주총에서 형제 측 승리의 주역이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편에 서기로 한 것.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로 주총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키 맨'(Key man)으로 꼽힌다. 신 회장은 모녀와 3자 연합을 구성하고 '선진 전문인 체제'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형제 측은 이에 대해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미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변화 필요성을 부인했다.형제 측과 모녀 측의 갈등이 10개월째 이어지면서 한미약품그룹은 둘로 쪼개졌다. 지주사이자 형제 측을 대변하는 한미사이언스와 핵심 계열사이자 모녀 측을 대변하는 한미약품으로 나뉘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형제 측이, 한미약품은 모녀 측이 이사회를 장악한 상태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대표를 향해 '대주주 꼭두각시'라고 비난했고 한미약품은 '지주사 독재 경영'이라고 날을 세웠다.오너 일가 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사이 회사 실적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올 3분기 실적부터 걱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살펴보면 한미약품은 올 3분기 매출 3755억원, 영업이익 522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전년도 3분기보다 매출은 3.0% 오르겠으나 영업이익은 9.2%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전년도 영업이익을 밑도는 컨센서스가 나왔지만 실제 실적은 컨센서스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증권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주가도 힘을 못 쓰는 중이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이 지속적인 (한미약품)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iM증권, 2024년 10월16일 리포트)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실제로 한미약품 종가는 올해 초(1월2일) 35만8000원에서 지난 22일 33만3000원으로 7.0% 내렸다. 주요 제약사인 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의 종가가 같은 기간 각각 127.1%(6만7800→ 15만4000원), 34.9%(12만5800→ 16만9700원), 34.1%(11만7400→ 15만7400원) 오른 것과 차이가 크다.이제는 경영권 분쟁을 끝내야 할 때다. 내부 갈등은 접어두고 흔들리고 있는 실적과 주가를 바로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녀 측과 형제 측은 다음 달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표대결 결과에 승복하길 바란다. 임시 주총 결과는 결국 소액주주들이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표 대결에 패배한 측은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말을 되새기며 추가 분쟁 없이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데 협조할 것을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K방산 27조 수출 시대… '울타리'가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무기 수주액이 세계 10위권 밖을 돌던 한국은 이제 미국 다음으로 무기를 많이 수출하는 '방산강국'이 됐다. 방산 수출 200억달러(한화 27조원)를 향해 성장하는 지금 K방산의 약진이 한 철 특수에 그치지 않으려면 방위사업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객이 늘어나니 요구는 다양해지고 계약도 복잡해져 잡음이 늘었다. 방산업계 대표주자 한화는 육·해·공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싸움닭'이 됐다. 싸움의 한 가운데에는 국내 방위사업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방사청이 있다. 방사청은 군수품 조달 및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콘트롤타워다. 한국 국방부가 주 거래처던 과거처럼 미온한 대처로는 방산 업체들은 각개전투에 나설 수 밖에 없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멀어진다. 최근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을 두고 벌어진 LIG넥스원과 한화 간의 갈등은 방사청의 조정 역할 부재를 보여준다. 지난 9월 LIG넥스원은 이라크 국방부와 3조7135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부체계업체인 한화는 LIG넥스원이 합의된 사항 없이 독단적으로 계약을 맺었다며 반발했다. 방사청은 해당 계약 주관이 아니라며 방조했다. 방사청은 두 업체를 불러 조정의 장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합의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경쟁업체도 아닌 협력업체 간 갈등은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한국판 패트리엇 천궁-Ⅱ의 부체계업체인 한화의 생산비율은 40%에 달한다. 계약 당사자, 주체계업체인 LIG넥스원이 미사일과 통합 체계, 부체계업체인 한화시스템이 레이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차량을 생산한다. 양 사 간의 소통부재도 문제지만 고객 이라크의 리스크에 대한 시선 차이도 크다. 한화의 반발을 단순하게 '몽니'로 볼 수 없고 방사청이 '업체의 일'이라 방조할 수 없는 이유다. 한화는 실적보다는 리스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2년 이라크는 한국과 11억 달러 규모의 T-50 24대 수출계약을 맺었는데 수출업체였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분식회계 의혹 등을 핑계로 대금지급을 미뤄 곤혹을 치르게 했다. 이라크의 인민동원군(PMF)이 이란, 북한, 러시아와 사실상 동맹관계에 있어 안보 리스크도 있다.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방사청의 중재 부재는 KDDX 사업에서도 나타난다. 2036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해 실전 배치하는 KDDX 사업자 선정을 방사청은 미루고 있다. 법정 공방 등 업체 간 과열경쟁이 가장 큰 문제지만 상황을 조정하고 관리하지 못하는 방사청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연말까지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 손실액이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방산 수출산업에서 핵심 중재자가 돼야한다.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출 방식, 납품 단가와 납기 순서 등에서 업체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한화의 호주 '레드백' 처럼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기획·설계·공급 체계를 최적화한 기획 수출 모델까지 구축된다면 앞으로 이러한 갈등상황은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방산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아버지'답게 방사청은 기업이 일에만 신경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방산업체들은 계약이행 후 사후관리, 기술 유출 등 각국 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중재할 자신이 없다면 '기업'에 관련 업무를 일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성장 가도에 올라탄 K방산이 잡은 호기를 스스로 걷어차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기자수첩] K뷰티, 물 들어올 때 노 잘 저으려면
