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무늬만 쇄신 '카카오', 이제는 달라질 때
쇄신 경영을 내세워 한숨 돌렸던 카카오가 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범수 창업주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서 간신히 사그라들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추진했던 변화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김범수 창업주는 지난 9일 검찰에 소환돼 20시간이 넘도록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상태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인데 이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은 일찌감치 구속됐다.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 위기에 몰리자 카카오는 쇄신을 부르짖었다. 그동안 자율 경영을 강조하며 전면에 나서지 않던 김 창업주는 경영쇄신위원장을 자처하면서 직접 카카오의 환골탈태를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섰다. 외형적으로는 변화가 있었다. 외부 감사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만들어 감시 체제를 갖췄으며 자신의 측근으로 불리던 계열사 대표들을 물러나게 했다. 젊은 여성 리더십을 내세워 정신아 대표를 선임하고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실속은 없었다. 카카오는 준신위가 권고한 '주요 경영진 선임 시 평판리스크 관리방안 수립'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준신위는 지난달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카카오의 새 CTO로 내정되자 "개선방안을 수립하라"고 권고했지만 말 그대로 권고만 했다. 인사 혁신은 이 같은 임원의 복귀로 유명무실해졌고 전권을 약속한 준신위의 외침은 가볍게 묵살됐다. 내부에서도 '무늬만 혁신'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대체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몇 년 동안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 거버넌스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김 창업주는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놓고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번엔 지난해와 다를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검찰의 서슬퍼린 수사망에 오른 사건 역시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SM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등 의혹 등 총 4건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수사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겹겹이 쌓인 악재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알 길이 없다. 혁신적인 플랫폼 기업 카카오는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위기다. 이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언제까지 사법 리스크 기업이란 오명에 시달릴 것인가. 인공지능(AI)을 육성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면 적당히 구색만 맞춰선 안 된다. 설령 사법적 결과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은 '쇄신'에 있다. 체질 개선을 마친 카카오만이 면역을 갖춰 위기를 돌파해 나갈 수 있다. 하루라도 시급히 그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경영 정상화 작업이 궤도에 올라야 할 시점이다.
[기자수첩] 美 생물보안법 낙관 일러… 대책 마련 고심해야
"국내 기업들이 미국 생물보안법에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가격경쟁력이 강한 중국 업체들에 일을 많이 맡겨왔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는 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최근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BIX 2024)에서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미국 생물보안법으로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사업이 제한되고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존 낙관론과 대조된다. 글로벌 영향력이 큰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서 배제될 경우 자연스레 한국 기업들도 피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섞여 있다.미국 생물보안법은 2032년부터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달 미국 하원 규칙위원회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으며 입법 과정에 제동이 걸렸으나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의 바이오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 의지가 강한 탓이다.법안 추진 과정 초기에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생물보안법의 수혜를 누릴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적·산업적 협력이 많은 점을 감안, 중국 업체들의 빈자리를 국내 기업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미국 생물보안법 반사이익 전망에 힘을 실었다.낙관론이 퍼져가는 가운데 최근엔 득실을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을 배척하면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 중국시장을 놓칠 수 있어서다. 중국 업체와 거래를 끊을 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본사를 찾아 "미국 생물보안법의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섣부르게 중국 업체와 거래를 단절했다간 중국과의 관계만 악화하고 미국에서 실익은 얻지 못할 여지가 크다. 미국 생물보안법 세부 내용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법안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는 탓이다. 미국바이오협회가 지난달 초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기업 124개사 가운데 중국 CDMO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은 79%에 달했다. 미국 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지금은 시간을 두고 면밀히 상황을 살펴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 생물보안법 수혜 가능성에만 기대 투자 및 사업 계획을 성급하게 결정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이 부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냉정한 모습을 본받을 만하다. BIX 2024에서 만난 우시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타격이 있긴 하겠지만 사실과 다르게 과장된 부분도 존재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 갱년기증후군 근본 원인은 여성 호르몬 결핍이 아니다
갱년기는 노화 과정에서 생식 기능이 저하되고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떨어지면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 시기다. 이때 얼굴이나 가슴 쪽으로의 열감, 안면홍조, 가슴두근거림, 다한증, 수면장애와 같은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불안감, 우울감, 짜증, 건망증, 심한 감정기복 등의 정신적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를 '갱년기증후군'이라고 한다.1940년대 미국에서 말 오줌에서 합성한 에스트로겐 제제가 개발되면서 여성 호르몬제는 갱년기 여성들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우며 각광 받아왔다. 1980년대 후반 이 약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까지 나오면서 더욱 흔한 치료가 됐다. 실제로 미국에선 암에 의한 사망률보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기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하지만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5년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병합요법을 시행한 호르몬 치료군에서 유방암, 심장마비, 뇌졸중, 정맥폐색전증이 비교군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한 것이다. 이 소식으로 인해 이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던 약 중 하나였던 에스트로겐의 사용량이 급감했고 에스트로겐 처방이 줄자 세계 각국의 유방암 환자 발생도 감소했다.그럼에도 국내에선 최근까지도 여성 호르몬제를 복용했을 때 유방암의 발생 확률이 미미한 수준이고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논리로 갱년기 여성들에게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는 실정이다.폐경이 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고갈되고 난자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것은 여성의 몸에 있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노화의 전체적 과정 중 하나의 현상이다. 이 시기는 기본적으로 '물 흐르듯 잘 넘어가야' 하는 시기다. 너무 오래 머물러 있게 되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갱년기증후군은 개인마다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전체 갱년기 여성 중 25%는 이 시기를 별다른 불편함 없이 보내는 반면 50%는 견딜 만한 수준의 증상을 경험하고 나머지 25%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한다.이 시기를 별다른 불편함없이 지낸 25%의 여성들은 과연 여성 호르몬이 고갈되지 않고 수치가 높게 유지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머리의 뇌에는 '간뇌'가 존재하는데 여기에 호르몬의 콘트롤 센터 역할을 하는 시상하부가 위치해 있다. 시상하부는 호르몬을 조절, 면역력을 담당하는 내분비계와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조절하며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성욕, 수면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여성 호르몬의 분비와 조절도 이 시상하부의 명령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갱년기 시기 이 호르몬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정 군이 있다. 이를 바로 '체질'이란 단어로 표현하며 필자는 이 군(群)을 '갱년기 체질'이라고 칭한다. 이 군은 갱년기 체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치료를 해야지 여성 호르몬제 복용이 갱년기증후군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기자수첩] 손흥민 덕분에, 손흥민 때문에
'담장 위에 오르려는 아이들, 그라운드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가는 아이들'슈퍼스타 손흥민의 깜짝 등장으로 지난 5일 용인수지체육공원에서 벌어졌던 북새통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8시쯤엔 경기가 잠시 중단된 적도 있다.안전사고 발생이 걱정될 정도였다.사실 손흥민 등장은 살짝 예고됐었다. 지역커뮤니티에선 이날 손흥민이 수지체육공원에서 일반인들과 축구경기를 한다는 소식이 빠르게 번졌었다. 짧은 시간 아이들, 어른들 할 것없이 2000여명이 몰려들었다.경찰과 소방서만 손흥민 소식을 까맣게 몰랐던 모양이다.당시 상황은 한 학부모의 인스타그램에 묘사돼 있다."갑자기 애들이 '하나 둘 셋 하면 돌진하는 거다'라며 경기장에 난입해서 손흥민에게 달려갔다. 다 달려가니까 어른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경기장에 들어갔다. 그래서 후반전 구경도 못 하고 종료됐다." 발빠른 시민들의 112 신고로 뒤늦게 경찰과 소방차가 동원됐다. 경찰이 등장한 것은 오후 9시20분, 소방대원과 소방차는 그보다 늦은 10시 7분. 상황이 발생한 지 경찰은 1시간 20분 뒤, 소방서는 2시간 7분뒤였다.현장에 등장한 경찰 측의 반응은 살짝 기대이하."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시민들의 반응을 곱씹어 볼만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지만 이 정도까지 시민 안전에 무감각한지 몰랐습니다" "손 선수 같은 유명인이 뜨면 인파가 몰린다는 사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인데 112신고를 받은 후에야 경찰과 소방이 출동 했다니, 사고 예방의 기초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수시로 예측 불가능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요즘. 작은 위험도 다시 돌아보는 것은 시민들만의 몫이 된 듯하다.
