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기자수첩] 'AI 서울선언'으로 잡은 기회, 고삐 조여야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인공지능(AI) 서울 정상회의에서 안전·혁신·포용적인 AI를 위해 새로운 디지털 규범 정립을 주도한다는 '서울 선언'이 채택됐다.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처음 개최된 'AI 안전성 정상회의'가 AI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혁신과 포용까지 의제를 확대했다. AI 서울정상회의는 최근 AI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를 영미권이 주도하던 가운데 비영미권인 한국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서울 선언'과 부속서인 'AI 안전 과학에 대한 국제협력을 위한 서울 의향서' 채택에 합의했다. 각국 정상들은 '안전' '혁신' '포용'이라는 AI 거버넌스 3대 원칙에 공감했다. 글로벌 합의가 무색하게도 국내선 아직 '안전'하고 '포용'적인 AI를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연구 및 투자의 가이드라인이 될 AI 기본법조차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전체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자동 폐기됐다. 한국은 '혁신'을 위한 AI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로 분류된다. 2023년 AI 민간부문 투자 규모는 13억9000만달러, 전년 대비 3단계 하락한 9위에 그쳤다. 이는 주요국인 미국(672억2000만달러)의 50분의 1, 중국(77억6000만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국과 미국의 AI 누적 투자액 차이도 2022년 약 44.7배에서 지난해 약 46.3배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국내 AI 인재의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한국은 10만명당 AI 관련 특허가 세계 1위인 10.2개이고 AI 인력 밀도(0.79%)는 세계 3위일 정도로 AI 경쟁력이 뛰어난 곳이다. 그러나 1만 명당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 지난해 한국은 -0.3을 기록하며 한국 지역의 AI 인재가 감소했음을 나타냈다. 국내 AI 인력 부족률은 2020년 9.8%에서 2023년 16.7%로 높아졌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의를 AI 글로벌 3대 강국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선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AI 회의 주최국이 AI 법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학계·산업계 등에서도 산업의 진흥과 최소한의 규제를 포함한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원칙을 근간으로 타협점을 찾아 균형 있는 기본법 제정과 AI 생태계 활성화를 서둘러야 한다.
[기자수첩] 산업계 우려 키운 21대 국회… 다음 4년은 달라져야
"저처럼 농업진흥구역에 논을 가진 농민은 영원히 영농형 태양광을 못하는 것입니까? 농업진흥구역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을 허용하면 재생에너지 증가를 제대로 꾀할 수 있을 것인데요. 농업진흥구역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가능케 하는 법안이 제출된 것으로 아는데 어느 정도 논의가 됐는지 궁금합니다."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국회가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고 독자가 기자에게 보낸 메일 일부다. 법 규제로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지 못한다는 푸념과 함께 국회의 법안 처리 상황을 물었다. 기자는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윤준병 의원이 각각 2020년, 2023년 농업진흥구역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국회의 지지부진한 일 처리 탓에 영농형 태양광 업계는 수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없는 상황이며 업계가 요구한 규제 완화는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다. 제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농지 일시사용 허가 기간 연장은 끝내 불발됐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규제하고 있는 이격거리도 아직 일원화되지 않았다. 영농형 태양광이 확산하지 못할 것이란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배경이다.제21대 국회를 돌이켜 보면 다른 법안들도 산업계 우려를 키웠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2021년 본회의를 통과한 게 대표 사례다. 이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시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게 핵심이다. 원인이 복잡한 산재 사고의 책임을 경영책임자 등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한다"는 비판에도 규제 대상은 되레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골목상권에서 소규모 식당·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들도 한순간에 처벌 대상이 됐다.국가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은 기대 이하였다. 한때 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이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등으로 논의됐으나 실제론 대기업·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에 그쳤다. 국가 반도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수혜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일본 등과 같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들이 매출을 키운 것인데 칭찬은커녕 혜택을 축소한다"며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을 받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이 우려된다"고 했다.제22대 국회는 다르길 바란다. 산업계 고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법안 다수가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면 한다. 여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총선 공약으로 내건 "산업 육성을 위한 대못규제 개혁"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안보 기반 구축" 등이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실현되길 바란다. 물론 정부와의 협치도 빼놓을 수 없다.
[뉴욕의 한국인] "하늘 일이 천직"… 에어프레미아 1주년 흑자의 숨은 공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말 그대로 행복 그 자체다.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정착키로 한 그가 15년간 몸담았던 국적 항공사를 그만두고 맞은 일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무척 감사했다.하지만 뭔가 텅 비어버린 가슴을 새 일터가 채워주진 못했다. 그는 2021년 6월부터 미국 서부에서 한국 요식업과 관련한 스몰 비즈니스 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하지만 일 자체가 낯설기도 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상황 때문에 성과가 더뎠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하늘 위로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몰려온 직업적 향수였다. 최현철 에어프레미아 뉴욕지점장은 사실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석·박사를 이수해 후배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 후 취직하지 않고 진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꿈꾸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학업이 아니라 교내정치에 관여하는 임무가 신입 박사 과정 인원들에게 주어지곤 했다. 모시는 스승의 지도 방향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던 사실이다. 그걸 깨닫자마자 미련없이 도미를 결심했다.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끝낼 무렵 예상치 못했던 인생의 문이 열렸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의 지시로 파견된 해외인재 유치단의 입사 제안을 받은 것이다. 경상도 사람이던 그가 전라도 순혈주의를 깨자는 항공사 오너의 기치 덕분에 2006년 1기 인재로 선발됐다. 생각지도 못하던 하늘 일을 천직으로 만난 셈이다.첫 부서는 전공대로 사내 HR(인재개발) 부서였다. 처음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나보다 높은 직급의 고성과자들에게 해외 유학 기회를 지원하면서 값진 네트워크 기회를 얻게 됐다. 대기업이다 보니 기능적으로 일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차세대 리더들을 만나 성장 기회를 얻고 그들의 장단점을 구별할 수 있던 것이 성장의 큰 자양분이 됐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리더십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사람 중심의 조직에서는 인사가 만사라는 걸 깨달은 기간이다.