K뷰티가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틱톡·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중소 뷰티 브랜드 상승세가 가파르다. 해외에서 K뷰티가 '거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소 K뷰티 브랜드도 품질 관리에 신경 써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국내 뷰티 브랜드의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화장품 수출 데이터(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화장품 수출액은 8억9176억달러로 전년 대비 11.7% 늘었다.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 7월 8억839만달러와 8월 8억1725만달러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7.9%, 20.4% 증가했다.특히 중소 브랜드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 5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4년도 상반기 및 2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서 최고 수출 품목은 화장품이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8% 증가한 33억1000만달러였다. CJ올리브영에서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중소 브랜드는 2020년 4개에서 지난해 7개로 늘었다.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날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최근 일부 중소 브랜드가 저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화장품 용기가 분리되는 등 제품에 불량이 있어 반품·환불 처리하는 사례가 이어졌다.지난달 30일 뷰티 브랜드 투크 코스메틱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투크 수채화 꽃잎 파우더'에 대한 추가 발송·환불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일부 물량이 용기에서 내용물이 쉽게 떨어져 나오거나 흰색 파우더에 검은 점들이 보인다는 소비자 제보가 SNS에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무신사 뷰티페스타에서 주목받았던 브랜드 누그레이도 품질 논란이 일었다. SNS에서 일부 '스웨이 치크 블러셔' 제품에 물기가 고이거나 부풀어 오르고 제품 용기를 닫으면 내용물이 거울에 묻는 현상이 생긴다는 사례였다. 이에 해당 제품에 대한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누그레이는 네이버스마트 스토어 공지 등을 통해 "이번 상황을 통해 향후 출시될 제품들의 품질 관리를 엄격히 하고 더 나은 고객 대응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해당 제품은 현재 판매를 중단했고 제품·제형 안정도를 개선해 재출시할 예정이다.국내 뷰티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갖춰가고 있다. 연말엔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쇼핑 행사가 예정돼 있다. 김명주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화장품 수출국 비중은 중국과 미국이 각각 26.9%, 20.1%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 기회를 폭넓게 잡은 만큼 제품 품질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
[기자수첩]가계통신비 인하의 씁쓸한 이면
1조3837억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가입자 1230만명이 선택약정할인제도(선택약정)를 모르고 지나쳐 날려버린 돈이다. 일정 기간 약정시 통신 기본요금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은 통신비 인하 노력에 따른 가장 큰 제도적 성과다.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노종면(인천 부평갑·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선택약정 미가입자는 1229만7811명이다. 전체 가입자의 26.2% 수준인데 이들이 놓친 할인 금액이 1조3837억원에 이른다. 선택약정은 단말기 구입시 공시지원금(단말기 구매 시 나오는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25%의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2014년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후 탄생했다. 당초 할인율은 12%였지만 2015년 20%로 한 차례 올랐고 2017년 25%가 된 뒤 유지되고 있다. 공시지원금을 받았더라도 지원 기간이 끝났다면 가입이 가능하다. 약정 기간은12개월이나 24개월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약정을 하게 되면 변경할 수 없어 머뭇거리는 소비자를 제외하더라도 바쁜 일상에 이를 잊어버리거나 고령층은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워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2016년 감사원과 2020년 과방위에서 선택약정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일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실을 외면하는 사이 선택약정 미가입자 수는 2020년과 비교해 약 10만명 늘었고 이들이 할인받을 수 있었던 금액도 약 465억원 증가했다. 현재로선 선택약정이 공시지원금과 함께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통신비 인하'를 강조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러한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문제다. 