[기자수첩] 달리는 바이오산업 vs 발목 잡는 정부 제도
"분산형 임상시험(DCT),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책임져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 제약업계 한 관계자가 말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신약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임상시험에 대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상황이 뒤처지면서다. DTC는 임상시험과 관련된 일부 혹은 모든 활동이 임상시험실시기관이 아닌 참여자의 자택 등 다른 장소에서 이뤄지는 방식을 의미한다.현재 글로벌 제약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DCT와 함께 디지털 건강 기술(DHT)과 관련된 수많은 규정이 발표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2022년 12월 공개한 '임상시험에서 분산형 요소에 대한 권장 문서, 버전 01'은 유럽 국가별 DCT에 대해 전자동의서(임상시험용 의약품의 환자에게로의 전달) 등의 사용 현황에 대해 보여준다.자료에 따르면 약 30여 개의 유럽 국가들이 이미 임상시험에 DCT를 반영하고 있고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임상시험에서 다양하게 적용된 DCT와 DHT들을 고려한 임상 필수 지침서 'ICH E6 (R3)'의 발효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초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가마다 임상시험관리기준(GCP) 적용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내도 DCT 관련 규정 정립을 위해 식약처가 4월12일 '지역 의료기관 임상시험 참여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지정 임상시험 실시기관의 관리·감독하에서 지역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를 독려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러나 실효성 부분에서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다. 임상시험 실시기관 관리·감독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실기 병원장 등이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식약처가 DCT 등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임상시험에 디지털 등을 접목하는 것이 어렵고 관련 규정들이 부족한 현실이다.
[기자수첩] 전세사기, 덜렁거려 당한 게 아니다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지난 5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했던 말이다. 전국 누계 2만명에 육박한 피해자가 확인된 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이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하자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야 공식 사과했다.박 장관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제 말씀 때문에 상처를 받으신 분이 있다면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제 진의는 그것이 아니었고 (전세계약서)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설명을 드리면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들어간 것"이라고 고개 숙였다.박 장관의 발언은 찬·반 논란이 팽팽한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 관련 의견과도 거리가 멀었다. 앞길이 막막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울분에 기름을 부은 발언이었다.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박 장관은 사과 발언에 다소 아쉬운 마음까지 담았다.'덜렁덜렁 전세계약' 발언은 전세사기 피해의 잘못을 피해자에게 돌린 큰 실수였다. 누구도 전세사기 피해로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사기를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계약 과정에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다소 미흡했던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사회 제도의 허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박 장관의 뒤늦은 사과도 피해자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최근 한 임대인으로부터 100억원대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청년들은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촌·구로·병점 100억원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대부분은 1990년대생의 사회초년생"이라며 "사회가 전세사기로 청년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대책위에 따르면 임대인 최모씨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는 총 94명이다. 피해 주장 금액은 100억원대다. 이들은 사회생활 시작부터 빚더미에 앉게 됐다. 피해 회복도 막막한 실정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정부는 국회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아직도 정쟁만을 하고 있다. 사회 제도의 결함으로 발생한 피해자들에게 주무부처 장관이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한 발언을 넘어 정쟁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는 형국이다. 피해자들의 빠른 피해 회복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세입자의 주거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버팀목이 돼야 한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그것뿐이다.
[기자수첩] 공정위 철퇴와 쿠팡의 태도
지난 13일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유통업계 사상 최대금액인 1400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쿠팡의 자사 브랜드(PB)상품 우선 노출, 임직원 평가단 후기 등을 불공정 행위로 봤다. 쿠팡은 즉시 반박 자료를 내고 항소할 것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로켓배송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해 여론의 뭇매 맞았다. 부산 지역 언론은 "공정위에 뺨 맞고 부산서 화풀이하냐"는 식의 표현을 써가며 거세게 비판했다. 누리꾼 역시 "로켓배송을 못 할 수도 있다니 쿠팡은 소비자를 인질로 협박하는가"라며 분노했다. 일부 언론이 쿠팡의 상생 기사를 내보냈지만 누리꾼들은 "로켓배송 없앤다는 노이즈 내리기 위한 대응 기사 잘 봤다" "반성 없이 소송 대응하는 쿠팡" 등 냉소적인 댓글을 달았다. 쿠팡의 대응은 불을 끄기는커녕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직후 와우멤버십 가격을 58% 인상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쿠팡이 유통업계의 대어로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응이 못내 아쉽다. 강한 반박보다는 빠른 인정과 자숙이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잘못한 게 없다면 조용히 자료를 모아 이의를 제기하면 될 일이다. 쿠팡의 이러한 대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한 언론매체가 판매 수수료 과잉에 대해 보도하자 쿠팡은 자사 뉴스룸을 통해 경쟁사 머리채를 잡은 적이 있다.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유통업계 부동의 1위인 이마트를 밀어내고 왕좌에 올라 유통업계는 물론 경제계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8% 증가한 9조4505억원으로 이마트(7조2836억원)를 2조원 이상 앞섰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매출 1위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하다 보면 초보자에게 주어지는 '쉴드 특권'이 있다. 특정 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공격받지 않거나 설령 공격받더라도 데미지를 입지 않는 특혜다. 유통업계 1위에 올라선 쿠팡은 이제 유니콘이 아니라 공룡의 위치다. 다소 파격적이고 돌발적인 행보라도 스타트업 특유의 개성으로 웃어넘길 만한 시기는 지났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왕관을 쓴 자로서 품위를 지키고 사회 정의와 소비자 권익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걸 되새겨야 한다.