그 무렵 승무원이던 아내를 만나 가정도 꾸릴 수 있었다. 헌데 아내와 대화하다 보면 실무와 지원 파트의 괴리가 꽤 커보였다. 이론과 실제 현장의 차이였다. 고지식하게 아내의 잘못을 지적하다가 가끔 혼이 나면서 현장을 직접 체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원부서에만 있다보니 고객 대면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크고작은 실무를 경험하지 못했고 뜬구름 잡는 훈수를 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과장직으로 인천공항 수하물 및 탑승수속 관리그룹장을 맡았고 이후에 필리핀 마닐라에선 공항 오퍼레이션을 배웠다. 현장의 매력에 푹 빠져들 때쯤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소장을 맡았다. 공항소장으로 일한 4년은 프론트-백 오피스에서 10여년 간 쌓은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할 기회였다. 그가 항공사 지점장을 보람되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미주노선을 운영하는 국적 항공기의 경우 대형 항공기로 약 300명의 인원을 수송하기에 이른바 '기재(機在) 메리트'가 있다. 한 번에 오가는 인원이 수백명인 경우 그 가족의 친지까지 합하면 1000명이 넘는 인원과 어떤 인연을 맺게 된다. 일단 많은 이들과 공항이 갖는 에너지 자체가 일하는 순간순간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둘째는 사람과의 인연이다. 수년 혹은 수십년 만에 헤어졌던 지인을 만나는 이들과 자식을 위해 보따리 보따리 짐을 챙기는 부모, 유학을 끝마치고 금의환향하는 인재들까지 장거리 비행기에 타는 승객 중에는 사연없는 이들이 없다. 직업을 영위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유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 마지막은 직업적 성취다. 많은 고객과 인연들이 갖는 스토리가 하나하나 고유할진데 그들의 필요를 들어주고 안전하게 대륙을 건너게 해주다보면 인연의 가치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항상 고객마다 긴급한 문제가 생기고 비행을 돕다보면 상당한 고충이 있지만 비행을 무사히 마친 후에 갖게 되는 보람은 어떤 일과도 비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지점장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포기한 것은 5학년, 4학년, 1학년에 재학하면서 미국에 적응한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버지로서 미국교육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직업을 이유로 한국 이주를 강요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이른바 '기러기 아빠'를 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있을 수도 없었다. 천직을 포기한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런데 딱 1년여 만에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2022년 10월부터 미주 노선 취항을 목표로 하고도 팬데믹 시기 승객을 태우지 못해 화물만 나르던 새 국적 항공사 에어프레이아(Air Premia)가 미국 동부 취항(뉴욕~인천)을 앞두고 지점장급 인사를 물색한 것이다. 하지만 2023년 초 에어프레미아는 뉴저지 뉴왁(Newark)공항 취항을 발표해 두고서도 사무실 하나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노선권은 확보했지만 화물과 달리 승객을 실어나르기 위해선 까다로운 미국공항들과 소통하면서 현지 공항당국의 승인을 이끌어낼 실무 노하우가 있는 지점장이 필요했다.항공사 복직을 바랐던 최 지점장과 실무자의 노하우가 필요했던 에어프레미아의 만남도 결국 '인연'을 통해 맺어졌다. 그가 아시아나 HR 부서에서 유학 지원을 맡았던 인물이 자리를 소개한 것이다.서부 산호세에서 가족들과 뉴저지로 이주한 최 지점장은 뉴왁공항에서 운항 허가를 위해 두 달간 공항실무처 문턱을 닳게 했고 에어프레미아는 5월 말 취항에 성공했다. 어렵게 취항을 했지만 에어프레미아는 기존 국적 항공사보다 넓은 좌석과 백만원대 중반의 미국노선 가격을 무기로 첫 취항편부터 95% 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했다.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매출 3751억원에 영업이익 186억원을 기록하면서 미국 취항 첫 해부터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올해는 하반기에 보잉 787-9기 2대를 추가로 들여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선다는 목표다. 기존 양대 항공사가 과점하던 시장에 메기가 되면서 소비자 편익을 높인 것이 성장의 주요한 배경이 됐다.실제로 뉴욕 생활권에 사는 교민들에게는 존에프케네디(JFK)공항에 1시간 반 이상 걸리던 입국 수속이 25분 수준으로 줄어들고 기존 항공사 대비 최대 절반 이하 수준인 가격적 이점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최현철 지점장은 "취항 2년 차인 올해는 지역사회에 후원을 늘리고 현재 12개인 제휴 여행사를 더 늘려 서비스를 다양화하려 한다"며 "천직의 기회를 다시 얻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수첩]라인 사태, 단순한 반일이 아니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한 '라인'을 두고 한국과 일본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 대표 IT기업 네이버의 기술력으로 탄생한 라인이 한순간에 일본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네이버 보유 지분 가치만 제대로 인정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리지만 그 이상의 냉철한 상황 판단이 절실하다. 한국 기업이 외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는데 현지 정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물거품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13년 전 일본 시장에서 시작된 네이버의 역작 라인은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현지 최고 메신저로 부상했다. 일본 내 이용자만 9500만명에 이르고 대만과 태국에서도 경쟁 상대가 없다. 하지만 난데없는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로 네이버는 지배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구실로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51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그냥 넘길 수는 없지만 지난해 10월 일본 대표 이동통신사 NTT 서일본에서 10년간 개인정보 928만건이 유출됐을 때 일본 정부가 보인 태도와는 차이가 확연하다. 해당 사건은 NTT그룹이 보안 강화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네이버 역시 보안 강화를 위해 여러 조치를 약속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일본 정부는 겉으론 경영권에 관심 없다고 말하면서도 라인야후(라인 운영사)를 압박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지분을 인수하는 그림을 그린 듯하다. 이전부터 자국민의 개인 정보와 소중한 데이터를 한국 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며 못마땅하던 차에 빌미를 잡은 것이다. 미래 먹거리인 AI 산업을 위해서도 양질의 데이터를 가진 라인은 필요했을 것이다. 네이버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라인을 매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네이버의 의지대로 진행돼야 한다. 한국 기업이 외국 땅에서도 기죽지 않고 경영 방침을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대통령실 차원에서 네이버의 이익이 침해받는 일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협상이 진행되는 마당에 선수를 뺏겼다는 지적이 뼈아프다.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의 줄다리기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도출한다고 해도 우려스럽다. 일본 정부 역시 해외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지만 네이버와의 협상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격다짐으로 라인을 강탈했음에도 검은 의도가 희석될 수 있다.혹자는 반일 선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정만 앞세워 현실을 호도하는 것은 문제지만 작금의 사태에 실리만 좇다가는 명분과 이익 둘 다 잃을 수 있다.이 같은 기술 침탈이 선례로 남으면 향후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도 위축될 뿐더러 현지 정부의 한국 기업 장악력도 비대해질 것이다. 일본 정치권은 똘똘 뭉쳐 라인 강탈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중요 정보를 취급하는 사업자를 국가가 지정한다는 내용의 중요안보정보법까지 통과시켜 라인 관련 행정지도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라인 사태는 네이버가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가 막연하게 협상 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동원해야 한다. 국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힘을 보태야 한다. 일본의 부당한 압력을 외교 차원에서 접근, 이번 사태를 분명히 지적해야 이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평생을 바친 라인을 떠날까 걱정하는 라인 직원들의 호소는 개인들의 하소연만이 아니다.