과기부는 최근까지 제4통신사를 추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좌초되고 말았다. 7전 8기 정신으로 이번엔 다를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직접 제4이통사 후보로 꼽은 스테이지엑스의 설립 인가까지 불허하면서 와해됐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노력은 인정하지만 현실에 맞는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 통신비 절감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선택약정을 두고서 다른 방향을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갖춰진 제도를 활용해 통신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다음 수순으로 나아가는 게 순리다. 단순히 안내 문자를 더 돌리는 것을 넘어선 전향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요금제 수익이 절대적인 통신 3사에게 자율적인 변화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문자에 국한된 홍보 방식도 전화처럼 적극적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할 건 다 했다'처럼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국민들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기변경시 단말기 할부원금을 내는 것과 선택약정을 받는 것 사이 유리한 방법이 뭔지 강제적으로 고지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통신 3사가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까닭에 과기정통부가 국회의 협조를 얻어 법령이나 시행령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으레 있는 일로 치부한다면 현재의 난맥상은 이어질 것이다. 무엇이 당장 통신비 인하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자세가 절실한 때다. 애써 만든 제도적 성과를 퇴색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기고] 라피 아밋 교수 "정부가 나서서 MBK 고려아연 인수 시도 막아야"
기업 지배구조의 대가이자 세계적인 석학 라피 아밋(Raffi Amit)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가 머니S에 고려아연 분쟁에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아래는 기고 원문과 번역본 전문. What is in the best interest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of all the shareholders and stakeholders of Korea Zinc.I have been working for many years with substantial families who own large global businesses around the world. The focus of my work centers on ownership and governance issues in multi branch multi-generational families. I recently published a paper in the top rated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entitled 'Hedge Funds Activism in Family Firms' in which I highlight, among other issues, the range of levers family firm owners have to defend against hostile takeover attempts by PE firms and hedge funds. This paper, along with numerous other widely cited papers I have published provides insights, anchored in actual data, on the ways large families who control substantial businesses, sustain the ownership and longevity of their businesses. I recently learned about the MBK hostile offer to buy control of Korea Zinc, and I have been reflecting on the proposed transaction based on the information I could gather. It seems to me that this deal is problematic in several ways: Korea Zinc is a strategic business for Korea and continuing the long-term perspective that Family Ownership brings is critical to Korea's national security and to Korea Zinc's many stakeholders in Korea, Australia and elsewhere. MBK control of Korea Zinc is likely to bring a short-term perspective to the Board of Directors, replace management, shirk the size of the company, cut costs, and sell its interest in Korea Zinc to the highest bidder within 3-5 years. Considering the severe national security implications of selling control to MBK, whose limited partners include a large Chinese sovereign wealth fund, the Korean regulator should immediately intervene and evaluate the implications of such a transaction. In my view, it is also critical that Korea Zinc approach banks and other private credit lenders and secure a substantial line of credit. In parallel, the Choi Family, is well advised reach out to the Jang Family and offer to buy them out in a leveraged transaction. This is in the best interest of all shareholders and other stakeholders in Korea and elsewhere. Attempting to resolve any conflict that may exists among the current controlling shareholders is in the best interest of all shareholders and of the Republic of Korea. There is ample data about the adverse implications of conflict among owners. Effective communication may result in a win-win outcome for the Republic of Korea, and for all of Korea Zinc's many stakeholders.━대한민국과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최선의 이익저는 오랫동안 전 세계의 대규모 글로벌 비즈니스를 소유한 주요 가문들과 일해오고 있습니다. 