[기자수첩] 무거운 전기차, 부실한 안전시설
전기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급발진과 열폭주로 인한 화재 등 전기차 자체의 불안함은 차치하더라도 도로와 주차장 등 시설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전기차는 운행 시 배출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아 친환경차의 대세로 인정받으며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저렴한 유지비는 물론 낮은 속도에서부터 큰 힘을 낼 수 있는 점도 많은 운전자가 전기차의 장점으로 꼽는 부분이다.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총 14만851대다. 이 중 휘발유차는 지난 4월보다 4.3% 줄어든 6만8927대, 경유차는 6.5% 감소한 1만2026대다. 전기차는 1만3354대로 18.7% 증가했다. 전기차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이미 5만대를 넘어섰다. 이처럼 전기차는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그 특성을 고려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도로 시설물 기준은 30여년 전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당시 대표 중형세단(쏘나타) 기준이어서 약 1500kg 무게의 차종을 견디도록 규정됐다. 2022년 6월 한 전기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들이받아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는데 충격을 흡수할 안전 구조물은 무용지물이었다. 주행속도가 높은 데다 무거운 전기차였기 때문이다.전기차는 필요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를 많이 싣고 다녀야 해서 동급 내연기관차(엔진차)보다 보통 300~400kg 이상 무겁다. 국내 대표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5의 무게는 2015kg이나 된다. 대형세단 그랜저의 무게가 최대 1655kg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게다가 저속 토크가 강해 노면 파손 가능성이 증가하고 높은 속도로 인해 충돌 시 여파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주차장도 문제다. 기계식 주차장은 리프트의 하중 제한이 있어 일부 소형 전기차를 제외하면 주차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주차가 가능하더라도 리프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 내구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일반적인 주차장의 경우에도 전기차 보급이 늘면 건물이 견뎌야 하는 하중이 그만큼 증가한다. 건물의 구조적 안전엔 문제가 없더라도 바닥 파손 등의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그동안 정부는 배출가스 없는 친환경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구매보조금을 지급해 왔는데 현재는 오히려 부작용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뒤늦게나마 전기차 보급에 따른 도로 안전 시설물 기준 상향 필요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지만 실제 도로에 정책을 적용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성을 인지했더라도 현실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기존 시설물을 교체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운전자 스스로 안전을 챙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전기차'의 특성을 알리고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건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 아닌, 정부와 전기차 제조사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책임 전가는 '안전 공백'으로 이어진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현재는 서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기자수첩] 신한의 증권+은행 '원 WM' 전략은 통할까
"신한투자증권이 창사 이후 최초로 은행·증권 WM(자산관리)총괄조직을 만든 건 WM부문에서 승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달 초 이뤄진 신한투자증권의 조직개편과 관련해서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WM 수수료 수익 부문 기준으로) 3위권 진입은 가능할 것"이라며 잠재력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WM부문 사업 전략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1일 신한투자증권은 자산관리 사업모델 고도화를 위해 자산관리총괄조직을 신설, 증권·은행의 WM 기능을 통합했다. One(원) WM 전략으로 증권 자산관리 비즈니스 역량을 하나로 집중해 증권 고객과 은행 고객에게도 차별화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자산관리총괄대표에는 신한은행 PWM압구정중앙센터 센터장과 영업부 커뮤니티장, 영업추진2부 본부장, 부행장 등을 거친 정용욱 신한투자증권 WM그룹장을 선임했다. 정 대표는 통합조직 수장으로 증권 자산관리부문과 은행 WM그룹을 모두 총괄하며 증권·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정 대표는 이달 말 예정돼 있는 하반기 정기 임직원인사에서 WM총괄 조직을 대대적으로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증권업계에서 신한투자증권의 One WM 전략에 큰 관심을 두는 배경에는 긴장감이 어느 정도 깔려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WM에서 활로를 찾는 중이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을 보유한 자산가 규모가 2022년 38만5000명에서 2023년 41만6000명으로 증가하는 등 WM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데다 자산운용(AM)사업 대비 이익률도 높아 증권사 입장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강남과 같은 부촌에 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센터를 늘리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한투자증권이 리딩뱅크인 신한은행과 협업을 본격화하면 WM 시장에서 '신한'이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은 WM 부문에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WM 수수료 수익 기준으로 신한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삼성증권에 이어 4위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의 성장속도는 매섭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WM 수수료 수익은 228억원으로 3위 삼성증권(260억원)과 격차를 32억원으로 좁혔다. 2022년 신한투자증권(183억원)과 삼성증권(236억원)의 격차는 53억원이었다. 1년새 21억원 줄인 것이다. 특히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WM 수수료 수익 증가폭은 24.6%로 상위 5개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10.2%의 증가폭을 기록한 반면 미래에셋증권(-5.0%), 하나증권(-25.1%), NH투자증권(-6.3%) 등 3개사는 모두 감소했다. 초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PB의 경우 올해 6월 신한투자증권은 109명으로 증권사에서 가장 많다. 신한투자증권에 이어 삼성증권(91명), 하나투자증권(82명) 등 순이다. 신한투자증권은 WM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기반을 어느 정도 닦았다. 초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WM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은 올해부터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초부터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본사 내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가하면 새로운 대형 PB센터를 늘리는 형태로 WM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타사와 달리 신한투자증권은 은행·증권 WM을 통합하는 과감한 카드를 던졌다. 신한투자증권은 WM 사업 강화를 위해 데이터 분석에 기반 한 디지털 마케팅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WM 부문에서 경쟁은 수수료를 무리하게 내리는 등 출혈경쟁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신한투자증권이 던진 카드가 신한의 실적 개선을 넘어 전문성과 고도화한 시스템에 기반 한 증권사들의 선의의 경쟁도 이끌어 낼지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최저임금, '보이지 않는 손' 개입 없어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수렁에 빠졌다. 업종별 차등적용 등 주요 쟁점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작 내년 인상률 논의에는 착수조차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노동계와 경영계는 대척점에 서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 주요 쟁점에 대한 결정은 공익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공익위원들이 개입해 결론을 내는 식으로 심의가 이뤄졌다.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사가 각각 최초 제시안을 제출한 뒤 논의를 통해 격차를 줄여가다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쳐 결정한다.업종별 차등적용 등 쟁점에 대한 결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함에 따라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쳐 최종 부결로 결론내린 바 있다.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은 노동계가, 사용자위원은 경영계에서 추천을 받아 선임한다. 공익위원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정부가 선정해 노동부 장관이 제청한 후 대통령이 위촉한다.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선임 자체를 정부에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하게 있어왔다. 별다른 체계없이 각 정권의 성향이나 입장에 따라 인상률이 크게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2018년 16.4%, 2019년 10.9% 올랐던 최저임금은 급격한 임금 인상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선회하자 2020년 2.9%, 2021년 1.5%로 크게 낮아진 바 있다.올해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특히 올해 공익위원의 성향이 대부분 보수인사인점을 감안하면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 등 쟁점 사안에 대해 경영계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노동계가 지난달 공익위원 명단이 결정된 뒤 크게 반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경영계의 입장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보수인사로 채워진 공익위원들이 경영계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의심에서다. 하필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한국은행과 윤석열 대통령이 잇따라 돌봄서비스 직종에 최저임금 차별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잇따라 피력한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는 결국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매년 논란을 야기하는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 불필요한 잡음이 불거지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 공익위원들 역시 정부 정책이나 입장을 살피기보다는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을 목표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을 조율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LG복지재단 구연경, 대표 자격 의심받는 이유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LG복지재단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설립취지다. 