[뉴욕의 한국인]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 '새미 리'의 AI 미디어 아트
성공한 한국계 이민자 아버지는 딸이 건축가가 되길 바랐다. 할아버지가 1960년대 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가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버지는 캐나다로 유학, 사업을 일궈냈다.금지옥엽 둘째 딸에겐 돈에 구애받지 않고 일가에 없던 새로운 전문 영역을 만들어 볼 것을 권한 것이었을 게다. 그 때문인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한국계 3세 새미 리(35)는 훌륭한 학문적 밑바탕 아래 직업 예술가가 됐다.한국계 가정에서 태어나 오빠는 금융 영역을 공부해 전형적인 엘리트가 됐지만 둘째에겐 그 부담이 간접적으로도 전혀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주어진 셈이다.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런던 AA(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로 훌쩍 떠나올 수 있던 것도 이런 지원 덕분이다.그런데 막상 전공 분야에선 실용 건축보다는 전시 제작에서 월등한 창작력과 열의가 쏟아졌다. 이런 맥락 때문인지 어렵게 진학한 RCA(Royal College of Art) 대학원은 1년 만에 그만뒀다. 짜진 교육체계가 어떤 특정 직업을 정해두고 일꾼들을 양성하는 학원처럼 몰아가서다. 자라온 환경이 자유로웠기에 자신의 세계와 자아를 구축한 이후에도 어떤 정형적인 틀에 갇히는 것이 가장 답답한 일이었다.새미 리의 주특기는 컴퓨터 미디어와 조명 기술이다. 스크린과 프로젝터, LED 라이트로, 미디어아트로 불리는 전시물을 가장 독창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대학원을 그만둔 그는 곧바로 사업을 시작했다.공감각적 이미지와 특정한 소리의 융합으로 비주얼 아트를 제작해 주는 '유니버 어셈블리 유닛'(Universal Assembly Unit)이란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를 통해 런던 현대 오케스트라의 실황 공연과 오디오와 비디오(AV) 지원을 도맡았던 게 창조적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새미 리는 UAU에서 인공지능(AI)의 딥 러닝 기술 가운데 하나인 GANs(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생성적 적대 신경망)를 활용하기도 했다. 경쟁하는 두 개의 신경망을 이용하는 모델이다. 첫 번째 생성자는 무작위 노이즈와 이미지 값을 출력하고 두 번째 감별자는 실제 데이터와 생성 값을 구별하는 역할이다. 이 둘이 경쟁하면서 성능이 향상되는 원리다. GANs로는 이미지와 음악, 문장을 만들 수 있는데 새미 리의 프로젝트는 당연히 AV에 집중됐다. 이를테면 자연 세계의 많은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결과를 만들고 라이브 시각적 자료를 생성하는 콘서트를 개발한 것이다. 음악에 컬러가 있다면 어떤 색깔일까. 꿈이 만들어 내는 소리와 색깔은 대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이런 주제가 GANs 기술로 만들어지도록 시도한 것이다. 2019년은 그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BTS(방탄소년단)가 그해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자 K팝의 영향력에 상당히 놀란 것이다. 런던을 가득 채운 뮤지션은 비틀스나 록그룹 퀸 등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한국에서 온 보이그룹이 그 반열에 오른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자기 뿌리인 한국과 그곳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을 보면서 1990년대 K팝의 기원과 아이돌그룹의 역사를 파고들었다. 대형 라이브 공연을 새로운 형태로 한층 진화하게 할 미디어 쇼도 고민하기 시작했다.그 기점에서 평생의 우군을 얻었다. K팝의 대중적 흡입력을 연구하던 M.J 하딩을 만난 것이다. 그는 이제 '마이키'(Mikey)란 애칭의 반려가 됐다.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음악과 인류학을 전공한 하딩은 음성 멜로디와 드라마, 음악을 결합한 음향 극작법을 발전시키고 있는 음악가다. 오페라 가수였던 부모의 영향을 받아 예민한 청력으로 새로운 소리와 그 기원을 추적하는데 특별한 능력이 있다.이 예술가 부부는 제주도에서 섬의 무속 타악기 소리를 녹음하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얻었다. 하딩은 시간을 왜곡하는 폴리리듬과 트랜스를 유도하는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두 파트너는 시청각 기술이 경험을 형성하고 의식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식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새미 리와 M.J 하딩은 고대 극장의 장치들과 공연 기법을 가상현실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성공한 K팝 콘서트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는 라이브 공연의 새 지평을 열게 될 프로젝트로 발전하는 중이다.부부로서 두 사람은 개인의 작업과 감성 사이에서 치고받으면서 긴장감 있게 살고 있다. 부부로서도 차이를 좁히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흥미로운 에너지로 분출하는 걸 즐기고 있다. 새미 리는 프로 전시예술가로 활동한 지 10년 만에 지난달 5일 맨해튼 소호에서 뉴욕 데뷔 전시를 가졌다. 트라이베카 스테파니김 갤러리에서 '코로누코피아'(Cornucopia)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몰입형 멀티채널 미디어 프로젝션과 16점의 새 예술 작품으로 꾸며졌다. '코덱스 코누코피아'로 명명된 대형 미디어아트는 책을 상징하는 '코덱스'와 보물이 넘쳐나던 상상의 물건 '풍요의 뿔'이 합쳐져 구성됐다. 코덱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기록유산을 디지털 이미지로 보여준다. 선사 유물과 중세 논문, 작가의 스캔 이미지가 몽환적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한국에서 유네스코 전시회와 다양한 박물관 행사를 진행하면서 16가지 이미지를 찾아냈다. 이 때문에 작품 속에는 '직지'와 '이산가족찾기', '동의보감' 등 한국인이 친숙한 이미지가 나타난다. 전시의 사운드트랙은 하딩이 맡았다. 인류가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 오 클래어 데 라 룬(Au Claire de la Lune) 샘플을 리듬에 녹였고 한국적 정서의 북 연주는 주기적인 파동으로 썼다.예술가 부부가 만들어 낸 이 전시는 과거 비디오 아트라는 생소한 예술을 선구자적으로 개척한 고 백남준 작가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독특하고 전위적이란 평을 얻는다. 새미 리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학생으로 성장했고 성인이 돼 런던에 정착했지만 서른 살이 되어서야 가족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 뿌리인 한국인의 유산을 탐구하기 시작했다"며 "저를 지지해 주신 부모님 덕분에 제 삶을 독특한 방식으로 형성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가족의 뿌리는 저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됐고 마지막 한 가지 불자셨던 할머니는 제가 예술을 영적인 길로 따르도록 영감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니하오베이징] "대륙은 지금 9.9위안(1900원) 커피전쟁 중"
스타벅스의 철옹성을 깨고 중국 커피시장 1위에 등극한 업계 기린아 '루이싱(瑞幸)커피'의 1분기 실적 성적표가 이상하다. 전년 대비 매출이 무려 41.5%나 늘어났는데 영업이익은 99.3% 줄어들며 적자를 겨우 면했다.승승장구하는 루이싱커피의 실적이 이처럼 속 빈 강정이 된 이유는 뭘까. 바로 끝없는 커피 저가 경쟁 탓이다. 규모 면에서 스타벅스를 제쳤지만 후발주자이자 루이싱의 전략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코티(庫迪·쿠디)가 사활을 건 도전을 해 오면서 말 그대로 피투성이 전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中 커피 최강자 된 루이싱… 1분기 이익률은 겨우 0.08%?━루이싱은 중국 커피시장의 명실상부한 1인자다. 그런데 실적은 실속이 없다. 루이싱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5% 늘어난 62억7800만위안(약 1조2000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99.3% 급감한 500만위안(약 9억6000만원)에 그쳤다.공식 발표된 영업이익률은 0.1%. 정확히는 0.08%다. 조단위 매출을 내고도 적자를 겨우 면했다는 의미다. 루이싱의 지난해 1분기 이익률은 16.5%였다. 그런 이익률이 급감한 건 비단 올 1분기 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4분기 이익률도 3.9%로 낮았다. 루이싱 측은 "이 같은 수익성 급락은 현재 진행 중인 9.9위안(1900원) 프로모션으로 인한 제품 판매단가 하락, 급격한 매장 확장으로 인한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 원자재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격경쟁을 벌이느라 수익성을 챙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루이싱의 저가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루이싱 궈진이 CEO는 "9.9위안 이벤트가 최소 2년 이상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싱은 올 1분기 이후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다.후발주자이자 경쟁자인 코티와 사활을 건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렸다간 지금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없으며 한 번 외면받기 시작하면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매장 수만 58% 늘어… 중국 커피시장에 무슨 일이━중국 커피시장은 말 그대로 쾌속 성장세다. 영국 컨설팅기업 알레그라그룹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중국의 전체 커피 매장 수는 전년 대비 무려 58% 늘어난 4만9691개로 집계됐다.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평소 커피를 소비한다고 밝힌 중국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가 주 1회 이상 커피숍을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커피를 주문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루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답한 비율은 20%에 불과했다.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데일리로 커피를 소비하는 비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거대한 커피 시장이 형성돼 있으면서 성장 잠재력까지 있다는 의미다. 58%라는 놀라운 매장 증가율을 주도한 건 로컬 브랜드인 루이싱과 코티다. 루이싱의 매장 수는 지난 2월 기준 무려 1만8082개다. 정식 매장뿐 아니라 배달 전문 소규모 매장 숫자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코티는 더 공격적이다.같은 시점 매장 수는 6600개로 루이싱은 물론 6975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는 2025년까지 매장 수를 2만개까지 늘릴 방침이다.루이싱과 스타벅스 양강 격돌만으로도 그동안 중국 커피시장은 스펙터클했다. 저가 수요층과 딜리버리(배달) 시장을 집중 공략한 루이싱의 추격자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고 루이싱은 지난해 2분기 8억5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스타벅스(8억2200만달러)를 넘어서 처음으로 중국 커피업계 매출 1위에 올랐다.최대 경쟁력은 역시 가격이었다. 9.9위안~19위안 선의 저가전략으로 24~38위안(약 4500~6500원 선)의 스타벅스의 시장을 신나게 뺏어왔다. ━ 루이싱 승승장구 이어질 줄 알았는데… 불붙는 저가시장 경쟁━그런데 후발주자인 코티가 루이싱의 입장에서 보기엔 '선을 넘은' 8.8위안(약 1700원)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잔혹사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코티 제품들은 20~40위안 선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지만 기본 커피는 온갖 쿠폰과 행사를 통해 8.8위안에 판매된다.더구나 코티는 루이싱이 거품회계 논란으로 미국 IPO(기업공개)가 좌절되는 망신을 당할 당시 퇴사한 경영진들이 지난 2022년 차린 기업이다. 루이싱의 성장전략을 손금 들여다보듯 베껴 승승장구다.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루이싱 입장에서 코티는 절대로 살려둘 수 없는 존재다. 코티는 한술 더 떠 보조금 전략을 내놓으며 루이싱을 제대로 자극하고 있다. 루이싱 매장과 거리가 100m 이내인 매장엔 잔당 1.5위안, 150m 이내의 매장엔 1위안의 보조금을 준다.