제 연구는 주로 여러 가문의 계열(분파)과 여러 세대에 걸친 가문의 소유와 거버넌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가문 경영 기업의 헤지펀드 행동주의'(Hedge Funds Activism in Family Firms)라는 제목의 논문을 이 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전략경영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여러 이슈를 다뤘지만, 특히 가문 기업의 오너들이 사모펀드와 헤지 펀드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맞서는 다양한 수단을 강조했습니다. 이 논문을 포함해서 제가 발표해서 여러 인용도가 높은 논문들은 대규모 기업을 지배(control)하는 가문들이 어떻게 사업의 소유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지를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저는 최근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지배력을 갖기 위해 적대적 인수 시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해 볼 때 이 거래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는 거래로 생각됩니다. 고려아연은 한국에 중요한 전략적 사업으로 가문 소유가 제공하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이 한국의 국가 안보뿐 아니라 고려 아연의 많은 한국, 호주 및 기타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매우 중요(critical)합니다. 고려아연을 MBK가 지배하게 되면 단기적 관점에서 이사회, 경영진, 회사규모 축소, 비용 절감을 불러오고 3년에서 5년 이내에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는 곳에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 MBK의 유한책임사원(LP) 중에는 중국의 대형 국부펀드가 포함되어 있어 MBK에 고려아연의 지배권(control)을 매각하게 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규제 당국은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이 거래의 영향을 평가해야만 합니다. 제 의견으로는 고려아연이 은행과 사모 대출 기관과 접촉해 충분한 신용 한도를 확보해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동시에 최씨 가문은 장씨 가문과 협상하여 레버리지 거래를 통해 장씨 가문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것이 모든 주주 및 한국과 기타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현재 주요 지배 주주들 간에 있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모든 주주와 대한민국의 이해에 최고로 부합하는 것입니다. 오너들 간의 갈등이 부정적인 결과를 낸다는 자료는 매우 많습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한민국과 고려아연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윈-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라피 아밋 교수 "MBK, 중국 자본 포함… 고려아연 인수 시 한국 경제안보 위협"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라피 아밋(Raffi Amit)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는 30일 머니S에 보내온 기고문을 통해 "최근 MBK가 고려아연의 지배력(control)을 갖기 위해 적대적 인수 시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해 볼 때 이 거래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는 거래로 생각된다"고 밝혔다.아밋 교수는 한국의 전략 사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MBK로 이전되는 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한국에 중요한 전략적 사업으로 가문 소유가 제공하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이 한국의 국가 안보뿐 아니라 고려아연의 많은 한국, 호주 및 기타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매우 중요(critical)하다"며 "고려아연을 MBK가 지배하게 되면 단기적 관점에서 이사회, 경영진, 회사 규모 축소, 비용 절감을 불러오고 3년에서 5년 이내에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는 곳에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MBK에 중국 자본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MBK의 유한책임사원(LP) 중에는 중국의 대형 국부펀드가 포함되어 있어 MBK에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매각하게 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의 규제 당국은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이 거래의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고려아연이 은행과 사모 대출 기관과 접촉해 충분한 신용 한도를 확보해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동시에 최씨 가문은 장씨 가문과 협상해 레버리지 거래를 통해 장씨 가문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밋 교수는 양측의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모든 주주 및 한국과 기타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현재 주요 지배 주주들 간에 있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모든 주주와 대한민국의 이해에 최고로 부합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오너들 간의 갈등이 부정적인 결과를 낸다는 자료는 매우 많다"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한민국과 고려아연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윈-윈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아밋 교수는 기업지배구조, 기업가정신, 가족경영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글로벌 가족기업의 리더십과 성공사례 등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가족경영 산학협력 연구프로그램인 와튼 글로벌 패밀리 얼라인스(Wharton Global Family Alliance)를 설립, 운영했다. 최근엔 저명한 저널인 전략경영저널 (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가문 경영 기업의 헤지펀드 행동주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 논문은 가문 기업의 오너들이 사모펀드와 헤지 펀드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맞서는 다양한 수단을 분석했다. 그는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 기업을 지배하는 가문들이 어떻게 사업의 소유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지 연구했다.아래는 라피 아밋 교수의 기고문 원문.
