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용 검사가 자신의 '분변 의혹'을 제기한 정치인과 유튜버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2년여 만에 결론을 내린 것으로 [시대] 취재 결과 확인됐다. 2년 동안 시간을 끈 경찰의 결론은 지난 5월 나온 민사소송 1심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통상 형사사건 결과를 참고해 민사소송 결론이 나오는데, 이 사건은 거꾸로 진행된 것이다. 경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시대] 취재 결과 서울영등포경찰서는 박 검사를 명예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유튜버 등에 대한 수사 결과 통지서를 지난달 24일 박 검사 측에 발송했다. 2024년 7월 8일 고소장을 접수한지 2년15일 만이다.경찰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 코미디언 겸 유튜버 강성범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해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인정해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이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이고, 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다. 함께 입건된 유튜버 박시영씨와 김용민씨, 신유진 변호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이는 수사 결과 통지서를 보내기 두 달 전인 지난 5월 선고된 민사 판결 결론과 동일하다. 피의자들에 대한 송치·불송치 결과뿐 아니라 그 이유 역시 민사소송 판결문을 참고한 듯 유사하다. 박 검사의 법률대리인 권창범 변호사(법무법인 인)는 [시대]에 "통상 강제 수사권이 있는 형사 고소 결과가 나온 뒤 민사소송 결론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며 "민사소송 결론이 나오는데만 1년 10개월이 걸렸는데, 이보다 늦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경찰, 법원 판결 기다렸나━박 검사 '분변 의혹'은 2019년 1월 구내식당에서 열린 울산지검 회식 행사에서 시작됐다. 행사 이튿날 아침 울산지검 10층 민원인 대기실 바닥과 근처 남자 화장실 등에서 분변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퍼진 것. 이성윤 의원은 5년이 지난 2024년 6월 국회 법사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상대로 "X 사건의 소문이 퍼지자 'X 저 아니에요'라고 한 검사가 바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를 수사한 검사"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를 수사한 박 검사가 해당 검사로 지목됐고, 최강욱 전 의원과 강미정 전 대변인 등이 유튜브에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권기만)는 지난 5월 "분변 사건의 당사자는 박 검사가 아니라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회식이 있던 날 박 검사는 동료들과 함께 일찍 울산지검을 떠나 따로 술자리를 가졌고,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했다는 여러 사람의 증언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유튜브 '강성범TV'에서 이 사건을 언급한 강미정 전 대변인과 최강욱 전 의원, 강성범씨에게 총 2000만원을 박 검사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세 사람이 단정적으로 박 검사를 '분변 의혹'의 당사자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이 있고 두 달 뒤 경찰은 똑같이 이 세 사람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송치했다.반면 민사 재판부는 유튜브 '박시영TV'에서 이 사건을 언급한 최강욱 전 의원과 신유진 변호사, 박시영씨에 대해 "다소 단정적으로 표현했지만, 악의적 공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경찰 역시 두 달 뒤 '박시영TV' 방송 건을 두고 "다소 거칠거나 풍자적 표현을 사용했지만, 악의적인 인신공격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민사 판결과 같은 이유로 불송치 결정했다.민사 재판부는 최강욱 전 의원과 유튜버 김용민씨가 유튜브 '스픽스'에서 나눈 이 사건 관련 언급에 대해 "대화의 주된 내용은 검찰 조직 문화와 관련한 것이었다"며 "앞서 이성윤, 서영교 의원이 공식석상에서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 있어 두 사람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기각했는데, 두 달 뒤 경찰의 결론도 같았다. 민사 판결문과 거의 유사하게 "피의자들의 발언 취지는 검찰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이었다. 국회의원 발언 직후여서 이를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불송치한 것.경찰은 이, 서 의원의 발언을 두고 면책 특권에 해당해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 역시 민사 재판부와 같은 결론이다. ━"재판보다 느린 경찰, 수사권 제대로 행사할 수 있나"━법조계에서는 경찰 판단이 민사소송 결론보다 늦게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본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1심 합의부 선고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394.9일이다. 반면 감사원에 따르면 같은 해 경찰이 입건한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63.9일이다. 통상 경찰은 두 달여 만에 사건 처리 결과를 내놓고, 법원은 1심 선고까지 1년 넘게 걸리는 것이다.더욱이 박 검사 '분변 의혹' 민사소송은 소 제기(2024년 7월25일) 이후 1심 판결까지 652일이 걸렸다. 권 변호사는 "아무래도 소송 당사자가 현직 국회의원 등이다 보니 재판 참여에 소극적이었고, 다른 사건보다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사소송보다 앞서 제기(2024년 7월5일)한 형사사건의 경찰 판단이 민사소송보다 긴 744일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처리에 부담을 느껴 민사소송 결과를 기다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검사 시절 명예훼손 사건을 다수 수사한 조용우 변호사(법무법인 더킴로펌)는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에 제기하는 경우 통상 민사사건 재판부가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민사소송은 당사자 개인이 가진 증거만으로 싸워야 하지만, 수사기관은 강제수사를 통해 더 확실한 증거를 갖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그러나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오히려 경찰이 민사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가 늘어났고, 민사소송에서 얻은 증거를 경찰에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며 "개정 형사소송법이 오는 10월 시행되면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 결과가 좌우되는 일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민사소송 판결을 기다렸다가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인지를 묻는 [시대] 질문에 "판결을 기다린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피고소인이 많아 수사할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수사 기간이 길어졌던 것이고, 그 와중에 법원 판결이 나와 검토했을 뿐이다. 그 판결과 우리 생각이 일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