1991년 LG 2대 회장인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단을 설립한 이후 정의사회 구현사업과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LG의인상이다. 3대 회장인 고 고본무 회장이 선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 2015년 제정한 상으로, 남다른 선행과 의로운 행동으로 사회의 귀감이 되는 의인을 찾아 포상하는 사업이다.2018년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시상 범위를 대폭 확대해 우리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데 힘을 더욱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재단을 이끄는 구연경 대표는 현재 정의를 훼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구 대표는 남편 윤관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수백억원을 투자했던 바이오 기업 A사의 주식 3만주 가량을 개인적으로 취득했다. A사의 주식은 윤관 대표 회사의 투자 소식 발표 이후 급등했는데, 구 대표가 사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 주식을 취득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부정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구 대표는 돌연 이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공익재단을 개인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LG복지재단 이사회는 지난달 10일 구 대표의 주식 기부안건을 보류했다. 정의구현을 목표로 하는 공익재단이 향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는 주식을 받기에는 부담이 커 해당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가 없는 주식이고 정당한 거래였다면 매입 시점을 명확히 밝히고 의혹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구 대표는 해당 사안에 입을 다문채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대로는 LG복지재단의 설립취지와 도덕성마저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구 대표가 공익재단 대표로서의 자격을 의심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LG복지재단에 더 이상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니하오베이징] 35세 명문대 졸업생의 의대 도전을 둘러싼 논란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한 곳을 졸업하고도 의대에 가겠다며 17년만에 재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사연이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대입 재도전에 나선 그를 두고 후배들에게 돌아가야 할 자리를 염치없이 노린다는 비난이 쏟아지는가 하면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모습은 응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과열 양상을 보이는 중국 교육현장의 한 단면이다.━"의대가겠다"는 35세 사교육업자.."후배 기회 뺏냐" 비난 직면━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2024년 가오카오(高考)가 지난 6월7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됐다. 중국에선 베이징대(북경대)와 함께 양대 명문대인 칭화대(청화대) 졸업생 35세 리롱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현지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리롱은 18세때인 2008년 750점 만점인 가오카오에서 695점을 받고 칭화대에 입학했는데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의학공부의 꿈을 포기하고 칭화대 기초수리과학대학을 선택했었다. 리롱은 열심히 살았다. 칭화대를 졸업한 후 사교육산업에 투신했다. 중국의 사교육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리롱도 상당한 돈을 번 모양이다. 이제는 베이징 시내에 집 세 채를 보유한 자산가가 됐다. 그리고 올해 다시 가오카오에 응시했다.그는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린시절 나는 가족을 먼저 책임져야 했지만 35세를 맞아 이제는 나 자신과 사회를 책임지는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며 "이번 시험에 응시해 의대에 진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롱은 목표점수가 700점이라고 밝혔다. 가오카오 100일 전부터 월~금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시간에 아이와 잠시 놀아준 후 아이가 잠든 이후부터 다시 공부하는 일과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어왔다.그럼에도 리롱의 도전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해마다 중국에서 날고긴다는 천재들을 포함해 무려 1300만명 이상이 가오카오에 응시하고 웬만하면 남한 인구보다 사람 수가 많은 한 개 성에서 수석을 해야 칭화대나 베이징대의 원하는 학과에 진학한다.칭화대는 이공계열의 명성이 워낙 높은 터라 상대적으로 의대의 위상은 이공계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칭화대다. 가능성이 낮음에도 리롱의 도전이 화제가 된건 만만찮은 반대여론 때문이다.중국의 의대는 학사과정만 9년제인데 리롱이 희망한다고 밝힌 칭화대 연합의과대학 임상과정이나 중의학 과정은 리롱이 응시하는 헤이룽장성(흑룡강성)에서 각각 딱 한 자리씩만 배정돼 있다. 리롱이 원하는 점수를 얻어 시험에 합격한다면 헤이룽장에서 시험에 응시한 졸업생이나 재수생들은 이 자리에 입학할 수 없다. 리롱이 젊은이들의 성장 기회를 뺏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산주의사회지만 어쨌든 가오카오 응시엔 자유가 있는 중국이다. 게다가 매년 화제가 되는 만학도가 리롱뿐인건 아니다. 중국에선 유명한 탕상준의 사례도 있다. 그는 리롱처럼 올해 35세인데 지난 15년동안 매년 대학 입시에 응시했다.매번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탕상준의 사례는 중국에선 마치 끈기나 열정의 상징 격으로 여겨진다. 공교롭게 탕상준이 목표하는 대학 역시 칭화대다. 중국에선 역시 명문대인 상하이자오퉁대(상해교통대)에 합격했지만 칭화대에 가기 위해 입학을 포기했다.많은 만학도 사례에도 리롱의 케이스는 올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특별히 화제가 됐다. 워낙 교육열이 뜨거운 중국 분위기를 반영하듯 리롱의 도전에도 일단은 우호적 여론이 우세하지만 가오카오에 응시해선 안된다는 비난 여론도 만만찮다. "본인의 교육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부터 "어차피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있다. ━천만명씩 대졸자 쏟아지는데… 일자리 부족한 中 사회 단면━리롱의 사연에 대륙이 달아오르는건 그만큼 가오카오를 대하는 중국인들의 상황에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가오카오 응시 인원은 전년대비 51만명 늘어난 1342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한국의 경기도 인구(1364만명)와 맞먹는다. 중국에선 이미 시험 한참 전부터 시험장 주변 호텔이 동났다. 중국의 금기 중 금기인 마약성분이 들어있을게 뻔 한 '스마트 약물'을 찾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들며 공안이 특별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중국의 인구구조 상 가오카오 응시 인원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도 종전까지 가오카오를 실시하지 않던 7개 지역에서 가오카오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앞으로 수 년 간 가오카오 응시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중국의 취업시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의 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가 취업시장으로 쏟아져나온다. 그런데 미·중 경제대립이 심해지면서 미국 등 서방 기업들이 썰물처럼 중국을 빠져나간 터라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양질의 일자리는 꾸준히 줄고 있다.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혁신기업들이 고액연봉의 일자리를 늘려가고 있지만 빠져나간 일자리를 단숨에 메우기는 어렵다. 졸업생 수는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줄어드니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특히 미·중관계가 정상적이던 시절엔 이공계열 대학졸업자 중 우수한 학생들은 상당수를 미국 등 서방국가에서 장학금까지 줘 가며 데려가 유학시켰지만 이 수요가 뚝 끊겼다. 우수하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 학생들이 중국 내에서 취업 승부를 봐야 한다. 미·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신난건 중국 대학교수들 뿐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다. 과거같으면 미국이나 유럽에 뺏겼을 우수 인재들을 대학원생으로 뽑아 데리고 있을 수 있어서다.고학력 백수들이 늘어나고 이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대졸 배달기사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들도 이제는 당연한 상황이 됐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나 식당 종업원들을 만나는게 베이징 시내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35세의 나이에 칭화대 의대에 재도전하는 리롱의 사연에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이며 청년실업률 공개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정도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기자수첩] 'AI 서울선언'으로 잡은 기회, 고삐 조여야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인공지능(AI) 서울 정상회의에서 안전·혁신·포용적인 AI를 위해 새로운 디지털 규범 정립을 주도한다는 '서울 선언'이 채택됐다.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처음 개최된 'AI 안전성 정상회의'가 AI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혁신과 포용까지 의제를 확대했다. AI 서울정상회의는 최근 AI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를 영미권이 주도하던 가운데 비영미권인 한국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서울 선언'과 부속서인 'AI 안전 과학에 대한 국제협력을 위한 서울 의향서' 채택에 합의했다. 각국 정상들은 '안전' '혁신' '포용'이라는 AI 거버넌스 3대 원칙에 공감했다. 글로벌 합의가 무색하게도 국내선 아직 '안전'하고 '포용'적인 AI를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연구 및 투자의 가이드라인이 될 AI 기본법조차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전체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자동 폐기됐다. 한국은 '혁신'을 위한 AI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로 분류된다. 2023년 AI 민간부문 투자 규모는 13억9000만달러, 전년 대비 3단계 하락한 9위에 그쳤다. 이는 주요국인 미국(672억2000만달러)의 50분의 1, 중국(77억6000만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국과 미국의 AI 누적 투자액 차이도 2022년 약 44.7배에서 지난해 약 46.3배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국내 AI 인재의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한국은 10만명당 AI 관련 특허가 세계 1위인 10.2개이고 AI 인력 밀도(0.79%)는 세계 3위일 정도로 AI 경쟁력이 뛰어난 곳이다. 그러나 1만 명당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 지난해 한국은 -0.3을 기록하며 한국 지역의 AI 인재가 감소했음을 나타냈다. 국내 AI 인력 부족률은 2020년 9.8%에서 2023년 16.7%로 높아졌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의를 AI 글로벌 3대 강국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선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AI 회의 주최국이 AI 법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학계·산업계 등에서도 산업의 진흥과 최소한의 규제를 포함한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원칙을 근간으로 타협점을 찾아 균형 있는 기본법 제정과 AI 생태계 활성화를 서둘러야 한다.