[기자수첩] 산으로 가는 KDDX…HD현대·한화 '공동개발' 가능할까
"그동안 공동개발을 안 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상세설계 공동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모두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입찰이 지연되면서 군 전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방사청이 사업 강행 의지를 밝힌 것이다.KDDX 사업은 이미 입찰을 마쳤어야 했지만 비리 의혹으로 지연되고 있다. 당국은 왕정홍 전 방사청장이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방사청은 사업 입찰이 지연되면서 군 전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고육책 마련에 나섰다. KDDX 사업 공동개발을 해결책으로 검토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에선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두 업체가 함께 진행한 전례가 없다. 과거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행한 적은 있지만 상세설계는 한화오션만 했었다. 2007년 국방부는 2조5000억원을 들여 3000톤급 잠수함 9척을 독자 개발하는 '장보고-Ⅲ'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 사업은 중복 투자를 막고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공동 수주로 진행됐다. 계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공동수급체로 함께 기본설계를 진행했다.이후 방사청은 사업 초반부터 내세운 공동개발 원칙을 철회했다. 기본설계는 공동으로 수행했지만, 상세설계와 함 건조는 경쟁입찰로 진행됐다. 2012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주했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두 업체가 함께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방사청도 인정한 것이다.가장 큰 문제는 상세설계 공동으로 진행할 경우 함정 건조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자 발견 시 두 회사가 법적 공방을 벌여 사업이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보안이 생명인 방산업계 특성상 기술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2019년 발생한 보안사고 감점으로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이 KDDX 사업 관련 군사기밀 탈취에 연루됐다며 이들을 군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도 임원급이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한화오션 임직원을 국가수사본부에 맞고소했다.KDDX 사업 컨소시엄 구성 시 주계약 업체를 어느 곳으로 할 것인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1번함은 누가 건조할 것인지, 어느 업체가 후속함을 몇 척 건조할 것인지 등 추가 갈등 요인도 있다.끝없는 갈등 과정에서 함정개발에 힘이 빠진다면 이는 해군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양측이 모두 '만족'하지 못해도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K-함정의 위상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방사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기자수첩] 위믹스로 뇌물줬다더니… 해프닝 된 P2E 로비설
지난해 블록체인 업계를 휩쓸었던 'P2E(돈 버는 게임) 로비설'이 마침표를 찍었다. 여의도와 판교를 뒤흔들었지만 검찰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블록체인 게임사들이 P2E 허용 등 규제 완화를 목적으로 발행 코인을 정치인에게 상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집중 포화를 맞은 것을 감안하면 허무한 결과다. 실체적 사실 규명과 동떨어진 여론몰이로 애꿎은 기업들만 피해를 봤다. 검찰은 최근 김 전 의원이 가상자산 발행사로부터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하고 뇌물을 챙겼다는 이른바 'P2E 로비설'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가 기소된 부분은 코인 투자로 얻은 수 십억원대 수익금을 국회의원 재산신고 과정에서 숨긴 혐의뿐이다. 그동안 마음 졸이던 위메이드, 넷마블 등 코인 발행 기업들은 '로비 회사'란 꼬리표를 떼게 됐다. 온 나라가 떠들석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체는 없었다. 작년 5월 김남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 십억원대의 코인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회의원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고지할 의무는 없었지만 파장은 컸다. 의심의 눈초리는 김 전 의원이 갖고 있던 위믹스, 마브렉스 등 여러 코인들을 향했다. 이를 발행한 회사인 위메이드, 넷마블 등은 정치권에 뇌물을 건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법을 유도했다는 파렴치한 회사가 됐다. 정치권에선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코인 회사를 직접 방문해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1번째 대상이었던 위메이드는 장현국 전 대표가 나와 수많은 의혹을 직접 해명해야 했다. 코인 특성상 거래 과정이 모두 남아 이동 경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기술적으로 로비 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등 여러 합리적인 주장들은 '쇠귀에 경읽기'였다. 정치권은 김남국 전 의원을 둘러싼 모든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와 빗썸까지 추궁했지만 진상규명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자체 청문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만 커졌고 이마저도 보안이 유지되지 않아 혼선이 가중됐다. 피감기관인 기업들은 별다른 해명도 못 하고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국민적 비판까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위메이드의 국회 대관 업무 내역까지 이슈되며 P2E 로비설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지만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는 말처럼 맹탕으로 끝났다. 국회 사무처가 출입 일지까지 공개했으나 위메이드는 김남국 전 의원실을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도리어 방문 기록이 남아 있는 의원들이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이후 정치권이 '코인'을 둘러싼 도덕성 공방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해당 이슈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철저한 규명 없이 검찰 수사에 맡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몇 달 동안 끌려다니며 피멍이 든 기업들은 숨 죽이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조용히 국면 전환을 바랄 뿐 의혹 제기에 따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다. 섣부른 한 마디에 기업들만 피눈물을 흘렸다. 앞으로도 이러한 행태가 반복된다면 산업 생태계 발전이 우려스럽다. 입법으로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해야 할 국회가 발목만 잡아선 안된다. 정치권이 무턱대고 의혹부터 제기하는 나쁜 습성 대신 실체에 접근하려는 성숙한 자세를 갖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배달의민족, 오배송 별점테러에 책임감 가져야