매장 임대료가 비싸면 또 추가 지원을 한다. 루이싱의 한 임원은 중국 현지 언론에 "루이싱과 코티는 모든 힘을 총동원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누가 우위라고도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코티도 마냥 정상적인 상태라고 보긴 어렵다. 당연히 영업이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매장 확대로 기존 점주들이 수익성 악화에 아우성이다. 장기 성장을 기대하며 투자자를 유치하는 게 유일한 생존 루트인데 그마저도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읽힌다.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고 누가 이길지도 모르지만 자본은 이미 브레이크를 밟는 분위기"라며 "몇몇 투자자들은 이제 커피시장서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프로젝트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그럼에도 루이싱과 코티 모두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도 없다. 이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스타벅스의 점유율까지 뺏어오며 궁극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하강 국면을 맞은 중국 내에선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을 동반한 경기부진) 소비패턴이 분명하게 이뤄지고 있다.저가커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중고가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재 분야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 언론에 "9.9위안 커피 전쟁은 결국 한 기업이 살아남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고] 안전한 '보행 습관'으로 귀한 생명을 지키자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교통사망자 수가 2022년(2735명)보다 6.7%(184명) 감소한 2,551명으로 나타났다. 교통 사망자 수가 2021년 이후 3년 연속으로 3천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1991년(13,429명)과 비교하면 81.0% 감소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80% 이상 감소한 9개국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23년 전체 보행 사망자 또한 47명(5.0%)이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 일상의 도로 위 보행자를 보면 '나한테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따른 '보행 습관' 때문에 사망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경찰에서는 보행자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단속 강화와 함께 노인복지센터, 경로당, 배달업체, 지역축제, 행사 등을 방문해 다양한 방법으로 교통안전 교육과 홍보활동에 힘쓰고 있다.보행 습관은 예방 홍보활동과 별개로 시민들의 교통질서 의식이 중요하다. 운전자도 차량에서 하차하면 모두가 보행자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 기본적인 보행 습관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켰으면 한다. 보행자 교통 사망사고는 보행자, 운전자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 보행자는 무단횡단을 절대 하지 말고 운전자는 차량을 멈추고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인도를 주행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자전거 등을 타고 이동할 때는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휴대폰 사용 등을 자제하고 익숙한 도로와 장소라도 도로 위에 주의를 집중하는 습관이 자신을 비롯한 모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보행자는 힁단보도를 건널 때 '서다' '보다' '걷다'의 3가지 원칙을 준수하고 차량 운전자 또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준수하는 운전 습관을 기르면 선진 교통문화를 만들수 있다. 안전한 보행 습관으로 나를 지키고 상대를 지키는 '교통 보행 습관'을 당부드린다.
[기자수첩] '30조원' 체코 원전 수출의 꿈… 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윤석열 정부가 원전 강국 재도약을 외친 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됐고 운영 허가 만료를 앞둔 원전 10기(고리 2·3·4, 한빛 1·2, 한울 1·2, 월성 2·3·4)의 가동이 연장될 전망이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놓였던 원전 업계도 활력을 되찾았다.원전 강국 복원은 '원전 수출'이라는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두고 있다. 원전 기자재 수출은 몇 차례 이뤄졌지만 주기기 수출은 아직이다.한국은 30조원에 달하는 체코 원전 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각각 2기씩 총 4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할 방침이다.체코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하며 프랑스 EDF와 한국수력원자력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수주 결과는 늦어도 7월까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에 원전을 수출하게 된다.한국은 경쟁에서 프랑스에 소폭 밀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격 경쟁력과 납기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지만 프랑스가 유럽연합(EU)에 속해있는 데다 유럽 내 원전 건설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원전 수출은 양국 정부 차원의 거래인 경우가 많다. 원전 수출이 '대통령 세일즈'로 불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달 체코를 방문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내에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체코를 찾았다.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마지막까지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원전 수출을 담판 짓기 위해 UAE로 날아갔다. 적극적인 정부의 노력 끝에 한국은 UAE 원전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고 프랑스 언론은 "한국은 세계 원전 시장의 새로운 호랑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는 "한국은 한전 건물에 전시상황실(워룸·war room)을 설치하고 원전기술에 정통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수주전을 지휘했다"고 보도했다.체코 원전 수주는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됐지만, 이는 4~5년치 일감에 불과하다. 글로벌 원전 시장 성장에도 국내 원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한국이 이번 수주에 성공한다면 타 유럽국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인데, 체코 원전 수주전이 향후 판세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핵심 승부처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수첩] 금융 불안에도… '금융안정계정' 결국 폐기되나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금융권이 법안처리를 고대하던 '예금자보호법 일부 개정안(금융안정계정)'은 결국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개정안은 사전에 금융사의 금융 위기를 발견해 선제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2022년 12월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발의됐다.금융안정계정은 예보에 설립되는 선제적 긴급 자금지원이다. 이미 부실화됐거나 부실이 우려되는 금융사가 아닌, 정상 금융회사의 부실 방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지원책이다. 금융안정계정이 도입되면 시장급변으로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다수 정상금융회사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경우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금융권 스스로 마련한 재원인 예금자보호기금 등으로 신속하게 자금 지원함으로써 부실 예방과 위기 전염을 차단할 수 있다.금융안정계정의 재원조달과 운용은 예보기금 내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만큼 정부 재정 투입 없이도 예보기금 차입금, 보증료 수입, 예보채 발행 등을 통해 '수입자 부담원칙'에 따라 운영된다.하지만 예금보험기금 내에 금융안정계정을 추가 설치하는 예금자보호법 '제 24조의 5' 신설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금융안정계정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여전히 국회 법안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21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국회에서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안 재발의, 상임위원회 재구성, 법안 시행 시점(공포된 이후 6개월) 등을 감안하면 연내 금융안정계정 시행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은 확대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환율 장기화 우려까지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회사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특히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쇄 부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저축은행 연체 규모는 최근 1년새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3.24%로 전년 말(0%)대비 급격히 올랐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이 가장 큰 곳은 OK저축은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997억원을 기록해 전년 말과 비교해 무려 143.2% 급증했다.저축은행은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토지매입 단계 PF)의 비중이 다른 업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저축은행 브릿지론 비중은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54%에 달한다. 증권(26%)나 캐피탈(36%)에 비해 높다. 부동산 호황기에 땅을 매입했다가 사업성 부족으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이 '부실 뇌관'으로 지목된다.은행도 안심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단순 평균 기준 0.78%로 전년 동기(0.37%)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금융권 전체의 PF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1조5000억 원)과 비교해 1년 만에 약 2.5배로 급증했다. 연체율은 같은 기간 1.19%에서 2.70%로 1.51%포인트 올랐다.이달 임시국회 막이 올랐음에도 여야가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금융안정계정 통과 여부는 안갯속이다.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금융안정계정과 유사한 선제적 지원체계를 마련해 이미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채무보증프로그램(DGP)과 일본의 '위기대응계정', 유럽연합(EU)의 은행 정상화 정리지침(BRRD) 등이 있다. 최근 금융위기는 예측하기 어렵고 빠르게 전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은 신뢰로 움직이는 곳이다. 한번 깨진 신뢰는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 금융위기 단계로 넘어가버리면 국민적 피해가 막중해진다.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위기 전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굳건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시장을 선제적으로 보호해야 할 때다.