[기자수첩] 산업계 우려 키운 21대 국회… 다음 4년은 달라져야
"저처럼 농업진흥구역에 논을 가진 농민은 영원히 영농형 태양광을 못하는 것입니까? 농업진흥구역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을 허용하면 재생에너지 증가를 제대로 꾀할 수 있을 것인데요. 농업진흥구역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가능케 하는 법안이 제출된 것으로 아는데 어느 정도 논의가 됐는지 궁금합니다."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국회가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고 독자가 기자에게 보낸 메일 일부다. 법 규제로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지 못한다는 푸념과 함께 국회의 법안 처리 상황을 물었다. 기자는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윤준병 의원이 각각 2020년, 2023년 농업진흥구역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국회의 지지부진한 일 처리 탓에 영농형 태양광 업계는 수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없는 상황이며 업계가 요구한 규제 완화는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다. 제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농지 일시사용 허가 기간 연장은 끝내 불발됐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규제하고 있는 이격거리도 아직 일원화되지 않았다. 영농형 태양광이 확산하지 못할 것이란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배경이다.제21대 국회를 돌이켜 보면 다른 법안들도 산업계 우려를 키웠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2021년 본회의를 통과한 게 대표 사례다. 이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시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게 핵심이다. 원인이 복잡한 산재 사고의 책임을 경영책임자 등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한다"는 비판에도 규제 대상은 되레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골목상권에서 소규모 식당·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들도 한순간에 처벌 대상이 됐다.국가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은 기대 이하였다. 한때 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이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등으로 논의됐으나 실제론 대기업·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에 그쳤다. 국가 반도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수혜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일본 등과 같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들이 매출을 키운 것인데 칭찬은커녕 혜택을 축소한다"며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을 받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이 우려된다"고 했다.제22대 국회는 다르길 바란다. 산업계 고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법안 다수가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면 한다. 여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총선 공약으로 내건 "산업 육성을 위한 대못규제 개혁"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안보 기반 구축" 등이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실현되길 바란다. 물론 정부와의 협치도 빼놓을 수 없다.
[뉴욕의 한국인] "하늘 일이 천직"… 에어프레미아 1주년 흑자의 숨은 공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말 그대로 행복 그 자체다.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정착키로 한 그가 15년간 몸담았던 국적 항공사를 그만두고 맞은 일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무척 감사했다.하지만 뭔가 텅 비어버린 가슴을 새 일터가 채워주진 못했다. 그는 2021년 6월부터 미국 서부에서 한국 요식업과 관련한 스몰 비즈니스 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하지만 일 자체가 낯설기도 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상황 때문에 성과가 더뎠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하늘 위로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몰려온 직업적 향수였다. 최현철 에어프레미아 뉴욕지점장은 사실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석·박사를 이수해 후배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 후 취직하지 않고 진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꿈꾸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학업이 아니라 교내정치에 관여하는 임무가 신입 박사 과정 인원들에게 주어지곤 했다. 모시는 스승의 지도 방향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던 사실이다. 그걸 깨닫자마자 미련없이 도미를 결심했다.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끝낼 무렵 예상치 못했던 인생의 문이 열렸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의 지시로 파견된 해외인재 유치단의 입사 제안을 받은 것이다. 경상도 사람이던 그가 전라도 순혈주의를 깨자는 항공사 오너의 기치 덕분에 2006년 1기 인재로 선발됐다. 생각지도 못하던 하늘 일을 천직으로 만난 셈이다.첫 부서는 전공대로 사내 HR(인재개발) 부서였다. 처음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나보다 높은 직급의 고성과자들에게 해외 유학 기회를 지원하면서 값진 네트워크 기회를 얻게 됐다. 대기업이다 보니 기능적으로 일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차세대 리더들을 만나 성장 기회를 얻고 그들의 장단점을 구별할 수 있던 것이 성장의 큰 자양분이 됐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리더십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사람 중심의 조직에서는 인사가 만사라는 걸 깨달은 기간이다.그 무렵 승무원이던 아내를 만나 가정도 꾸릴 수 있었다. 헌데 아내와 대화하다 보면 실무와 지원 파트의 괴리가 꽤 커보였다. 이론과 실제 현장의 차이였다. 고지식하게 아내의 잘못을 지적하다가 가끔 혼이 나면서 현장을 직접 체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원부서에만 있다보니 고객 대면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크고작은 실무를 경험하지 못했고 뜬구름 잡는 훈수를 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과장직으로 인천공항 수하물 및 탑승수속 관리그룹장을 맡았고 이후에 필리핀 마닐라에선 공항 오퍼레이션을 배웠다. 현장의 매력에 푹 빠져들 때쯤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소장을 맡았다. 공항소장으로 일한 4년은 프론트-백 오피스에서 10여년 간 쌓은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할 기회였다. 그가 항공사 지점장을 보람되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미주노선을 운영하는 국적 항공기의 경우 대형 항공기로 약 300명의 인원을 수송하기에 이른바 '기재(機在) 메리트'가 있다. 한 번에 오가는 인원이 수백명인 경우 그 가족의 친지까지 합하면 1000명이 넘는 인원과 어떤 인연을 맺게 된다. 일단 많은 이들과 공항이 갖는 에너지 자체가 일하는 순간순간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둘째는 사람과의 인연이다. 