"배달기사(라이더)님이 메뉴 하나를 놓고 가셨어요. 배민 센터에 계속 전화했는데 30분이 넘도록 통화 연결이 안 되는 거예요. 바쁜 저녁 시간대에 다른 주문 처리도 못 하고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어요. 끝내 센터 연결은 안 되고 화난 고객은 별점 테러를 했어요. 제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평점은 내려가고 다른 주문도 못 받고... 눈물만 납니다."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느 업주의 말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다른 업주들의 공감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게시판에는 이외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여러개 쌓여 있었다. '배민 라이더가 음식을 엉뚱한 곳에 배달했다' '두곳의 음식이 뒤바뀌어 손님들이 모두 화를 냈다' '배민에서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집 앞에 음식이 놓여 있다며 빨리 치우라고 여러 차례 항의 전화가 와서 일을 할 수 없었다' 등이다. 마지막엔 항상 '별점 테러를 당했다'가 따라붙는다. 처음 의문은 '왜 배민에만 이렇게 배달 사고가 잦을까'였다. 혹시 배달 수요가 너무 많아서 프로 배달기사가 아니라 초보 알바생까지 동원하는 걸까. 답답함에 직접 현장을 찾아 나섰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배달 전문 음식점 업주에게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오배송은 늘 일어납니다. 라이더분들이 워낙 바쁘시고 하루에도 건수가 엄청나니 당연히 그럴 수 있죠. 문제는 업주가 라이더에게 연락만 하면 바로 해결이 되는데 타 플랫폼과 달리 배민은 라이더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그는 배민이 유독 배달 사고가 많은 결정적 이유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정책상 고객 연락처와 라이더 연락처를 가게에 공유하지 않는다. 오배송 등 문제가 발생하면 업주는 배민 센터에 전화해 배달기사 또는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업주는 배달기사 전화번호도 모르고 고객 주소도 모른다. 주문이 몰리는 식사 시간대에는 센터에도 전화가 몰린다. 자연히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1분 1초가 중요한 상황에 고객 대응 골든 타임도 놓치고 다른 주문도 놓친다는 설명이다. ━배민, 배달기사 연락처라도 공개 안 되나━지난 27일 오후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3차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양측은 특히 주문자 정보 공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재 배달앱 3사는 업주에게 고객 전화번호나 주소 등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결국 업주, 라이더, 소비자 3자가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협의체가 주문자 정보 공유에 합의했지만 최종 시행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일이라 협의체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도 함께 나서야 한다. 관련 법안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또 해를 넘겨야 이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해당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데도 배민은 그동안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장 빗장을 풀라는 게 아니다. 업주들의 목소리를 듣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민 측은 머니S에 "운행 중에 전화가 오면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연락처를 공유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지속해서 요청이 접수되어 현재 개선 방안을 논의 하에 추진 중이다"라고 답했다. 소비자 또한 배달기사의 잘못과 업주의 잘못을 떼어놓고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무조건 별점 테러를 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별점테러 역시 소상공인을 울리는 '갑질'일 수 있다. 업주에게 최종 '갑'은 결국 플랫폼사가 아닌 고객이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기후위기 시대에 '그린벨트 아파트'를 또 짓겠다니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꺼내든 카드는 주택 공급 확대이고 이를 위한 여러 수단 가운데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포함됐다.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는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수도권 공공택지 신속 공급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이를 통해 앞으로 6년 동안 수도권에 42만7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그린벨트 해제'다.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가구 이상 신규 택지를 발굴하고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신규 택지 발표 시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 수요를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날 따로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부와 협의한 그린벨트 해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주택 공급 확대의 수단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활용하는 데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일부 그린벨트 해제는 안정적 주택 공급과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최대한 자제했지만 정부 요청에 따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세대의 시급한 주택문제 해결 등 미래세대의 주거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오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단서를 달았다. 그는 "그린벨트 내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 등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을 활용할 것"이라며 무분별한 해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와 서울시가 협의해 이 같은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내놨지만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화 명분을 앞세워 녹지를 파괴하는 그린벨트 해제가 심화된 저출생 문제 해결의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냐는 반문과 대립한다. 오 시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최근 프랑스와 중국 출장도 다녀오는 등 대외적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지만 부동산시장 문제 앞에 이를 등졌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라는 엇박자를 내며 스스로의 철학을 무너뜨렸다. 그린벨트의 보존가치가 떨어졌다면 열심히 나무를 심고 가꿔서 다시 살릴 생각을 해야 한다. 그곳에 미래세대를 위한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다고 녹지 파괴라는 진실이 희석되진 않는다.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일대가 거론되고 주변 집값 상승 등 풍선효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집값을 잡겠다는 최초의 명분에 힘이 실리려면 그린벨트를 해제한 땅에 아파트를 짓더라도 양도소득세 등 세금 페널티를 부과해 분양가상한제로 특혜를 받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은 터무니없고 얄팍하기 그지없는 고민이다.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기후위기'라는 말은 입에 담지도 말아야 한다.곳곳에 미분양이 넘치는 데 주택 공급이 부족하단 분석이 과연 올바른 진단일까. 문제 해결 방법은 다른 데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정답이 아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28일 3시간 부분파업 예고