[기자수첩] 돈에 발목 잡힌 '기괴한 아파트 이름'의 단상
최근 어울리지 않는 아파트 단지명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 동작구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흑석11구역) 조합이 아파트 이름에 들어가는 지역명을 집값이 더 비싼 옆 동네 '반포'로 넣었다는 얘기가 들려서다.최근 정비업계에서는 흑석11구역 조합이 조합원 투표를 거쳐 단지명을 '서반포 써밋 더힐'로 결정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써밋은 시공사 대우건설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다. 문제는 단지명에 붙은 '서반포'와 '더힐'이다. 곳곳에서 조롱하는 목소리가 들렸다.서반포는 존재하지 않는 지역명인 데다 흑석11구역이 위치한 동작구와도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위치가 반포동의 서쪽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집값이 더 비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속한 반포를 단지명에 넣은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진다.'더힐'이라는 이름도 조롱거리가 됐다. 흑석동 일대가 가파른 언덕이어서 틀린 표현은 아니겠지만 서울 최고가 빌라 가운데 하나인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을 따라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다.다소 생뚱맞은 아파트 단지명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아파트 이름을 어떻게 짓든 조합의 재산권 행사에 대중이 관여할 수는 없다"는 일각의 의견도 존재한다.결과적으로 '서반포 써밋 더힐'이라는 단지명이 결정됐다는 소식은 아직 결정된 바 없는 해프닝으로 일단락 됐지만 그동안 이 같은 아파트 단지명 논란은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이 호황을 누리던 2010년대 들어 심화돼 계속해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국내에 아파트가 확산되기 시작한 1970년~1980년대에는 '은마아파트', '압구정현대아파트' 등과 같은 이름이 대중적이었다.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들어 수도권 1기신도시에는 '꿈마을', '하얀마을', '포도마을', '무지개마을' 등의 이름이 유행했다. 지역명이 없어 직관성이 떨어져도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 같은 형태의 아파트 단지명은 최근에도 세종특별자치시의 신규 단지에 적용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러 대형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래미안',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푸르지오', '자이' 등의 아파트브랜드가 경쟁적으로 도입됐고 고급화가 유행하며 '디에이치', '아크로', '써밋' 등도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파트브랜드와 대치·삼성·반포 등 지역명이 결합돼 단지 이름만 대면 경제 계급을 가늠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아파트가 사실상 계급을 나타내다 보니 '기괴한 아파트 이름' 마저 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영어 단어를 혼합하는 것도 모자라 그리스·스페인·프랑스·라틴어를 동원하고 어떻게든 있어 보이게 하는 데만 혈안이 됐다. 집값이 더 비싼 부촌을 따라 사는 동네 이름마저 버리는 행위가 빈번해졌다. 이는 아파트값 상승을 노린 행태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역세권·교육·공원·숲·강·바다 등 입지에 따라 메트로·에듀·파크·포레스트·리버·오션 등의 이름을 붙이는 것도 보편화됐다. 이 같은 아파트 이름이 유행하며 스무 글자가 넘는 단지명이 등장해 화제를 모을 정도다.단순 주거 공간을 넘어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아파트 시대의 단상이다.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아파트 이름을 짓는 것이 재산권의 행사라는 면에서 이상할 게 없지만 집값 상승을 염원한 의도라서 씁쓸하다.이제는 자중할 필요가 있다. 부르기 쉽고 끄덕일 만한 아파트 이름은 대중의 조롱거리가 아닌 아파트의 품격을 높일 것이다.재산 증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지만 기괴한 이름으로 단지를 계급화하는 문화와 이를 따라 미래 세대인 자녀들에게까지 차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성 세대의 욕심으로 괴상한 유산을 남기지 않았으면 한다. 자녀들의 이름에 이해할 수 없는 합성어를 넣어 '홍 니노막시무스카이저소제 길동'이라고 지으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싶은 허울을 버리고 부실 없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조합의 의지가 진정한 자부심이다. 속이 꽉 찬 아파트를 지으면 품격과 가치 상승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부르기 쉬운 아파트, 정감 가는 아파트 이름을 지향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욕의 한국인] 주머니에 달랑 5달러 남았던 남자의 뉴욕 생존기
호기롭게 3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제약사 세일즈맨으로 일했지만 의사들 비위 맞추기가 쉽진 않았다. 철학자 안병욱 교수가 약관의 혈기에 불을 질렀다. 21세기엔 운전면허, 컴퓨터, 영어회화 등이 필수라고 했다.면허는 있었지만 1986년 당시 서울엔 다른 두 가지가 없었다. 이전까지 막혔던 해외여행길이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열렸다. 집안을 탈탈 털어 8000달러를 손에 쥐고 '한국에 없는 것들을 찾아오겠다'는 마음으로 스물아홉에 미국땅을 밟았다.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뉴요커들 틈에 끼어 영어를 배울 경우 석 달이면 대충 말이라도 하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6개월 후 주머니엔 5달러만 남았다. 영어는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었고 돈마저 바닥나니 당장 하루하루 호구지책이 깜깜했다. 하지만 역시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일단 다니던 학교 기숙사 사감을 하겠다고 떼를 썼고 이는 성공했다. 이역만리에서 잘 곳을 마련하고 나니 남은 건 생활비와 학비였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약 팔던 경험을 살려 한인 델리 가게와 세탁소를 돌아다녔다.손사래를 치는 형님과 누님께 판 것은 오만가지다. 도맷값에 인형을 떼왔고 양초를 한가방 메고 불쑥불쑥 내밀어 보기도 했다. 절박했으니 민폐라고 여기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게 다 경험이 됐다.누가 뭘 필요로 하는지, 고상하게는 고객들의 수요와 필요를 깨달은 셈이다. 당시 한인들 인심이 각박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맨해튼이나 플러싱 롱아일랜드, 브룩클린 곳곳에 퍼진 디아스포라의 분포를 꿰뚫게 됐다. 하지만 그새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사감 열쇠 꾸러미를 잃어버려 기숙사에서 쫓겨났다. 여기저기서 품삯을 벌기 위해 다니느라 삭신이 쑤시기 일쑤였던 어느 날 기숙사로 돌아와서 방심했던 사이 문단속을 뚫고 누군가 책상을 털어간 것이다.공부도 쉽지 않은데 남의 나라에서 돈 벌어 학교를 다니려니 적응은 더뎠다. 하지만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변변찮은' 학교들도 재수 삼수로 들어갔던 경험이 도움됐다. 힘들 때면 자문했다. '세상일이 내게 언제 한번 쉽게 풀린 적이 있던가'라고 말이다. MBA(경영학석사) 따서 한국에 돌아가면 비단길이 깔릴 것이란 환상도 품었다. 남들 1년 반에서 2년에 마치는 걸 보면서도 기죽지 않아 결국 4년 만에 학위를 손에 쥐었다.하지만 운명엔 꼭 변수가 있다. 금의환향은 커녕 청천벽력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묵묵히 기다리던 선친께서 아들 잘되는 것도 못보고 훌쩍 떠나신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께선 아들 잘되라고 그러셨는지 혼자선 쉽사리 감당하지 못할 빚도 남기셨다.초상을 치르고 나서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이자율이 28%였는데 한국 월급으론 불어나는 이자 때문에 원금 근처도 못갈 것만 같았다. 상속을 포기할지도 생각했지만 아버지를 욕되게 하긴 싫었다. 미국서 70통의 이력서를 썼다. 딱 한 곳에서만 답이 왔다. 뉴욕 뮤추얼 보험사였다. 처음엔 탐탁치 않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성과가 좋으면 영주권도 주겠다니 더 찾고 말고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3년을 일하며 보험이 천직이란 걸 깨달았다. 뭔가를 판다는 것은 영혼을 나누는 것이라고 여길 때쯤 독립했다. 뉴욕에서 좌충우돌한 지 7년 만인 1992년이었다. 누군가를 설득해 무엇을 파는 기술은 애저녁에 익혔다. 하지만 보험을 중개하면서 나를 믿어준 이의 인생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엘리트도 아니면서 뉴욕에 와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거쳐 자리를 잡고 나니 이민자들의 마음을 꿰뚫은 것이다. 남의 나라에서 저마다 적응 좀 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에겐 물건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자신들 대신 나서줄 대변인이 필요했다. 그 뒤론 승승장구했다. 아메리칸드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비밀을 알았으니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이 아닌가. 사업 시작한 지 5년 만에 고국에서 IMF 외환위기가 터졌을 땐 지긋지긋했던 빚을 다 갚았고 오히려 여력이 남아 형제들까지 도울 만큼 재정적으로도 열렸다.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달러값이 두 세 배로 뛰었으니 말이다. 사세도 당시 크게 키웠다. 대형 보험사를 거래하는 도매업으로 진출한 결과다.하지만 세상일은 잔인할 만큼 공평하다. 일터에선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얻었지만 그만큼 소홀했던 가정에서 빈자리가 드러났다. 31대 뉴욕한인회장을 마치고 세계한인무역협회 이사로 활동하던 2014년 1월, 큰딸이 세상을 떠났다. 밖으로 뻗는 걸 성공의 정의로 알던 아버지에게 딸은 안으로의 관심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2021년 한인무역협회 회장을 끝으로 그는 여러 직함들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지만 속도보단 방향이다. 최근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늘면서 사업적인 성취는 오히려 전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5년 사이 연 매출이 두 배가 됐고 보험 브로커리지는 물론 의료보험 설계와 자산관리까지 사업을 넓혔다.하용화 솔로몬보험그룹 회장은 "당초 2027년까지 미국 100대 브로커가 되는 것이 사업적 목표였지만 사실 이제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며 "임직원이나 고객들이 인정하는 기업을 만들면서 저나 회사를 크게 해준 커뮤니티에 어떻게 보답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강조했다.