수년 혹은 수십년 만에 헤어졌던 지인을 만나는 이들과 자식을 위해 보따리 보따리 짐을 챙기는 부모, 유학을 끝마치고 금의환향하는 인재들까지 장거리 비행기에 타는 승객 중에는 사연없는 이들이 없다. 직업을 영위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유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 마지막은 직업적 성취다. 많은 고객과 인연들이 갖는 스토리가 하나하나 고유할진데 그들의 필요를 들어주고 안전하게 대륙을 건너게 해주다보면 인연의 가치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항상 고객마다 긴급한 문제가 생기고 비행을 돕다보면 상당한 고충이 있지만 비행을 무사히 마친 후에 갖게 되는 보람은 어떤 일과도 비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지점장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포기한 것은 5학년, 4학년, 1학년에 재학하면서 미국에 적응한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버지로서 미국교육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직업을 이유로 한국 이주를 강요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이른바 '기러기 아빠'를 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있을 수도 없었다. 천직을 포기한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런데 딱 1년여 만에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2022년 10월부터 미주 노선 취항을 목표로 하고도 팬데믹 시기 승객을 태우지 못해 화물만 나르던 새 국적 항공사 에어프레이아(Air Premia)가 미국 동부 취항(뉴욕~인천)을 앞두고 지점장급 인사를 물색한 것이다. 하지만 2023년 초 에어프레미아는 뉴저지 뉴왁(Newark)공항 취항을 발표해 두고서도 사무실 하나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노선권은 확보했지만 화물과 달리 승객을 실어나르기 위해선 까다로운 미국공항들과 소통하면서 현지 공항당국의 승인을 이끌어낼 실무 노하우가 있는 지점장이 필요했다.항공사 복직을 바랐던 최 지점장과 실무자의 노하우가 필요했던 에어프레미아의 만남도 결국 '인연'을 통해 맺어졌다. 그가 아시아나 HR 부서에서 유학 지원을 맡았던 인물이 자리를 소개한 것이다.서부 산호세에서 가족들과 뉴저지로 이주한 최 지점장은 뉴왁공항에서 운항 허가를 위해 두 달간 공항실무처 문턱을 닳게 했고 에어프레미아는 5월 말 취항에 성공했다. 어렵게 취항을 했지만 에어프레미아는 기존 국적 항공사보다 넓은 좌석과 백만원대 중반의 미국노선 가격을 무기로 첫 취항편부터 95% 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했다.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매출 3751억원에 영업이익 186억원을 기록하면서 미국 취항 첫 해부터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올해는 하반기에 보잉 787-9기 2대를 추가로 들여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선다는 목표다. 기존 양대 항공사가 과점하던 시장에 메기가 되면서 소비자 편익을 높인 것이 성장의 주요한 배경이 됐다.실제로 뉴욕 생활권에 사는 교민들에게는 존에프케네디(JFK)공항에 1시간 반 이상 걸리던 입국 수속이 25분 수준으로 줄어들고 기존 항공사 대비 최대 절반 이하 수준인 가격적 이점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최현철 지점장은 "취항 2년 차인 올해는 지역사회에 후원을 늘리고 현재 12개인 제휴 여행사를 더 늘려 서비스를 다양화하려 한다"며 "천직의 기회를 다시 얻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수첩]라인 사태, 단순한 반일이 아니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한 '라인'을 두고 한국과 일본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 대표 IT기업 네이버의 기술력으로 탄생한 라인이 한순간에 일본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네이버 보유 지분 가치만 제대로 인정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리지만 그 이상의 냉철한 상황 판단이 절실하다. 한국 기업이 외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는데 현지 정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물거품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13년 전 일본 시장에서 시작된 네이버의 역작 라인은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현지 최고 메신저로 부상했다. 일본 내 이용자만 9500만명에 이르고 대만과 태국에서도 경쟁 상대가 없다. 하지만 난데없는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로 네이버는 지배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구실로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51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그냥 넘길 수는 없지만 지난해 10월 일본 대표 이동통신사 NTT 서일본에서 10년간 개인정보 928만건이 유출됐을 때 일본 정부가 보인 태도와는 차이가 확연하다. 해당 사건은 NTT그룹이 보안 강화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네이버 역시 보안 강화를 위해 여러 조치를 약속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일본 정부는 겉으론 경영권에 관심 없다고 말하면서도 라인야후(라인 운영사)를 압박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지분을 인수하는 그림을 그린 듯하다. 이전부터 자국민의 개인 정보와 소중한 데이터를 한국 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며 못마땅하던 차에 빌미를 잡은 것이다. 미래 먹거리인 AI 산업을 위해서도 양질의 데이터를 가진 라인은 필요했을 것이다. 네이버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라인을 매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네이버의 의지대로 진행돼야 한다. 한국 기업이 외국 땅에서도 기죽지 않고 경영 방침을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대통령실 차원에서 네이버의 이익이 침해받는 일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협상이 진행되는 마당에 선수를 뺏겼다는 지적이 뼈아프다.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의 줄다리기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도출한다고 해도 우려스럽다. 일본 정부 역시 해외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지만 네이버와의 협상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격다짐으로 라인을 강탈했음에도 검은 의도가 희석될 수 있다.혹자는 반일 선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정만 앞세워 현실을 호도하는 것은 문제지만 작금의 사태에 실리만 좇다가는 명분과 이익 둘 다 잃을 수 있다.이 같은 기술 침탈이 선례로 남으면 향후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도 위축될 뿐더러 현지 정부의 한국 기업 장악력도 비대해질 것이다. 일본 정치권은 똘똘 뭉쳐 라인 강탈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중요 정보를 취급하는 사업자를 국가가 지정한다는 내용의 중요안보정보법까지 통과시켜 라인 관련 행정지도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라인 사태는 네이버가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가 막연하게 협상 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동원해야 한다. 국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힘을 보태야 한다. 일본의 부당한 압력을 외교 차원에서 접근, 이번 사태를 분명히 지적해야 이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평생을 바친 라인을 떠날까 걱정하는 라인 직원들의 호소는 개인들의 하소연만이 아니다.