올해 임금·단체협약(입단협) 교섭 난항을 겪고 있는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단체 행동에 나선다.14일 HD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28일 오후 2시부터 전 조합원이 3시간 파업에 돌입한다.노조는 조선업에 호황이 돌아왔으나 노동자들의 처우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제시안을 제출하지 않으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고, 회사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노사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올해 교섭도 의견 일치에 진통이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25일까지 16차례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가졌고 전날 임단협 교섭을 재개했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근속 수당 1년에 1만원 ▲정년 연장 65세(임금피크제 폐지) ▲신규 채용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법령 개정 등을 포함한 총 61가지 요구안을 전달했다.앞서 노조는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재적 대비 65.07%(4919명)의 찬성으로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파업권을 확보했다.주요 조선사 노조 단체인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도 오는 28일 동반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조선노연은 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삼성중공업·한화오션·케이조선·HSG성동조선 등이 국내 중대형 조선사들이 소속돼 있다.
[기자수첩] SK가 초가삼간 태우지 않고 '빈대'를 잡는 법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겠다는 건가"최근 기자가 작성한 SK그룹 리밸런싱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해당 기사는 SK온으로 촉발된 재무건전성 악화가 그룹으로 전염되면서 SK가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SK그룹은 이종사업 회사 간 합병도 불사하며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정유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은 발전사업을 하는 SK E&S와 합병에 나섰다. 배터리 기업 SK온은 국내 유일 원유·석유제품 중계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국내 최대 사업용 탱크 터미널 기업 SK엔텀과 합친다.SK그룹이 SK온을 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적자 회사를 소생시키기 위해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동원하는 것이 과도하는 지적이 있다.SK그룹은 과거에도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 이야기다. 2011년 7월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3차 공고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당시 반도체 산업은 불황의 늪에서 빠져있었다. D램 가격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해 있었고 2011년 3분기 하이닉스반도체의 분기 영업적자는 2909억원에 달했다.SK그룹 내부에서도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통신과 반도체 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상당했다. 산업 특성상 업황의 진폭이 큰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도 상당한 리스크가 따르는 결정이었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2011년 초 17만원 대였던 SK텔레콤의 주가는 12만원 대까지 떨어졌다.SK그룹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결단을 내렸다. 메모리 산업의 공정 난이도가 올라가고 투자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대만, 일본 등 하위 사업자들이 탈락하면서 시장 통합이 빨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게 되면 메모리 반도체 2위 사업자인 하이닉스반도체에도 기회 요인이 더 빠르게 찾아올 것으로 판단했다.자금력을 갖춘 SK그룹과 기술력을 갖춘 하이닉스반도체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SK하이닉스는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보다도 50조원 늘어 150조원을 넘겼다. 올해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68조원, 23조원에 달한다.하이닉스반도체 인수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SK그룹은 SK온을 통해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접어들었지만 전동화 시대는 '약속된 미래'다. 출범 이후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마지막 고비를 넘기고 있다. 적자에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사업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서산 3공장, 미국 켄터키·테네시 블루오벌SK, 미국 조지아 현대차 합작공장도 내년 완공된다. 투자가 완료되면 SK온은 전 세계에서 연산 3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후발주자 핸디캡을 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SK온은 기존의 현대자동차,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외에 중국 지리그룹 등으로 고객사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중국 기업들이 앞서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SK그룹은 비관론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파격적인 결단을 내려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이번 리밸런싱 작업도 SK온만을 위한 것이 아닌 그룹 전체와 대한민국 산업계에 경쟁력을 높이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시대포럼]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https://i.ytimg.com/vi/VcbpSJtXg6o/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
_%EC%9A%B0%EC%B8%A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