[기자수첩] 22대 국회, 경제회복 위해 협치해야
'범야권 192석 vs 여권 108석'최근 마무리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다. 사실상 21대 국회의 '여소야대' 정국이 회기를 넘겨서도 지속되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속내는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여야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불필요한 정쟁과 힘겨루기만을 반복할 것이란 우려에서다.우려는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야권은 이번 총선 결과가 '정권 심판'에 대한 민심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라며 그동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때문에 주저했던 각종 특검 법안을 밀어 붙이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22대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21대 국회 회기 안에 이 같은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거대 의석수를 앞세운 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이어지며 국회가 또다시 멈춰서고 일정이 지연되는 일이 되풀이될 것이란 관측이다.이 과정에서 재계는 과거 한 경제단체장의 표현처럼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으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기업들에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국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최근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물가 등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꺾였고 회복 시점도 장담할 수 없다. 산업구조 급변, 성장잠재력 약화, 인구문제 심화 등 해결해야 할 사회적 난제도 산적하다.규제를 풀고 애로를 해소해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줘도 모자란 시점에서 야권은 오히려 노란봉투법 등 노사정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법안의 재추진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주요 국가 의회가 앞다퉈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한 지원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 국회는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재계는 한목소리로 국회의 협치와 상생을 외치고 있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대의기관으로서 그동안 치열했던 대립과 갈등을 종식하고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펼치며 '일하는 국회', '민생을 살리는 국회', '경제활력을 높이는 국회'가 돼달라는 요구다. 이 같은 재계의 외침을 외면해선 안된다. 22대 국회가 경제회복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협치에 나서길 바란다.
[기자수첩] 총선 다음날 멤버십 인상한 쿠팡
"어쩌겠어요. 그냥 써야지. 이제는 로켓배송 없이는 살 수 없게 돼버린걸요."지난주 밥상머리 최대 반찬거리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 구독료 인상이었다. 점심 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옅은 한숨을 쉬면서도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했다. 멤버십 인상 기사에 달린 댓글과는 매우 다른 반응이었다.쿠팡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11일 돌연 와우 멤버십 요금을 기존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민감한 내용의 공지치고는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인상 폭도 58%로 꽤 컸다. 기사가 게재되자 독자들의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상 소식이 빠르게 퍼지며 누리꾼의 댓글도 넘쳐났다."높은 인상 폭에 타이밍까지 선 넘었네" "(본격적으로 요금이 인상되는) 8월부터 당장 해지한다" "야금야금 올리는 성의라도 보일 수 없었나" 등 대부분 인상에 반발하는 댓글이었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힘든 와중에 채널마다 줄줄이 구독료를 인상하자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유료화한 데 이어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도 42.6% 기습 인상했다. 소비자들의 반발에 쿠팡은 타사대비 와우 멤버십이 혜택 종류가 많다고 항변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등은 스트리밍 서비스만 하면서 1만4000~1만7000원이지만 쿠팡은 쿠팡플레이 스트리밍, 로켓배송, 무료반품,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등 혜택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와우 멤버십이 혜택이 많은 것은 맞지만 킬러 서비스인 로켓배송, 새벽배송 외에 다른 서비스의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쿠팡플레이는 경쟁사에 비해 콘텐츠 종류와 질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말한다. "무료로 본다면 고마운 수준이지만 돈을 내고 볼 정도는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쿠팡이츠 무료배달 역시 추가 혜택이라기보다 기존의 할인 서비스를 대치한 것에 가깝다. 심지어 최근에는 경쟁사에서도 빠른배송, 새벽배송, 도착일보장 등 유사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쿠팡은 2021년 12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멤버십을 72% 인상했지만 인상 후 2년간 회원 수가 900만명에서 1400만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이번 인상으로 쿠팡 멤버십을 이탈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쿠팡은 인상 발표 직후 와우카드 적립 혜택 연장, 패션 브랜드 80% 할인, 특급호텔 및 리조트 52% 할인 등 파격적인 행사를 선보였다. 다만 이러한 프로모션만으로 마음이 떠난 집토끼들을 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을 넘어설 새로운 킬러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수첩] 소비자 우롱하는 '보험 절판마케팅' 확실히 끊어내야
올해 3월 보험업계의 고질적 관행으로 꼽히는 '절판마케팅'이 또다시 기승을 부렸다. 설계사들은 올해 4월부터 단기납 종신보험(가입기간이 7년·10년인 종신보험) 환급률이 120%대에서 110%대로 축소된다며 보험소비자들에게 가입을 독촉했다. 지난 1월 독감보험 보장한도가 줄어든다며 절판마케팅을 벌인지 2개월 만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당연히 소비자들은 몰렸다. 보험료는 똑같이 내는데 환급률이 떨어진다니 몰릴 수밖에 없다. 일부 보험대리점 경우 3월 넷째 주(18~22일) 단기납 종신보험을 하루 평균 29억원 이상 판매하기도 했다. 이는 해당 보험대리점의 단일상품 하루 평균 매출보다 1.5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보험업계 예상과 달리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라고 맡겼다. 영업현장에서 설계사들은 환급률 120%대인 단기납 종신보험을 버젓이 팔고 있다. 결과적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3월에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만 우롱당한 셈이다. 절판마케팅을 근절해야 할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절판마케팅이 화제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의 절판 마케팅은 대표적인 과당 경쟁 사례로 꼽힌다.