[뉴욕의 한국인]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 '새미 리'의 AI 미디어 아트
성공한 한국계 이민자 아버지는 딸이 건축가가 되길 바랐다. 할아버지가 1960년대 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가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버지는 캐나다로 유학, 사업을 일궈냈다.금지옥엽 둘째 딸에겐 돈에 구애받지 않고 일가에 없던 새로운 전문 영역을 만들어 볼 것을 권한 것이었을 게다. 그 때문인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한국계 3세 새미 리(35)는 훌륭한 학문적 밑바탕 아래 직업 예술가가 됐다.한국계 가정에서 태어나 오빠는 금융 영역을 공부해 전형적인 엘리트가 됐지만 둘째에겐 그 부담이 간접적으로도 전혀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주어진 셈이다.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런던 AA(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로 훌쩍 떠나올 수 있던 것도 이런 지원 덕분이다.그런데 막상 전공 분야에선 실용 건축보다는 전시 제작에서 월등한 창작력과 열의가 쏟아졌다. 이런 맥락 때문인지 어렵게 진학한 RCA(Royal College of Art) 대학원은 1년 만에 그만뒀다. 짜진 교육체계가 어떤 특정 직업을 정해두고 일꾼들을 양성하는 학원처럼 몰아가서다. 자라온 환경이 자유로웠기에 자신의 세계와 자아를 구축한 이후에도 어떤 정형적인 틀에 갇히는 것이 가장 답답한 일이었다.새미 리의 주특기는 컴퓨터 미디어와 조명 기술이다. 스크린과 프로젝터, LED 라이트로, 미디어아트로 불리는 전시물을 가장 독창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대학원을 그만둔 그는 곧바로 사업을 시작했다.공감각적 이미지와 특정한 소리의 융합으로 비주얼 아트를 제작해 주는 '유니버 어셈블리 유닛'(Universal Assembly Unit)이란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를 통해 런던 현대 오케스트라의 실황 공연과 오디오와 비디오(AV) 지원을 도맡았던 게 창조적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새미 리는 UAU에서 인공지능(AI)의 딥 러닝 기술 가운데 하나인 GANs(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생성적 적대 신경망)를 활용하기도 했다. 경쟁하는 두 개의 신경망을 이용하는 모델이다. 첫 번째 생성자는 무작위 노이즈와 이미지 값을 출력하고 두 번째 감별자는 실제 데이터와 생성 값을 구별하는 역할이다. 이 둘이 경쟁하면서 성능이 향상되는 원리다. GANs로는 이미지와 음악, 문장을 만들 수 있는데 새미 리의 프로젝트는 당연히 AV에 집중됐다. 이를테면 자연 세계의 많은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결과를 만들고 라이브 시각적 자료를 생성하는 콘서트를 개발한 것이다. 음악에 컬러가 있다면 어떤 색깔일까. 꿈이 만들어 내는 소리와 색깔은 대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이런 주제가 GANs 기술로 만들어지도록 시도한 것이다. 2019년은 그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BTS(방탄소년단)가 그해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자 K팝의 영향력에 상당히 놀란 것이다. 런던을 가득 채운 뮤지션은 비틀스나 록그룹 퀸 등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한국에서 온 보이그룹이 그 반열에 오른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자기 뿌리인 한국과 그곳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을 보면서 1990년대 K팝의 기원과 아이돌그룹의 역사를 파고들었다. 대형 라이브 공연을 새로운 형태로 한층 진화하게 할 미디어 쇼도 고민하기 시작했다.그 기점에서 평생의 우군을 얻었다. K팝의 대중적 흡입력을 연구하던 M.J 하딩을 만난 것이다. 그는 이제 '마이키'(Mikey)란 애칭의 반려가 됐다.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음악과 인류학을 전공한 하딩은 음성 멜로디와 드라마, 음악을 결합한 음향 극작법을 발전시키고 있는 음악가다. 오페라 가수였던 부모의 영향을 받아 예민한 청력으로 새로운 소리와 그 기원을 추적하는데 특별한 능력이 있다.이 예술가 부부는 제주도에서 섬의 무속 타악기 소리를 녹음하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얻었다. 하딩은 시간을 왜곡하는 폴리리듬과 트랜스를 유도하는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두 파트너는 시청각 기술이 경험을 형성하고 의식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식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새미 리와 M.J 하딩은 고대 극장의 장치들과 공연 기법을 가상현실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성공한 K팝 콘서트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는 라이브 공연의 새 지평을 열게 될 프로젝트로 발전하는 중이다.부부로서 두 사람은 개인의 작업과 감성 사이에서 치고받으면서 긴장감 있게 살고 있다. 부부로서도 차이를 좁히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흥미로운 에너지로 분출하는 걸 즐기고 있다. 새미 리는 프로 전시예술가로 활동한 지 10년 만에 지난달 5일 맨해튼 소호에서 뉴욕 데뷔 전시를 가졌다. 트라이베카 스테파니김 갤러리에서 '코로누코피아'(Cornucopia)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몰입형 멀티채널 미디어 프로젝션과 16점의 새 예술 작품으로 꾸며졌다. '코덱스 코누코피아'로 명명된 대형 미디어아트는 책을 상징하는 '코덱스'와 보물이 넘쳐나던 상상의 물건 '풍요의 뿔'이 합쳐져 구성됐다. 코덱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기록유산을 디지털 이미지로 보여준다. 선사 유물과 중세 논문, 작가의 스캔 이미지가 몽환적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한국에서 유네스코 전시회와 다양한 박물관 행사를 진행하면서 16가지 이미지를 찾아냈다. 이 때문에 작품 속에는 '직지'와 '이산가족찾기', '동의보감' 등 한국인이 친숙한 이미지가 나타난다. 전시의 사운드트랙은 하딩이 맡았다. 인류가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 오 클래어 데 라 룬(Au Claire de la Lune) 샘플을 리듬에 녹였고 한국적 정서의 북 연주는 주기적인 파동으로 썼다.예술가 부부가 만들어 낸 이 전시는 과거 비디오 아트라는 생소한 예술을 선구자적으로 개척한 고 백남준 작가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독특하고 전위적이란 평을 얻는다. 새미 리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학생으로 성장했고 성인이 돼 런던에 정착했지만 서른 살이 되어서야 가족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 뿌리인 한국인의 유산을 탐구하기 시작했다"며 "저를 지지해 주신 부모님 덕분에 제 삶을 독특한 방식으로 형성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가족의 뿌리는 저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됐고 마지막 한 가지 불자셨던 할머니는 제가 예술을 영적인 길로 따르도록 영감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니하오베이징] "대륙은 지금 9.9위안(1900원) 커피전쟁 중"
스타벅스의 철옹성을 깨고 중국 커피시장 1위에 등극한 업계 기린아 '루이싱(瑞幸)커피'의 1분기 실적 성적표가 이상하다. 전년 대비 매출이 무려 41.5%나 늘어났는데 영업이익은 99.3% 줄어들며 적자를 겨우 면했다.승승장구하는 루이싱커피의 실적이 이처럼 속 빈 강정이 된 이유는 뭘까. 바로 끝없는 커피 저가 경쟁 탓이다. 규모 면에서 스타벅스를 제쳤지만 후발주자이자 루이싱의 전략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코티(庫迪·쿠디)가 사활을 건 도전을 해 오면서 말 그대로 피투성이 전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中 커피 최강자 된 루이싱… 1분기 이익률은 겨우 0.08%?━루이싱은 중국 커피시장의 명실상부한 1인자다. 그런데 실적은 실속이 없다. 루이싱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5% 늘어난 62억7800만위안(약 1조2000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99.3% 급감한 500만위안(약 9억6000만원)에 그쳤다.공식 발표된 영업이익률은 0.1%. 정확히는 0.08%다. 조단위 매출을 내고도 적자를 겨우 면했다는 의미다. 루이싱의 지난해 1분기 이익률은 16.5%였다. 그런 이익률이 급감한 건 비단 올 1분기 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4분기 이익률도 3.9%로 낮았다. 루이싱 측은 "이 같은 수익성 급락은 현재 진행 중인 9.9위안(1900원) 프로모션으로 인한 제품 판매단가 하락, 급격한 매장 확장으로 인한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 원자재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격경쟁을 벌이느라 수익성을 챙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루이싱의 저가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루이싱 궈진이 CEO는 "9.9위안 이벤트가 최소 2년 이상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싱은 올 1분기 이후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다.후발주자이자 경쟁자인 코티와 사활을 건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렸다간 지금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없으며 한 번 외면받기 시작하면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매장 수만 58% 늘어… 중국 커피시장에 무슨 일이━중국 커피시장은 말 그대로 쾌속 성장세다. 영국 컨설팅기업 알레그라그룹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중국의 전체 커피 매장 수는 전년 대비 무려 58% 늘어난 4만9691개로 집계됐다.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평소 커피를 소비한다고 밝힌 중국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가 주 1회 이상 커피숍을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커피를 주문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루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답한 비율은 20%에 불과했다.