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키는 일반적 경쟁과 달리 과당 경쟁은 결국 보험사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일부 보험사들은 절판 마케팅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며 2022년 말 지급여력비율(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수치)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 이하까지 떨어지는 등 유동성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2년 비과세 한도 축소를 앞두고 절판 마케팅을 했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돌아와 보험금을 타려는 고객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보험업계 절판마케팅은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IFRS17(새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신계약 확보가 수익성이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져 무리하게 매출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2023년 보험업계에서는 변호사비 선임보험(3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보험(7월), 독감보험(9월) 등 3개 상품에 대한 절판마케팅이 이뤄졌다. 올해 경우 이미 상급종합병원 1인실 보험(1월), 단기납 종신보험(3월) 등이 절판마케팅 리스트에 올랐다. 현 추세대로 간다면 올해 절판마케팅이 벌어지는 사례는 지난해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시장 질서를 흔드는 그릇된 업계 관행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이 심한 금융 시장에서 보험 절판 마케팅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일 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를 키우는 불완전판매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보험사들도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갑자기 늘어나는 계약을 처리하기 위해 피보험자의 과거병력 등에 대해 철저한 언더라이팅(계약심사)을 못해 오히려 손해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이 절판 마케팅에 가담한 보험사와 GA(법인보험대리점) 등에 보다 강한 채찍을 들어야 할 때다.
[기자수첩] 택시용 차…탕후루 같은 달콤함의 유혹
'탕후루'는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중국식 간식이다. 지난해 초부터 초등학생을 비롯, 젊은 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며 탕후루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보기에 좋고 먹을 때 맛은 있지만 지나치면 건강을 위협한다. 설탕 시럽이 묻은 꼬치와 종이컵 쓰레기도 골칫덩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은 탕후루 인기가 식은 데다 과일값마저 치솟으면서 매물로 나온 탕후루 매장이 늘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상황이다.자동차업계의 택시 모델도 탕후루 같은 양면성이 있다. 택시로 출시하면 해당 모델은 일정 수준 판매량이 보장된다. 제조사 입장에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캐시카우' 역할을 기대하고 출시를 결정하는 것이다.과거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점유율을 높인 것도 '택시' 판매 덕분이다. 2002년 현대차는 베이징시 표준택시로 선정되며 아반떼XD(현지명 엘란트라)가 도로를 점령하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과 나쁘지 않은 성능으로 현지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다.하지만 현지에서 고급화를 추구하려던 현대차는 오히려 택시 이미지 때문에 역효과를 봤다. 내수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중국인들의 눈높이는 꾸준히 높아졌다.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고가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고, 중국 현지 브랜드가 저가 시장을 점령했다.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을 앞세운 현대차는 설 자리를 잃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설치에 반발한 중국의 보복으로 인한 정치적 이슈도 영향을 미쳤지만 현지에서는 택시 투입 이후 전략 수립에 실패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국내에서도 택시 모델 투입으로 인한 반발이 가장 심했던 건 현대차 YF쏘나타(6세대)였다. 굴곡이 깊이가 역대급일 정도로 '파격적 시도'가 적용된 디자인을 갖춘 덕분에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차였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양을 갖춘 차종을 택시 모델로 판매하면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일종의 '시각 공해'라는 지적까지 받았다.이후 디자인을 차분하게 바꾼 LF쏘나타(7세대)를 택시 전용으로 생산하되 신형 쏘나타(8세대, DN8)부터는 택시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타격은 컸다. 월 판매량 1만대를 거뜬히 넘기며 국내 판매 1위 차종으로 군림해온 쏘나타는 판매량이 절반을 한참 밑돌며 자존심을 구겼다. 대신 그랜저와 함께 아이오닉5 등의 택시 모델 판매가 늘어났지만 택시업계는 울며 겨자먹기로 값이 비싼 차를 사야 해서 불만이 많았다.결국 쏘나타는 또다시 택시로 출시됐다. 이번엔 국내공장이 아닌 중국 베이징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쏘나타(DN8)의 택시 전용 개조 모델이다. 가동률이 떨어진 중국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국내 수요를 공략하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판매량이 많지 않은 차종인 만큼 일반 소비자 반발이 크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길이를 늘리는 등 나름 전용 모델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양산형 모델의 택시 투입은 확실한 효과 만큼이나 부작용도 적지 않음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택시 등 영업 목적 이동수단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범주에 포함된다.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핵심가치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택시 전용모델을 내놓음으로써 양산형 차종과 간섭을 줄이고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를 굳혔다. 택시회사는 합리적인 가격을, 택시 운전자는 편한안 운전을, 비용을 지불하는 승객은 쾌적하고 넉넉한 공간을 원한다. 국내 완성차업체도 당장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보다 본질에 충실한, 미래를 대비한 전략과 비전을 보일 시점이다.
[기자수첩] 잇단 사고에도 사과 없는 영풍, 더 큰 책임감 필요하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수년째 안전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영풍이 '산재·사망사고 근절 특별관리 방안'을 발표했으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석포제련소 사망사고는 1997년 처음 발생했다. 황산 탱크로리 전복 사고로 1명이 사망한 이후 올해 3월까지 각종 사건 사고로 총 14명이 목숨을 잃었다.잇단 사고의 원인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일한 인식과 미흡한 안전조치가 사고를 키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발생한 급성 비소중독 사건의 경우 숨진 근로자가 유해가스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는 마스크 대신 먼지 차단 기능만 있는 마스크를 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사전에 조금만 신경썼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를 회사가 적극 나서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의견이다. 실제 당시 한 환경단체는 "(제련소 측이)보호장구를 착용하게 하고 가스경보기나 감지기를 비치해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고 작업하는 동안 방진 마스크만 줬다"고 비판한 바 있다.최근 영풍 석포제련소는 산재·사망사고 특별관리 방안을 마련 및 시행했다. 안전관리 시스템과 예산 및 조직을 대대적으로 보강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설비 및 작업 방식을 개선한다는 게 핵심이다. 안전관리 예산도 지난해 103억원에서 올해 138억원으로 증액했다. 이 같은 조치는 고용당국과의 협의에 나왔다. 다소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하지만 여전히 신뢰를 회복하기엔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오랜 기간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 인정과 사과가 수반되지 않아서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목숨을 잃은 직원 14명은 모두 한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었을 것이다. 14라는 숫자는 차갑게 느껴지지만 14가족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 석포제련소는 사망사고 외에도 환경오염 논란으로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오랜기간 항의를 받아왔고 매년 국정감사에 단골손님처럼 관계자가 불려나가 국회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그럼에도 경영진, 특히 오너일가는 이 같은 사고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경영일선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오너이자 대주주로서 영향력이 큰 장형진 고문 일가가 경영현안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선을 긋기엔 무리가 있다.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은 진정성에 있다. 장형진 고문이 지금이라도 경영진이 직접 나서 공개 사과하고 직접 안전과 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약속하길 바란다.