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데일리로 커피를 소비하는 비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거대한 커피 시장이 형성돼 있으면서 성장 잠재력까지 있다는 의미다. 58%라는 놀라운 매장 증가율을 주도한 건 로컬 브랜드인 루이싱과 코티다. 루이싱의 매장 수는 지난 2월 기준 무려 1만8082개다. 정식 매장뿐 아니라 배달 전문 소규모 매장 숫자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코티는 더 공격적이다.같은 시점 매장 수는 6600개로 루이싱은 물론 6975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는 2025년까지 매장 수를 2만개까지 늘릴 방침이다.루이싱과 스타벅스 양강 격돌만으로도 그동안 중국 커피시장은 스펙터클했다. 저가 수요층과 딜리버리(배달) 시장을 집중 공략한 루이싱의 추격자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고 루이싱은 지난해 2분기 8억5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스타벅스(8억2200만달러)를 넘어서 처음으로 중국 커피업계 매출 1위에 올랐다.최대 경쟁력은 역시 가격이었다. 9.9위안~19위안 선의 저가전략으로 24~38위안(약 4500~6500원 선)의 스타벅스의 시장을 신나게 뺏어왔다. ━ 루이싱 승승장구 이어질 줄 알았는데… 불붙는 저가시장 경쟁━그런데 후발주자인 코티가 루이싱의 입장에서 보기엔 '선을 넘은' 8.8위안(약 1700원)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잔혹사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코티 제품들은 20~40위안 선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지만 기본 커피는 온갖 쿠폰과 행사를 통해 8.8위안에 판매된다.더구나 코티는 루이싱이 거품회계 논란으로 미국 IPO(기업공개)가 좌절되는 망신을 당할 당시 퇴사한 경영진들이 지난 2022년 차린 기업이다. 루이싱의 성장전략을 손금 들여다보듯 베껴 승승장구다.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루이싱 입장에서 코티는 절대로 살려둘 수 없는 존재다. 코티는 한술 더 떠 보조금 전략을 내놓으며 루이싱을 제대로 자극하고 있다. 루이싱 매장과 거리가 100m 이내인 매장엔 잔당 1.5위안, 150m 이내의 매장엔 1위안의 보조금을 준다.매장 임대료가 비싸면 또 추가 지원을 한다. 루이싱의 한 임원은 중국 현지 언론에 "루이싱과 코티는 모든 힘을 총동원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누가 우위라고도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코티도 마냥 정상적인 상태라고 보긴 어렵다. 당연히 영업이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매장 확대로 기존 점주들이 수익성 악화에 아우성이다. 장기 성장을 기대하며 투자자를 유치하는 게 유일한 생존 루트인데 그마저도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읽힌다.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고 누가 이길지도 모르지만 자본은 이미 브레이크를 밟는 분위기"라며 "몇몇 투자자들은 이제 커피시장서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프로젝트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그럼에도 루이싱과 코티 모두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도 없다. 이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스타벅스의 점유율까지 뺏어오며 궁극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하강 국면을 맞은 중국 내에선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을 동반한 경기부진) 소비패턴이 분명하게 이뤄지고 있다.저가커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중고가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재 분야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 언론에 "9.9위안 커피 전쟁은 결국 한 기업이 살아남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고] 안전한 '보행 습관'으로 귀한 생명을 지키자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교통사망자 수가 2022년(2735명)보다 6.7%(184명) 감소한 2,551명으로 나타났다. 교통 사망자 수가 2021년 이후 3년 연속으로 3천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1991년(13,429명)과 비교하면 81.0% 감소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80% 이상 감소한 9개국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23년 전체 보행 사망자 또한 47명(5.0%)이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 일상의 도로 위 보행자를 보면 '나한테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따른 '보행 습관' 때문에 사망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경찰에서는 보행자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단속 강화와 함께 노인복지센터, 경로당, 배달업체, 지역축제, 행사 등을 방문해 다양한 방법으로 교통안전 교육과 홍보활동에 힘쓰고 있다.보행 습관은 예방 홍보활동과 별개로 시민들의 교통질서 의식이 중요하다. 운전자도 차량에서 하차하면 모두가 보행자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 기본적인 보행 습관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켰으면 한다. 보행자 교통 사망사고는 보행자, 운전자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 보행자는 무단횡단을 절대 하지 말고 운전자는 차량을 멈추고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인도를 주행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자전거 등을 타고 이동할 때는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휴대폰 사용 등을 자제하고 익숙한 도로와 장소라도 도로 위에 주의를 집중하는 습관이 자신을 비롯한 모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보행자는 힁단보도를 건널 때 '서다' '보다' '걷다'의 3가지 원칙을 준수하고 차량 운전자 또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준수하는 운전 습관을 기르면 선진 교통문화를 만들수 있다. 안전한 보행 습관으로 나를 지키고 상대를 지키는 '교통 보행 습관'을 당부드린다.
[기자수첩] '30조원' 체코 원전 수출의 꿈… 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윤석열 정부가 원전 강국 재도약을 외친 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됐고 운영 허가 만료를 앞둔 원전 10기(고리 2·3·4, 한빛 1·2, 한울 1·2, 월성 2·3·4)의 가동이 연장될 전망이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놓였던 원전 업계도 활력을 되찾았다.원전 강국 복원은 '원전 수출'이라는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두고 있다. 원전 기자재 수출은 몇 차례 이뤄졌지만 주기기 수출은 아직이다.한국은 30조원에 달하는 체코 원전 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각각 2기씩 총 4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할 방침이다.체코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하며 프랑스 EDF와 한국수력원자력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수주 결과는 늦어도 7월까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에 원전을 수출하게 된다.한국은 경쟁에서 프랑스에 소폭 밀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격 경쟁력과 납기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지만 프랑스가 유럽연합(EU)에 속해있는 데다 유럽 내 원전 건설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원전 수출은 양국 정부 차원의 거래인 경우가 많다. 원전 수출이 '대통령 세일즈'로 불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달 체코를 방문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내에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체코를 찾았다.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마지막까지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원전 수출을 담판 짓기 위해 UAE로 날아갔다. 적극적인 정부의 노력 끝에 한국은 UAE 원전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고 프랑스 언론은 "한국은 세계 원전 시장의 새로운 호랑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는 "한국은 한전 건물에 전시상황실(워룸·war room)을 설치하고 원전기술에 정통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수주전을 지휘했다"고 보도했다.체코 원전 수주는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됐지만, 이는 4~5년치 일감에 불과하다. 글로벌 원전 시장 성장에도 국내 원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한국이 이번 수주에 성공한다면 타 유럽국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인데, 체코 원전 수주전이 향후 판세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핵심 승부처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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