[기고] 임대인 체납 정보 알 수 있는 권한 달라
국토교통부가 최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를 강화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개정 내용들을 살펴보면 공인중개사는 안전한 임대차계약의 중개를 위해 임대인의 미납 세금과 확정일자 부여 현황, 전입세대 확인과 같은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에 명시해 임차인에게 교부해야 한다.그동안 중개 현장에서는 등기부등본 등에 공시되지 않는 권리사항을 임차인에게 설명했다는 사실을 증빙하기 위해 다른 항목에 부기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나 선순위 세입자의 임차보증금 등을 문의했을 때 답변을 거부 당해도 대응 수단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일면 긍정적 효과가 있다. 앞으로는 "임차인에게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라고 말할 있게 됐으니 말이다.그럼에도 개정안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서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언론에서 다뤘듯이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 항목들이 정작 공인중개사 의지로만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세입자의 입장에서 보면 계약하는 전셋집이 다가구주택인 경우 선순위 세입자가 몇 가구 있고 임차보증금이 얼마인지, 집주인이 국세나 지방세를 체납하지 않았는지, 은행에 저당 잡힌 것은 없는지 당연히 알아야 한다. 집 시세는 인터넷만 검색해도 쉽게 알 수 있는데 저당권 설정, 대출 규모 등은 등기부등본을 열람해야 한다.정작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나 규모, 선순위 세입자 수와 보증금 총액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열람 권한은 없다. 임대인과 임차인 등 계약 이해관계자들만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정부도 이 같은 사정을 알고는 있지만 책임과 의무를 공인중개사에게만 떠넘기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톱과 망치, 목재와 같은 도구를 주지 않고 "절대 무너지지 않을 안전한 집을 지어라. 무너지면 너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형국이다.만약 계약 체결 당시에 임대인이 작정하고 속인다면 공인중개사와 임차인은 이를 알 방법이 없다. 임대차계약의 안전성을 제고하려는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정부는 공인중개사에게만 법과 행정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임대인에 대한 '정보제시 의무'도 함께 고려됐어야 한다.'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2500여년 전 공자의 말까지는 아니라도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는 상식이 통하는 정책이 아쉬운 시점이다. 동네북도 정도가 있다.
[기자수첩] 국내 'AI기본법'과 '망양보뢰'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초의 'AI 규제법'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의 'AI 법'은 지난 3월13일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미국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3월28일(현지시각) 연방 정부 기관들이 AI 부작용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이들이 적극적인 AI 대응에 나선 이유는 최근 들어 AI를 활용한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단 우려가 나오면서다. 특히 올해가 세계 70여개 국가에서 선거가 치뤄지는 '슈퍼 선거의 해'인 만큼 딥페이크와 AI에 대한 경각심과 위험성을 일깨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국내 상황은 다르다. 국내 'AI 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 관련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2소위를 통과했지만 1년 넘게 상임위 전체회의에 계류 중이다.AI 콘텐츠 표시 의무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 콘텐츠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 등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법안은 AI 산업의 발전에 따른 윤리적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 등을 다루고 있다.과방위는 지난1월8일 이후 회의도 중단했다. AI 주도권을 두고 과기정통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세 부처가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 프라이버시 가이드라인', 방통위는 'AI 이용자보호법' 등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부처에서 여러 정책을 펼치면서 각자가 가진 가치가 다른 것 같다"고 논란을 일축했다.국내도 AI와 딥페이크 악용에서 자유롭지 않다. 딥페이크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이라는 가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며 혼란을 주기도 했다. 지난 3월25일까지 중앙선관위가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삭제 요청을 한 선거 관련 딥페이크 게시물은 207건에 달한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는 유명인들의 목소리와 얼굴 등을 합성한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AI 관련 규제는 더 이상 법적 가이드라인 밖에서 논할 일이 아니다.성급한 규제가 능사는 아니지만 여러 산업에서 이미 제도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 기본법 제정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AI 창작물에 워터마크를 표기하자'는 등의 대안을 통해서라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AI가 저작권 침해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선 규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일을 그르친 후에 바로잡는 것은 소용없다는 망양보뢰의 교훈을 되새길 때다.
[류랑도의 직설] 1년은 오늘이 관건, 오늘이 없으면 올해도 없다
당신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나.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나. 당신이 생각하는 올해의 미션은 무엇인가. 왜 그 미션이 올해의 미션인가. 올해 직장에서 반드시 실행하려는 미션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 미션을 수행한 후 올해 말에 반드시 기대하는 결과물은 무엇인가. 올해 미션 수행으로 기대하는 결과물을 위해 이번 분기에 기대하는 선행적인 과정 결과물은 무엇인가.이번 분기의 과정 결과물을 위해 이달에 반드시 수행해야 할 미션과 기대하는 과정 결과물은 무엇인가. 이달에 기대하는 결과물, 성과 목표를 성과로 창출하기 위해 이번 주에 수행해야 할 미션과 과정 결과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번 주 기대하는 결과물을 위해 오늘 수행해야 할 미션과 기대하는 결과물은 무엇인가. 1년은 오늘 하루가 관건이다. 오늘이 없으면 올해는 없다. 괜히 헛바람 들어서 들뜨지 말고 이번 주와 오늘부터 지배해 나가야 한다.돈은 미션 수행의 결과물이지 미션 수행의 목적은 아니다. 당신의 인생을 싸구려 삼류 인생으로 만들지 말라. 당신은 이 세상에 한 명뿐인 고귀하고 차별화된 존재다. 당연히 고귀하고 유일한 존재답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류랑도의 직설] 복은 자신의 노력으로 만드는 것
새해가 되면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한다. 뉘앙스가 꼭 누군가가 나에게 복을 줄 것만 같은 느낌이고 횡재하는 듯한 어감을 가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복이란 자신이 기대하는 소원에 대한 인과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기대하는 소원이 구체적으로 없거나 너무 막연하고 황당하면 당연히 이루어질 수 없다. 기대하는 소원은 직관적이거나 막연하지 않고 나름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기대하는 소원은 어느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꿈만 꾸고 있어도 이루어진다'라고 하는데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허황된 말이다. 행간을 잘 짚어보면 희망과 소원은 '간절해야 한다'고 하는데 간절의 의미를 잘 새겨들어야 한다.간절함의 핵심은 기대하는 소원이 이뤄진 상태의 구체적 모습이다. 마치 건물의 조감도나 설계 도면처럼 말이다. 최종적으로 소원이 이뤄진 모습을 그려놓고 분기와 월간, 주간. 일일 단위의 기간별로 역계산해서 과정 결과물의 기준을 구체화해서 하루, 한 주, 한 달의 과정 성과를 차곡차곡 성취해 나가는 실천적 행동이 곧 간절함의 근거다.행여 마음으로 기도나 하며 맹세하고 다짐하는 것을 간절함의 기준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헛물켜지 말고 당신의 두발로 딛고 일어서서 당신의 손으로 수고하고 결실을 거둬야 한다. 공연한 요행과 행운을 복으로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올해 복을 받고 싶다면 받고자 하는 복의 실체부터 구체적으로 밝혀라. 그리고 매일 매주 매월 조금씩 인과적으로 이루어 나가라. 복은 내가 내 힘으로 노력해서 만드는 것이지 누가 그냥 주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 당장 오늘부터 하루 과정 결과물을 축적해 나가야 당신이 기대하는 올해의 복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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